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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민둥,지억산(1,117.8m-1,116.7m ; 강원정선)
*일 시 : 2005. 10. 13(일), 제53차(33명), 날씨(구름 많이 낀 흐린 날씨)
*코 스 : 증산초교-(발구덕마을 경유)억새 밭-민둥산-억새밭-지억산
-1,045봉-구슬동-불암사-화암약수-주차장
*소 시 : 오전 10시 30분 ~ 오후 2시 35분 완료(산행거리 10㎞, 4시간 05분간 소요)
2003년 10월 12일(일).
오전은 흐렸고 오후부터 비가내린 가운데 총 5시간을 소요(오전 10시 45분~오후 3시 50분 하산완료)했던 산행이후 만 2년만의 앵콜 방문이다.
강원도 정선의 민둥산 억새
정선 민둥산(1117.8m)은 억새철이면 등산인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산이다.
가을 억새산행지이자 철도산행지의 대표적인 산으로 예전에는 ‘한치뒷산’이라 불렀으며 곤드레, 딱주기 나물 등 산채재배를 위해 일부러 불을 냈는데, 그것이 나무 한 그루 없는 민둥산으로 변했다고 전한다.
‘민둥’이란 이름만큼 해발 1118.8m 정상에는 그 흔한 관목 한 그루 없는 밋밋한 봉분모양과, 어른 키를 훌쩍 넘는 짙은 은빛 억새벌이 정상아래 전후좌우를 덮어 장관을 이룬다. 산세는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으며, 특히 산 정상에서 사방으로 끝없이 두른 가을억새는 보는 이로 하여금 환상의 세계로 인도한다.
「한반도 카르스트 지형에서 나타나는 돌리네가 여덟 곳에 분포하여 민둥산을 중심으로 주변지역은 지하에 거대한 석회암 지반이 형성되어 있다. 돌리네(Doline)란 석회암 토지표면에서 볼 수 있는 움푹 파인 지형을 말하는데, 이는 지하의 동굴로 지표면과 연결되어 흙이 빠져나가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이곳 영월-정선-단양-제천 일대의 시멘트 공장 밀집현상도 이와 같은 지형에서 비롯된다. 들머리에서 약 1Km 지점(20분소요)에 오르면 나오는 <발구덕마을>도 석회암 지반이 함몰한 특수한 카르스트 지형이다. 발구덕이란 여덟 개의 구덩이, 즉 ‘팔구덩이’의 변음이다. 3~4가구가 살고 있다는 발구덕 마을은 산촌의 고독을 온몸으로 겪으며 오늘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행정 구역상 강원도 정선군 남면 무릉리 민둥산 기슭이다. 」
오전 10시 15분.
‘국민생활체육 서울시등산연합주최 서울시 등산대회(불암산)’에 11명이 선수로 파견됐고, 기타 임원들의 결참으로 자리가 빌 것이란 예상이었으나 김영주-김제범-김정림씨의 적극적인 협조로 신입회원 12명을 포함한 33명이 참여한 오늘이다.
영동고속도로 여주휴게소-내륙고속도로 감곡IC-38도로 영월군 연하리까지 신설된 너른 도로를 따라 신난 질주다. 황량해진 산촌가을의 적막한 분위기를 음미하는 시간이 길어서 좋았다. 이어진 38번 도로는 신동-정선군 남면 별어곡 삼거리에서 우측 도로를 이용해 무릉리 증산초등학교 아래 ‘민둥산가든’ 앞 들머리를 놓친 손경남 기사님이 사북까지 진입했다가 U턴하는 시행착오가 있었다. 약 15분을 허비했다.
10시 30분.
약 3~4대의 대형 버스가 거의 같은 시간에 뱉어 낸 등산객들로 철도가 지나는 교각 밑에서 증산 초등학교로 올라가는 일요일 오전의 둔덕은 제철을 잃은 파장 같았다. 10월 중순 억새축제기간에 비하면 지금은 끝물 파시(波市)에 해당한다. 초등학교 정문 맞은 편 산불감시초소에 나이든 남자 한분이 등산객들의 출입을 첵크하며 산불족심이란 빨간색 리본 하나를 얹어준다. 출입자 명단을 기록하고 작은 다리를 건넜다.
매년 11월 15일 이후는 산불예방관계로 일부 코스를 제외하고 전국적으로 출입을 제한받게 된다. 처음부터 지그자그 된 비알에 흙길 바닥에 바튼 호흡을 뱉었다.
(금)강송들의 멋진 몸매를 음미하며 올라가는 된비알이지만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수차례 이곳을 지났던 경험때문이리라.
10시 43분.
침엽수 낙엽이 깔린 외길 등산로를 따라 10여 분만에 왼쪽으로 시야가 트이면서 증산마을이 내려다보인다.
<등산로(완경사로), 등산로(발구덕)>
이정표와 함께 갈림길이 나온다. 가파르던 길은 완만하게 이어지지만 외길인 탓에 철지난 억새산행이지만 많은 등산객들로 붐빈다. 활엽수낙엽이 깔린 바닥이다. 우측 무명무덤 두 곳을 바라보며 올라가는 급경사다. 이어 강송 숲-이깔나무 숲-강송 숲을 차례로 지났다. 가을이 되면 노란 잎을 다 떨구는 이깔나무의 미끈한 몸체가 풍기는 멋은 깔끔해서 좋다.
10시 56분.
초로(初老)의 신사머리에 희끗희끗한 흰 머리카락처럼 소규모의 억새지대가 나타난다.
송림 아래 쉼터를 논스톱으로 통과했다. 10년생 안팎의 잣나무림 군락지다.
심각한 깔딱 오르막에 숱한 사람들이 쏟은 비지땀만은 아니겠지만, 반질반질하게 다져진 찰 진흙 바닥은 헤아릴 수 없는 사람들의 족문(足紋)이 적외선을 통해 무상하게 보인다는 착각마저 든다. 톱밥처럼 폭신하게 깔린 송림낙엽은 죽어서도 타감작용으로 발산하는 천연화학물질 냄새로 사람들의 후각을 누빈다. 비지땀이 발등에 떨어지는 전신은 이미 땀범벅이다
11시 04분.
34분 만에 삼내약수에서 발구덕으로 이어지는 임도에 올라섰다.
차가 다닐 수 있는 시멘트 포장 임도엔 쉼터, 이동식간이화장실과 이동식 포장매점, 화장실과 잠시 쉬어갈 수 있도록 벤치까지 마련해 놓았다. 많은 사람들이 짬을 즐기고 있다.
예서 소로를 따라 북진해 민둥산 정상-북부 직선능선-초지 삼거리-삼내약수터 등산로길-Y자 갈림길에서 우측-지억산 사거리-지억산정상-지억산3거리-좌측 화암약수터 길-임도-구슬동-아스팔트 삼거리에서 우측-불암사-화암약수터 주차장에 이르는 시간은 완보(緩步)라도 4시간이면 넉넉하다는 계산이다. 임도를 정면으로 가로지른 침목계단을 막 올라섰다.
바로 좌측 벤치에서 멎었다.
<정상 40분>
이곳 이정표는 모두 Km 대신 소요시간이 쓰여 있다.
이복순씨가 소개해 처음 나온 마라토너 주정조님의 호흡이 옆에서 듣기에도 퍽 간결하다는 느낌이다. 염려했던 12명의 신입회원 모두가 원만한 행보다. 선후 격차가 근소하다. 괜한 기우(杞憂)였다. 정재근 감사께서 이끄는 후미가 막 올라선 것을 확인하곤 배낭을 고쳐 맺다. 식었던 땀을 한차례 더 쏟을 차례다.
강송이 우거진 숲을 따라 잠시 된 비알을 올랐다.
5분이 지난 후 우측 아래 산록의 고랭지 채소밭은 벌거숭이다. 최근 상한가를 치솟은 채소값 시세 탓인지 밭엔 그 흔한 배추 이삭하나 없이 말끔하다. 그 아래로 발구덕 마을이 그림같이 숨어있다. 호흡조절을 할 기회를 주는 평탄한 능선 삼거리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올라섰다. 침목으로 턱을 만든 계단은 또 다른 된 비알이다. 정비가 잘 된 등산로에는 구간마다 정확한 이정표가 서있다.
11시 21분.
임도에서 15분이 경과한 지점에서 만난 이정표다.
<완경사 하산로, 증산초등학교>
잠시 멈춰 아래를 내려다 봤다. 남쪽의 두위봉 줄기 아래 증산마을이 편안하게 조망된다. 문득 조류(鳥類)들이 비상(飛翔)하며 굽어보는 재미가 이러하리라는 짐작이다. 그것은 새들만이 갖는 최대의 특권이자 즐거움이라는 판단이다. 증산역을 통과하는 화물열차의 기적소리가 아련하게 들려왔다. 이별과 사랑을 노래한 대중가요 하나쯤은 흥얼거리고 싶은 현재의 여유다.
11시 28분.
우측 가파른 오르막 좌우엔 ‘위험’이라 적힌 안내판과 함께 로프를 둘렀다.
가파른 오르막이지만 요소마다 목제벤치를 마련한 정선군의 배려가 돋보였다.
비로소 정상아래 약 4~500m 지점 수평능선 억새군락지대다.
14만평에 달하는 민둥산 억새평원은 제주도 동부 오름지대-창녕 화왕산 억새-장흥 천관산억새-포천 명성산 억새-밀양 사자평 억새와 함께 전국 5대 억새군락지로 꼽힌다. 은빛 억새가 햇빛을 받으며 황금색으로 물들기 시작할 때면 황홀하리만치 아름답다. 솜털같이 휘날리던 억새는 마치 겨울 눈꽃처럼 반짝인다. 억새의 장관은 태양 빛과 어울리며 그 빛을 더 한다. 구름이 잔뜩 낀 하늘은 억새잔치를 외면했다. 비록 끝물인 억새군락이지만 마지막 불꽃이 더 뜨겁고 밝다는 합리화는 결코 넉살이 아니다. 끝물을 즐기는 기회가 어떤 의미에선 더 풍요롭기 그지없다.
단풍과 억새에 관한 소고를 실었던 2003년 10월 26일 월출산 후기 일부다.
「단풍이 화려한 도시의 여인이라면, 억새는 소박한 농촌 여성을 연상하게 한다.
전자가 원색적인 의상이라면, 후자는 실색(實色) 의상이다. 전자가 화사한 풍광으로 환희를 주지만, 후자는 순박하면서도 강인한 힘으로 민초의 대변자로 표현된다. 단풍 앞에서 생각하는 세상을 바라보는 눈과, 억새 앞에서 바라보는 시각도 원천적으로 판이하다. 계절을 일깨우는 양자는 그 성격은 다르지만, 같은 시대를 공유한다는데 공통점이 있다. 밀양 사자평, 정선 민둥산, 포천 명성산, 광천 오서산, 장흥 천관산, 창녕 화왕산, 제주 한라산 등이 억새로 유명세를 치르는 곳이다. 그 중 월출산 미왕재(‘억새밭’으로 지명이 통일되어 있음) 부근도 빠질 수 없는 억새 경관과 서정을 자랑한다.
억새는 하루 세 번씩 변신하는데, 세 번 모두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아침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은억새, 오후 붉은 석양에 비껴 금빛으로 반짝이는 금억새, 달빛 아래 비치는 솜억새로 불린다. 따라서 억새는 적절한 시간에 맞춰 경관을 보아야 제대로 볼 수 있다. 은억새는 무박산행일 때 일출시간에 맞춘 오전 8~10시 사이에, 금억새는 석양 무렵인 오후 3~4시 사이 역광으로 바라볼 때 그 진수를 맛보게 된다. 솜 억새는 달이 뜬 야간등산이라면 최적일 것이다. 달이 떠오르는 月出山 솜억새는 더더욱 그 진가를 발할 것이다. 」
<쉬어 가는 곳, 화장실이 아님>
억새를 재료로 ∧자 형으로 만든 움집 두 棟과, 움막 한 棟이 우측 억새밭 사이에 있지만 처음 설치 이후 손을 보지 않아 흉물로 변했다. 정선군 당국의 손길이 아쉽다. 운치가 있고 절경을 즐기다 쉬어가라는 정선군청 본래의 배려가 무색해졌다.
여유있게 즐기는 노후처럼 세상살이와 과거와 현재를 음미하는 차분한 시간이다.
좌우엔 목책이 둘러있고, 침목을 사이마다 끼어놓고 나무를 잘게 부순 조각을 깐 바닥에서 풍기는 나무냄새가 사뭇 좋다. 밟을 때마다 신발바닥으로 전해오는 신선한 감촉이 무척 즐겁다. 지난여름 <韓屋연수> 당시 강화도의 ‘학사재’에서 만난 폐목용도와 흡사하다. 사람냄새와 나무냄새가 어우른 기막힌 조화다.
오전 11시 35분.
2년 만에 해후하는 민둥산 정상은 예전 그대로다.
<민둥산 1,117m> <민둥상 카르스트 안내문>
정상에는 산불감시초소와 함께 카르스트지형 안내문, 돌리네 사진, ‘풀꽃 세상을 위한 모임’에서 수여한 3회 풀꽃상 수상 기념 안내판, 두 개의 작은 케언, 봉곳한 정상 주위엔 목책과 데크시설이 편리하게 이용된다. 전망대 아래 좌, 우측에 각기 다른 기관에서 만든 정상표지석이 박혀있다. 규모면으로 따진다면 마치 父子같아 보이는 오석(烏石)의 정상석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오늘 정상의 바람은 지극히 평온하다. 행운이다.
「정선군 남면 민둥산 일대 지형은 갈대숲으로도 유명하지만 석회암 지대에서 잘 나타나는 돌리네가 발달한 카르스트 지형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카르스트 지형이란 유럽 아드리아해 연안의 한 지방마을의 이름으로써 지형이 이와 유사한 지역을 일컬어 카르스트 지형이라 한다. 이러한 지형은 석회암 내 탄산칼슘이 빗물에 용해되어 나타나는 沈下 현상으로 학술적인 보존가치가 매우 높은 지형이다. 이 지역에도 이러한 형태의 돌리네가 발달되어 산 주변에 4개를 포함하여 총 12개 이상의 돌리네가 주변에 분포하고 있으며 산 아래 발구덕이란 마을 지명도 8개의 돌리네(구덩이)가 있다는 것에서 유래되었다. 돌리네 현상은 육안으로도 쉽게 확인할 수 있어 이 지역에 많이 분포하고 있는 석회석 동굴과 함께 지리적 특성을 잘 관찰할 수 있다.」
북쪽으로부터 시계바늘 방향으로 군의산, 문래산과 노목산, 두위봉, 가리왕산 너머 청옥-두타-금대-함백으로 이어가는 장관인 백두대간 파고다.
전망은 정선군의 중앙부에 위치하여 동쪽으로 함백산, 지장산 남쪽으로 두위봉 백운산, 서쪽으로 가리왕산 백석봉 북쪽으로 상원산-노추산-상정바위-괘병산-고적대와 멀리 두타-청옥산, 태백산 등의 시원한 조망이다.
<화암 약수터 140분, 삼내약수 70분, 증산교시점 50분, 발구덕 임도 20분>
<발구덕 하산로 → >
우측은 발구덕 마을로 내려가는 코스다.
정상에서 조망되는 동남쪽 발구덕 마을은 돌리네로 깊은 침하를 보이고, 그 주변 산 사면과 구릉지대를 일궈 만든 고랭지 채소밭이 아까와는 다른 분위기로 다가든다. 재주와 시간이 허락했다면 수채화라도 그려보고 싶은 욕심이다.
정오다.
지난주에도 준비했던 호박고구마를 건네자 모두들 즐긴다. 별미인가 보다.
후미 일행 모두와 합류, 기념사진과 행동식을 나누고 지억산을 거쳐 ‘화암’ 약수터를 향한 정북 방향으로 접은 내리막이다.
너른 억새밭을 가른 목책을 두른 능선 길은 마치 모세의 기적에 의해 갈라진 홍해(紅海)의 엑소더스다. 보기에 따라선 긴 또랑처럼 굽이치는 곡선이 퍽 유연하다는 느낌이다. 평화스러운 억새능선에서 과거를 돌아보고 또 연령의 나이테를 곱씹어보는 놓칠 수 없는 기회다. 능선을, 아니 山은 그냥 걷는 게 아니라 눈으로 걷고, 발로 걷고, 온 몸으로 걸으며 느끼고 생각하고 판단하는 최상의 시간이다. 사람과 나누는 대화에서 사람과 자연과 우주를 발견하는 열락(悅樂)은 엑스타지이며 숨 가쁜 오르가슴이다.
억새지대가 끝나고 갈림길이 저만치다.
12시 10분.
초지 삼거리다.
<화암약수 130분, 삼내약수 60분>
삼거리에서 90도 좌측방향으로 꺾여 얕은 내리막은 습기로 상당히 미끄럽다.
신구 회원들간에 나누는 희희낙락의 대화가 억새물결만큼이나 부드럽고 리드미컬하다.
산은 모든 미몽의 벽을 허물어주는 마력의 神인가 보다.
12시 18분.
<삼내약수, 고병계곡>
이정표가 있는 지점에서 능선은 좌측으로 크게 호(弧)를 그리듯 휘어진다.
이내 잣나무 숲으로 빨려들었다. 하늘을 가린 잣나무로 주위는 늦저녁처럼 어둑해졌다.
이어 벌거벗은 나목의 이깔나무림이다.
바닥에 깔린 이깔나무 낙엽은 싸락눈처럼 곱게 쌓여있다.
<삼내약수 50분>
12시 22분.
<몰운대, 삼내약수, 화암약수>
우측은 몰운대로 빠지는 코스다.
우측에 임도를 두고 평행한 능선은 색다른 분위기다.
추풍냄새가 나는 소슬한 바람이 불어든다.
그렇게 걸어가는 편안한 능선을 앞서거니 뒷서거니하며 반복했다.
12시 32분.
우측 임도 아래에서 왁자한 사람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30여명의 등산객들이 모여앉아 식사를 즐기는 자연스런 장면이다.
겨우살이를 벙거지처럼 가지 끝마다 둘러쓴 좌측 사면의 신갈나무림, 우측의 전나무와 이깔나무 숲을 지났다. 얕은 오르내림을 3~4차례 반복하는 능선이다.
12시 44분.
임도를 가로지른 얼마 후 Y자 갈림길이 나왔다.
<삼내약수 ↖ ↗ 화암약수>
좌측은 삼내약수로, 우측은 지억산-화암약수터로 갈라지는 길목이다.
예서도 화암약수까지는 1시간 이상 거리다.
12시 47분.
<증산초교 150분 ← 몰운대, 광대계곡↑(지억산 사거리)
지억산 15분↓ →화암약수터 100분, 불암사 90분 →>
지억산 사거리 갈림길에서 멎었다.
본격적인 내리막 직전에서 행동식을 덜어내는 휴식시간을 가졌다. 후미도 지척의 거리에 와있다. 지억산 오름을 두고 ‘지옥산’ 운운하며 선뜻 나서기를 꺼리는 눈치다. 적어도 한차례 이상 다녀온 사람들은 별 흥미를 느끼지 않는 모양이다.
2003년 당시 지억산에 대한 후기다.
「지억산 정상에 올랐다.
<지억산 1,116 m>
삼각점과 초라한 표지목만 있을 뿐 표지판이 땅 바닥에 떨어져 있고 정작 그 기둥은 없다.
높이 2m 정도의 쇠파이프가 정 중앙에 박혀있고 그 꼭지딴에 태극기가 걸려있다.
지억산 정상은 이런 정황으로 일행을 맞고 있었다.
지억산(芝億山)의 한문 표기를 해석해 보면 영지와 같은 평평한 버섯을 의미하는데 정상은 우산모양의 버섯처럼 봉긋하다. 멀리 두위봉, 함백산, 금대봉, 백두대간의 줄기가 동쪽을 휘어 감으며 사방을 둘러보아도 산평선일 뿐이다.
조망 하나는 다른 산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태백, 영월, 봉화, 삼척 등 시군경계가 되는 산줄기가 파노라마를 펼친다. 그 아래 산록사이로 난 도로위를 거북이걸음의 자동차가 간간이 눈에 띌 뿐이다. 」
내노라하는 술꾼들 대부분이 등산대회에 참석한 관계로 배낭에 그 흔한 소주 한 병 챙긴 사람이 없다. 드문 경우다. 최윤영씨가 준비한 닭발 요리가 안타깝게도 제구실을 못했다.
정상주를 준비한 사람을 찾으니 저마다 그저 희죽 웃는 걸로 답을 할 뿐이다.
오후 1시 2분.
후미와 합류해 하산에 접었다. 종주의 70% 이상을 소화한 능선지점이다. 소규모의 억새지대와 송림숲을 차례로 지났다. 로프가 걸린 내리막이 다하면 이깔나무 나목지대다. 하늘은 음산할 정도로 잿빛이다. 한기가 더 찾아든다.
1시 21분.
밋밋한 광대봉을 지났다.
누군가 걸어둔 시그널이 없더라면 확인조차 못하는 그런 평범한 봉우리다.
갈잎이 깔린 내리막이다. 등산로 정비를 위해 벌채와 벌초흔적이 역력하다.
동북쪽으로 길게 누운 광대산-각희산 능선이 늘씬한 자태다. 꿀꺽 침을 삼켰다.
명년 11월에 예정한 산이지만 선뜻 욕심이 생김은 마음에 둔 여인을 만났을 때 은근하게 젖어드는 그런 심정이리라. 양탄자 위를 걷는 폭신한 편안한 사면길이다.
1시 35분.
3거리에서 좌측으로 꺾이는 내리막이다.
이제 산행 끝이 손마디 안에 들어섰다는 판단이다.
1시 38분.
삼거리에서 좌측으로 꺾었다.
일행 33명 모두가 짜 맞춘 대오처럼 긴 행렬이다.
지극히 평준화된 오늘의 행보(行步)다.
1시50분.
좌측에 수천 평의 비탈채소밭을 바라보며 내려서는 완만한 내림이다.
5분 후 만난 포장도로에서 좌측으로 접었다.
오후 2시.
큰 구슬골 아스팔트 포장도로 3거리에 섰다.
북쪽으로 3분 거리가 불암사 입구다. 암자 입구 공터에 대형버스 두 대가 정거해 있다.
손경남 기사와 통화했다. 약수터 안 주차장에 대기중이며, 예서 약 3Km 떨어진 화암동굴 주차장 옆에 식당을 정했다는 전갈이다.
전금순씨와 충암고교 윤상천 선생님에 대한 안부얘기와, 세상을 살면서 접하는 숱한 만남의 얘기를 하던 끝에 50m 전방에서 역으로 올라오는 세 사람과 마주쳤다. 내가 먼저 알아보고 인사를 청하자 놀라는 표정이다. 진명여고에 재직하는 홍병삼(수학과) 선생님이다. 직장인들과 등산을 왔는데 일행들은 우리들처럼 증산초교-민둥산-지억산을 거쳐 내려오는 도중이고 나머지 세 명은 역산행을 하며 일행을 마중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학후배이기도 한 그와는 일주일전 00모임의 회식자리에서 만난 바 있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아는 사람과 만나는군요.‘
그와 인사를 마치고 헤어진 후 전금쑨씨가 던진 말이다.
2시 24분.
쌍약수터에 내려서 의례적으로 약수 두어 컵을 마셨다.
화암약수는 1910년경 발견되었고 1977년 국민관광단지로 조성됐다.
톡 쏘는 맛이 그다지 자극적인 맛은 아니지만 철분의 맛도 입안을 떫게 하진 않았다. 위장병, 피부병, 안질에 효과가 있다는 약수 맛에 감탄하고, 화암골의 추경(秋景)에 감탄하고 돌아서는 이곳은 여름이 제철이겠지만 가을과 겨울경치도 그만이라는 생각이다.
2시 35분.
후미 일행 모두가 합류, 산행을 완료했다.
증산초교 들머리에서 임도-억새 밭-민둥산-억새밭-지억산-1,045봉-구슬동-불암사-화암약수를 지나 매표소 앞 주차장에 이르는 10Km 거리에 소요된 시간은 4시간 05분간이다.
뒷설거지를 마친 5분후 주차장을 출발, 황금식당으로 향했다.
단아한 된장찌개 식사도 짭짤했다.
식사 도중 김영주씨로부터 등산대회 입상소식을 받았다.
예상대로 서울시대회 1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에 모두가 환호했다.
오후 3시 40분.
귀로에 올랐다. 조용한 버스 안 분위기가 남다르다.
휴일의 고속도로 소통상황은 오늘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감곡IC와 여주휴게소, 양지부근일대가 상습적인 동맥경화다.
오후 9시 20분.
대회에 참가했던 선수들이 기다리는 화곡동 우장초등학교 앞 주점에 모였다.
김병찬-김영주-이복순-최자영-이근자-왕영주-장숙자-김연자-김영선 등 환한 표정의 그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자랑스러운 회원들이다. 술을 못하는 이기철씨는 일찍 자리를 털었고,
김제범씨는 前주점에 있다고 한다.
오랜 시간동안 기다린 그들은 개인차에 따라 무척 이취(泥醉)한 상태다.
강서연합회 김수길회장과 대작이 있었다는 전갈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의 전화를 받았다.
예의 찬사와 감사하다는 인사가 뒤따랐다.
11시 30분.
늦은 밤이다.
귀가하는 도중 김제범씨와 만나 동행하는 발길이 생각 이상으로 경쾌했다.
밤은 그렇게 새털처럼 날아가고 있었다.
*교통 :
-승용차
하행[중부-내륙고속도로 감곡IC-38번 도로로 영월-예미-별어곡-증산]
상행[화암리-정선-평창-안흥-새말IC-영동, 중부고속도로]
-철도 :
태백선(청량리~증산) 청량리역-제천역-증산역 하차-증산초교 (1일 7회 운행)
증산~청량리도 동일하게 운행 (정선 시외버스정류장 (033)563-9265. )
-대중교통
동서울터미널(☎02-446-8000)~정선행 버스 하루 11회 운행(13,600원, 3시간 소요)
정선에서는 시내버스(☎033-563-1094)를 이용하여 화암리 관광단지.
버스는 06:00∼20:00까지 하루 14회 운행(요금 1,510, 30분소요).
시외버스[동서울 종합터미널~정선 1일 13회 운행, 정선~서울도 동일함.
→정선~화암리 시내버스가 오전 6시부터 1시간 간격으로 운행
→정선~증산 시내버스가 1일 7회 운행]
-동면개인택시(☎033-562-9339)를 이용하면 화암약수까지 8,000원
-현지교통 :
1) 정선에서 시내버스로 남면까지 06:40-16:30 중 5회 운행, 40분소요
2) 택시 이용시 정선에서 남면까지 약 30분소요
*숙식 :
-증산[현대여관(033-591-1052), 지성여관(-591-2341), 미도여인숙(-591-1057),
윤중원 이장댁(-591-1602), 민둥산가든(-592-3000)]]
-화암리[화암장여관(-033-562-2374), 명산식당(-562-2106), 화암식당(562-5056)
황금식당(☎033-563-2660) 곤드레밥 1인분에 5,000원]
-화암리 동대천 주변[강변집(033-562-3290), 명바위쉼터(-562-2354),
화암가든(-562-5969), 풍차집(☎033-562-7674), 등]
-몰운리[소금강민박(-562-8460). 몰운관광농원(-562-2285), 오송집(☎033-562-6454),
몰운대농원쉼터(-562-8460), 황금식당(-562-2660 곤드레 밥)]
-화암동굴(황금식당 010-3088-1761, 033-563-2663, 김찬우)
-석곡리의 음지좌사민박(☎033-562-2944), 화암가든(☎033-562-5969),
-남면소재[리버사이드(033-592-3326),현대여관(033-591-1052),집현전(033-591-5545)
*기타 : 정선소금강
-화암약수(위장, 빈혈, 안질 등에 탁월한 효과)
-거북바위(화암약수 진입로 우측봉우리에 자리잡은 바위로 단풍 철 경관이 일품)
-용마소(화암약수 진입로 우측 거북바위 아래 반석을 감싸고 흐르는 소)
-화암동굴(1934년 금광갱도 공사 중 발견. 길이 476M, 높이 45M, 넓이 250평 종유동굴)
-화표주(산신들이 돌기둥에 신을 걸고 짚신을 삼았다고 전하는 뾰족한 기둥모양의 바위)
-몰운대(몰운리 창째고개 절벽 위에 수령 320년의 노송이 있는 반석과 같은 절벽)
-광대계곡(화암국민관광단지 서북방향 6Km 지점 좌측에 보이는 계곡으로 기도굴․촛대바 위․층대바위․병풍바위․용천폭포․골뱅이소 등 20여 명소가 있는 몰운리 계곡)
*주변문화재 :
1) 봉양리 뽕나무(기념물 제7호)-정선읍 봉양리
2) 정선 고학규가옥(유형문화재 제89호)- 봉양리
3) 정선 화암동굴(기념물 제33호)-동면 화암리
4) 정선 화암리소나무(기념물 제66호) 동면 화암리
5) 정암사 수마노탑(보물 제410호)-고한읍 고한리
6) 이단하 내외분 옷 (대례복외6점 중요민속자료 제4호)-임계면 봉산리
*주변관광지 :
화암약수 화암동굴 정선소금강, 화암국민관광지, 가리왕산, 정암산, 함백산, 아우라지,
숙암리계곡, 항골계곡, 오장폭포, 구미정, 두위봉
*정선군청 관광문화과 (033-560-2363,2369 / 전송 033-560-25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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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매거진] 전국의 억새 명산
이달 말까지 수십 만 평에 '은빛 물결' : 2005.10.06
억새는 대개 10월 중순부터 절정기를 맞아 10월 말까지는 고운 억새를 볼 수 있다.
다음은 전국에서 손꼽히는 억새 명산이다.
■ 경기도 명성산
명성산(鳴聲山·922.6m)은 수도권 억새 감상 1번지로 꼽히는 산이다. 쇠잔등 같은 능선에 활짝 팬 억새가 일품이다. 11·12일에는 억새축제인 억새제도 열린다.
등산 매니아는 산정호수 들머리인 등룡폭포 입구에서 비선폭포~등룡폭포~억새밭~삼각봉~정상~신안고개~산정호수(6시간) 구간을 택하지만, 억새 탐방만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은 비선폭포~등룡폭포~억새밭~삼각봉 직전 삼거리~자인사(3시간) 코스를 주로 택한다. 입장료 어른 1000원, 청소년 700원, 어린이 400원, 주차료 중·대형 3000원 소형 1500원. 안내전화 (031)533-4080.
국철 1호선 의정부역 앞 시내버스정류장에서 1일 9회(07:00, 08:00, 11:10, 13:10, 15:40, 17:50, 19:50, 23:30, 24:00) 운행하는 산정호수행 좌석버스(포천교통 031-535-8813)를 이용할 수 있다. 상봉터미널이나 수유역(4번 출구)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운천까지 간 다음 산정호수행 버스로 갈아타도 된다.
■ 경남 거망산
함양 황석산(黃石山·1190m)~거망산(擧網山·1184m)은 가을 산행지로 인기 높은 산줄기다. 퇴색해가는 나뭇잎 사이로 불어대는 바람을 맞으면서 암릉을 탄 다음 말잔등처럼 매끈한 능선 위에 반짝이는 억새밭을 스치며 걷는 즐거움을 함께 맛볼 수 있는 산줄기이기 때문이다.
산행은 주로 용추계곡 입구인 안의면 유동 마을에서 시작해 황석산 정상 암릉을 따르다 뫼재를 거쳐 거망산 직전 안부에서 용추사로 내려서는 식으로 한다(6시간 소요). 억새만 즐길 양이면 용추사에서 지장골을 타고 거망산 정상에 오른 다음 북릉을 따라 은신치를 거쳐 용추 자연휴양림으로 내려선다(6시간 소요). 기백산 군립공원 어른 1000원, 청소년 600원, 어린이 300원.
용추계곡은 거창 서흥여객 버스종점에서 매시 50분(06:40, 07:50~17:50) 출발. 버스 요금은 2000원. 통영∼대전 고속도로 지곡 나들목에서 승용차로 20여분 거리.
■ 경남 화왕산
창녕 화왕산은 십리 억새밭으로 일컬어지는 산이다. 화왕산성을 따라 오르다 보면 한쪽은 억새 물결이, 다른 한편으로는 광대한 벌판이 벌어져 가슴이 벅차오른다. 매표소에서 환장고개로 올라선 다음 화왕산성을 따라 한 바퀴 돌고 내려오는 데 2시간 정도면 가능하다. 억새 탐승에 산행을 보탠다면 화왕산 동릉을 따르다 관룡산(739m)을 거쳐 관룡사로 하산한다(4시간 소요). 군립공원 입장료 어른 1000원, 주차료 2000원. 자하곡 매표소 전화 (055)530-2478.
창녕까지는 서울 남부시외버스터미널(전화 02-521-8550) 대구 서부시외버스정류장(전화 053-756-0017) 부산 서부시외버스터미널(051-322-8301~2) 등에서 버스로 갈 수 있다. 창녕읍내에서 자하곡 매표소까지는 택시로 3000원 거리. 구마고속도로 창녕 나들목에서 자하곡 매표소까지는 10여분 거리다.
첫댓글 너무도 세세한 후기 즐감 하고나니 안가도 다녀온듯 선 합니다 ..대장님 고생 하셨습니다 ^^* 글구 .~서울시 등반대회 우승하신 산우님들 축하 드리면서 ..수고 많으셨습니다 ..ㅋㅋ^* 언제나 늘 거기 그자리에 함께 하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