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 이름만 들어도 아련해지는 단어다
난 합격을 사랑해오고 있다.
나는 2020년 겨울의 초입새부터 당신을 사랑하기 시작했고
당신은 열다섯 계절 동안 내 순진한 고백들을 거절해왔다
이쯤되면 "짝"사랑이 아니라 홀사랑이 맞는 단어이지 싶다.
짝은 일반적으로 양자간의 관계가 성립할때 쓰는 단어이니까.
내 행복에게는 당신이 필요충분조건이었지만
당신은 아니었나보다.
당신이 없어서 내 마음 한켠에는 당신을 위한 다락방이 늘 준비되어 있었다
말해줘, 다락방의 벽은 벽이 아니라 문이라고.
이젠 열고 들어와도 괜찮다고 말이야.
당신을 사랑한 날부터 항상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 되고 싶었다
잔인하게도, 1년 중 나에게 허락된 당신과 만날 기회는 한번뿐이다
당신을 5일 뒤면 재회하러 간다
이 이야기의 끝이 또다시 새드엔딩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당신을 주제로 소설을 쓰기 시작할 때부터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작가가 아니라 독자였다
다음 페이지를 사춘기 소년의 떨리는 마음으로 펼쳐보곤 했다
부디 이 소설의 엔딩이 내 생각보다 빨리 펼쳐지지 않길 바라면서도
동시에 제발 엔딩을 하루빨리 보고싶은 양면적인 감정이 들곤 했다
그리고 항상
불합격.이라는 세글자의 뒤에는 후속편이 예고되어 있었다
난 이번만큼은 후속편을 보고 싶지 않다
이 소설의 유일한 결말이고
지난 4년간 귀납적인 추론의 예외가 되고 싶다
나는 당신에게만큼은 비탄력적인 존재이다
당신이 나를 밀어내와도 나는 항상 당신을 안고 싶었다
난 당신의 전공자고 애독자였지만
당신은 내 소설에 늘 혹평을 내리는 유명한 비평가와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5일 뒤면 당신을 또 만나러 간다.
당신을 사랑함으로써 난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
우울증,불안장애,불면증,수면장애, 친구...
난 그럼에도 당신을, 아니 당신만을 사랑한다
당신만을 사랑한다.
사람들은 흙수저가 아니라 금수저가 되길 희망한다
하지만 꽃은 금이 아니라 흙에서 피어난다.
금은 가까이 가지 않으면 냄새를 맡지 못하지만
꽃향기는 주변을 향기롭게 한다.
나는 흙에서 태어난 사람이다.
지난 시련의 폭풍우에서 비를 취하고,
경험을 양분으로 삼아 자라난 꽃봉오리가 되어보고자 한다.
이제 나는 꽃이 되어 당신이 나를 꺾어주길 기다린다.
있는 힘껏 교태를 휘감은 채 당신을 맞이할테니
당신이 날 선택해주기만 하면 된다
비록 선택받지 못했던 꽃이라도, 향기가 아쉽더라도
나의 꽃말은 영원한 사랑임을, 이제는 알아주길 바란다
난 이제 나를 꺾어들고 당신을 만날 준비를 하겠다
이젠, 선택받지 않아 시들어져도 좋다
사랑은 받는 것보다 줄 때 더 행복함을
첫사랑을 시작할때의 철부지 어린아이가
당신을 사랑해온 덕분에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발 선택받길 바란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과 함께, 330송이 장미다발에 포함되고 싶다
앞으로 5일, 난 이 소설의 결말이 어떻게 끝날지, 솔직히 모르겠다.
이 소설의 주인공이 나일 수도, 글을 읽는 당신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여러분도 나도, 꽃이 되려고 부단히 노력했음을 나는 안다.
여러분이 어떤 시련과 고통을 감내해왔는지 나는 모른다.
하지만 여러분과 나에게는, 장미다발에 포함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우연이든 필연이든, 선택된 330송이 장미다발 속에서
서로의 향기를 힘껏 뽐내며 같이 조화를 이루어 나가고 싶다.
당신은 지금 이순간에도 발밑을 보며 당신이 흙덩이에 불과하다고 자조하고 있을 지 모르지만
난 당신의 전신을 볼 수 있기에, 흙덩이 속에 뿌리내려 피어난 눈부신 장미라는 것을 안다
난 여러분을 사랑하고, 나도 사랑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
33기 동기가 될 여러분에게, 그 어떤 폭풍우가 오더라도
당신이 빛나는 장미라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앞으로 그 어떤 빗바람 속에서도, 춤을 추며 행복하길 바란다
글 마침.
첫댓글 와......글을 이렇게 잘쓰신다고요...? 진심으로 감탄하고갑니다.. p.s.이 다음 후속편은 이루어진 사랑과 함께하는 행복한 얘기들 기대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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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사랑을 쟁취하시길
5일간 화이팅!!!
4년 짝사랑 졸업하세요!!!
짝사랑 졸업할게요 감사합니다!
전 14년부터 짝사랑해서.. 중간에 갈아탔다 다시온.. ㅎㅎ 쟁취합시다
4년도 대단하신데... 14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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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동안 글을 썼던 제 눈에도 참 범상찮게 실력있는 글솜씨가 느껴져서 빠르게 읽다가, 꽃은 금이 아니라 흙에서 피어난다에서 눈과 마음이 오래 머물렀습니다.
전 초시 호기롭게 도전한 1차에서 떨어지고 내년을 준비중인 사람입니다. 올해는 꼭 사랑의 결실 이루시길요^^ 화이팅입니다!
재능과 노력과 운의 교집합에서 짝사랑이 이루어지리라 믿고 있어요..! 화이팅하세요 ㅎㅎ
탬플릿인가.. 어떻게 이런 글을 쓰지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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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결혼까지 하시길… 합격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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