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니 새벽 3시다.
나의 방이 너무 건조해서 쪽 창문을 열어보니 엄청난 지리의 찬 바람이 나의 폐부에 가득 들어선다. 시원함이다.
바닥의 열기와 차가운 대기의 만남, 아주 조화로운 선택이었다.
달아난 잠을 다시 잡을수는 없고 그냥 멍하니 시간을 보내고 오전6시 노고단 정상에서 일출을 보기위해 길을나선다.
심한 안개가 노고단을 삼켜버렸다. 아무것도 눈에 들어서는 것이 없고...
거기다 햇님마저 늦잠자는지 기척이 없다.
설익은 가을이랄가? 전체적인 모습은 파스텔로 그려진 가을이 눈앞에 목도하고 있지만 조금 다가서 보이는 가을은
그냥 늙어서 말라버린 잎사기들 주검이다.
추적추적 내리는 가을비에 온몸을 적셔가며 지리능선을 걷는다.
앞도 뒤도 보이는거 없는 오늘의 行路, 그냥 감수하고 묵묵히 걸어나간다.
지침에 허기를 채우려 초코파이를 드시는 형님의 모습에서 오늘의 고단함이 묻어난다.
걷다보니 연하천대피소에 당도하고 잠시 비를 피해 몸을 다스린다.
힘은 들어도 시간은 흘러간다.
가을비 맞으며 지리산을 걷는 불편함이 나에게 있을줄은 몰랐다.
아뭏든 벽소령에 오후4시 도착했고... 약16km, 10시간의 산행길이었다.
첫댓글 가을비에 흐려 추울듯합니다 건강잘 챙기시고 안전 귀가 하시길 바랍니다.
샛별은 화개의신 시작하여 오후에 벽소령대피소에 만나서 같이 밥먹고 참 좋았습니다
사진보니 感回가 새롭군요 ! 살기위해 초코파이 가루까지 ㅎㅎ
雨中山行 같이해서 즐거웠어요 ㅎㅎ
노고단의 운해를 다시 보려나 기대했는데 아쉬웠습니다. 대신 반야봉에서는 멀리 천왕봉과 중봉을 흘러가는 구름 사이로 자깐씩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