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가는 한 겨울에 ‘가을잔치’가 열릴 지도 모를 일이다.
올 프로야구가 시도때도 없이 떨어지는 빗줄기 때문에 사상 최악의 순연 사태를 빚고 있다.
20일 전국 4개 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프로야구 4경기 중 광주 SK-기아전을 제외한 잠실(현대-두산),대구(LG-삼성),대전(롯데-한화)경기가 비로 연기됐다.
21일 현재까지 올 시즌 비 때문에 연기된 경기는 총 392게임 중 모두 44경기.
전반기 예정 게임수가 384경기 였으나 그 중 41번이 비 때문에 치르지 못했고 후반기 들어서도 이틀째만에 8게임 중 3경기가 비로 연기된 상태다.
팀별로는 기아가 홈에서 12경기,원정에서 3경기 등 총 15게임을 비 때문에 하지 못해 가장 큰 ‘비 피해’를 봤다. 기아는 8개 구당 중 가장 많은 83게임을 치른 SK와 무려 게임수에서 10개나 차이가 난다.
이는 본격 장마 기간이라고 할 수 있는 7월 뿐만 아니라 5~6월에도 예년에 비해 부쩍 많았던 국지성 강우의 영향 탓이다.
현재까지 페이스를 보면 아시안게임과 월드컵 때문에 최악의 경기 스케줄을 보였던 지난해의 ‘악몽’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기상 상태에 따라 ‘12월 가을잔치’가 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페넌트레이스 종료일은 10월 20일,한국시리즈 종료일은 11월 10일이었다.
이렇게 비 때문에 연기되는 게임수가 많아지면서 프로야구 일정을 관리하는 한국야구위원회(KBO) 운영팀에는 비상이 걸렸다.
KBO는 시즌 초까지만해도 9월 말 안에 페넌트레이스를 종료시킨다는 계획이었다. 페넌트레이스가 끝나더라도 포스트시즌이 진행되려면 25일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가능한한 빨리 페넌트레이스를 소화시키려 했다.
그러나 올해 유난히 비가 말썽을 부리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앞으로 비 때문에 한 경기도 취소가 되지 않는다고 가정하더라도 10월 4일 페넌트레이스가 끝났던 2001년 정도의 일정도 힘겹다는 것이 KBO의 전망이다.
그만큼 심각하다는 이야기다.
한편 페넌트레이스 종반으로 접어들면 비 때문에 연기된 경기가 각팀 순위 다툼의 최대 변수로 떠 오를 것으로 보인다. 각 팀이 비 때문에 연기된 게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다.
김도헌기자 dohon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