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장과 분식집을 같이 운영하고 있는데 분식집은 주로 미수기가 운영하고 전 점심까지만 하고 오후에 당구장으로
올라가는 패턴입니다. 최근 당구장이 어려워 금년초부터 내놨는데, 팔리진 않고 월세만 까먹고 있어도 그나마
김밥집 운영으로 그럭저럭 버티고(?) 있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어제 점심시간, 보통 2시쯤 지나면 손님이 뜸해지는데 "어라?" 어제는 계속 들어오는 겁니다.
"나 서초동 가야하는데...어쩌지? 저번에 길이 너무 막혀 이번엔 일찍 출발해야 하는데" 하면서 미수기 눈치를
살폈죠. 화난 얼굴로 "빨리 김밥이나 싸. 다 하고 가던지 말던지 해"
속절없이 손님은 계속 들어오고.....저리톡 회원님들 김밥까지 싸야 하는데....빨리 싸다 보니 김밥 옆구리를
터트리게 되는 실수를 계속합니다. 바늘허리 꿰어 못쓴다고, 정말 마음이 급하니까 되는 일이 없습니다.
마음은 콩밭에 가있고 실수는 자꾸하고, 늦어진 김밥 기다리는 손님도 짜증스러워 하고....
손님들이 어느 정도 빠진 후, 머리 끝까지 화가 난 미수기가 급기야 뚜껑을 열었고, 심하게 다투었습니다.
저도 화가 나서 씩씩 거리며 "다신 집에 안 들어간다... 너 혼자 잘 해봐" 라고...큰소리 치면서 말이죠.
차를 몰고 나와선 갈 마음은 없었지만 약속을 했기에 할 수 없이 서초동으로 향했습니다.
서초동의 일은 다른분들 글과 마찬가지입니다.
가는길에 보았던 태극기 망할당의 집회현장
변경된 모임장소
이미경님의 텀블러
디아스포라님의 핸드폰
연맘님의 정성
열심히 구호를 외치다가도 자꾸 미수기가 걸려 한숨만 나오게 됩니다.
"내가 뭐하는 거지? 개혁이 안된다고 우리가족이 살 수 없는 것도 아니고.....조국 아니면 또 어때?"
그런 뒤숭숭함에 더 이상 앉아있기가 힘들어 먼저 가겠노라..하고 일어섰습니다.(이미경님,연맘님 죄송합니다)
차를 탔지만 도대체 어디로 가야할 지..막막합니다. 예전 다니던 회사근처도 가보고 강남일대를 빙빙 돌다가
서울 외곽지역의 24시간 찜질방(덕소 쯤)을 찾아서 외박을 강행하고 아침에 일어났는데도 집에서 온 전화가
없습니다. " 그래 , 끝까지 가보자." 하며 이를 악물고 강원도쪽으로 차를 향하고 가다보니 두물머리(양수리)
거리 팻말이 보이길래 예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곳이라 시간도 많겠다 무조건 들어갑니다.
이른시간이라 아직 한적합니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합쳐지는 두물머리끝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비석이 보이길래 바라봅니다.
이제부터 저에겐 놀라운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외진곳 나무밑 벤치에 앉아 고등학교 시절에 읽었던 전혜린의 수필집[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를 떠올리며
검색을 해본 결과, 그것은 원래 전혜린의 수필집 이전에 독일작가 하인리히 뵐의 동명소설이었습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소설 요약
이야기는 1950년의 9월 30일 토요일에 시작해서 이틀 후인 10월 2일 정오경에 끝난다. 프레드는 보잘 것 없는 직업들을 전전하다가 지금은 가톨릭 교구관에서 전화교환수로 일하고 있다. 그는 아내 캐테와 세 명의 어린 자식들과 벌써 두 달째 떨어져 살고 있다. 공정하지 못한 성직자와 주택위원회 회장인 집주인 프랑케 부인의 방해로 6년 동안 기다려왔던 주택 배정이 무산되어 버리자 프레드는 단칸방에서의 생활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집을 나와 버린 것이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쾰른 시내를 구석구석 헤매면서 그는 가난의 굴레와 자신의 무력감에서 벗어나고자 한다.아내 캐테는 프레드의 가출에도 불구하고 가족에 대한 사랑과 신앙심으로 가정생활을 유지하고자 한다. 전쟁 중 쌍둥이를 잃은 상처가 있는 캐테는 싸구려 호텔방에서 프레드와 보낸 하룻밤으로 네 번째 아이를 임신하게 된다. 캐테는 프레드를 여전히 사랑하지만 단칸방으로 돌아오려 하지 않는 남편과 헤어지기로 결심한다. 신부의 심부름으로 은행으로 가는 중에 프레드는 우연히 캐테를 목격하고 뒤를 쫓다가 죽은 아이들의 무덤을 찾는 그녀의 모습에서 가족에 대한 사랑을 느끼고 다시 가정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한다.
작품 속의 명문장
캐테는 어느 여자 꽃장수의 가게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나는 이 세상 어느 누구보다도 나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그녀의 손을 자세히 보았다. 그 손을 잡고 10년 넘게 계속 잠을 자고 식사하며 이야기를 나눴었다. 뿐만 아니라 같이 잠자는 것 이상으로 사람들을 연결시켜 주는 그 무엇이 그 손과 나를 연결시켜 주었었다. 우리에게는 서로 손을 맞잡고 기도하던 시절이 있었던 것이다.
우연히 거리에서 캐테를 목격한 프레드는 그녀의 뒤를 따라 걸으며 아내의 낯설고 익숙한 모습에 많은 생각을 한다. 새삼 그녀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고, 또 두 사람을 이어주는 아이들에 대한 사랑을 느낀 프레드는 집으로 돌아가야겠다고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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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집으로 돌아가라는 운명이라고 순순히 받아드리기로 하고 입구쪽으로 나오는데 또 한번의 운명이 있었습니다.
당구장이 곧 팔릴거란 하늘의 계시인것 같습니다.
지금은 당구장입니다. 지루한 글 읽어주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첫댓글 ㅎㅎㅎ 코뚜레를 걸어놓으셨네요. 잘하셨어요. 원하시는 대로 되실 겁니다. 오늘 저녁은 미수기님 손잡고 깊은 사랑도 확인하시길요~~
손은.....좀 !!!!!
비오는 날....우산 같이쓰고 갈 때 팔짱끼는거 외엔...ㅋㅋ
집회때 공화당쯕으로 고개돌리시며 "그만해" 하고 버럭하시는거 제가 순간 포착했습니다 ㅋㅋ당구장 새주인 빨리 나타나고 동일님은 화이팅입니다! !!!
정말 폭탄 던지고 싶은 맘....루민님도 그랬죠?
부인에게 대드는 용감한 사내???ㅋㅋ
부인에게 무릎꿇고 사과하시고....동원할 수 있는 애교 다 동원하셔서 기분 풀어주시고요..ㅎㅎ
운명이라는 운명이 되고 싶은 운명이 될 것 같은....그런 운명속에 늘 살지요.
저두 소코뚜레 하나 가지고 싶네요. 저두 가게 그만 하고 싶거든요.
옆가게가 주인 품목이 바뀌어 지금 공사중인데
마음이 뒤숭숭하네요...
가게를 하다보니 내 생활이 너무 없어서 더 늙어버리기전에 아무 것도 안하고 좀 쉬고 싶네요
지금은 마음이 좀 풀어지셨는지요?...ㅎㅎ
제 기분 말고,,,미수기 마음이 문제입니다. 지금은,,ㅋ
@김동일 부인 마음을 말하죠? 사내 맘이야 뭐라고 신경써요???ㅋㅋ 부인마음 달래서 풀어줘야죠...
무조건 비세용^^ 손이 발이 되도록....ㅋㅋㅋ
@난이 동감~~^ㅎ
ㅎㅎㅎ 부럽네요
일상의 토닥거림이
자알 ~~ 하시길
기원 할게요
감사합니다. ^.^
ㅎㅎㅎ~~님의 글을 지루하지 않고 단숨에 쭈우욱 읽었어요~~^글을 참 잘 쓰시네요~~^당구장은~~ㅋ^잘 해결 될것 같구~미수기 님과의 문제는~~~?지혜롭게 자~알 해결 하실분이라 생각해요~~^
예전부터 님의 글을 글을 쭉 봤는데요 보통 솜씨를 뛰어 넘는다 라고 생각했었는디~~글 쓰시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도 되지 않을까~~ㅎ
과찬이십니다. 항상 내용 전달이 잘 안되게 씁니다.
감사합니다.
저두 그렇게 생각해요...ㅎㅎㅎ글 솜씨가 장난아니시죠...커피한잔 사 주실꺼죵^^
소코뚜레, 저희 엄마도 옛날에 저거 구해오셔서 효과를 보셨어요 ㅎㅎ
희망~~~
진짜요,,,저두 하나 장만해야겟네요 ㅋ
아이고 그리 심란하신 상태서 저희 챙기신다고 ㅜㅜ.위에 사진 참 이쁘네요.
지금쯤이면 미수기님과 화해하시고 맛난 저녁드시고 꽁냥꽁냥하시겠네요...
퍼득 가계 처분 되도록 같이 염원해 보아요~~~
손님없는 당구장 지키고 있슴다. ㅋ
저의 개인적인 생각은
자신의 삶이 우선이고
나와 내 주변이 평안해야지 비로소
옆사람에게도 눈이 돌아가는 거죠...
행복과 불행은 극과 극에 있는 것이 아니라 붙어 있습니다...
어느 하나가 많고 적음에 행복이 결정된다고 봅니다...
평안을 이루신 후에 함께 집회 참여한다면 더더욱 좋을거라 생각하며
오늘 글처럼 진심을 얘기하세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젊은이들은 당구 보다 잼있는 것이 더 많은 듯.대학가도 당구장 옛말,,,겜방. 코인노래방 천지....
당구장도 대형화 추세입니다.
동네 소규모 당구장은 금연법
이후 전멸입니다.
제가 김동일님을 찬찬히 보기 시작한 시점이 동일님께서 올리신 글 "백지상"을 읽은 후 부터였습니다.
그리고 아내 분과의 여행기록들을 올려주셔 한없이 다정다감함에 또 한번 감동했었지요. ㅎㅎ
진짜 하이라이트는 바로 어제,
저리톡 깃발을 들고 우리 회원분들을 맏 형처럼 맞아주시던 모습에서 울컥해지기도 했답니다.
저는 코뚜레를 보면 어릴적 팔려가던 소들이 생각나서 맘이 슬퍼요. 대문 나가기 싫어서 구정물 한 번 더 먹고 떨어지지않는 발걸음 느리게 떼던, 그 슬픈 눈들이 생각나요.
당구장 얼른 팔리기 바랍니다~
부인께 무조건 싹싹 비세요... 집회는 가면 좋고 못 가면 생방으로 보셨어도 되었을텐데.. 미수기님께 그러시면 안 됩니다. 말리는 미수기님의 마음은 오죽할까? 당구장 얼른 새 주인 찾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