홍성 동원극장에서 ‘사랑니’를 보고...
35살의 결혼 9년차 농사를 업으로 하는 애들을 둔 부부에게 여가생활이란 단지 남는 시간의 활용이아니라 아주 벼르고 별러야 갖질 수 있는 적금 같은 것이다. 뭐 그렇다고 화려한 레저스포츠를 즐기는 것은 아니다. 결혼초기엔 여름엔 바다에 가서 바지락이나 박하게 따위를 잡고, 겨울엔 산토끼를 간간히 잡는 것으로 만족했었다. 그러다 언젠가부터 한 달에 영화 한편은 꼭 같이 보는 습관이 생겼다. 주로 우리부부는 예산의 중앙극장에 금요일 마지막 프로를 본다. 이유는 간단했다. 토요일에 영화프로가 바뀌는 관계로 금요일엔 우리부부만을 위해 영사기가 돌아가기 때문에 그 넓은 영화관에 둘 만 있다는 묘한 공간감에 매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앙극장에 외출은 기다려도 오질 않았다. 결국 우리부부는 우리만의 공간을 포기 한 체 홍성 극장을 돌아다녔지만, 외출을 하는 곳은 아무 곳도 없었다. 그래서 그냥 본 것이 사랑니였다. 우린 지금도 외출이란 영화를 보진 못했다.
사랑니와 닮은 ‘사랑니’ 주인공들의 사랑
사랑니는 맨 마지막에 나는 이빨이다. 사실 경제성이라곤 찾기 어려운 이빨, 빠진 이빨에 다시금 쏟는 다른 이빨과는 달리 생살을 찢고나오는 아프기 만한 이빨, 어떤 이는 나올 때 치과에 가서 서슴없이 뽑아버리는 이빨이 바로 사랑니다. 그리고 성장기에 다른 이빨처럼 일정한 시기에 아픔을 같이하는 이빨도 아니다. 줄거리는
서른 살의 학원 수학강사 조 인형(김정은)은 그녀의 잔잔하고 고요한 일상 속에 아련한 첫사랑의 모습을 꼭 빼닮은 17세의 이석이 학원생으로 들어 온 다 고등학생과 원조교제란 비난과 시선 속에서도 단지 남학생이 자기첫사랑과 닮았단 이유만으로 사랑을 하게 된다. 이석 또한 인영을 향한 마음을 숨기지 않고 적극적이다. 인영은 이름만 똑같은 게 아니라 정말 똑같이 생겼다는 혼잣말을 하루에도 몇 번씩 중얼거리며 첫사랑을 꼭 닮은 이석과 사랑하게 된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그러나 고교시절 동창이고 조 인형(김정은)의 현동거자인 정우는 이석을 직접 보고도 과거의 이석과 전혀 닮지 않았다며 인영의 사랑을 믿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교복을 입은 17세의 여고생이 학원으로 이석을 찾아온다. 한편 정우는 자신의 첫사랑과 닮았다고 착각하며 17세 이석과의 사랑에 푹 빠져 버린 인영을 보다 못해 서른 살이 된 인영의 진짜 '첫사랑 이석'을 그녀 앞에 데려 오는데 인영의 첫사랑의 떨림도 잠시 성씨도 잘못알고 있는 첫사랑에게 낙담한다. 인영은 계속해서 17세 고교생 이석을 계속만나며 사랑을 나누게 된다. 영화를 전개는 그저 그런 통속소설 같은 것 이였다.
난 영화 보는 내내 30살의 인형과 17살의 이석의 여자 친구인 인형과 현재와 과거를 같은 시공에 있게 하는 동일인이라 생각했다. 결말에 모함은 이러한 내 생각을 비켜 같지만, 난 지금도 그 둘이 같은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과거의 추억 속에서 정체성을 잃어버린 인형(김정은)
인형의 육체는 분명 30살이다. 하지만 30살의 인형은 17살의 이석을 사랑하면서 정체성을 잃어버린다. 인형의 몸은 30살로 17살의 이석의 몸을 농락하지만 인형은 그만 정신적으론 거꾸로 첫 사랑 때의 여고생으로 돌아가 버린다. 이는 사랑니가 사춘기를 지나면서 나오는 성인의 영구치이지만 어린 아기의 처음 돋아난 유아치 이기도 하다는 말이다. 이는 고향에 향수이면서 익숙함을 따라가는 인간의 이기심인 동시에 불완전성이다.
이러한 익숙함의 사랑은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의 서 인우(이 병헌)의 인 태희(이 은주)에 대한 사랑에서도 표현되어지고 있다. 그녀를 사랑했던 서 인우는 7년 후에 학교 제자 현빈에게서 7년전에 사랑했던 태희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사랑에 빠진다.
새끼손가락을 펼치는 버릇이 있고, 그녀의 얼굴이 새겨진 라이터를 가지고 있고, 그녀가 했던 이야기를 그대로 하는 그 사람은 제자 현빈이 아니라 태희인 것이다.
하지만 사랑니와는 달리 현빈은 인우를 기억해내고 자기 정체성을 찾지만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없는 둘은 세상을 버리고 자살을 한다. 번지점프를 하는 둘의 표정은 편안해 보였고, 세상으로 이어지는 끈을 잘라 버리고 두 연인은 마치 행글라이더 활공을 하듯 새로운 세상으로 날아갔다. 이는 그둘의 익숙함은 세상이 아니라 서로란 걸 알기에 연어들 처럼 강을 거슬러 올라간 것이다.
사랑니역시 익숙한 것에 대한 회기지만 “번지점프를 하다”처럼 두 사람이 완전한 서로 사랑이 아니라 김 정은 만의 짝사랑을 불안하게 표출하고 있었다. 17살의 이석과 잠자리를 같이하지만,
"왜 얘는 해도 해도 발전이 없니…"란 김정은의 멘트를 통해 17살의 이석은 김정은이 만들어낸 허구적 추억 이란 것을 말해주고 있다. 이석의 몸은 발전 할수없는 추억 바로 김정은이 가상으로 만들어낸 몸이기 때문이다. 이석을 찾아와 눈물을 흘리던 고등학생 인형이 바로 30살 인형(김 정은) 고향 향 인 것이다.
'사랑니'는 30세 학원 강사 조인영과 그의 17세 고교생 제자 이석(이 태성), 여고생 조인영의 3각 애정을 다층적적으로 그려지는 듯 한 착각에 빠지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인형은 한사람이고 이석 역시 한사람이다.
하지만 그것을 아는 이는 인형도 관객도 아닌 이석의 친구이자 인형의 현동자인 정우다. 이는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지만, 우리는 오늘의 태양으로 내일의 태양을 기다리며 어제의 태양일거라는 착각을 하는 것과 같다. 정우만이 태양이 다르다고 말하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다. 이석의 지리책과 인형의 윤리책은 같은 책이지만 30살 인형은 윤리라고 기억하는 오류를 범함으로써 과거 17살에 갖쳐버리고 윤리책을 가지고온 이석을 17살의 이석과 별개의 사람으로 대하는 실수를 범한다.
옆에 있는 친구를 보라, 사랑을 보라. 분명 우리 모두 또한 30먹은 17살의 인형일 테니 말이다.
영화를 다본 후에 내 느낌은 한마디로 사기당한 것 같은 그런 허탈감 자체였다. 아주 예전에 난 김홍신의 인간시장을 책으로 읽고 영화한 인간시장에서 이런 비슷함을 느낀적이 있다. 잘은 모르겠으나, 이 사랑니란 영화 역시 원작 소설이 있는데 원작을 스크린에 체 담지 못했단 느낌이 자꾸만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