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자경, 직장(김정숙 미용실) 23-7, 염색보의 추억
오전, 직원 휴대전화의 진동 소리가 울린다. 김정숙 원장님이다.
“네, 원장님. 안녕하세요?”
“네, 선생님. 다른 게 아니고…. 내가 연락을 할까말까 하다가 이번에는 얘기해야 할 거 같아서요.”
조심스레 꺼내는 김정숙 원장님의 말씀. 강자경 아주머니가 미용실 청소하며 새 염색보를 모두 버렸다고 한다.
원장님께서 새 염색보를 꺼내 쓰려고 하니 여분의 염색보가 하나도 없어서 강자경 아주머니에게 이야기했더니
아주머니께서 모두 버렸다고 했단다.
헌 염색보는 그대로 두고 왜 새것만 버렸는지 궁금해 물어보았지만, 이유를 설명하지는 못하셨다고 한다.
김정숙 원장님은 강자경 아주머니 나름대로 어떤 이유나 기준이 있어 그렇게 했을 거라 짐작하지만,
그래도 미용실 물건을 처분하거나 정리할 때는 원장님과 의논해야 필요한 물건을 제때 사용할 수 있으니
앞으로는 그렇게 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하셨단다.
직원에게도 강자경 아주머니께 따로 잘 설명해 주었으면 한다고 부탁하셨다.
이 일을 의논하러 강자경 아주머니 댁을 방문했더니 직원이 말을 꺼내기 전에 아주머니가 말문을 여신다.
“선생님, 내가 염색보를 다 버렸어요. 일부러 그런 거는 아니고요, 버리면 안 되는 데 내가 괜히 버려가지고….”
“아주머니, 김정숙 원장님께서 이야기해 주셨어요. 안 그래도 그거 의논하려고 왔어요.
아주머니가 일부러 그런 건 아니지만 그래도 미용실 물건이니
앞으로는 원장님하고 의논해서 물건을 정리하면 좋겠어요.
염색보가 없어서 원장님이 손님 머리하실 때 힘드셨대요.
손님 몰래 염색보 빨아서 말려서 쓴다고 고생했다고 하셨어요.”
“그래, 그래. 그러면 안 되지. 다음부터는 원장님한테 얘기하고 할게요.”
“네, 아주머니. 그리고 지금 당장 미용실에 염색보가 모자라나 봐요.
제 생각에는 이번에는 아주머니가 염색보 몇 장 사 오시면 어떨까 싶어요.”
“그래, 내가 사 줘야지.”
“네, 이번에 염색보 사서 전해드리면,
다음에는 미용실에 필요한 재료를 아주머니가 대신 구입해 드릴 수도 있잖아요.
김정숙 원장님이랑 함께 가도 좋고요.
이번 기회에 아주머니가 미용실에서 하실 수 있는 일도 늘어나고, 좋잖아요?”
“그래, 그러면 되겠다.”
김정숙 원장님께 이해만 바라기보다는
아주머니께서 직원으로서 자신의 일을 할 수 있는 만큼 책임질 수 있기를 바랐다.
일하다 보면 누구나 실수하고 잘못할 수 있다.
그것 역시 직장인으로서 삶의 일부고,
또 그것을 책임지는 것 역시 직장인으로서 감당하고 누릴 수 있는 삶이라 생각한다.
강자경 아주머니가 직장 생활하며 이 모든 것을 빼놓지 않고 아주머니 삶으로 채워 넣기를 바랐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우리가 실수하고 잘못하고 실패하며 무언가를 깨닫고,
때로는 그것이 다른 기회가 되기도 하는 것처럼 이번 일도 그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미용실 직원으로 미용용품을 어디에서 구입하는지, 어떻게 구입하는지 알아두면
김정숙미용실에서 아주머니께서 할 수 있는 일, 아주머니 역할이 더 늘어나지 않을까.
그런 바람과 기대로 강자경 아주머니와 미용재료상에서 직접 염색보를 구입한다.
언젠가 아주머니가 김정숙 원장님 부탁으로 이곳에서 필요한 미용용품을 사 간다는 소식이 들리면
오늘 일이 또 재미있는 추억이 되겠지.
2023년 5월 24일 수요일, 신은혜
‘강자경 아주머니께서 그렇게 생각한 이유가 있었겠지만….’ 김정숙 원장님의 말씀이 오래 남습니다.
강자경 아주머니의 입장 헤아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박현진
실수를 인정하는 강자경 아주머니 모습도 멋있습니다. 제가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신아름
실수 실패할 권리! 아주머니께서 본인 생각과 의지로 무엇을 했다는 게 반갑고 감사합니다. 월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