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하루들의 집합’이다. 하루를 장악하지 못하면 인생이 날아간다는 뜻이다. 하루를 결정하는 것은 바로 습관이다. 좋은 습관이 몇 분, 몇 시간만 잡아주어도 하루는 아주 건강해진다. 무엇이든 매일 하면 위대해질 수 있다.”
성공·실패는 습관이 결정…“大家 되려면 ‘습관의 힘’ 빌려야” 잘나가는 CEO의 한결같은 목소리…“20년 습관’이 나를 만든다” 꼼꼼한 메모는 기본 중의 기본, 대화, 표정 관리까지 다듬어라
1인 기업가이면서 변화 경영 전문가인 구본형씨가 말하는 ‘습관론’이다. 구씨는 “대가(大家)가 되려면 반드시 습관의 힘을 빌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모든 성공과 실패의 95%는 습관이 결정한다고 하지 않았나. 새삼 강조하지 않아도 습관은 분명히 힘이 세다. 스타 연예인이 그러하듯 기업의 CEO 역시 ‘아침에 일어나 보니’ 일약 CEO가 돼 있더란 ‘신데렐라 형’은 거의 없다.
오히려 뒷방 생활을 하며 인고의 생활을 거치다 허물을 벗고 개화한 ‘박씨부인 형’이 훨씬 많다. 성공한 CEO들은, 보는 사람 눈에는 잘 다려진 양복바지처럼 오로지 가속 페달만 밟으며 달려온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굽이굽이 ‘S자 코스’를 조심스럽게 운전해왔고, 크고 작은 실패의 경험을 통해 오늘의 성취를 이룬 경우가 대부분이다.
CEO들은 분명 일반인과 다른 유전인자(DNA)가 존재하고 있었다. 이들은 습관과 훈련을 통해 이 DNA를 뼈에 새기고 피로 돌게 했다. 좋은 습관이 곧 성공 법칙이 된 것이다. 성공이라는 어휘가 부담스럽다면 굳이 성공이라고 부르지 않아도 된다. 성공이라기보다는 ‘성취의 법칙’도 좋다.
한 기업, 혹은 한 조직의 수장이 아니더라도 내 삶의 CEO가 되기 위해 이들이 익힌 습관 노하우는 유용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CEO들의 성공 습관은 우리 삶을 주도적으로 몰고 가기 위한 ‘행복 습관’이기도 하다. ‘하루 15분’을 더 투자해 평범한 샐러리맨을 위대한 CEO로 만든 일곱 가지 행복 습관을 소개한다.
01 “새벽 별 보며 하루 시작” 열 명 중 여섯은 아침형 인간
인터뷰 전문작가로 유명한 언론인 오효진씨가 생전의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을 인터뷰했을 때 얘기다. 장소는 서해안의 서산농장. 아침부터 정 회장을 따라붙기로 작정한 그가 오전 5시에 일어나 정 회장의 방을 두드렸단다. 그러나 이미 정 회장은 밭에 나가고 없었다. 이튿날은 오전 4시에 달려갔지만 역시 허탕이었다.
결국 그는 ‘밤을 새워’ 정 회장의 부지런함을 확인했다. 아무리 술을 거하게 마셔도 오전 3시30분이면 정 회장 숙소에 불이 켜지더라는 것. 정 회장이 생전에 서울 청운동 자택에 ‘일근천하무난사(一勤天下無難事·한결같이 부지런하면 천하에 어려움이 없다)’라는 글귀를 걸어놓은 것은 유명하다.
잘나가는 CEO들은 무엇보다 아침이 다르다. 하나같이 ‘아침형 인간’이다. 얼마 전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기업 CEO 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59.2%의 CEO가 “오전 5~6시에 일어난다”고 대답했다. 오전 5시 이전에 일어나는 사람도 8.3%나 됐다. 여기에 한 가지 더 보태면 아침을 여는 좋은 습관을 함께 가졌다는 것이다.
“경북 경주에서 태어나 경주중학교에 입학한 뒤론 매일 30분씩 기차 통학을 했습니다. 이때부터 남들보다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몸에 밴 탓일까요. 이상하게 아침잠이 사라졌네요.”
오전 5시면 어김없이 눈이 떠진다는 손복조 대우증권 사장의 말이다. 손 사장은 전날 아무리 과음해도 오전 5시에 일어난다. 일어나자마자 습관적으로 신문부터 가져다 정독한다. 요즘은 20분 정도 좌욕을 하며 명상에 잠기는 습관이 새로 생겼다.
손 사장은 “나만의 ‘생각의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아주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출근시간은 대체로 오전 7시 전후. 직장생활을 시작한 이후 정해진 시간보다 항상 한 시간은 먼저 출근했다. 고요한 사무실에서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인생의 맛을 알게 하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유통업계의 대표 CEO로 통하는 구학서 신세계 부회장도 마찬가지다. 그는 매일 오전 5시에 일어나 집 근처 우면산을 오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구 부회장은 “그날 할 일을 미리 정리하고 계획을 세우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우면산을 뒤로하고 회사에 출근하면 오전 7시20분 정도. 밤새 온 e-메일을 열어보는 것으로 하루 업무를 시작한다.
구 부회장이 우면산을 오르내리는 길에 중견 건설업체인 우림건설의 심영섭 부회장을 만났을지도 모를 일이다. 심 부회장 역시 유명한 ‘우면산 매니어’. 그는 1993년부터 매일 아침마다 우면산을 오른다. 심 부회장은 자신의 오랜 ‘아침 습관’에 대해 이렇게 의미를 부여한다. “산행 습관은 오류를 교정하는 ‘거울’의 역할을 합니다. 자신을 비출 거울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살아가면서 바뀌어 가는 모습이 전혀 다르지요.”
김종훈 한미파슨스 사장은 가벼운 체조로 하루를 시작한다. 김 사장은 “일어나자마자 물 한 컵을 마시고 간단히 스트레칭을 한다”며 “그리고 회사에 와서는 업무 시작 전에 눈을 감고 명상하는 습관이 있다”고 말했다.
“책상 앞에 앉아 하루 일과를 먼저 그려보는 것입니다. 이런 5분 동안의 명상이 업무 효율에 엄청난 도움을 줍니다.”
글쓰기와 강연, 출판 활동을 주로 하는 구본형씨는 새벽이 주요한 업무 시간이다. 이 시간에 주로 글을 쓴다. “새벽에는 술 먹자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잘 지키고 있다”는 농담을 하지만 가장 업무 집중도가 높은 시간이라고 한다.
02 “귀 열고 적고 또 적는다” 수첩·볼펜 들고 사는 메모광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설명이 필요 없는 한국을 대표하는 CEO 가운데 한 명이다. 윤 부회장을 더 유명하게 만든 것은 그가 유명한 메모광이란 사실이다. 중학교 시절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는 윤 부회장은 회의 내용은 물론 자신의 지시사항까지 작은 수첩에 빼곡히 담아두는 습관이 있다.
몇 년 전에는 40여 년 동안 쌓아둔 메모를 바탕으로 경영 현장에서 느낀 소고를 담은 책을 펴내기도 했다. 50년 넘게 축적된 메모 습관이 그를 국내 대표적 전문경영인 반열에 오르게 한 밑거름이 됐음은 물론이다.
메모와 토론을 강조했던 재계의 대표적 인물은 고(故) 최종현 SK그룹 회장이다. 최 회장은 최태원 SK㈜ 회장, 최재원 SK E&S 부회장 등 두 아들과 과학 분야의 토론을 즐겼다. 그런 다음 꼭 중요한 내용을 기록해 두도록 당부했다. 그의 이런 습관은 두 아들에게, 다시 손자에게 대물림됐다.
최태원 회장은 중국 상하이에 유학 중인 자녀들에게 주말이나 휴가를 이용해 국내외 지역을 방문할 경우 현지에 가서 보고 들은 것뿐 아니라 물가·교통·문화 등을 항상 메모하도록 교육한다고 한다.
온라인 교육업체인 휴넷의 조영탁 사장도 늘 메모지를 포켓에 넣고 다닌다. 조 사장은 “이 메모지가 나에게 아이디어 뱅크 구실을 했고, 목표 궤도에서 이탈할 때 바로잡아주는 이정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변화경영 전문가인 구본형씨의 메모 습관은 조금 특이하다.
구씨는 책을 읽고 나서 몇 개의 ‘관심 상자’ 안에 중요한 구절을 따로 나눠 보관한다. 메모의 내용이 미리 정해둔 주제일 때도 있고, 책을 읽다 불현듯 연상되는 새로운 주제일 때도 있다. 구씨는 “책을 읽을 때마다 얻게 된 지식이나 정보를 이런 관심 상자 속으로 배분하는 습관 덕분에 글쓰기가 3분의 1 정도 쉬워졌다”고 말한다.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의 강창희 소장(부회장)은 주말에 몰아서 스크랩하고 메모하는 습관이 있다. 여의도에 집이 있는 그는 주말이면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회사에 출근해 신문이나 잡지를 스크랩한다. 20년 전부터 ‘주말 출근’을 해오고 있는데 ‘투자 교육’ ‘증권사 경영’ ‘펀드’ 등으로 나눠 자료 정리를 한다. 강 부회장은 “이렇게 20년 넘게 모아온 자료들이 글쓰기의 밑천이 된다”고 말했다.
오너 경영인 혹은 CEO가 메모 습관을 독려하기도 한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신규 임원진에게 만년필이나 휴대전화를 선물로 주는 것은 유명한 얘기다. 평소 “기록이 실수를 바로잡을 수 있다”고 강조하는 이 회장에게 이 선물은 ‘기록’을 철저히 해두라는 뜻이다. 금융계에서는 김남구 한국투자증권 부회장과 강정원 국민은행장의 메모 습관이 유명하다.
김 부회장 책상 서랍에는 자신의 2년치 수첩이 가득 쌓여 있다. 수첩의 오른쪽 면에는 회의 노트를 하고, 왼쪽에는 전화 메모를 적는데, 나중에 확인하기가 효율적이라고 한다. 김 부회장은 “한 달에 대학노트 한 권을 다 쓴다”며 “몇 년 전에 태블릿PC로 바꿨지만 여전히 볼펜을 들 기회가 많다”고 말했다.
지난 2005년 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장에 취임한 강 행장은 사석에서 지인들을 만날 때마다 국민은행의 부족한 점을 물으며 메모하는 습관을 가졌다. ‘투신상품 종합 시스템’ 같은 서비스도 은행권 최대 상품 판매사로서 서비스 제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수렴해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메모의 힘이 실제 경영에 발휘된 사례다.
‘성공하는 사람=메모광’이라는 등식은 조금 과장해 불변의 법칙이다. 성공한 CEO들을 보면 대체로 두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독서량이 많다는 것과 메모 습관이 몸에 배어 있다는 것이다. 링컨, 에디슨, 아인슈타인, 잭 웰치 등은 모두 ‘역사적인’ 메모광이었다.
기업 CEO들도 비슷하다. 상사의 지시사항, 부하직원과 대화를 나누다 나온 업무 개선안, 혹은 길거리를 걷다가 갑자기 생각난 아이디어를 메모하는 것이 체질이 된 사람들이다.
그런데 메모와 관련한 다양한 기법을 터득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사실이 있다. 메모를 ‘재창조’하는 것이다. 그러나 모 재벌 회사의 A사장은 “100번 메모하면 그중에 2~3개가 훌륭한 작품이 된다”고 말한다. 거꾸로 나머지 97~98개는 그냥 묻힐 수 있다는 말이다. A사장은 “그래도 메모 습관은 소중한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메모광으로 통하는 모 금융재벌 2세 역시 비슷한 말을 한다.
“메모는 그 자체만으로도 재산입니다. 오른손에 펜을 쥐고 있으면 남의 말을 듣는 태도와 주변을 바라보는 자세가 달라지지요. 이것이 메모 습관으로 얻을 수 있는 첫 번째 수확이에요. 그 다음 중요한 것이 ‘사후 관리’입니다. 사실 메모 습관 자체가 경영 성과를 높여주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계속 (메모한 결과를) 다시 봐야 해요. 진주가 묻혀있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03 “막대에도 절을 한다” 타고난 겸손과 자기 절제 돋보여
기업의 CEO 하면 으레 어깨와 목에 상당히 깁스를 한 채 뻣뻣할 것이란 선입견을 갖기 쉽다. 그러나 정말 선입견에 불과하다. 이른바 ‘장수 CEO’일수록 겸손이 생활에, 습관에 배어 있다. 모 대기업의 임원 중 악수만 하고 나면 상대방의 ‘수명’이 얼마나 갈지 늘 족집게처럼 맞히는 이가 있었다.
그 비결이 궁금해 물어보니 의외로 간단했다. “자신이 갑(甲)의 입장에 있더라도 겸손하게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를 정식으로 하는 이는 장수하는 반면, 힘이 좀 있는 갑이랍시고 꺼떡대며 악수를 하는 둥 마는 둥 하는 이는 대부분 단명하더라”는 이야기였다.
재능이 칼이라면 겸손은 칼집이다. 재능은 자신을 현재의 위치에서 한발 더 나아가도록 해준다. 이때 겸손은 시기의 칼날을 막아내고 견제의 지뢰를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겸손은 귀와 눈을 겸허하게 열어 놓고, 남의 말을 받아들이고 분발하게끔 한다. 그래서 재능만 있는 이는 현재완료형에 머물지만, 겸손을 겸비한 이는 미래를 향해 진행형으로 늘 발전한다.
이채욱 GE헬스케어아시아 사장은 세계를 무대로 뛰고 있는 한국의 대표적 글로벌 CEO다. 그는 삼성에서 신입사원으로서 첫발을 디뎠는데 출근해 보니 한강 이남 대학 출신은 자신밖에 없더란다. 명문대 출신 동기들을 제치고 그가 오늘날 입지전적 성공을 거둔 비결은 간단했다. “명문대를 나온 그들에게 늘 나는 배우고자 했는데, 그들은 나에게 배우려고 하지 않더군요.”
지난해 그가 자서전 『백만불짜리 열정』을 펴내고 강연회를 할 때였다. 강연을 듣고 나서 이 사장과 e-메일로 인사를 나누었다. 잘 보았다는 답장이 바로 돌아왔다. 그런데 내용이 “부족한 것이 많지만 고칠 사항 세 가지만 꼭 적어 달라”는 것이다.
10년이 넘게 최고의 자리에 있던 인물이 이렇게 늘 남에게 자신을 낮추고 배우려는 자세를 가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니 어쩌면 그런 이유 덕분에 ‘직업이 CEO’인 생활을 했는지도 모른다.
이처럼 성공한 CEO들의 ‘타고난’ 습관은 겸손과 자기 절제가 남다르다는 것이다. 가령 식사를 해도 절대 과식하지 않는다. 저녁 때 풀코스 식사가 나올 경우 “스테이크를 작은 것으로 달라”는 주문을 가끔 들을 때가 있다. 건강관리가 몸에 배어 있다는 얘기다.
겸손이 몸에 밴 습관이라면 자기 절제는 훈련된 습관이다. 대개 명상 습관을 가진 CEO들이 그렇다. 독실한 불교신자인 장경작 롯데호텔 사장은 불경을 작은 글씨로 베껴 쓰는 사경(寫經)으로 심신 훈련을 한다. 퇴근하고 나서 오후 9시부터 2시간가량 사경을 하는데 ‘천수경’ ‘금강경’ ‘법화경’ 등 세 개의 경전을 모두 썼다고 한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강창희 부회장의 겸손 이야기도 흥미롭다. 기업에서 인사는 늘 뒷얘기를 낳게 마련이다. 강 부회장은 대우증권 초년병 시절 들은 인사 이야기를 가슴에 새기고 산다.
“우연히 인사에 불만을 품은 한 선배가 인사팀 직원과 나누는 대화를 들었어요. 부당한 인사 조치라는 항의에 인사부 직원이 ‘인사는 자기에게 무조건 유리하게 해석하는 게 좋다. 그리고 더 좋은 것은 빨리 잊는 것이다’고 대답하더군요. 저는 이것을 대인관계에 적용했습니다. 언짢은 얘기도 새옹지마로 받아들일 수 있는 좋은 지혜를 주더군요.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좋은 습관 아닌가요?”
불경에 ‘막대에도 큰절을 하라’는 말이 있다. 성공에 오르는 데 시기의 지뢰를 제공해주는 것도 겸손이지만, 오래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것도 겸손이다. 그래서 장수하는 CEO들의 대답은 한목소리다. “겸손은 인생의 만병통치약입니다. 겸손하면 늘 자신의 부족함을 알기에 미래를 준비하게 되고, 또 현재 자신의 처지에 감사하게 됩니다.”
04 “15분 먼저 도착하는 센스” ‘한 방 ’보다 디테일이 경쟁력
제갈정웅 대림대학 이사장은 지인들에게 ‘15분 맨’으로 통한다. 가령 4월 2일 오전 11시30분에 서울 보신각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고 하자. 제갈 이사장은 어김없이 11시15분에 보신각 앞에서 시계를 보고 있다.
‘15분 맨’은 예정 시각보다 15분가량 일찍 약속 장소에 도착하는 습관 때문에 붙은 별명이다. 10년 넘게 대림그룹의 CEO를 지낸 인물이 시간이 남아도는 것일까? 10분을 쪼개 써도 시간이 모자란 CEO에게 15분 일찍 도착하는 습관은 혹시 시간 낭비가 아닐까?
제갈 이사장은 “정반대”라고 말한다. 오히려 ‘선(先)투자’이면서 ‘선(善)투자’라는 것이다. “약속 장소에 미리 도착해 그날 만날 사람과 대화하고자 하는 내용을 미리 적어 봅니다. 어떨 땐 그 장소에 대한 단상도 짤막하게 적어 놓습니다. 15분 투자가 아주 효율적인 결과를 낳지요.”
15분 선(先)투자 습관이 비즈니스에서 ‘준비된 인물’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은 물론, 신선한 아이디어까지 덤으로 얻으니 확실히 선(善)투자인 셈이다. “하루 15분 습관이 평생 경쟁력”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대목이다. 제갈 이사장 사례처럼 대개 하루 습관이라는 것이 15분 투자다. 운동을 하든, 명상에 잠기든, 약속 시간에 앞서 도착하든 이 짧은 시간이 평생 경쟁력을 쥐고 흔드는 것이다.
오너 경영인 중에 약속 시간 잘 지키기로는 구본무 LG 회장이 특별히 유명하다. 몇 년 전 LG그룹의 지방 행사장에서 생긴 일이다. 구 회장이 행사 시작 전 30분이나 일찍 나타나 주변을 당황하게 했다. 우리 사회에서 약간의 거드름은 권위로 인정받는 세상, 오너 경영인이 가장 늦게 나타나 테이프를 끊는 것은 관례 아닌 관례다.
그러나 구 회장에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한번 결정한 약속은 꼭 지켜야 한다”는 것이 구 회장의 좌우명. 구 회장에게 ‘시간 약속’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래서 무슨 약속이 있든지 20~30분 일찍 도착하는 것을 습관으로 삼고 있다.
구 회장의 습관이 ‘30분 경쟁력’이라면 심갑보 삼익THK 부회장은 ‘앞자리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다. 대구에 본사를 둔 자동화 설비 업체인 삼익THK를 경영하는 심 부회장은 ‘공부광(狂)’으로 유명하다. 서울 시내에서 진행되는 주요한 조찬 특강 자리에 가면 심심찮게 심 부회장의 진지한 얼굴과 마주칠 수 있다.
그러나 심 부회장을 더 유명하게 하는 캐릭터는 그의 ‘자리’다. 심 부회장은 무슨 강연에서든지 맨 앞자리에 앉는다. 어떨 땐 비디오 카메라까지 동원해 세미나를 녹화한다. 특별한 행사 때 앞자리에 앉아본 사람은 그 자리의 ‘부담감’을 안다.
강사와 눈을 맞추고 영혼으로 대화하듯 강의를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심 부회장은 이것이 즐겁단다. 남의 장기를 내 것으로 온전히 흡수할 수 있는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자신의 가장 좋은 습관이라고 한다.
일 처리도 군더더기가 없다. 허투루 시간을 버리지 않기 위해서다. HP·IBM·모토로라 등 내로라하는 외국계 회사에서 늘 여성 최초라는 유행어를 낳는 김남희씨를 만나 성공 비결을 들어본 적이 있다. 그녀를 임원의 자리에 오르게 한 것은 신출귀몰한 경영 전략이나 카리스마적 리더십이 아니었다. 바로 정성스러운 복사 실력이었다.
“부산에 있는 대학을 졸업하고 상경해 제일 먼저 맡은 일이 복사였어요. 그러다가 터득했지요. 여기에 의미 부여를 하자고! 저는 복사할 때 앞판 뚜껑을 모두 걸레로 깨끗이 닦고 종이도 정확하게 제 위치로 놓고 복사했어요.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이 복사 서류만 보고도 제가 한 것인 줄 알게 되더군요.”
복사를 통한 자기 브랜드 구축이 그 회사 사장의 귀에까지 들어갔고, 결국 “이렇게 정성스럽고 책임 있게 일 처리를 하는 직원이라면 무엇을 맡겨도 잘할 것”이라며 인사과에 배치됐다. 김씨는 지금도 언제든지 믿을 수 있는 인사 전문가로 통한다. 인생은 화살처럼 과녁을 향해 한 방에 꽂히는 비법은 없다. 사소한 것을 치열하게 완수하고, 지루한 반복을 견뎌야 하는 담금질 과정이 인생을 진정으로 단련시킨다.
가끔 CEO들과 사무실 인근의 식당에 가서 밥을 먹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CEO와 함께 식당에 가면 콩나물 한 접시, 김치 한 보시기라도 더 얻어먹을 수 있다. 이들이 VIP 고객이어서 그러려니 했지만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바로 식당 종업원에게도 늘 같은 관심과 배려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어이, 자네 안경 바뀌지 않았나?” 이 같은 말에 식당 종업원은 화들짝 놀라며 “어, 우리 동료도 몰랐는데 사장님이 어떻게 아셨어요”하면서 얼굴에 미소가 퍼진다. 자기에게 관심을 기울여주는데 좋아하지 않을 이는 없다.
이처럼 CEO들은 대부분 디테일한 곳에도 지극정성을 기울이는 ‘소심쟁이’다. 삶을 한꺼번에 굵은 칠로 일필휘지 휘갈기며 승부를 걸기보다는 사소한 약속을 조심스럽게 확인하며 조심조심 밑그림을 그려나가며 ‘덧칠하기’로 성공을 만들어냈다. 당장은 삼진 당해도 홈런만 치면 된다는 슬러거보다는 단타라도 팀의 승리에 기여하는 안타 제조기를 지향하는 소심파가 정상에 오르는 확률이 높았다.
손욱 삼성SDI 상담역은 사소함의 중요성을 이렇게 정리한다. “이까짓 것이란 말은 결코 있을 수 없습니다. 이까짓 것을 못하는 사람은 큰 것도 못하는 법이고, 상사도 못 미더워 일을 맡길 수 없습니다.”
05 “섹시한 커뮤니케이션의 도사” 구멍가게 주인 같은 ‘스킨십’
CEO는 현대 사회의 영웅이다. 기업의 CEO들은 작게는 수명에서부터 많게는 수만 명에 이르기까지의 구성원들을 하나의 방향으로 이끌고, 이들을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낸다. 이건 그야말로 전장을 지휘, 승리로 이끌어내는 야전 사령관 아니겠는가.
영웅을 영웅으로 만드는 비결은 뭐니뭐니 해도 커뮤니케이션이다. 잘되는 조직치고 커뮤니케이션 안 되는 곳 없고, 잘 안 되는 조직치고 커뮤니케이션 제대로 되는 곳 없다고 한다. 사람의 마음을 사지 않고 되는 일은 하나도 없다. 사람을 홀리는 힘, 그것이 곧 ‘섹시한 커뮤니케이션’ 아닐까.
벤처 기업가 조현정 비트컴퓨터 회장은 자신의 컴퓨터 엑셀 파일에 식사한 장소와 상대, 심지어 연하장 받은 것에 대해 e-메일로 답장이 왔나, 아니면 오프라인으로 왔나까지 다 적어 놓는다. 자신이 감사해야 할 일에 제대로 감사를 표하지 못하면 그만큼 불편함을 겪을 수 있어서다. ‘사람 부자’로 소문난 그의 인기 비결은 바로 이 같은 엄격한 자기 관리에 있다.
샐러리맨들의 자기 계발 모임에 참석한 적이 있다. 모임 주최 측에서 이들에게 업무의 방해 요소를 현장에서 즉석 조사했다. 이들이 가장 불평하는 요소는 바로 ‘사람’이었다. 사람을 대하느라 업무를 제대로 볼 겨를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성공한 CEO일수록 사람과의 만남이 업무의 방해 요소가 아니고, 촉진 요소임을 확실히 인식한다. 그래서 이들은 사람을 쫓아내기보다는 맨발로라도 맞아들이기 위해 온갖 최선을 다한다.
세계 최고의 기업인 제너럴일렉트릭(GE)의 잭 웰치 전 회장은 최근 “GE는 커뮤니케이션이 단절되고, 벽이 생기는 대기업이 아니라 서로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재미있게 일하는 구멍가게 방식의 회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의 말은 퍽 시사적이다.
한동안 업무 효율성을 증진시키기 위해 e-메일 커뮤니케이션, 전자결재가 유행했다. 하지만 성공한 CEO일수록 효율성을 위해 직접 얼굴을 대하는 스킨십 커뮤니케이션을 소홀히 하는 이는 거의 없다. 가령 매주 월요일마다 임직원들에게 경영 편지를 보내는 것으로 유명한 김인 삼성SDS 사장이나 정이만 한화63시티 사장은 직원들의 이름을 한 명씩 불러가면서 가슴속 이야기를 나눌 줄 아는 ‘스킨십 커뮤니케이션의 달인’이다.
이처럼 성공한 CEO들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내, 혹은 현장을 방문해 인사를 나누고 어깨를 툭툭 치는 직접적 커뮤니케이션을 선호한다. 그리고 심지어 집무실 문을 활짝 열어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호객 행위’도 서슴지 않는다. 수만 명을 거느린 CEO라도 스킨십은 구멍가게 사장처럼 한다는 얘기다.
“골든벨 울리는 것과 비슷해요. 사장이든, 직원이든 언제든지 파티를 열 수 있는 회사가 우리 회삽니다.” 박인순 전 스파이렉스사코 사장의 회사 자랑이다. 이 회사는 영업을 잘해서든, 개인적인 경사가 있어서든 회사에 뉴스가 있으면 언제든지 파티를 연다. 파티라고 해서 전혀 거창한 것이 아니다. 회사 옥상에 캔맥주 몇 개, 스낵 몇 개를 깔면 그만이다. 상대방의 일을 내 일처럼 축하해주면서 건배를 외치는 사이 경쟁자는 한 가족이 된다.
만성적자에다 강성 노조가 주인 행세를 하던 한국전기초자를 알짜배기 회사로 회생시켜 단박에 유명해진 서두칠 동원시스템즈 부회장의 별명은 ‘원탁의 기사’다. 건물 음지 한구석 후미진 곳(?)에 있는 서 부회장의 사무실엔 원탁의 테이블이 놓여 있다.
의자도 엉덩이가 푹 들어가는 소파가 아니라 식탁 의자 스타일이라서 찾아오는 방문객과 눈높이를 나란히 하게 돼 있다. 그는 사무실 문을 열어놓고, 정보를 공유하며 CEO가 마음의 문을 연 것이 성공 경영의 한 비결이라고 귀띔했다.
어떤 중소기업 CEO는 방문객과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아예 테이블에서 중앙 자리엔 의자를 놓지 않는다. 늘 손님과 마주보고 이야기하기 위해서란다. 좌장의 개념이 생기는 순간, 아래위 ‘서열’이 생기게 마련이고, 그러면 이야기가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는다고 생각해서다.
그런데 임직원과 원활하게 소통하면서, 혹은 커뮤니케이션에 엄청난 열정을 쏟아부으면서 가정에 돌아오면 ‘벙어리’가 되는 CEO도 있다. 한 CEO 조찬 모임에서 만난 부인 B씨의 얘기다. “내 일은 와이셔츠 다리는 것밖에 없다”는 하소연이다.
실제 B씨의 남편인 한 중견기업 CEO는 “회사일 때문에 온갖 신경이 곤두서 있다 보니 집에 들어가면 피곤이 밀려든다. 그러다 보니 대화보다는 짜증을 내기 일쑤다”고 토로한다. 오너 경영인으로부터 ‘인정받는 간부’가 되면서부터 생긴 부담이 결과적으로 가정에 소홀하게 됐다는 것이다.
충분히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 역시 습관 들이기 나름이다. 그런 면에서 이채욱 사장의 ‘자투리 시간 활용하기’가 추천될 만하다. 이 사장은 여유 시간이 생길 때마다 세 딸에게 e-메일이나 전화로 안부를 묻는 것이 습관화돼 있다. 그래서 구학서 부회장은 “이 사장에게 정말 닮고 싶은 습관이 바로 하루 세 번 가족에게 전화하는 것”이라고 치켜세운다.
‘한국인보다 더 능력 있는 한국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는 제프리 존스 전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은 매주 금요일 ‘NO! 저녁 약속’을 선언하면서 새로운 가정생활을 하고 있다. 두 아들과 요리하는 습관을 만들면서 귀가시간이 더욱 즐거워졌다는 것.
정이만 한화63시티 사장은 “직장생활 초기 때부터 ‘세 개의 원’을 그리며 살았다”고 전한다. 크리스천인 정 사장은 교회와 직장, 가정을 세 개의 생활 축으로 해 자신의 스케줄을 정한다. 일요일에 골프 약속이 있어도 아침 일찍 기도를 하고, 골프 라운딩을 다녀와서는 회사에 들른다. 그리고 집에 들어가면 세 아들과 농구 시합을 벌인다.
06 “밥값 낼 때 신발끈 매지 않는다” 길게 승부하는 ‘장기 투자자 ’
‘신발끈을 오래 묶는다, 혹은 갑자기 화장실로 줄행랑을 친다’. 가끔 직장인들의 점심식사 자리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전통적인 방법(?)이지만 아직도 유용한 ‘공짜 점심’ 이용 노하우다. 그러나 CEO들은 하나같이 ‘먼저’ 계산할 줄 안다.
“계산속은 밝지만 타산쟁이는 아니다”는 뜻이다. 될 사람은 식사 계산하기에 앞서 화장실을 다녀온다거나 신발끈을 길게 매는 버릇이 없다. 최근 한 대기업 사장과 점심식사를 한 적이 있다. 그가 외환위기 시절 이야기를 추억하며 농담 삼아 들려준 얘기다.
“시쳇말로 구두끈 맨다며 밥값 안 내던 이들이 먼저 옷을 벗는 경우가 많더군요. 흔히 밥값, 술값 안 내면 돈이 굳고 제일 먼저 부자 될 것 같은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앞으로는 절약이지만 뒤로는 새는 격’이라고나 할까요. 사실 어느 정도 위로 올라가면 실력이란 어느 정도 검증된 것이고, 결국 휴먼 비즈니스 아닙니까! 허허.”
CEO들과 사적으로, 공적으로 밥을 함께 먹으며 유심히 관찰한 것이 있다. 승산은 생각하지만 타산쟁이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것이 일반인들과 뚜렷하게 구분되는 습관 특징이다. 이해타산이 적어도 30일 이내의 짧은 기간에 이익을 따지는 데이 트레이더라면, 승산이란 롱텀(Long term)의 장기 투자자란 점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
이들이 비록 억대 연봉을 받는 이라 할지라도 돈이 피처럼 귀하다는 점에서는 일반인과 전혀 다를 게 없다. 가치 있는 일이라면 1억원이라도 아낌없이 투척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10원이라도 쓰기를 주저한다. 기부 습관도 마찬가지다.
김종욱 우리투자증권 회장의 ‘특별한 기부 계좌’ 습관이 좋은 사례다. 김 회장은 별도의 ‘기부 통장’을 관리하고 있는데 어느 정도 예정된 잔고가 차면 무조건 남을 위해 쓴다. CEO들 치고 계산속이 어두운 사람은 없다.
식당에 들어가서 분위기를 한번만 슬쩍 둘러봐도 “음, 이런 곳을 운영하려면 얼마가 들겠고, 손님이 어느 정도 들어야 수익구조가 맞겠는 걸”하는 것이 개점 인사다. 하지만 ‘하루 장사’할 것인가, 1년 장사할 것인가, 10년 장사할 것인가에 따라 계산기 두드리는 방식이 다를 뿐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세상에 공짜는 없음을 알기에 자신 있게 선뜻 베풀 수 있다. 마찬가지로 반드시 보답을 해야 함을 알기에 선뜻 공짜라고 받아먹지도 않는다. 그러기에 분명한 처신과 엄정한 자기 관리를 할 수 있다.
07 “왜? 왜?? 왜???” 그때서야 본질이 보인다
CEO에겐 무엇보다 스스로와의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하다. 이럴 땐 ‘부적’ 같은 습관을 한두 개 가지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초심(初心)을 잡을 때마다 차석용 LG생활건강 사장은 손때 묻은 수첩을 펼쳐든다. 회사의 나아갈 방향과 자신의 업무 자세를 적은 일종의 ‘이정표’다. 차 사장은 “옛 기록을 볼 때마다 새로운 초심을 충전하게 된다”고 말했다.
대학생 벤처의 원조로 불리는 비트컴퓨터의 조현정 회장. 조 회장 사무실에는 조금 색다른 소품이 있다. 커다란 스탠드형 태극기가 세워져 있는 것. 민간 기업에 태극기가 걸려 있다는 것이 아무래도 이상하다? 조 회장은 심각한 고민에 빠질 때면 으레 이 태극기를 어루만지는 버릇이 있다.
“대학 3학년 때 서클룸에서 벤처기업을 창업했습니다. 젊은 나이에 벤처기업을 시작하면서 사업으로 보국하겠다는 마음가짐이 있었어요. 그런 초심을 확인하고 싶을 때 태극기를 다시 만져봅니다.”
손병두 서강대 총장도 조금 독특한 습관이 있다. 가끔 집무실 전화기 옆에 있는 거북이 상(像)을 만지작거리는 것이다. 손 총장은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이 거북이 상을 매만지며 마음을 다잡는다. 거북이 상이 알라딘의 요술램프는 될 수 없겠지만 심기일전하는 데는 좋은 벗이라고. 손 총장은 40대 초반에 직장에서 명예퇴직한 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동년배보다 20여 년 늦게 늦깎이 유학을 떠난 것이다.
늦은 나이에 공부를 다시 하는 것이 워낙 힘들다 보니 마음속으로 후회하기를 수십 차례. 그럴 때마다 그에게 용기를 준 것이 바로 대학 도서관에 있던 거북이 상이다. 손 총장은 “그 거북이 상을 매만지면서 용기를 냈다”고 회고했다. 이제는 거북이 상 모으기가 아주 특별한 취미가 됐고, 테이블에 놓인 거북이 상을 만지작거리는 것이 중요한 습관이 됐다.
김재우 아주그룹 부회장은 스스로에 대한 질문을 통해 마음을 정돈한다. 김 부회장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 ‘왜(WHY)’를 다섯 번 하는 습관이 있다. ‘왜 유행일까’ ‘어떻게 할까’ ‘언제 시작할까’ 등을 반복해 질문하면서 본질을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김 부회장은 “다섯 번 물으면 안 풀릴 것이 없다”며 “이런 질문이 없으면 수박 먹을 때 껍질만 먹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왜”라고 묻는 습관은 이건희 삼성 회장을 빼먹을 수 없다. 이 회장은 과묵하기로 유명하다. 선친인 고 이병철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경청(傾聽)’이라는 휘호를 최고의 덕목으로 삼고 있기도 하다. 이 회장은 상대방의 얘기를 귀담아 들은 다음 “왜”라고 묻고, 그제야 ‘준비된 말’을 꺼내는 스타일이다. 대표적인 것이 ‘도미’에 얽힌 일화다. 90년대 초 당시 신라호텔 조리 책임자와의 대화다.
“도미는 어디 산이 좋죠?” “남해가 플랑크톤이 많아 최고입니다.” “몇 kg짜리가 가장 맛있죠?” “1.5kg입니다.” “수율은 얼마나?” “30~35% 수준입니다.” “열량은요?” “…….” 이런 식으로 “왜” “왜” “왜”를 반복하면서 본질을 캐묻는 것이다.
이 회장은 “경영이든 일상사든 문제가 생기면 최소한 다섯 번 정도는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 원인을 분석한 후 대화로 풀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삼성 경쟁력의 한 바탕에 이 회장의 ‘질문’ 습관이 있음은 물론이다.
이상재 기자 / 김성회 칼럼니스트 |
첫댓글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좋은책 한권같군요 시간날때 또한번 읽고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