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 길어서 그런가.....점점 조회수가 낮아지네.....허나....읽는 사람이 한명으로 줄더라도 난 꼭 끝을 보리라(장엄하다..)....
새벽종이 울렸네....새 아침이 밝았네....아구구....졸립다....우리 휴가 온 거 맞아.....휴가는 모름지기 그동안 못 잔거 퍼지게 자고....맛난 거 먹구....슬렁슬렁 놀러 다니는 건데.....우리는 뭐다냐.....뭔 귀경을 하겠다고 이래 아침부터....허나....하나라도 더 봐야지....넘 아깝잖아....시간도...전도....그치.....
오늘은 어디부터??....그래....파흐리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에펠탑으로 가자.....왜 에펠탑이냐....그야 에펠이라는 사람이 설계를 해서 그렇다내.....시시하긴.....그런데 놀라운 건 27개월의 기나긴 공사 기간 중 한건의 사고도 없었다고 하니....우린 진짜루 본받아야 한다....
이 에펠탑의 전경을 구경하려면 샤이요궁이라는 곳이 제격인데....멀리 보이는 에펠탑의 전경은 그야말로 끝내준다.....에펠탑으로 가는 길....뻥 뚫린 넓은 도로며 멋진 분수....시원하다.....이야....웬 사람이 이리 많다냐.....이 많은 사람들이 여길 다 올라간다구....이러다 무너지는 거 아냐....으미....에펠은 3층까지 올라가 볼 수 있는데.....올라 가는 방법은 두 가지....하나는 엘리베이터를 이용.....그러나....사람이 너무 많다....줄을 서서 기다리면 족히 3시간은 걸릴 듯....구리구 가격도 비싸다....그리구.....여행의 참맛을 느낄 수 없을 것 같다....고로....우리는 도보행을 택했다....사실 겁도 났었다.....올려다 보면 꼭대기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은 이 탑을 과연 걸어서 올라갈 수 있을까?....중도에 포기하면 안 가느니만 못하구.....그래....가자.....이 쪽 줄도 만만치 않다....1시간 정도 서서 기다렸다....워낙 올라가는 사람이 많아서....내려 오는 사람 봐서 인원을 조절하면서 올라가게 하는 것 같다.....
드디어...우리 차례다....신발끈을 고쳐 매고....높은 산을 오를 때의 비장한 각오로...출발.,...층계수가 몇 개인지 기억이 안 난다.....다만 가도가도 끝이 없다는 거.....내려 가는 어떤 사람이 수를 헤아리는 목소리가 들리던데.....갑자기 '세븐'하면서 방해 한번 할까?....우리 돈 셀 때 옆에서 자꾸만 숫자대면 잊어먹는 것처럼.....그러면...저 사람 다시 올라갔다 와야 겠네....크크....투더리랑 수다 떨며 킥킥 거리고....내려오는 사람들 얼굴 일일이 쳐다보기도 하구....알아듣지도 못하는 한국말로 '얼마나 남았어요?" 물어 보기도 하구(투더리가 웃겨 죽겠단다...헤)....힘들면 잠깐 멈추기도 하구....
1층 도착....생각보다 안 힘드네.....역쉬....튼튼한 다리...내가 여행을 하면서 절실히 느낀건데....사람은 자기가 하고 싶은 거 하며 살려면 진짜 가장 중요한 게 건강인거 같아....그리구....한 살이라도 어렸을 때 도전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거.....늙고 병 들면 아무것도 못 혀.....특히...여자는 딸린 애새끼라도 있음 더 못 혀....그치?....아줌마들(넘 과격했나??....이러다 몰매 맞겠네...아줌니들한티...키키..)
에펠탑 1층에 올라가면 우선 시야가 뻥 뚫린다.....야호.....파리 시내의 전경이 그림처럼 쫙 펼쳐진다.....넓다.....저기 세느강이 유유히 흐르고....와....저기 개선문 보인다....저기가 몽마르뜨인가.....사방팔방으로 돌아다니며 구경을 했다....1층엔 관광객들을 위해서....근사한 테라스가 있는 까페도 있구....씨네 까페도 있구....레스토랑도 있다(비싸)....기념품 파는 가게도 있구....전화도 있구....우체국도 있다....마침 투더리는 그 바쁜 일정중에도 틈틈히 엽서를 썼다고 부치고 간단다...에구....기특한 거.....나도 주소 좀 알아올 걸....파리에서 온 엽서....생각만 해도 멋지잖아....담 여행때는 꼭 주소 알아가지구 와야지.....쩝!!.....나는 아쉬운 마음에 자동차 그림이 예쁘게 박힌 우표세트를 하나 샀지.....
자....이제는 2층으로.....점점 층계가 좁아진다.....좀 힘드네.....도착.....와우....2층에서 보니까 더 멀리 보인당.....난 고소공포증 있는데....오늘은 하나두 안 무섭네그랴....어디를 봐도 궁전같은 건물들이.....쭉 뻗은 길......멋진 다리......곳곳의 공원....흠~.....좋다.....근데 바람이 부니까 탑이 흔들린다....휘청휘청 하는 거 같다.....이거 설마 무너지는 건 아니겠지....어여....내려가자....2층에선 3층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지만(공짜 아님)....이 정도면 됐다 싶다....
내려오는 길은 올라가는 길보다는 속도가 빠르다.....군데군데 여기를 다녀 간 유명인들의 야그가 걸려 있다....모파상은 1층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면서 이런 농담을 했다나..."나는 에펠탑이 보기 싫다. 그런데도 이곳에 자주 와서 식사를 하는 이유는 이곳이야말로 파리에서 에펠 탑이 보이지 않는 유일한 장소이기 때문이다"...라고 했다나....이게 농담이야??....진짜 웃겨.....^^
파리에서 한 이틀 지내다보니 그야말로 겁대가리가 없어졌다....지하철도 익숙해지고....사람들도 익숙해지고(사실 난 민감한 편이라...얘네들이 뿜어 내는 누린내 땜시 첨엔 돌아버리는 줄 알았거든...근데 그것도 감각이 무뎌지더라)....마음의 여유가 생긴다....사람 사는 거 다 매한가지라는 생각이 든다.....아쭈!!.....
에펠탑을 빠져 나와....그 앞에 넓다랗게 펼쳐진 공원에서 과자와 콜라를 사 먹었다....의자에 다리도 쭉 올려 놓고......근데....여기 참새들 넘 무섭다....왠 참새??....그냥 과자부스러기 남았길래 던져 주었더니....이게 말이쥐....마치 강아지마냥 과자조각을 부리로 덥썩 받아 먹는당....증말....이거 새 맞아??.....그리고 또 달라고 매서운 눈빛으로 쳐다본다....흐미.....게다가 저쪽에서 참새떼가 우루루 몰려 와서 내 옆에서 쭉 늘어 서서 똑같은 포즈로 날 쳐다본다....안 주면 쫀다하는 표정으로....아이구.....솔직히 겁나더라....예전엔 '새'라는 영화보고 며칠간 새 근처도 가기 싫었는데....그 참새떼의 기세에 비둘기는 꼼짝도 못 하더라....비둘기 불쌍해서 과자 던져 주니까....그 쬐그만 참새기 휙 뺏어 먹는데 오히려 ?i겨다니던 걸.....빨랑 가자....이 먼 타국땅에서 참새떼한테 쪼여 죽으면 이 무쉰 허무한 죽음이다냐.....슬금슬금 공원을 빠져 나왔다....
쭉 걸어 나오니.....사관학교 건물이 보인다....오잉...저기 익숙한 뭐가 보인다.....건물 앞에 투명 플라스틱으로 만든 조형물이 서 있는데....거기 "평화"라는 우리나라 글씨가 보인다....이렇게 반가울 수가....마치 한국사람을 만난 양 우리는 막 뛰어갔다....손으로 만져도 보구....아으...솟아나는 애국심이여!!.....크크.....
그 곳을 지나 공중전화 앞에서 배낭여행을 온 한국여학생을 만났다....한달간 혼자서 유럽 여행을 했대....혼자서....정말 존경스럽다.....마지막 코스로 파리에 왔다고....그냥 길거리에 서서 그 아이가 사 온 한송이 뿐인 청포도를 먹으면서 야그를 했다....무서운 일도 많았다고....흑인들 사이에 빙 둘러 쌓여서 놀림을 받은 적도 있다구....나쁜 넘들....또 남자들이 혼자 여행을 오면 외국여자들이 꼬셔서 돈을 빼앗거나....지하철에서 남자 둘이 하나는 다리를 잡고 하나는 지갑을 뺏는 모습을 눈으로 보면서도 빼앗기는 일도 허다하다고......무섭당....그래도 우린 무사히 잘 다니고 있으니....이 모두 부모님 은공입니다(나중에 집에 돌아오니까 울엄마가 나 땜에 하루에 다섯 번은 기도를 하셨다고 하더라..어무이).....
또 다행스러운 건....우리가 오기전까지만 해도 비가 계속 왔었는데 우리가 도착한 그날부터 계속 화창한 날씨이니 관광하기에는 적격이라네.....경사났네!.....경사났어!!....얘기하는 사이...그 아이의 금쪽같은 포도를 다 먹어 버렸네....미안해라...가난한 배낭족인데....건강하게 잘 가라고 인사를 하고 헤어져서 우린 무작정 걸었다....이제 어디 갈까?....
저기 황금색 지붕의 궁전이 보인다....나폴레옹이 묻혀 있는 앵발리드란다.....가자....근데....배 고파잉...아...저기 슈퍼 보인다(파리에는 편의점이나 할인매장,슈퍼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투더리와 난 신이 나서 넓은 매장을 이리저리 둘러 봤다....투더리는 치즈를 좋아한다며 100가지도 넘을 것 같은 엄청난 치즈더미속에서 떠날 줄을 모른다....나는 뭐 신기한 거 없나....열심히 돌아다니구....종류는 굉장히 많은데....먹는 건지....어떻게 먹는 건지 잘 모르겠다....하여튼 20분 넘게 고른 치즈하나랑 햄하구 음료수랑 요플레(숫가락 절대 안 준다...치사한 것들...어떻게 먹냐구?....그냥 마셔야지 뭐)....열대과일하구.....그리구 호밀빵을 샀다(많이도 샀다).....
앵발리드로 향했다....에게....이게 뭐야....멀리서 보는 지붕은 황금빛으로 찬란하여 보는 사람을 유혹하는데.....가보면 허당이다....진짜 지붕만 화려하다....그 밑의 건물은 낡았고.....달랑 건물 몇 개.....나폴레옹묘...동상....분수정원뿐....흐잉.....그래도 정원의 꽃만은 너무 아름다웠다...가까이 보면 그냥 들꽃같은데 색깔이 파스텔톤으로 어여쁘고....신기하게도 회색꽃도 있다....
여기서 쉬었다 가자....오늘은 좀 느긋한 시간을 갖는 것도 괜찮지....아까 슈퍼에서 산 음식을 꺼냈다....쭉 펼쳤더니 호화로운 만찬이다....우걱우걱 먹기 시작했는데....빵이 이젠 넘 지겹다....가방을 뒤적뒤적 했더니....비행기에서 가져온 고추장이 나왔다....이거다....바게트빵에 딸기쨈마냥 쭉 발라서 한 입 베어 물었다....우후....약간 짭조름한 맛이 입안에 감돌면서 오묘한 것이 먹을만 하다....좋다....한국의 맛....(하지만 한국에선 이렇게 먹으라면 절대 못 먹을거야)....느긋하게 점심을 먹고 얘기도 하면서....모처럼만에 오후의 한가로움을 즐겼다....진짜 휴가 온 거 같다.....여유롭고 한가롭고 자유로운 기분.....
다시 출발....요번엔 어디??.....파리에서 제일 잘 나간다는 갤러리 라파에뜨 백화점으로 향했다.....우와....엄청 넓다.....들어서는 순간부터 향수냄새가 코를 찌른다.....화려한 옷들.....이름만 들어도 아 그거! 하는 유명 화장품들.....향수....향수를 하나 사볼까 돌아다녔더니 가는 곳마다 온몸에 향수를 팍팍 뿌려준다.....냄새에 취해서 정신이 하나도 없다.....그래도 향기 넘 좋다...이 백화점엔 한국인을 위한 안내데스크가 있단다(한국사람이 올매나 많이 왔으면)....혹시나 무슨 도움이 될까 싶어서 찾아갔더니 파리에 온 한국사람이 여기 다 모여 있는 거 같다....오랜만에 듣는 경상도 사투리가 아주 정겹다.....그러나 별 도움은 못 받았다.....
7시가 되니깐 문 닫는 시간이라고 음악이 나온다....그랬더니....얘네들 진짜 칼이다...방송 나오자마자 어디서 꺼냈는지 포장으로 매대를 사정없이 덥는다....그리고....가방을 들고 잽싸게 나가 버린다....물건 사느라고 1분이라도 늦혀지면 얼굴이 오만상으로 구겨진다....시간개념이 확실한 건지...매정한 건지....코리안 타임은 싫어도...푸근한 한국사람이 좋다....
지난번 공항에서 만난 아주머니가 저녁을 사 주신다고 약속을 했기에 다시 샹제리제 거리로 향했다....근데....두번째 오는 길인데도 어디가 어딘지 잘 모르겠다....그냥 걸으면 될 것 같아서....무작정 걷기 시작했는데.....가도가도 끝이 없다....어디야....다리 아프다....그러다가 한국아자씨들을 만났다...마찬가지로 우리처럼 헤매는 사람들....그래도 이래저래 물어서 방향은 제대로 찾았는데....이 아자씨 하는 말...."어디서 왔어요?"...."둘이 왔어요?"..."학생이에요?"...(무지 캐 묻는다)...그러더니...."우리 외로운 사람들이에요"...한다...어쩌라구?.....하여튼 누가 그러더라....외국가면 외국사람보다 한국사람이 더 무섭다고.....
한참을 걸어....샹제리제 거리에 있는 커다란 맥도널드에 갔다((파리엔 다른 햄버거 가게는 없구....오로지 맥도널드만이 호황을 누린다).....프랑스는 음식문화가 발달해서 이런 패스트푸드는 음식도 아니라며 우습게 본다지...그래도 젊은 사람들은 좋아하는 거 같다....늘 자리가 없을 정도로 우글우글하다....근데....자세히 보면 한국사람들도 많고....배낭족들이 태반이다....가격도 저렴하고....사 먹기도 편리하다는 장점때문에....허나...난 말리고 싶은 게 이거다....이왕 도전의 마음으로 여행을 왔다면 너무 쉬운 길을 택하지 말길....도전하고 모험하는 정신이 없다면 그만큼 얻는 게 적다....쟈스민의 말씀....^^
이변 발생....아주머니가 갑자기 아프다고 못 나온신단다....저녁한번 공짜루 얻어 먹으려고 했는데...흐잉!....할 수 없이 투더리와 난 터벅터벅 호텔로 돌아 왔다....오늘은 일찍 가서 쉬자....근데 왜 이렇게 힘이 없지....맞아...저녁 안 먹었지....빵을 하나 사 가지고 들어 갔는데 먹기 싫다....뭐 없나....그래....컵라면....그릇은 어쩌지....오호라....커피메이커 주전자가 보인다....2인용이라 크기는 작은데 그래도 한 개정도는 그럭저럭 괜찮겠다.....물을 내렸다....라면을 푹 담갔다....뽀글뽀글....냄새가 끝내준다....침이 꼴딱꼴딱.....다행히 내가 나무 젓가락 두 개를 준비해가서....도구 걱정은 안 했다....라면이 뿌는 시간이 왜 그리 길게 느껴지던지....먹자...국물부터...햐~~....쥑인다.....내가 먹은 라면 중 최고의 맛인거 같다....투더리와 난 눈물까지 글썽이면서 국물 한방울까지 깨끗하게 먹어 치웠다(진짜 먹어 치운 거 맞다)....그리구....뭐했냐구?....잤지....얼굴 붓는다고??.....괜찮아....그래도 맛있기만 하네....헤....나 잔다...잘 자....내 꿈 꿔~~~...^^
오늘은 먹는 얘기로 시작해서 먹는 얘기로 끝난 거 같아....꼭 식충이 같다....하지만....여행하면서.....최대 즐거움중의 하나가 먹는 거 아니냐....그치??....내일은 꿈에 그리던 베르사이유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