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0년 8월 29일
이완용이 한일합방 문서에 날인하고
그날 같이 도장 찍은 대신들과 일본 인사들과
어느 횟집에서 사시미 안주로 한 잔 씩 합니다.
술이 올라 화색이 좋은 이완용이 하는 말,
"내가 그렇게 한일합방 의정서에 도장 찍었다고
사람들은 날 욕할 거야. 그러나 그렇게 안찍고 버틴다고
뭐가 풀리나. 어쨋든 우리는 일본을 안고 믿고 하나로 뭉쳐서
가야 하는 겨. 청나라와 러시아 미국 불라서가 우리 나라 호시탐탐
엿보고 있는데 우리가 믿을 데라곤 일본 밖에 더 있겠어.
난들 뭐 일본이 좋겠어. 그러나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선
한발 물러서서 일본을 안아야 하는겨. 한일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 이거여.
한일이 하나가 되어 우리는 일본 등 뒤에서 나라를 보존하는 겨.
헛배짱만 가지고 정치하는 거 아녀. 서양이나 로스케 장깨 하고 겨룰
세력은 일본 밖에 더 있어? "
"각하, 나는 그래도 걱정 됩니다. 국민들이 의병이다 뭐다 하면서
벌떼 같이 들고 일어나면 어쩝니까. 어제도 성균관에 유생들이
대자보 붙였다네요. 전국 곳곳의 향교나 서원마다 통문을 돌리고 있다하네요."
"걱정 붙들어 매슈. 개돼지 같은 백성들은 아무 것도 몰라요."
"좋소. 좋소. 이완용 대감 최고무니다. 걱정 마슈. 조선 우리 일본이 지킵니다.
망한다 해도 여기 대신들은 우리 이토오 각하께서 지켜줄 것이무니다.
일본 동경에서 오무라이스와 사시미 전골 안주로 사케 마실 수 있습니다. "
"아니, 이토오 각하께서는 작년에 할빈에서 서거하셨잖습니까?"
"아 그렇죠. 내 말은 이토오 히로부마 각하의 혼령이 저 하늘에서 지켜주신다는 말쌈이올시다."
"난 또. 제가 말귀를 잘 못 알아들었습니다. 스미마셍. 스미마생."
"자자, 마시고 흥겹게 놉시다. 기생아, 춤이노 춰라. 이제 일본이노 조선이노 한 나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