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구름 한점 없고...
마눌님은 아침 식사 후 게스트하우스 마루에 걸터 앉아 아침 햇살을 즐기고 있다.
이 게스트하우스 정말 불편하다.
아니 불편함이 컨셉이다.
방에 티브이, 컴퓨터, 라디오는 물론이고 거울도 없다.
심지어 화장실도 밖에 있어서 볼일을 보거나 샤워를 하거나 간단한 세면을 하려해도 밖으로 나가야한다.
지리산닷컴에 들어가 보면 "산에사네"라는 게스트하우스가 나온다.
난 이곳의 "맨땅에 헤딩"이라는 펀드의 펀드투자자다.
그러니 당연히 이곳에 머물러야 하는거 아닌가.
불편이라는 컨셉 정말 훌륭하다.
앞으로 귀촌을 해서 인생의 종반부를 지낼 집의 건축은 이 불편함의 마인드를 도입 할 생각이다.
불편하게 만들수록 생활의 동선이 늘어나고 그것이 곧 건강과 연결된다.
행복마을 오미마을이다.
지리산 닷컴에 들어가면 참 많은 이야기들을 볼 수 있다.
이곳 마을이장의 맨땅에 헤딩하는 귀여운 이야기들을 즐겨보시라.
만만치 않은 내공의 소유자다.
334명의 펀드 투자자들이 마을 이장의 펀드운영에 쫑긋 귀를 세우며 재밌어 하고있다.
이곳이 18코스의 종점이고 19, 20코스의 출발점이니 위치도 좋다.( 각 코스에 번호들은 조금 헸갈린다)
오미마을을 출발해서 20코스를 가는 길
둘레길 안내 표지가 거의 완벽하게 길을 안내한다.
빨간색 화살표는 순방향.... 검정색 화살표는 역방향이다.
코스의 난이도 때문에 간혹은 역방향을 선택해야 할때가 있다.
이번에 그런 일을 몸소 겪었다.
마눌님이 참 열심히 간다.
잘 먹고 잘 자고 씩씩하게 가고 있다.
1일차 6키로... 2일차 15키로... 3일차는 20키로를 걸었다.
생명의 젖줄 섬진강을 내려다보며 가는둘레길...
4대강 사업에서 버림받고 쥐박이 각하의 관심에서 빠진 덕분에... 살아있는 강이다.
구례라는 마을...
둘레길에서 바라보니 정말 정감이 가고 푸근하게 살아 갈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구리재를 넘어가면서는 확신을 했고 무릅을 쳤다.
진즉에 이런곳을 알았으면 온양쪽에 귀촌지를 마련하지 않았을텐데 하는 후회까지 했다.
쉬엄 쉬엄 가야하는 길이다.
서둘러도 안되고...
둘레길을 걷는 마음가짐을 되새기며 잠시 잠시 잠시 자꾸 자꾸 자꾸 쉬었다 가야한다.
바쁘게 갈 일이면 이곳에 올 필요가 없다.
헬쓰 클럽가서 런닝머신 뛰는게 차라리 시간 절약되고 돈 절약되고 더 좋지 않겠는가.
그리고 절약 된 그 돈으로 차라리 맛있는 보양식을 드시라.
이곳은 걷는 길이다.
그냥 걷는게 아니라.... 생각하며 걷는 길....
인생의 문제... 삶의 문제... 생명의 문제.... 신의 영역에 관한 문제... 지구...우주...
그리고 생을 마감하는....
이승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의 문제까지...
그리고 이렇게 잠시 쉬면서 조그만 돌탑도 쌓고 바라는 염원 한가지 쯤 세워놓고 가자.
마눌님의 박장대소가 즐거움을 더 배가 시킨다.
화엄사에서 노고단을 오르다 보면 연기암이라는 절이 있는데 동전을 던져 정확하게 집어넣고 좋아라 한다.
좋아 할만도 했다.
6개 던져서 4개나 들어 갔으니..
그것도 500원짜리는 두개가 다 들어갔다.
혹여 화엄사 가시는 분들 있으시면 꼭 권하고 싶다.
둘레길을 다 못 걷더라도 연기암까지의 이쁜 길은 꼭 걸어보시라고...
연기암 올라가는 길 정말 이쁘다.
여름이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다.
마눌님이 기다리고 있다.
빨리 안따라고 오고 뭐하냐는 눈빛 같지만 사실은 사진을 찍기 위한 포즈다.
가끔은 이런 연출도 필요한거 아닌가. ㅎㅎㅎ
산수유가 피기 시작했다.
이곳 산수유 축제일은 3월 29일 부터라는데 벌써 산수유가 피기 시작해서 정착 축제때는 산수유가 별 볼일 없을거라는 주민들의 걱정이다.
저 산수유 근처에서는 소음이 들린다.
벌들의 윙 윙 거리는 소리가...
벌들이 신이 났다.
걷다보면 둘레길을 걷는 사람들을 위해서 이런 정자들을 만들어 두었다.
1회용 식사가 되기를 기다리는 마눌님...
세상 참 편해졌다.
저 네모난 박스의 줄 하나만 잡아 당기면 저렇게 김이 나면서 햇반이 데워지고 짜장이나 카레가 데워진다.
조금 부실하기는 하지만 걷는 사람 입장에서 코펠이나 버너를 배낭에서 탈출 시켰다는건 바람직 한거 아닌가.
대신 저녁 식사는 싸고 맛있다고 소문날만한 맛집에서 배 터지게 먹어줬다.
난동 마을이다.
20코스가 끝나는 지점이고 21코스 시작점인데 이곳에서부터는 고생길이 터졌다.
21코스를 걸을 생각이 없었고... 따라서 공부도 하지 않았는데...
난동에서 산동으로 가는 코스는 역 방향으로.....
즉 산동 탑동마을에서 난동으로 오는게 훨씬 덜 고생스럽다.
난동마을에서 구리재 오르는 길은 힘들고 지겨움에 올라가다 죽는줄 알았다.
5월부터 10월까지는 더위때문에 더더욱 피해야 할 코스인것 같고 반드시 산동 탑동마을에서 난동으로 오는게 바람직하다.
구리재를 올라가다 한컷...
해발 고도를 표시 해놓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최소한 600~700고지는 되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이 사진을 찍을때 까지는 여유가 있었는데....
이후로는 정말 힘들었다.
둘째 날 화엄사 들렸다가 연기암 올라가는 길에 화엄사 입구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먹는 재미보다는 보는 재미가 더 있다.
1인분에 12,000원씩인데 2인분 시키니 반찬 접시만 27개다.
그런데 이걸 다 어떻게 먹나 하다가 결국 다 먹었다.
그리고 식사를 완료한 인증 샷...
이렇게 비워줬다.
그리고 마눌님하고 둘이 어이가 없어서 정말 많이 웃었다.
너무 많이 먹는 인간들 경멸해왔고 그건 지구를 위해서도 다른 생명체들을 위해서도 못할짓이라고 나쁜 일이라고 했었는데...
내가 내 욕을 한꼴이...
그래 여행을 다니다 보면 이런 이벤트도 가끔은 있어야 재밌지...
이번 한번만 봐주자.
오미에서 송정마을로 가는 코스는 등산을 간다는 정도로 생각하면 가볍고 좋다.
어차피 둘레길의 절반 정도는 등산이라고 해야 하니까.
오미에서 황전마을을 거쳐 화엄사 들리고 연기암까지 들렸다 방동마을 가는 길도 좋다.
다 좋다.
기운이 넘치시면 연기암에서 노고단까지 가셔도 좋고...
대부분 곡소리 내고 다음부터는 아예 안간다고 하실지도 모르지만...
불편함이 컨셉인 게스트하우스의 카페...
아침 식사 후 마눌님이 잠시 쉬고 계시다.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
죽을수도 있으니까. ^^
나이가 들면 들수록 마눌님의 심기에 대해서는 잘 살피고 더욱 조심해야한다. ㅎㅎㅎ
문제의 코스다.
난동에서 구리재를 올라가는 길의 모양을 보라.
꼬불 꼬불 꼬불이다.
미치는줄 알았다.
대신 탑동마을에서 구리재 오르는 길을 보라.
편안해 보이지 않는가.
실제로 이 코스 길에서 만나 인사한 사람들은 탑동마을에서 오는 사람들이었고 우리하고는 마추치면서 인사를 했다.
우리와 같은 방향으로 가는 사람들을 만나지 못했다.
공부를 하지 않으면 몸이 고생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절감했다. ㅋㅋㅋㅋㅋ
다음 코스는 탑동 마을~!원촌마을 거쳐 북으로 상승하면서 밤재를 지나 1코스 시작점인 주천마을에 도착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코스가 연결이 된다.
4월엔 제주도를 가야하고 빨라야 5월이 되겠다.
바쁘다.
올레길과 둘레길을 한번에 섭렵하자니...
그런데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들이라 하는거다.
죽기 전에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다.
산티아고 길도 가야하고....
첫댓글 수고했으이.... 나두 갈라켔는데 딸네미한테 발목잡혀서 대부도 해솔길 걸었다네...
9일~13일 올레길은 차질없는감?
네 차질 없습니당. ^^
시간이 되면 딸도 같이 데리고 갑시다.
방은 어차피 한방 쓰면 되니까 뱅기 티켓 정도와 식사비 정도 일겁니다.
울딸이 시간될런지... 요즘 하는일이 바쁘다니... 가드래두 주말이나 잠깐..
마눌님과 함께 걷는 발길이 보기좋소이다
조회수 대단해요이어요 우리 허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