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원의 품에서 한동안 안겨있으면서... 조금은 제정신을 차린 연두가..
대체 무슨짓을 한건지... 너무나 조용한 아래층 상황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 뭐야? 쎈척 하더니.. 심장이 쿵탁거리잖아? "
" 너무 충격적이었지? 내가 무슨말을.. 한거야? "
" 이건 무슨 작전이야? 나한텐 제데로 얘기해야하잖아? 그래야 손발 맞춰 도둑질도 하지? "
" 아줌마.. 아니. 어머니.. 쇼크받으셨겠지? "
" 다시 돌이켜? 수습.. 해? "
그건 .... 싫다..뭣보다.. 이도저도 아닌.. 이런 결혼생활은 정리가 필요하다.
" 오빠랑. 오빠따라서.. 학교.. 관두고.. 엄..그게..그러니까.. "
" 그건.. 나도 싫다. 그만두더라도.. 이런 방식은 아니지 싶다. 우선 우리가 함께 있는게 주요한 문제가 아닐까 "
" 그리고.. 어머니.. "
머리싸매고 누운 상원모가 등을 보이고 있다.
뭔가 단단히 결심한듯한 상원이 .. 연두손목을 잡고 안방에 자리했다.
알면서도 모른척.. 자는척.. 기척도 하지않는 상원모.
" 어머니! 연두하고 이렇게 지낼수는 없을것 같습니다. . "
" ................누가.. 뭐라니? "
" 그래서.. 연두가 학교 그만둘때까지.. 강원도에서 합칠때까지.. 당분간.. 처가집에서 지내겠습니다. "
" 오빠? "
" 어머니 곁에 연두가 있으면 안심될것 같아서... 그래서 급히 결혼식도 했던건데... 사실.. 우리 모두 너무 단순하게 생각했었던것 같습니다. .
가족같은 사이하고 가족하고는 많이 다른것 같습니다. "
" 니가 왜? 니가 어디가 어때서.. 처가살이를 해 ? 난.. 그꼴 못본다. "
" 그럼.. 진짜 얘들.. 이혼이라도 시킬셈이야 ? "
이혼?
설마.. 저 여린것이.. 이혼은 무슨.. 괜히 억지부리는 게지... 하면서도
평생처음보는 악다구니쓰던 연두모습에 슬쩍 걱정이된다.
" 종혁이 곧 군대갑니다. "
" 가겠지... 남 다 가는 군대.. 그게 뭐가? "
" 종범이도 저렇게 끝내게 둘순 없잖습니까? "
큰오빠?
아~ 연두 결혼식때도 보이지 않은 새언니를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 설마 설마.. 더 이상 알아버리면
귀찮아질듯.. 애써 모른척했던 오빠부부의 문제다.
" 그애들은 안되는 애들이야.. 어차피 깨진 판에 무슨.. "
"연두가 곁에 있으면 다시 시작해보라고 할수있을겁니다. 그러니까.. "
" 참.. 오지랍이다. 마누라가 이쁘면 처가집 말뚝을 보고 절을 한다더니.. 니가 꼭 그짝이구나. "
상원의 속깊은 얘기에 연두는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내생각만 하느라 아픈 시어머니도.. 오빠도 친정부모님도.. 생각 못했었다.
창피하고 부끄럽다.
아... 이남자가 그래도 역시.. 나보다 훨씬 어른이구나.. 기분이 이상하다.
" 주중엔 처가에서 주말엔 여기서...
죄송합니다 . 그렇게 하겠습니다. "
너무나 단호한 목소리가 한치의 다른 가능성은 없는듯하다.
서운해서 내다보지도 않는 상원모를 뒤로하고
상원부와 상진 . 상민의 배웅을 받으며 친정으로 향한다.
" 언제 부터.. 그런생각을 했어? "
" 뭐? 무슨 생각? "
" 우리집생각? "
" 우리집이라니? 어디가 우리집인데? "
" 미안.. 어쨓든.. 그렇게 생각이 많았어? "
" 종혁이 내 친구다.. 그녀석.. 힘들어해.. "
" 나 학교 . 그만두길 바란거 아니었어? 같이 강원도 가는거 싫어? "
" 학교.그만두는거.. 도망가는거잖아 난.. 이런식으로 포기하는거 딱 싫다.
적성이 아니라서 관두는건 니맘인데.. 날 핑계삼아 도망칠 생각따윈 하지마라"
언제나 그렇듯... 어린아이의 머릿속을 훤히 들여다보는 어른처럼
상원은 이번에도 연두의 나약한 속내를 훤희 들여다보는것에 그치지않고 딱부러지게 집어냈다.
이럴것까진 없는것 아닌가.. 얄미운 생각에 입을 뾰로통하고 무안함을 외면하고 있으면..
" 그런데.. 상민이..상진이 얘기까지 다..터뜨려놓고. 왜 내가 너한테 한 잘못은 얼버무렷어?
그거 까지 했으면 어머니... 다신 너한테 심하게 못하셧을텐데.. "
" 진짜 헤어질거 아니면.. 마지막 자존심은 지켜야지.. 오빠가.동생들 앞에서 ..못난형 되는거 싫어.
내가 미워해도.. 그래도 내남편인데.. 나쁜놈으로 낙인찍히는건 싫다구.. 싫어. "
놀란 눈으로 입이 쩍 벌어진 상원의 모습에..
뭔가 대단한 얘기를 해버린거구나. 싶다.
" 내 열등감이 너한테도 보였구나. "
" 열등감? 오빠처럼 잘난 사람한테 그런말이 어울리기나 하나?. "
" 상진인.. 처음부터 뭐든 잘했어. 그녀석보다 못났다는 얘기 안들으려고 늘 노력해야했어.
너랑도 더 쉽게 .. 잘 어울리고.. 어머니도 그녀석 애교에 늘 웃으셨지.
난.. 뭘해도 썰렁하고 큰녀석이 싱겁다.. 큰녀석이 가볍다.. 하시면서 늘 의젓하길 원하셨던것 같다. "
" 오빠? "
오빠한텐..... 그런 유치한 감정따위는 없을줄 알았다.
그져.. 늘.. 자신만만.. 용기백배. 그런 남자인줄..
" 우리 .. 다시.. 시작하자! "
" 다시? "
" 신혼방도 옮기는 이마당에.. 첫날밤부터.. 다시 .. "
" 다....시? .. 설마.. 지금? "
" 언제까지 니 눈치보면서.. 이렇게 반쪽짜리 부부로 지내고 싶진 않다. 예쁘게 멋지게 다시 시작하자. "
한참..고민하던 연두가.. 다짐한듯 고개를 끄덕였다.
" 설마 또!! . 싸구려 모텔로 갈건 아니지? "
" 서울에서 제일 좋은 호텔로 ! "
" 트렁크 하나씩 들었으니까.. 덜 챙피하지 싶어서야.. 호텔 가는거.. 창피해 "
혹시나 연두의 맘이 바뀔까 힘있게 악셀을 밟는다.
호텔이 가까워질수록... 후회하고 있는 연두의 얼굴이 보인다.
" 오빠! "
" 다왔다. 내리자. "
" 저기.. 있잖아. "
" 방이 있으려나.. 예약을 안해서.. "
" 잠깐만.. "
" 올라가서 얘기하자. 스위트룸이 있어야하는데... "
다른말을 할까봐.. 자꾸 연두의 말을 끓고있다.
그런 상원의 맘을 눈치챈 연두가 그래 까짓 하며.. 상원을 뒤따르지만
입안이 바짝바짝 마르고 맥박이 빨라지는건 어쩔수가 없다.
방문앞에 다다르자 갑자기 휙 뒤돌아보는 상원
연두를 지긋이 바라보다가 갑자기 번쩍 들어올려 문을 열었다.
예쁘고 화려한 실내인테리어에 내려달라며 버둥거리던 연두가 멈췄다.
" 우와~~ 좋다. 예쁘다. "
헉헉 거리며 호흡을 가다듬는 상원은 모른척하고
꿈속인양 그대로 누웠다.
" 맘에.. 드냐? "
" 이리와봐.. 천장까지 .. 이렇게 신경쓴거봐.. 예쁘지? "
머리를 맞대고 나란히 누워 천장에 있는 화려한 샹드리에를 감상하고 있다.
몸을 일으켜.. 연두에게 향하는 상원에게 동그랗게 눈동자를 굴리며..
" 어머니.. 진짜 괜찮으실까? 화병나실거야.. 어쩌지? "
"시간.. 없어.. 나.. 내일 새벽에 가야해.. "
조심스럽게 연두의 입술로 다가가 호흡을 내뱉는 순간..
눈을 질끈 감으며 어깨를 움추리는 연두가 보인다.
쉽지는 않을꺼라.. 생각했지만.. 그래도 이럴때마다.. 기운이 빠지고 화가난다.
" 미안.. 미안해.. 오빠.. "
" 아직.. 여전히. 그렇구나.. "
" 그게.. 안그러려고 .. 그러는데.. 조갯살의 발처럼.. 건드리기만하면 나도 모르게 움찔하고 움추러들어서.. "
" 일부러.. 그러는건.. 아니라는거지? "
미안한 얼굴로 눈동자를 바라보며 고개만 끄덕인다.
" 돈주고 여자 사는데.. 그런데나.. 갈까? "
" 뭐? !!"
" 내 수첩에 부대근처. 다방부터 여관까지 .. 아가씨 소개해주는곳 전화번호가 10개나 있는데...
맘 먹으면 언제라도.. 나.. 가능하다. "
" 그래서.. 지금 나. 협박해? "
" 협박이 아니라.. 동정심유발이지. "
" 불쌍하기보다는 능글맞은 아저씨 같은데? "
김샌 표정을 어쩌지 못하며 투덜거리며 욕실로 향한다.
" 씻을려구? "
" 겁먹지마! 그냥 한심해서 찬물로 씻으려구... "
욕실문이 신경질적으로 쿵 닫혔다.
창문을 내려다보면 서울시내가 다홍빛으로 예쁘게 물들어가고 있다. .
참 예쁘다 하면서 상원의 샤워소리에 살짝 긴장하고 있으면
상원의 핸드폰이 요란스럽게 울린다.
" 전화왔어! "
" 받아봐.. 집이겠지.."
" 발신번호가 없는데? .. "
<여보세요? 지상원씨 핸드폰입니다. >
< 안녕하십니까? 민혜경소위입니다. >
<어.. 네 .. 안녕하세요? >
< 지소령님과 통화를 좀 해야합니다. >
<저기. 잠시만요.. 지금 욕실에 있는데.. 전해드리면 안될까요? >
< 보안상.. 직접통화해야합니다. >
이것들은.. 끄떡하면 보안상 비밀이지.. 치사하다. 치사해..
" 오빠! 전화받아.. "
" 누구? "
" 민소위님! "
짧은 머리를 툭툭털며 샤워가운을 걸치고 나선다.
샤워코롱 냄새가 향긋하다.
괜히 무안해서 눈을 피하며 전화기만 쭉 내밀고 선 연두에게
통화를 안하고 연두의 다음동작을 기다리며 눈짓을 한다.
뭐야? 비키라구?
못알아듣는척 풍경을 내려다보고 서있으면
" 너두 들어가 씻어. "
" 왜 ? "
" 통신보안! "
잘났다 잘났어.. 재수없어.. 군발이들이란..
<어. 그래..됐다. 별일 없나?
어... 어.. 그래.. 응.. 달빛이 어둡습니다. 당신이 그립습니다. 수고! >
그립? 그립습니다. ? 뭐야?
뭐하는거야?
팔짱끼고 문앞에 섰다.
" 달빛이...? 뭐? 그리워? 누가? "
" 야!! 정연두!! 교양없이 누가 남의 전화를 엿듣나? "
" 역시.. 뭔가 있어.. 뭐야? 무슨사이야? "
암코양이 처럼 발톱세우고 노려보는 연두의 모습에 기분이 좋아진 상원이 장난을 계속한다.
" 많은걸 알려고 하지마라. 다친다. "
" 어랏? 지금 뭐라는거야? 민소위랑.. 진짜 뭐야? "
" 쿨하고 화끈한 여자지. "
" 여자? 여자? 여자였어? "
" 그럼 군복입고 워커신는다고 남자인줄 알았나? 화장도 하고 요리도 잘하는 여자.. 천상여자지"
" 요리? "
연두의 약점인 요리.. 어머니께 늘 요리때문에 야단을 맞았는데..
" 오빠한테.. 민소위가 여자였어? "
" 나한테 여자는 정연두뿐이지만... 솔직히... 나도 남자구.. 외로울땐... 가까이 있는 사람이 위로가 되기도... 하지. "
" 뭐? 그걸.. 말이라고 해? "
" 군에 있으면 국밥집 할머니도 여자로 보인다는말.. 모르냐? 뭐.. 감옥살이하는 일반 병들의 얘기라지만.
결혼하고도 독수공방하는 나한텐 별다르지 않다. "
살살 약을 올렸더니... 어느새 욕실로 사라졌다.
한 두어시간이나 지났을까..
어느새 목욕가운을 갈아입고 나타난 연두가 신경질적으로 상원의 옆자리에 풀썩 앉는다. .
" 깜짝이야.. 심통났냐?"
"심통은 무슨. 아까.. 그 전화. 뭔데? 왜 비밀통화하는건데? 응? . 그거 얘기해주면 화 안낼께"
" 그건 아무리 너라도 말 못해. "
" 못해? "
" 절대 못해! "
" 둘이 어떤사인데? 왜 말 못하는데? 왜? "
신경질이 잔뜩나서 금방이라도 울것같은 얼굴을 하고 상원을 노려보고 있다.
이쯤해서 그만둬야하나 싶지만
" 화났어? 오빠가 장난친거야.. 알잖아? 민소위.. 너무 쿨해서 남자같은거! "
" 그럼 말해.. 뭐야? "
" 안보가 생명이야! 우린 아무리 부부사이에서도 지킬건 지켜! "
" 나말고.. 다른 여자랑 왜 비밀같은거 갖는건데? 왜? 왜? 무슨 대단한 국토수호를 하신다구? "
" 비아냥거려도 무시해도 절대 말안한다. "
괜히 억울하고 울화가 치밀어 울그락 불그락 하다가
눈물을 잔뜩 눈동자에 채우고 상원을 향해 덤벼들었다.
반사적으로 방어하는 손동작을 취하려는데
눈꼭 감은 연두가 상원의 입술을 점령하고 목덜미를 끌어안았다.
이건 뭐지 싶지만 더이상 생각할 여유는 없다.
어디서부터 시작된 용기인지 모를 연두의 동작이 멈추기전에 다음동작을 연결해야한다는 마음에
상원의 손동작은 바쁘다
입술과 손가락이 부드럽고 섬세하게 연두를 관찰하고 나섰다.
목욕가운을 조심스럽게 넘겨 하얀 어깨가 들어나면
단단한 결심을 하고 나선듯한 연두의 나체가 상원을 얌전히 기다리고 있다.
용서를 구하는듯
연두의 발끝부터 조심스러운 입맞춤으로 온몸을 탐색하고
뜨거운 연두의 입술을 부드럽게 점령한다.
보라색어둠이 낮게 드리워 침실의 조명이 은은하게 살아나면
발갛게 달아오른 연두의 얼굴이 드러난다.
더이상 어리고 수줍은 여동생은 아니다.
질투에 자존심따위 생각할 겨를이 없는
사랑을 막 시작한 여자의 모습이다.
침실은 아침이슬을 맞은듯 촉촉히 젖었다.
상원은 숨이 멎을것 같은 행복에 호흡을 가다듬는다
" 오빠~ 진짜 말 안해?그거.. 둘이 무슨 얘기 한건데... 응.. 아~~잉.. 응? "
필살애교에 머리속이 까맣게 정지되어버린듯하다.
" 암구호! "
" 뭐? "
" 오늘 저녁.. 암구호라구!! 아~~씨.. 말하면 안되는데.. 너때문에 군인생 10년이 무너지잖아..
넌 하여간 앙큼한 기지배야!! 이순간에 그걸 꼭 물어야해? "
별거 아닐꺼야.. 믿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상상도 못했던 얘기에.. 맥이 확 풀리고 미안해진다.
" 미안해.. 그런걸.. 물어봐서.. "
" 너.. 앞으로도 나 하는일에.. 꼬치 꼬치 그렇게 물으면 곤란해.. 첫날밤 치룰려구 군법 위반한 놈은 나밖에 없을거다. "
" 그러게.. 무슨 암구호를 그딴걸 해.. 보통 너구리.. 개구리. 그런거 아닌가? "
" 그거야.. 6.25때 얘기구.. 요즘은 문장으로도 해.. 가끔 정신 빠졌을때.. 이자식들 내가 신혼이라고 장난치느라 그런모양인데..
다시 바꾸라고 해야겠다. "
" 전화기.. 저기. "
" 지금 그게 문제야!~ 이리와!! "
사랑해~~ 사랑해~~
말로 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따뜻한 시간
밤이 깊어지는게 너무나 아깝고 슬프다.
카페 게시글
로맨스 소설 2.
[ 중편 ]
천하웬수17
꿈꾸는 아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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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0.23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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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자주좀 올려 주세요 님기다림이 상원이 연두를 기다리는맘보다 더 애절하지싶네요^^*
드디어 화해 했네요.^^ 이제 상원모만 남은듯...그런데요..너무 소설 기다리게 하지 마세요~ 미워요^^ 자주 자주 올려 주심 애독자로서 감솨~감솨~~
너무 오래 기다렸어요..좀 빨리 오시지....ㅠㅠ 목 빠지는 줄 알았네,,,
정말 죄송합니다. 몸이 좀 안좋아서.. 이리 저리. 병원 다니느라.. 시간도 맘의 여유도 없었네요.. 죄송해요.. 다시 힘내겠습니다.
몸이 안 좋으시다니.. 저도 오랫동안 기다렸었는데.. 얼른 쾌유하셔서 재미있는 글 써주세요!!
많이아프신건 아니죠? 하루빨리 쾌차하시길 빌어요.^^
너무 오래 기다렸어요... 건강 쾌차를 위해 저도 기도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