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까머리' 유승민(22·삼성생명)이 12억 중국대륙의 자존심을 무너뜨렸다. '해가 지지 않는 핑퐁 왕국' 중국이 저력과 끈기를 앞세운 코리아의 젊은 청년 유승민의 힘과 패기 앞에 보기 좋게 침몰했다.
'한국탁구의 대들보' 유승민(세계 3위)은 23일(한국시간) 아테네 갈라치 올림픽홀에서 벌어진 남자단식 결승전에서 중국탁구의 '떠오르는 별' 왕하오(세계 4위)를 4-2(11-3 9-11 11-9 11-9 11-13 11-9)로 물리치고 금메달을 땄다. 유승민은 같은 펜홀더 드라이브 전형으로 성인대회에서 6전전패를 당했던 왕하오에게 가장 멋진 복수극을 펼치며 세계를 품에 안았다.
한국이 탁구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지난 88년 서울올림픽 남자단식(유남규 금, 김기택 은)과 여자복식(양영자-현정화) 이후 16년 만의 쾌거. 유승민은 김택수, 이철승, 오상은 등 선배들이 올림픽은 물론 세계선수권에서 한번도 이루지 못한 한을 풀며 한국탁구의 매서운 힘을 세계에 떨쳤다.
남녀단식을 모두 휩쓸려던 중국은 '탁구의 꽃'이라 불리는 남자단식에서 88년에 이어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발트너(스웨덴)에게 금메달을 내준 이후 96년(류궈량)과 2000년(공링후이) 연속 패권을 찾으며 자존심을 세우는 듯했지만 아테네에서 또다시 무너지며 '올림픽 악몽'에 시달렸다.
세계를 제패한 강력한 무기는 유승민의 오른손 포핸드 드라이브였다. 준결승전에서 유승민에게 1-4로 패한 얀 오베 발트너(스웨덴)가 "세계 최고수준의 포핸드와 스피드"라고 칭찬했던 그의 파워풀한 드라이브 앞에 왕하오도 당황하며 어쩔 줄 몰라했다.
출발부터 산뜻했다. 유승민은 첫 세트부터 강력한 포핸드 드라이브로 왕하오를 몰아붙이며 11-3으로 세트를 따냈다. 유승민은 반격에 나선 왕하오의 역습에 말려 2세트를 9-11로 빼앗겼지만 3·4세트를 연속 11-9로 잡아내 기선을 제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