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 이야기
나는 산을 좋아하다보니 틈만 나면 인근의 아차산으로 간다. 며칠간 임무가 없어도 시간적 여유를
어떻게 보내느냐 하는 고민을 별도로 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최근에 한 일주일가량 시간이 있을 것으로 예상이 되어 평일 산행하는데 그래도 같이 동행할
사람이 있었으면 하고 인터넷에서 평일에도 산행을 하는 산악회 카페를 뒤져서 지난 달 31일 모 카페에
가입하였다. 이 카페는 거의 매일 산행을 하는 산악회로 매일 안내할 사람이 편성되어있었다.
11월 3일 드디어 그 카페의 일정에 따라 동두천의 소요산역으로 출발하였다. 출발시 공시된 헨폰 번호를
매모해서 나섰다. 중간에 가다가 당일 대장에게 그래도 처음이라 먼저 통화를 해야 예의인 것 같아서
통화를 하였는데 만나는 역이 소요산역이 아니고 동두천역에 내리라는 것이었다.
약속시간 10여분 전에 도착하여 출구 앞에까지 나갔는데 어째 사람들이 보이질 않는다. 저만치 한
여인이 등산복 차람에 폰을 들고 누군가와 오랜 통화를 하고 있다. ‘아! 저 여자가 산행대장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카페에 공시한 내용과 실행하는 내용이 달라 이곳으로 오는 사람들에게
통화를 하는 걸로 감을 잡고 있다가 약속시간 정각에 맞춰 또 통화 버턴을 눌렀다. 통화중 신호가
들린다. 이젠 저 여자가 맞다는 확신을 하고 그녀의 폰이 귀에서 내려지고 뚜껑이 닫히기를 계속
주시하고 있었다.
마침내 폰이 귀에서 내려오는 걸 확인하고 나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하고 정중히 인사를 하면서
"00카페에서 오늘....." 하는데
"아! 예!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하고 악수로 인사를 건네며 통상성명을 하였다. 바로 이 여성이
오늘 산행을 이끌어갈 대장이다. 그러고 보니 만남실 안에 또 한 여인이 있었다. 물론 그녀와도 인사를
나누었다.
공시된 약속시간까지 온 사람은 여자 둘에 나, 셋이다. 나는 혹시 갑작스런 만남의 장소 변경 때문에
사달이 난 것 같아서 대장에게
"다른 사람이 더 오고 있습니까?"하고 물었다.
“지금 한 사람이 택시를 타고 이리로 오고 있는데 차가 밀려 좀 늦는다는데 아마 10여분 뒤면 도착할
것 같답니다.”라고 했다.
우리 셋은 동두천 역 앞에서 지난 산행이야기를 주거니 받거니 하며 나는 오고 있는 사람이 남잔지
여잔지도 모르고 기다렸다. 10여분이라고 했는데 20분이 지나고 30분이 지나고 있었다. 대장은
약간의 짜증스런 표정으로
"아니 많이 늦으면 출발을 하지말지"하고 투덜거리기도 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대변하듯 그가
압구정에서 웨딩관련 사업을 하는데 거기서 부터 택시를 타고 오고 있다고 했다.
그러니까 오고 있는 사람은 압구정에서 택시를 타고 동두천역으로 오고 있었고 아마 전부터 산행대장과
는 알고있는 처지로 보였다. 50여분이 경과 되었을 때에 그는 도착하였고 나이는 나보다 젊은 50대 초반
의 남자 사업가, 그는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크게 인사를 하며 차가 밀려 늦었다고 했다. 택시 기사도
약속이나 한 듯 아니면 손님을 대변하는 듯
"아이고! 이 길 이렇게 차가 막히는 걸 본적이 없었는데 오늘 데게 막히데요"했다. 그는 바로 우리에게
"차 타세요. 타시고 산 입구까지 가시지요. 제가 늦어서 산에 올라가는 시간이 늦어졌으니까 바로 올라
가는 입구까지 차로 갑시다."고 했다. 나는 여기서 이 사람이 생각하는 사고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느끼게하는 대목이라 판단 되었다.
차를 타고 미터계의 요금을 보니 오만칠천여원이었다. 차는 다시 소요산입구를 향해 달리는데 이
사람은 계속 우리에게 미안하다고 했고 오늘 산행 후에 자기가 한턱 쏠 테니 뭐든지 선택하라고 했다.
그럭저럭 소요산 코스를 완주하고 내려왔는데 소요산 입구 주변 단풍의 아름다움이 아까워서 카메라를
꺼내 그 풍경을 담기 시작했다. 그걸 본 산행대장이
“아니 집시님 사진기 가져오셨는데 사진을 안 찍었네.” 하면서
“우리 인증사진 찍읍시다.” 해서 네 사람이 찍고, 세 사람도 찍고, 걸어 나오는 도중에 스냅도, 풍경도
……. 해서 여러 컷을 찍었다.
소요산 입구를 나와선 먹을 메뉴와 장소를 찾다가 오리메뉴로 결정하고 그 집으로 가다가 코너를 돌아
서니 장어집이 보였다. 그는 "우리 장어 먹읍시다.” 하고 장어 집으로 안내했다. 물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잘 먹고 왔다. 역시 그는 장어를 아주 좋아했고 딸과 직원들과 나누어 먹으며 소주한 잔 해야겠
다며 추가로 주문하여 싸가지고 갈 정도로 챙기는 매너는 마음에 들었다.
여기서 집에 오기까진 좋았는데 지금부터가 사건의 주 내용이다.
마눌이 부엌에서 저녁을 짓고 있을 때 나는 산행 중 찍어온 사진을 카페에 올리고 사진 설명(오늘 첫 산
행 즐거웠습니다. ........)을 달고 있는 순간 평소엔 관심이 없던 마눌이 갑자기 의자에 앉은 내 등 뒤에
와서 의자의 양 팔걸이에 손을 짚고 내 어께너머로 다정스레 기댄체 어깨에 턱을 올려놓고 노트북을
빤히 들여다보며 느닷없이 “소요산 단풍 구경해보자”한다.
순간 나의 머리카락이 하늘로 치솟는 듯 하더니 이마와 머리엔 땀방울이 송골 맺히는 듯 당황의 표정이
나타나고 얼굴이 일그러지는 느낌이다. 미치고 팔딱 뛸 순간 이 위기를 어떻게 모면할까? 사진에 설명
을 달던 손가락이 굳어진다. 독수리 타법의 손가락 그리고 나머지 손가락들의 끝이 파르르 경련을 일으
키듯 떨기만 한다. 그러나 마눌은 등 뒤에서 “사진 함 봐봐”하고 조른다. 한참을 망설인 것 같다. 그래도
겉으론 태연한척하려고 무척 애를 썼다. 어떻게든 이 위기를 모면해야하는데 그러나 더 버틸 수가 없다
는 걸 느끼고 ‘애라 모르겠다.’하고 이내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사진을 순서대로 한컷한컷 올린다.
운 나쁘게도 네 사람이 나란히 찍은 사진이 제일 먼저 등장하고 세 사람, 그리고 두 사람씩, 아주 오래
사귄 연인들처럼 정답게 찍은 거, 다음은 경치를 담은 사진 10여장이 나타난다.
등 뒤의 마눌의 표정을 볼 수는 없지만 이내 마눌의 표정이 달라졌을 것이라는 짐작은 하고 있었다.
바로 대포를 쏜다.
“아니 아주 두 쌍이 갔구먼!”했다.
나는 위에 언급한 바와 같이 이번 산행을 하게 된 동기에 대해서 가입한 일자 그리고 내가 달은 댓글,
1800명의 회원이 보는 카페에 당당히 올리는 사실, 본인들이 사진을 퍼간다는 사실 등을 거론하고
변명을 늘어놓으며 해당 카페를 보고 확인까지 하자고 했으나 말을 듣지 않는다. 아마 이 때의 내
얼굴은 붉으락 푸르락 했을 것이다. 마눌은 아예 소파에 들어누워 버린다. 나오려던 저녁 밥상은
아예 나오지도 않는다. 그냥 자기 생각대로 자기 기준으로 의심해 버린다.
그 시간부로 우리 부부는 언제까지 될지 모르는 저 북극보다 심하다고 느껴지는 냉각기로 접어들었다.
(실은 북극의 찬 기운이 어떤지는 모르지만) 그 사건으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11월 10일 새벽 김포로
가서 항공기로 대전 그리고 문막 까지 갔다 오는 임무를 부여받고 일어났는데 언제 준비된 것인지는
모르지만 추어탕이 차려졌다. 다 먹어갈 즈음 커피 한 잔에 단감 한개까지 곁들여 나온다. 아! 이제
냉각이 좀 풀리기 시작하는구나! 다 먹고 출입문을 나가면서 여느 때와 같이 “나 갔다 와요.” 그러나
대답은 없다.
그 며칠 전 광장동의 집에 세입자가 지난여름 비가 많이 올 때 지붕에 빗물이 세어 들어와 천정에
곰팡이가 슬었다고 해서 12일 오후 나는 모임에 나가는 것도 포기하고 혼자 시멘트와 방수액을
사들고 지붕에 올라가 4시간 동안 작업을 하며 평소에 안 피우던 담배 한갑 사서 피우며 집에 들어가서
는 매우 힘들어 고생했다는 표식으로 엄청 피곤한 기색을 드러내 보였다.(물론 쇼도 포함)ㅋ ㅋ그리곤
가끔 베란다에 가서 담배도 피우고…….
베란다에 나갔다 들어온 마눌 “담배 피웠어요?”한다. “응” 그 뒤로 속으론 모르지만 겉으론 다 풀린
것 같은데 아직은 대화가 전 처럼 자유스럽지 못하다. 그러다 지난 15일 이곳 안산에 새살림? 을
차렸다.
여러분 오해받을 것들은 그림자조차 남기지 맙시다.
여기서 한 말씀
나는 장거리 장기 출장이 많을 땐 한 해에 300일 이상 밖에서 보낸 해도 있기 때문에 집사람이 신경을
많이 쓰일 것으로 알고 행동거지를 조심하곤 합니다만 아마 여성 특유의 직감은 무시할 수가 없을
것으로 압니다. 그리고 이 모든게 사실이니 오해없으시기 바랍니다.
첫댓글 사실이 아닐꺼라는 의심은 눈꼽만큼도 안합니다. 한 두번 해 본 행사인가요~ㅎㅎ 그런데 여기 카페 산행방에도 거의 매일 산행을 하는데 왜 굳이 다른 카페까지 가입하시면서 찾아 갔는지요~~ 이왕 자리잡은거 여기서 함게 해요~ 지금 당장 산행방엘 가보세요~~산행이 거의 매일 있답니다. 그리고 알리바이도 확실하게 해결해 드립니다~ㅎㅎㅎ
안녕하세요. 건강 까딱 없이 잘 계시지요.
네에 이곳 산행을 주로 따라다녔지요. 밀알1 대장 팀으로 ...
11.1일과 2일은 있었는데 마침 11.3일은 없었거든요.
ㅎㅎ 그게 또 사달의 원인제공? ㅋㅋ
감사합니다.
ㅎㅎㅎ 잼있는글 잘 읽었습니다
여자들의 느낌이란 정확한겁니다 매사에 조삼하셔야죠
본인들은 별거 아니지만 그 내막을 모르는 옆지기님들은 오해할 수 밖에요
남녀가 식당에 들어갔어도 본인들은 동창내지 친구라고 하지만 제 3자가 볼때는 남녀이니까
ㅎㅎㅎㅎ 평소에 조심하면 3대가 조용하잖아요
잼있는글 잘 봤습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매사에 조심 또 조심해야하는데 ㅋ
제가 좀 거시기한가 봐요.
제일 아쉬운 것은 그동안 참 잘하려고 노력해 왔는데 단 한 판에 아웃 됐으니...
앞으론 절대로 기분 나뿌지않게 ㅋ 잘 하겠습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그렇지요. 집에서 하는 짓거리? 보고
대충 그냥 넘어가버리면 좋을낀데 물론 건강에도 화목에도...
한편으로는 그래도 우리 남편하고 사진을 찍을라카는 여인네가 있구나 하고 인정해주먼 어디 덧나나? 하는 거지요.
ㅋ 자부심을 갖지는 못할 망정 말입니다. ㅋㅋ
ㅎㅎㅎ 아직까지는 관심남이니 행복하게 생각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