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딩이던 70년대 초 우리 집엔 TV가 없었다. 우리 집에만 없는 게 아니라 살던 시골 동네를 통틀어 TV가 있는 집은 몇 집 되지 않았다.
TV가 귀하던 그때는 라디오가 크게 인기였다. 특히 라디오 연속극이 큰 인기를 끌던 시절이었다.
커서는 라디오 하면 FM의 음악 프로그램을 많이 들었지만 그건 한 참 나중의 일이다.
요즘 같은 여름날이면 저녁을 먹고 가족들이 마루에 앉아 라디오 연속극을 듣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러다 하늘을 쳐다보면 강같이 흐르던 하얀 은하수가 펼쳐져 있었다.
어른들 옆에서 들었던 라디오 연속극 중에는 지금도 기억이 나는 것도 많다.
얼마 전 이준익 감독의 영화 <박열>이 화제가 되었는데, 내가 박열과 가네꼬 후미꼬를 처음 알았던 것도 동양방송의 장편 연속극이었던 ‘일제36년사’에서였다.
종로에서 일본 경찰과 총격전을 벌였던 김상옥, 일제 수탈의 상징인 동양척식회사와 식산은행에 폭탄을 던졌던 나석주 의사의 활동도 같은 프로그램에서 접했던 인물들이었다.
해방 후 50년대 자유당 시절 정치물인 <광복20년>도 재미있게 들었는데, 덕분에 지금도 우남(이승만), 만송(이기붕) 창랑(장택상), 유석(조병옥), 해공(신익희), 해위(윤보선) 같은 당시 정치인들의 호가 머릿속에 남아있다. 이승만은 대통령이란 호칭보다는 ‘이박사’로 많이 불렸다(우리 아버지도 그렇게 부르셨다). 이승만의 느릿느릿하면서도 떨리는 말투는 성우 구민이 연기했었다.
일간 신문 맨 뒷면(그때 신문은 고작 8면이었다)에는 TV와 라디오 편성표가 있었다.
라디오 편성표의 비중이 TV에 비해 별반 뒤지지 않는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캡쳐>
성우 이야기 하면 잊히지 않는 사람이 유기현이다.
15년 동안이나 이어져 프로그램 자체가 전설이 된 <전설따라 삼천리>. 나중에 TV의 <전설의 고향>의 모태가 된 프로그램이었는데, 여기서 유기현이 해설을 담당해 “유기현이 올습니다” 라는 인사말을 시작으로 구수하면서도 실감나는 해설로 인기가 높았었다.
내가 처음으로 <삼국지>를 접한 것도 라디오였는데 그 해설도 유기현이었다. 장편이었던 <삼국지>에서 관우가 오나라 여몽의 매복에 걸려서 목숨을 잃었던 장면이나, 공명이 오장원에서 세상을 떠나는 장면을 들으며 눈물 흘렸던 때가 4~5학년 경으로 생각된다.
<전설따라 삼천리> 4000회를 알리는 1978.07.06 경향신문 기사.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캡쳐>
유기현은 당시 아이들에게 인기 절정이었던 <손오공>의 해설도 했었다.
그 당시 손오공은 정말 인기 짱이어서 손오공이 도술을 부릴 때 외우던 “우량바니바럄냐 뿌따라카 뿌롬냐 야잇~ 하던 주문이 40년도 훨씬 더 지난 지금도 기억이 난다. ^^
해설의 유기현 뿐이 아니고 배한성(삼장법사), 황운(저팔계), 양지운(넙죽이, 애는 삼장법사가 타던 말이다), 노민(사오정) 등 당시 쟁쟁한 성우들이 연기했었다. 그런데 정작 주인공인 손오공역은 박영남이란 잘 알려지지 않는 성우였다. 오죽했으면 박영남이 남자일까? 여자일까를 맞추는 문제를 내서 엽서로 응모케 하는 이벤트도 있었다.
5학년 때인 1973년 7월 25일 경향신문에 실린 라디오 편성표, 낮익은 프로그램들이 즐비하다
6학년 때쯤엔 “달려라 마루치 날아라 아라치, 마루치 아라치~~” 하던 마루치 정의의 주먹에 납작코가 되었던 파란해골13호가 나오던 <마루치 아라치>가 인기 짱이었다.
요즘 같은 연령별 제한 같은 게 없던 시절이니 범죄 드라마인 <법창야화>, 몇 년 전 세상을 떠난 김자옥의 해설로 큰 인기가 있었던 mbc 사랑의 수기 <사랑의 계절> 같은 것도 들었었다. <사랑의 계절>은 시기가 좀 뒤여서 중학교 1학년 무렵에 시작해서 그 뒤 80년대까지 이어진 장수 프로그램으로 기억된다.
물론 라디오에 드라마만 있는 건 아니어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있었는데, 그 중 좋아했던 건 <백만인의 퀴즈>라는 교양 퀴즈 프로그램이었었다. 거기 나오는 문제들을 매주 공책에 적을 만큼 좋아했었다.
하지만 사춘기에 들어서면서는 <별이 빛나는 밤에>, <밤을 잊은 그대에게> 같은 음악 프로그램들로 관심이 급속하게 바뀌었다.
‘대학가요제’가 처음 시작되었고 산울림의 <아니 벌써>가 세상에 나왔던 1977년 무렵이 그 때였다.
첫댓글 난 김자옥의 사랑의계절
우리집은언제나 웃음꽃피네 라는 주제음악이있는 가족극 잘들었는데
인사를 나눕시다 명랑하게 일년은 삼백육십오일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잘 날 없지만
우리집은 언제나 웃으면 산다~~
<아차부인 재치부인> 주제가~~ ㅋㅋ
법창야화의 시그널 음악은 핑크 플로이드의 Time... ㅎㅎㅎ
<법창야화> 음악은 기억에 없고 '강진 갈갈이 사건', '암흑가의 두 사람', '목격자' 같은 다뤘던 사건들 제목만.....
글 초입을 읽으면서 머릿속에 떠오른 것들...
마루치아라치~, 전설따라 삼천리~ 법창야화~
전기촉쿠다마가 잘 죽어서 촛불켜고 듣던 전설따라 삼천리는 정말 엄지척! 이었죠.
닭이 운다 꼬끼오~
아침 마다 꼬끼오~
모 회사의 양조간장 광고.
껌이라면 L껌.
12시에 만나요~ㅂ00콘.
그 시절에는
광고 노래도 라디오 연속극 만큼
인기 좋았죠.
벌써 옛날 얘기가 되었네요.
덕분에 추억을 더듬어 봅니다~^^
맞아요. 놀러가서 게임할 때도 CM송 많이 불렀지요. 윤형주가 만들고 윤석화가 불렀던 오란-C 광고, 껌이라면 역시 롯데껌~ 덕분에 지금도 껌 이름들이 다 생각이 납니다 ^^
야야야~ 야야야~ 차차차~
..................... 크~~~~
뭔뜻인지도 모르고 불렀던 그 때 그 노래~
@추임새 롯데껌처럼 향기롭게 웃어요~~ 쥬시후레쉬~~ 후레쉬민트~~ 스피아민트~~ 오오~~롯데껌. 좋은사람 만나면 나눠주고 싶어요. 껌이라면 롯데 롯데껌. 얼마나 불렀던 CM 송인지,
아직도 맴도네요.
라디오 드라마는 몰라도 cm송은 몇개 알아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