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구조주의란 무엇인가
포스트구조즈의는 앞에서 말한 구조주의를 벗어나려는 철학사상이다. 포스트(post)는 ‘∼로부터 이탈’이란 의미이다. 그래서 포스트구조주의를 ‘탈구조주의(脫構造主義)’라고 한다.
구조주의는 언어학자 소쉬르에 의해 주장된 사상이다. 그 이전까지는 인간은 이성을 바탕으로 사유하는 주체적 존재로 간주되었다. 인간만이 지닌 언어라는 수단으로 세상 만물을 다스리는 만물의 영장으로 군림했다. 그런데 소쉬르는 인간이 언어를 사용하는 주체가 아니라, 오히려 언어구조의 지배를 받는 존재에 불가하다고 하였다. 인간이 자기 것이라고 여겼던 자신의 말이 실상은 자신이 만들지 않은 어법이라는 언어구조에 맞춰 단어들을 나열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인간이 언어구조에 의해 주인의 자리에서 밀려나게 된 것이다. 즉 인간의 언어가 인간이 발명해 낸 역사의 산물이 아니라, 이미 애초부터 있던 ‘구조’의 산물이라 본 것이다. 소쉬르의 이러한 구조이론에 바탕하여 원시민족의 습속을 다룬 레비스트로스도 친족 사이의 관계망이 사회관습이라는 구조에 의한 산물이라고 보았다.
인간이 구조를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구조가 먼저 있고 인간이 그 구조 안에 들어와 살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구조주의는 여태까지의 철학 세계에 심각한 도전을 제기하였다. 그러나 포스트구조주의자들이 볼 때는 불완전한 것이라고 보았다. 구조주의자들이 주장하는 ‘구조’라는 것도 기존의 형이상학적인 독단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구조라는 것이 인간의 역사보다 먼저 있었다는 주장에도 반대하였다. 이와 같은 주장을 내건 포스트구조주의자들은 푸코, 들뢰즈, 데리다 등이다. 그러면 먼저 푸코의 논설을 보자.
고대 왕조 때의 형벌에는 사람을 끓는 물이나 기름에 튀겨 죽이거나 벌겋게 달군 쇠기둥 위를 걷게 하여 태워 죽이는 참혹한 것들이 있었다. 조선 시대 때만 하더라도 사람을 찢어 죽이는 능지처참의 형벌이 있었다.
지금은 죄형법정주의라는 합리적 기준에 의해 죄를 판단하고 벌을 주고 있다. 죄형법정주의는 권력이 자기 멋대로 죄를 판단하고 과도하게 벌을 내리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마련되었다. 이에 대해 푸코는, 이와 같이 형벌이 합리적인 것으로 변한 것은 결코 인간적인 배려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지배의 방식이 달라진 결과라고 하였다. 신체형에서 감옥형으로 변화된 것도 인도주의적인 측면에서 생겨난 것이 아니고, 권력의 전략이 바뀌어진 때문이라고 하였다. 잔인한 신체형을 보면 죄수는 군주를 저주하고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함은 물론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여 대중에게 저항을 불러일으켰다. 이 때문에 군주는 대중의 부정적인 반응을 경감시키기 위해 잔인한 형벌을 부드러운 처벌로 바꿀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믿었던 이성과 역사의 진보도 권력의 작동 방식이 달라진 결과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역사를 계보학적 입장에서 폄하한다. 역사란 인간 주체가 능동적으로 개입함으로써 위대한 변화를 일으킨 과정을 서술한 것이 아니라, 그것은 가진 자들과 승리한 자들이 자기네들끼리 계보를 이어오면서 서술한 이긴 자의 계보학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 역시 역사적 진실이나 진리를 원천적으로 부정한다.
구조주의자들은 구조가 이미 인간이 태어나기 이전부터 완결되어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옳지 않다라고 주장한다. 구조라는 불변의 틀이 있는 것이 아니라, 언어의 의미처럼 늘 변화된다는 것이다.
또 푸코는 정신병자를 가두는 것도 권력자들의 횡포라고 주장한다.
중세에는 광기를 오늘날과 다르게 보았다. 당시에는 광인을 신성함, 신의 현실적 출현으로 생각했다. 광인을 종교적인 구원의 상징처럼 여겼다. 르네상스 시대로 접어들면서부터 사람들은 광인을 보고 보통 사람들과 함께 살기 힘든 존재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광인들에게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은 17세기 중반 이후에 생겨났다. 17세기 중엽 프랑스에 ‘로피탈 제네랄’이라는 기관이 설립되었는데, 이 기관은 사회적 혼란을 가져올 수 있는 사람들을 통제하기 위하여 만들어졌다. 죄수, 부랑자, 상이군인 등이 수용되었는데, 여기에 광인도 함께 수용되었다. 이때부터 광인은 감금의 대상이 되었다. 중세의 신성함을 잃어버린 광인은 동물성의 상징이 되었다. 정신병원에 수용돼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로 인식된 것은 근대에 와서 생긴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절대적 진리가 없고 이성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권력이 광인을 통제하기 위하여 벌어진 것이라고 푸코는 말한다. 푸코는 여기서도 불변의 구조 같은 것은 없다고 본 것이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공유하는 세계관 혹은 사유 구조를 ‘에피스테메(Episteme)’라 하는데, 이 에피스테메도 영원불변한 것이 아니라, 언제든지 무너지고 새로운 것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들뢰즈의 얘기를 들어 보자.
현대철학을 대표하는 주장은 세상을 획일적으로 이해하려는 생각이나 절대적 진리를 우선시하는 사유 방식을 해체하고, 다양한 관계 속에서 새롭게 생성되는 가치들을 긍정하려는 시도이다. 또 세상에 고정된 것, 진리라 불리는 것, 기준이나 중심이 되는 것에 회의를 품는다. 어떤 것을 고정된 것으로 보지 않고 변화하는 것으로 파악하려는 푸코의 시도를 앞에서 보았다. 이처럼 하나의 기준을 두는 사고에서 벗어나는 시도가 포스트구조주의다. 구조주의가 하나의 구조를 우선시하고 그 구조를 통해 인간과 사회를 설명하려는 것을 넘어서고자 했던 것이 포스트구조주의다.
플라톤은 진짜 원본의 세계를 이데아라 하고 현실 세계를 이데아의 복사본이라고 하였다. 복사된 현실 세계에서의 가치는 이데아를 얼마나 닮았는가에 의해 달라진다. 이데아를 많이 닮을수록 가치가 높고, 적게 닮을수록 가치가 낮다. 플라톤은 복사물들이 이데아를 많이 닮은 것과 이데아의 요소가 부족한 것으로 구분하였는데, 부족하거나 그것을 가지지 못한 복사물들을 ‘시뮬라크르(Simulacre)'라 하였다. 시뮬라크르는 복제의 복제를 가리킨다. 복제본을 원본보다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라 한다면 복제를 또다시 복제한 것은 그 가치가 더욱 떨어지는 것이다. 예술은 복제품인 현실을 모방한 것이기 때문에 전형적인 시뮬라크르가 된다. 그래서 플라톤은 예술을 포함한 시뮬라크르를 경멸했다.
들뢰즈는 이러한 플라톤주의를 거부하였다. 원본의 우위성을 파기한 것이다. 세계는 자체 그대로 시뮬라크르이며 어떤 기준이나 우위도 없다는 것이다. 사물 자체가 시뮬라크르이기 때문에 세상은 본래 수많은 차이를 가진 존재자로 구성되는데, 플라톤주의는 존재자들에게 어떤 기준을 정해 줄을 세우고 그 기준에 맞지 않는 것은 소외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들뢰즈도 이처럼 어떤 기준을 세우는 것에 반대하였다.
데리다도 마찬가지다. 데리다도 역사의 변화를 중시하면서 구조주의를 반박했다. 구조라는 것이 인간이 태어나기 전부터 있었다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언어라는 것은 항상 그 의미가 변하는 것으로서 구조라는 고정된 틀 안에서 파악할 수 없다고 하였다. 그래서 그가 제언한 단어가 ’차연(差延 Differance)’이다. ‘차이와 연기’란 뜻을 함께 가지는 말이다.
하나의 단어가 가지는 의미는 다른 단어와의 ‘차이’로써 규정된다. 이를테면 ‘사장(社長)’이란 단어의 의미는 전무, 상무, 사원 등의 단어가 가지는 의미와의 차이에서 규정된다. 그런데 그 차이는 일정하게 고정되는 것이 아니라, 무한한 순환 속에 있을 수밖에 없다. 그 사장은 전대의 사장이나 직종이 다른 사장, 외국의 사장과는 다르다. 앞으로 나올 무수한 사장들과도 다르다. 이같이 단어들 사이의 차이는 고정된 채로 있는 것이 아니라, 시공간이 변함에 따라 변하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사용되고 있는 단어의 의미는 자꾸 뒤로 ‘연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단어들의 의미가 다른 단어들과의 의미의 차이로 규정된는 것은 구조주의와 같지만, 변화(차연)된다는 점에서 다르다.
이와 같이 모든 단어들의 의미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차연된다면, 인간의 모든 지식체계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차연되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참된 진리를 주장하는 일체의 주장은 모두 억측에 불과하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고정된 구조가 있다고 하는 구조주의의 그 불변의 구조는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 포스트구조주의다.
첫댓글 '포스트 구조주의'라는 말은 자주 들어 보았지만 이렇게 일목요연하게 알아듣기는 처음입니다. '차연(差延 Differance)'이라는 고급 용어도 새로 배우게 되어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