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라리또와 나
김져니 지음
[그 겨울]
10년 전, 해리와 폴라리또의 만남은 우연이었다.
아니, 그건 우연보다 조금 더 특별한 일이었다.
(1) 겨울 낚시 - 김져니
이 모든 사건은 해리가 새로운 삶을 시작하겠다고 집 청소
를 하던 일월의 어느 밤에 벌어졌다. 발코니 창고에서 낚싯대
를 우연히 발견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삼십대가 되도록 단
한 번도 낚시를 해본 적이 없다는 생각에 해리는 충동적으로
낚싯대를 들고 집에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강가로 향했다.
그러고 보면, 낚시터에서 잠이 들어버린 것도, 하필 낚싯대가
북극곰이 타고 온 얼음에 부딪힌 것도, 그 하얀 북극곰이 물
속에서 발버둥 치는 장면을 본 것도, 그날 밤 유독 강가에 행
인이 전혀 없던 것도 다 우연일게다.
그러고 보면, 이런 사소한 우연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난 해
프닝을 단순히 우연이었다고 말하기는 싱거운 느낌이다. 물
론, 그가 의도했던 바는 아니지만, 그는 그날 크리스마스 선
물로 받은 노란색 모자를 쓰고 나갔었고, 자기 자신을 조금
더 사랑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옷차람에도 꽤나 신경을 쓴
상태였다.
해리는 다짐했다. 올해는 사람 관계에 치이지 않고, 사람들
과의 대화를 침대 위에서 곱씹는 일도 하지 않을 것이며, 스
스로에게 조금 더 관대한 사람이 되기로 했다. 그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를 자기중심적인 삼십 대의 미혼 남성이
라고 쉽게 치부해버릴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단순히 판단하
기엔, 그는 충분히 전체-중심적인 사람이었다.
모임의 분위기를 위해서라면 자신의 의사 정도야 조용히
넣어둘 줄 아는 그런 사람이라는 말이다. 접시 위에 머핀이
남아 있다면, 다음 사람을 위해 양보할 줄 아는 그런 사람, 그
렇지만, 그는 이제 먹고 싶었던 마지막 머핀을 먹기로 했다.
이렇게 조금씩 스스로에게 상냥한 사람이 될 것이다.
첫댓글 좋은글 걈사 합니다
감사합니다
좋은글 다녀갑니다
감사합니다
생각할 수 있는 글월을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자.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