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24주년 회상기
1. 나의 결혼식 때에 생긴 일
1979년 5월 3일, 이날, 남편 될 사람의 사정으로 선을 본 지 두 달 만에 결혼식을 치르게 되었습니다. 그 때, 남편 될 사람은 총각으로 목회를 시작한 지 1년이 다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처음 교회에 부임할 때에 교인 들과 약속하기를 1년 안에 결혼을 하겠노라고 약속을 했다는 것입 니다. 남편 될 사람은 공부를 잘하는 편이어서, 시댁에서는 큰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그만 신학교에 가서 목사가 된다고 하니까, 시댁 식 구들은 크게 실망을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예 내놓은 자 식으로 여기고 있던 차에 결혼을 한다고 하니, 시댁에서는 우리 결 혼에 대하여 거의 무관심하고 있었습니다. 신랑신부 두 사람의 결혼 준비를 친정어머니께서 혼자 거의 다 마련해주셨지만, 저의 패물만은 시댁에서 해주리라, 설마 반지 정도 는 해주지 않겠는가 하는 기대를 갖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결혼식 날, 끝내 반지 하나 받지 못한 채, 결혼식을 하게 되었습니다. 참고 삼아 말하지만, 그 때 남편 될 사람은 단돈 15만원을 가지고 결혼 식을 치렀다고 합니다. 그것도 그 교회 교인한테서 빌린 돈이었다 는 것입니다. 그 때, 남편이 교회에서 받는 사례비는 모두 것을 다 합쳐서 5만원이었습니다. 반지 하나 끼지 못한 채 결혼식을 치르고 한복으로 갈아입으니, 목과 손가락이 허전해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못내 섭섭했 습니다. 그 때, 별로 친하지도 않은 남자 청년 하나가 찾아와 자신의 호 주머니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었습니다. 그리고 그 상자에서 자수정 메달이 달린 목걸이를 집어내어 내 목에 걸어주는 것이었습니다. 한편으로는 무척 황당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적잖이 위로가 되 었습니다. 그 이후 오랫동안, 그 목걸이 하나로 결혼한 여자라는 것 을 표시하고 다닐 수가 있었습니다. 그 정도였으니, 신혼여행은 감히 꿈도 꿀 수 없는 노릇이었습니 다. 결혼식을 마치기가 무섭게, 우리는 학운교회(그 당시 남편의 담 임교회)로 직행해야만 했던 것입니다. 남편 될 사람은 그냥 일반버 스를 타고 가자는 것을, 내가 우겨서 겨우 택시를 대절하여 신혼여 행 삼아 학운교회로 가게 되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택시비가 남 편의 한달 생활비에 해당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신혼여행을 버스타고 갈 수가 있겠습니까? 아무튼, 우리의 결혼식 은 이처럼 황당한 사건의 연속이었습니다. 신랑은 신부되는 나에게 결혼 10주년 되는 해에는 꼭 제주도로 여행을 가자고 약속을 했습니다.

2.결혼 10주년에 생긴 일
어느새 결혼한 지 10주년이 되었습니다. 개척교회를 하면서 어렵 사리 조립식 건물로 예배당을 마련했기 때문에, 그 당시의 경제형 편도 말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니, 멀리 여행을 간다는 것은 도무지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남편이 몇 만원의 돈을 내 놓으며 온천이라도 다녀오자고 말했습니다.
그때는 ‘오갈 데 없는 사람은 다 모여라’해서, 함께 사는 식구가 7-8명이나 되었기 때문에, 식사준비를 부지런히 해놓고서는 오후에 나 떠날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침결에 환경미화원 아 저씨들이 소풍을 간다면서 금일봉을 내놓으라는 것이었습니다. 조 금 망설이다가 몇 만원을 드렸습니다. 조금 있자, 동네 사는 아기엄 마가 열이 펄펄 나는 아이를 업고 왔습니다. 기도를 해주었으나, 아 무래도 병원에 가봐야만 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 아이엄마에 게 몇 만원을 쥐어주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내 주머니에 남은 돈은 겨우 몇 천원뿐이었습니다.
그렇게 나간 돈이 꼭 아까운 것만은 아니지만, 어쩐지 마음이 섭 섭하고 우울했습니다. 내 눈치를 살피던 남편이 비원이라도 다녀 오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나머지 돈으로 차비와 입장료 등을 계산 해보니, 그래도 캔 음료 하나 정도는 살 수 있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남편은 계란 두 알을 삶아 겉옷주머니에 넣고서는 내 손을 잡고 비원으로 향했습니다. 버스라도 잘못 탈 경우에는 어쩌려고, 우리는 당당히 캔 음료 한 개를 샀습니다. 남편이 벗겨준 계란을 꾸역꾸역 먹고 음료수도 마 셨습니다. 한 모금만 더 마시라고 자꾸 재촉하는 남편을 바라보자 니까, 그동안 꽁꽁 얼어붙어있던 내 마음은 풀어지고 말았습니다. 우리는 서로 손을 꼭 잡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남편은 다시금 새 로운 약속을 했습니다. “20주년에는 꼭 제주도 가자!”고 하면서 강 제로 손가락을 걸었습니다.

3.결혼 20주년에 생긴 일
세월은 흘러서, 어느덧 결혼 20주년이 되었습니다. 속아 사는 것 이 인생이라더니, 이젠 딸 아이 대학진학 문제로 인해서 경제형편 이 어렵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결혼 20주년 기념 여행 따위는 생각 할 겨를도 없었습니다. 10년 전에 약속했던 일이 이루어지리라는 것은 아예 접어둔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그 당시 남편이 PC통신을 하던 중에 ‘하이텔의 새로운 이름 짓기’에 응모한 일이 있었는데, 그 이름 짓 기에 당선이 되어서 제주도 여행권이 나왔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 나머지 여행경비를 마련하는 일이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여행권을 팔기로 했습니다. 한 130만원은 족히 받을 수 있을 거라 는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하이텔 측에서 말하기를 ‘여행권을 다 른 사람에게 양도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하는 수 없이 제천의 어느 아는 친구에게 말했더니, 그가 용돈을 듬뿍 주면서 ‘여행권은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이니 제주도에 꼭 갔다 오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그래서 아무도 모르게 제주도로 여행을 가게 되었습니다. 숙소는 하얏트호텔이었습니다. 우리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고 급호텔이었습니다. 침대에 누우면 남해바다가 한 눈에 다 들어오는 전망이 좋은 곳에서, 우리는 2박 3일을 지내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마치 영화 속의 주인공들처럼, 바닷가 모래사장도 거닐고, 고급스런 뷔페식당에서 저녁식사도 했습니다(물론, 이런 모든 것은 여행권에 다 포함된 것입니다). 나는 그곳에서 지내는 동안에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었습 니다. 앞으로 남은 생애를, 바다처럼 넓은 사랑과 깊은 마음, 그리 고 돌을 던지거나 바람이 불어도 이리저리 요동하지 않는, 넉넉하 고 여유로운 삶을 살아야 한다는 말씀이었습니다.

4.결혼 24년 주년을 맞이한 오늘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섭리며 은혜였습니 다. 나에게는 중학교 때부터 따라다니던 남자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남자가 끝내 신학을 하지 않겠다고 하는 고로, 나는 과 감하게 그 남자를 포기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남편과 결혼 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라는 생각이 듭니 다. 남편은 나에게 너무나 잘해주고 있습니다. 물론 신혼 초에는 얼 마간의 갈등도 있었지만, 그 후 우리는 잉꼬부부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원만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남편은 늘 말하기를 ‘당 신이 나와 결혼해준 것이 참으로 고맙다’고 합니다. 저도 또한, 내 남편이 나를 선택해준 것이 그저 고맙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번 결혼기념일에는 반지 하나를 해주겠다면서 돼지 저금통에 부지런히 동전을 모으더니, 얼마 전 탈북자 돕기에 그 돼지 저금통 을 통째로 내놓는 것이었습니다. 이제는 다 망가진 손에 어떤 반지 가 어울리겠는가 싶기는 합니다만, 나와 한 마디 상의도 없이 탈북 자 돕기에 돼지저금통을 내놓고 마는 남편의 행동이 그리 밉지는 않으니, 이런 내 마음을 나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아마, 24년간 의 결혼생활을 통하여 진정으로 부부일심이 되지 않았는가 하는 생 각을 하고 있습니다.
저의 남편이 나에게 있어서는 가장 소중한 사람입니다. 정말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제 인생의 동반자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며, 지난 결혼생활을 회고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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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땅에서 누려야 할것들을 하나님 나라를 위해서 다 내놓으셨으니 천국에 가시면 분명히 더 좋은것들이 수두룩하도록 주님께서 챙겨 놓으셨을겁니다..하나님의 자녀답게 사시는 삶이 부럽습니다...샬롬^^*
원본 게시글에 꼬리말 인사를 남깁니다.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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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동댁님...저는 자오의 제비꽃입니다...꼬리글 읽다가 ...이 가을 행복하게 보내소서...환절기에 감기 조심하시고...좋은 글 읽고 싶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