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의 산
태백 대조봉(1,135.5m)
회룡고조 형국에 솟은 조망 좋은 산
백두산에는 천지가 있듯이 태백에는 황지가 있는 그곳에 회룡고조하여 대조봉(1135.5m)이 있다. 대조봉 지하에는 무진장의 무연탄을 품고 있었다. 석탄채광으로 땅굴이 거미줄처럼 뚫려 있고, 지표면이 여기저기 함몰붕괴되어 있으며, 거기에다 위생매립장, 채석광산, 골프장, 화약고까지 들어앉아 있으니 자기 몸통을 아낌없이 인간에게 내주고 있는 살신성인의 산이기도 하다.
백두대간은 태백땅에 이르러 개국신화를 창조하여 우리 백성을 따습게 해 준 불의 나라, 오십천, 남한강, 낙동강을 발원케한 물의 나라, 소도가 있어 인간을 살리는 하늘 아래 첫 동네, 자개동천, 샹그릴라, 엘도라도, 삼재불입지지를 닦아 낙동정맥도 갈래 쳐 놓고는 지리산으로 줄달음쳤다.
백두대간 상의 매봉산 천의봉(1,303m) 동쪽 1143.7m봉에서 동북쪽 마루금을 따라 500m 거리의 해발 1,070m 지점이 실지적인 오십천, 남한강, 낙동강이 갈리는 낙동정맥의 분기점이다. 가칭 물뿌리봉(1,070m)에서 남남동으로 직선거리 약 3km에 대조봉의 주봉이 위치해있다(물뿌리봉 이야기가 나왔으니 한 마디. 삼수등, 삼파수봉이라 불러야 옳다는 이들도 있다).
대조봉 산행들머리는 태백과 하장을 잇는 35번 국도가 백두대간 마루금을 끊고 지나는 피재(920m)에서 남쪽 도로 따라 약 650m 거리의 작은피재(870m)다(N 37°12′45.7″ E 128°59′25.0″). 피재란 난리가 났을 때 이상향인 장생을 찾아 넘어오던 고개다. 즉 피향이란 뜻이다. 엘도라도, 신천지 태백시가 탄생하면서 피재를 태백시에서 삼수령이라 이름 붙여 표석에 삼수정까지 지어놓았다.
길기순씨(강원환경감시대)와 낙동정맥 마루금을 따라 들어서니 살을 에는 듯한 고원지대의 새초롬한 날새가 여간 내기가 아니다. 옛날 비나리터(성황당)을 뒤로하자 농로나 임도 같은 길이 반긴다. 마루금 정맥 길과 농로가 철길처럼 같이 나아간다. 참억새가 분분한 길은 조망이 훌륭하다. 천의봉, 물뿌리봉, 풍력발전기의 이색적인 풍정이 뒤를 따르고, 서쪽은 구와우 끝으로 솟은 함백산, 태백산의 웅숭깊은 품새가 넋을 놓게 한다.
작은피재에서 시작, 위령탑에서 마무리
훠이훠이 농로 모랑이를 돌아들자 동쪽 오시밭골쪽 경동지괴 절벽에 안전을 위해 설치한 목책에 이르니 첩첩산릉 끝으로 동해바다가 어림되고, 오른쪽 분지에는 해바라기 축제 때 영화를 누렸던 해바라기꽃 대궁들만 허허롭게 남아있다. 작은피재에서 20분쯤 거리다. 이쯤에서 농로에 미련을 버리고 표식기가 많이 걸린 조붓한 왼편 숲길로 올라선다.
키 작은 신갈나무, 진달래나무, 조릿대 사이의 급경사를 20분쯤 따르자 낡은 깃대 아래 삼각점(태백 425. 2004 복구)이 있는 대박등(일명 대박봉, 930.8m)이다. 여기에서 일출, 월출, 일몰이 좋아 필자가 2001년 낙동정맥을 왕복 종주할 때 달뜨는 봉이라는 뜻으로 '대박등'이라 지형도에 표기하여 처음으로 불렀다.
대박등에서 남쪽 잣나무숲으로 내려가자 묘가 나타나고 능선 따라 방화선처럼 넓은 길이 뚫렸다. 철탑도 보이고 허연 살점을 들어낸 채석광산도 가깝게 있다. 이 길은 울진원자력발전소에서 신가평까지 가는 345kv(태백에서 765kv로 증강)의 송전선로 철탑공사 작업도로 개설로 난 것이다. 이후 나무를 심어 어느 정도 숲이 조성되어가는 중이다. 이번에는 산림청에서 주위의 나무들을 간벌하는 임도로 만들어 승용차도 다닐 정도로 정맥 마루금을 닦아 놓았다.
대박등을 떠나 묘와 철탑 밑을 지나 10분쯤 할미골 안부를 지나자 왼쪽 신갈나무에 표식기가 걸려있다. 자작나무도 보이는 여기가 낙동정맥과 대조봉이 갈라지는 자작목이며, 곧 임도와 채석광산길과 만나는 삼거리다(N 37°12′50.0″ E 129°00′32.0″).
오른쪽 도로를 따라 도자기와 화장품 원료를 채광하는 광산으로 들어가다가 왼편에 산을 절개한 위에 컨테이너 박스가 있는 등성이로 올라선다. 오른쪽은 채석한 절개지다. 절개지를 잠시 따라 절개지가 끝나는 능선에서 곧장 일본이깔나무 빼곡한 숲으로 내려서자 낙엽 덮여 희미한 갈림길이다. 여기서 오른쪽 능선을 따라가자 양지켠에 훼손된 묘 1기가 있는 큰새목이다. 자작목이에서 15분 소요.
이제부터는 경사를 서서히 높이는 숲에 희미한 옛길이 있는데, 간벌과 가지치기를 하고 버린 나무등걸을 타고 넘느라 진땀을 빼게 한다. 가지치기를 하지 않은 곳으로 가자니 길도 아닌 곳이 더욱더 힘들게 한다. 왼편 아래 도깨비골에 위생매립장이 어림되지만 나무가 빼곡하여 음침한 것이 나무 뒤에서 도깨비가 왕방울 눈을 굴리며 불쑥 튀어나올 것만 같다.
큰새목이를 떠나 35분쯤 소요에 신갈나무에 미역줄나무들이 엉켜있는 1089m봉이다. 잠시 고도를 낮췄다가 덩굴을 헤쳐 가며 약 15분쯤 오르니 주위의 나무들을 베어내고 공터를 만든 중앙에 삼각점(태백 424. 2004 복구)과 새김돌이 있는 대조봉 정상이다. 새김돌에는 '대조봉 1135.4m 한밝산악회. 태백시. 강원도 항공지원 2007.9.1' 글씨가 있는데, 어째 산 높이가 조금 다르다.
북으로 조망은 백두대간의 천의봉, 물뿌리봉, 정맥의 구봉산, 대박등이 있고, 동쪽은 낙동정맥의 유령산이 코앞에 있고, 육백산 넘어로 동해바다가 검푸르다. 남쪽은 태백시가지와 연화산이 우뚝하고, 우보산, 백병산, 면산, 삼방산, 연화봉, 문암산, 박월산, 청옥산, 달바위봉, 솔개발목이봉들이 모두 한눈에 보인다. 서쪽은 달밭등, 금대봉, 은대봉, 중함백산, 하함백산, 창옥봉, 장군봉, 천재단, 부소봉, 문수봉들이 하늘 아래 병풍을 둘렀다. 회룡고조의 산답게 풍광이 뛰어나다.
하산은 잡목투성이인 서쪽 능선으로 내려가자 산 전체가 함몰된 급경사지대다. 남쪽으로 방향을 틀며 남릉으로 간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함몰지대에 간벌목까지 마구 버려 놓아 애를 먹인다. 땅속에 반쯤 묻힌 건물을 지나자 검은 석탄가루가 남아있는 옛 광산도로다(정상에서 40분 소요).
광산도로를 건너 쌍전봇대가 있는 능선으로 내려서니 휘파람이 절로 나는 길이다. 태백시가지와 태백산이 계속 그림처럼 눈에 드는 능선길, 진달래나무, 굴참나무, 소나무 등이 서식하는 길로 10분쯤에 오른쪽 약수터로 가는 갈림길이 또 나타난다.
광산도로를 뒤로한 지 30여 분에 잣나무, 자작나무 군락을 지나자 산업전사위령탑과 진폐재해 순직위령비와 각이 있는 바람부리다. 태백 자유시장이 내려다뵈는 연풍정에 앉으니 연꽃향이 바람에 날려온다.
*산행길잡이
작은피재~(40분)~대박등~(20분)~광산 삼거리~(1시간)~1089m봉~(20분)~정상~(30분)~광산길~(40분)~산업전사위령탑.
*교통
태백 시내시외버스터미널(033-552-3100)에서 조탄, 임계, 하장, 용연, 어리, 판문, 덕암 방향 버스를 타고 작은피재(된각)에서 하차한다. 1일 8회(06:10, 08:00, 09:50, 12:20, 14:45, 17:00, 19:00, 19:30) 운행. 12~15분 소요 요금 1,000원.
*숙식(지역번호 033)
식사는 맛나분식(552-2806), 일미아구찜(553-2959), 영화집(552-3147) 등을 이용, 숙박은 동경장여관(552-6624)을 이용하거나 태백시관광안내소(550-2828, 552-8363)에 문의.
태백 콜택시 전화 552-1212, 552-0808, 581-2111.
글쓴이:김부래 태백한마음산악회 강원도에서 나고 자랐으며. 40여 년간 강원도 오지 산골을 우비고 다닌 산꾼이다. 태백 한마음 산악회 회원. 숲해설가
참조:대조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