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월호 참사 10주기
김정화 단원고가족협의회 위원장
청소년들에게 세월호 물어보면 대통령 탄핵부터 이야기하더라
그것이 세월호를 기억할 이유 아냐
김정화(57) 0416단원고가족협의회 (단가협) 위원장은 세월호 참사로 딸 김빛나양을 잃었다.
이후 많은 사람을 미워했다.
정부도, 같은 세월호 참사 유가족도 증오 대상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누군가를 미워하면 살기가 더 힘들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떤 대통령은 미워하고, 특정 정당만을 지지하는 것도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4월 16일이 앞으로는 '희생' 아닌 '안전'을 돌아보는 날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18일 경기시흥의 집 근처에서 기자와 만났다.
그는 세월호 참사 2년 뒤 경기 안산에서 이곳으로 집을 옮겼다.
참사로 세상을 떠난 딸이 생각나 안산에 살 수 없었다고 한다.
딸 빛나양은 단원고 학생이었다.
김 위원장은 '청소년들에게 세월호 참사에 대해 아느냐고 물으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준석 선장' 이야기부터 나오더라'며
'이건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아야 할 이유가 아니다'라고 했다.
김위원장은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면 안 되기 때문에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아야 한다'며
'사고가 발생하면 구명조끼가 배에 비치돼 있는지, 바다에 빠지면 수영은 어떻게 하는지 등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배에서 뛰어내릴 때는 머리 먼저 물에 닿도록 뛰어내리지 말고, 다리를 약간 든 상태에서 하체가 먼저 물에 닿도록
뛰어내려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며 '머리에 충격을 입어 뇌 손상이 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세월호 소식이 지겹다'는 말이 상처가 된다고 했다.
하지만 '유가족들도 '세월호' '희생자'라는 말 자체만이 부각되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4월16일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날이기도 하지만, 국민 안전의 날리기도 하다'며
'매년 이날이 될 때마다 그저 희생자를 추모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앞으로 우리 사회에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주변을 점검하고 되돌아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단가협은 세월호 참사 유가족이 모여 만든 세 단체 중 한 곳이다.
단원고 희생자 111명의 유족이 소속돼 있다.
'누군가를 미워하며 사는 게 더 힘들더라'
김위원장은 지난 16일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0주기 기억식에 참석했다.
그는 '유가족들에게 10주기라고 해서 다를 건 아무것도 없다'며
'오히려 10주가 행사가 진정 유가족을 위한 것이 맞느냐는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행사장은 단체로 노란 옷을 맞춰 입은 이들로 붐볐고, 정치인과 시민 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그러면서 '심지어 '시민이 만든 것이니 달라'며 노란 종이 나비를 나눠 주는 이들도 있었고, 한 지인은 기억식에 입고 가라며
노란 옷을 선물했다'며 '남편과 저는 검은 옷을 입었다.
그저 죽은 아이 엄마로 울고 슬퍼하고 싶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참사 이후 민주당은 우리한테 여러 차례 손을 내밀었고, 5년간 정권을 쥐었다'며 '결국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행사장에는 윤재욱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등이 참석했는데, 몇몇 유가족은 일부러 피하더라'며
'아이들이 추모하러 오셨는데 그래선 안된다 싶어 이들과도 인사를 나눴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참사 직후에는 누군가 도움을 주면 '당신이 어떻게 우리 마음을 아느냐'며 손길을 뿌리쳤다'며
'되돌아보니 그때 받은 마음이 무척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제 당시 받은 배려를 되돌려주고 싶다'고 했다.
단가협은 지난 2021년 청소년을 대상으로 분기마다 안전 홍보 봉사 활동을 시작했다.
경로당도 방문했고, 쌀 나눔 행사도 벌였다.
앞으로 단기협 차원의 봉사 횟수를 늘리고 봉사 잔체로 정식 등록할 계획이라고 한다.
김 위원장 가족은 세월호 참사 2년 뒤인 2016년 2월 안산을 떠나 경기 시흥으로 이사했다.
그는 '큰딸을 키우며 안산 안 가본 곳이 없다'며 '어딜 가든 큰딸 생각이 나 살 수 없을것 같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매일 큰딸을 생각하며 힘들어 하는 모습을 둘째 딸에게 보여주기 미안한 마음도 있었기 떄문에 안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둘쨰 딸 나이가 큰딸이 떠나는 고등학교 2학년 될 무렵에는 불안하기도 했다'며
'하지만 요즘은 시흥에 있으면 마음이 편안하다'고 했다.
처음 이사 갔을 땐 주변이 한동안 세월호 참사 유가족임을 숨겼다.
김 위원장은 '둘째 딸이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담암교사에게 '언니를 잃고 난 뒤 진정한 친구를 못 사귀겠다'고
고민을 털어놓은 걸 계기로 세월호 유가족임을 밝히기 시작했다'고 했다.
이사 간 지 한 달이 지난 뒤였다.
김 위원장은 이후 둘째 딸 반의 학부모들과 교류하며 자기 처지를 밝혔고 이들에게 위로를 많이 받았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세월호 유가족이라는 사실을 밝혔을 때 주변 분들이 특별히 동정하거나 비난하지 않았다'며
'그저 묵묵히 기도해주는 주변 사람들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그때 인연을 맺은 어머니들과는 매들 만나 식사하며 수다를 떨기도 한다'고 했다.
그는 최근엔 지인에게 얻은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김 위원장은 '피아노 건반 앞에만 앉으면 모든 것을 잊고 집중하게 된다'며
'유가족이라고 계속 우울하게 있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피아노도 치고, 꽃밭도 가꾸면서 '힐링'하는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고 했다.
그는 '뜻을 함께하는 유가족들과 함께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들고 싶다'며
'훗날 딸을 만났을 때 '엄마가 네 몫까지 잘 살고 왔다'며 끌어안고 인사를 할 것'이라고 했다. 시흥=장윤 기자, 서보범 기자
4.16 극단 유가족들 '무대가 우릴 일으켜줬다'
9년째 연극, 다음달 공연 앞둬
'자식잃고 홀로 버려진 기분
함께 연기하면서 위로 받아'
지난 15일 오후 2시 경기안산시 화랑유원지 4.15가족협의회의 한 컨테이너 세월호 참사 유족들이 모인
4.16 가족극단 '노란리본' 단원들이 연극 연습을하고 있었다.
이들은 오는 5월 공연할 '그와 그녀의 옷장' 대본을 읽었다.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옷을 통해 그들의 삶을 조명하는내용이다.
박유신(52)씨와 이미경(61) 씨는 극중 서로를 향해 발차기 하는 장면을 연습하다 웃었다.
조폭 약할을 맡은 최지영(60)씨가 돌려차기에 성공하자 단원들의 박수가 쏱아졌다.
노란리본 단원들의 연극 연습은 지난 2015년 3월 시작됐다.
세월호 참사 직후 가족들에게 바리스타 수업을 해주던 강사가 '가족들의 상처가 깊어 이대로 두면 큰일 나겠다'며
연극을 권했다고 한다.
단원고 학생 고 정동수군의 어머니 김도현(50)씨는 '세월호 참사로 동수를 잃고 세상에 혼자 있는 듯한 기분이었는데,
무대에 서 보니 나뿐 아니라 다른 사람도 아프다는 걸 알겠더라'고 했다.
이들의 첫 공연은 2016년 7월 단원구노인복지회관에서 열렸다.
김씨는 돌아오는 건 아니지만 버텨내는 힘이 생기는 것 같다'고 했다.
고 최윤민양의 어머니 박혜영(61) 씨는 '처음 연극을 시작할 무렵 연출가가 '어머니들을 웃게 해 주고 싶다'고 말해 거부감을
느끼기도 했었다'며 '내가 다시 웃을줄 몰랐는데 연극을 하며 다시 웃기 시작했다'고 했다.
벅씨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연극은 슬프고 무거울 거 같다고 까리던 사람들도 연극을 관람한 뒤에는 '울림이 있으면서도
코믹하다'고 만족하신다'고 했다.
이들의 공연은 9년쨰 진행 중이다. 안산=장윤 기자
0416 단원고 가족 협의회
새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이 모여 만든 단체 3곳 중 한곳으로, 단원고 희생자 111명의 유족이 소속돼 있다.
다른 유가족 단체로는 4.16 세월호 참사 가족 협의회(136명), 새월호 일반인 유가족 협의회(42명)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