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준 용돈
문 남선
저녁에 “엄마! 용돈” 하며 고1 아들이 봉투 한 장을 내밀었다. 방학 동안 아르바이트한 수당 23만원이 오늘 입금 되었단다. 녀석은 아빠와 제형 것까지 3만원을 준비했다. 난생 처음 아들에게 용돈을 받고 보니 대견하면서도 한편으론 웃음이 나왔다. 봉투 속의 만원 한 장이 호기심과 욕심이 유달리 많고 좀 엉뚱한 구석이 있는 녀석의 17년 세월을 연상시킨다.
아들이 서 너 살 무렵. 큰 맘 먹고 사준 장난감은 언제나 당일을 못 넘기고 녀석에 의해 분해되고 부서지기 일쑤였다. 두 살 터울인 큰 애가 만신창이가 된 로봇 앞에서 파랗게 질려 운적이 몇 번이던가? 장난감 조립이 많은 어려움과 인내를 요한다는 건 아이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잘 알 것이다.
조립하느라 서너 시간을 낑낑대며 시행착오를 거치던 남편은 다음부턴 아예 전시용으로 진열된 장난감만 사오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작은 애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놓아두었다. 큰 애가 로봇을 바라보며 세상을 다 얻은 듯 함박웃음을 띄울 때면 작은애는 언제나 무표정하게 부은 얼굴로 뿌우해 있었다. 그때 얻은 작은 애 별명이 지금까지 애칭으로 불리는 ‘뿡’ 이다.
집안의 가전제품이라고 예외가 될 순 없었다. 가전제품 구입 후 보름정도는 A/S맨이 두세 번 정도는 들러야 하는 게 공식처럼 되었다. 유치원시절 어느 겨울날. 갑자기 멈춰버린 보일러 탓에 대 여섯 시간을 추위에 떨어야했다. A/S 맨이 온 후에야 몰래 이것저것 만진 녀석의 소행이란 걸 알았지만.
초등 1학년 때는 이런 일도 있었다. 어느 날 녀석의 손가락에 흐르는 피를 보고 놀라 자초지종 알아본즉. 생일 선물로 받은 현미경으로 자신의 혈액을 확대해 본 거란다. 그뿐이 아니다. 녀석의 손에 들어온 인형은 죄다 옷이 벗겨져 나체족이 된다. 우리 부부는 아들의 내면에 강한 폭력성이 있지 않나싶어 걱정도 많이 했고, 또 돌출된 행동 탓에 늘 촉각을 세우며 살았다.
손을 즐겨빨던 아들의 구강기 시절
녀석에겐 강한 상도(商道)정신도 숨어 있는 것 같다. 초등 1학년시절. 어느 날부터 10원짜리 동전을 열심히 모으기 시작했다. 그저 재미로 모으는 줄만 알았는데……. 우연히 만난 아이의 친구 엄마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그 시절엔 지금처럼 핸드폰이 없었기에 모두가 학교의 공중전화를 이용하던 때다. 어렴풋한 기억으로 그때의 공중 전화비가 40원이나 50원이지 않았나 싶다. 아들은 동전을 찾는 친구들에게 전화 요금을 빌려주고 다음날 100원씩 받는 고리대금업(?)을 했던 모양이다. 자기 말로는 빌려주고 떼인 돈도 더러 있었다지만 사체 이자치곤 고리(高利)도 그런 고리가 없다.
중학생 때 컴퓨터 도사이던 녀석은 방학이 되면 기업체의 IT사업을 가끔씩 도와주고 꽤 많은 돈을 받기도 했었다. 그러던 녀석이 이번 방학 때 ‘롯데리아’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겠다고했다. 남편과 나는 학생 본연의 자세에 대한 몇 가지 주의 사항과 학원 수업을 안 빼 먹겠다는 다짐을 받고 허락을 했다. 처음엔 오후 6시부터 밤 12시까지 일을 하더니 어느 날부터 아침 7시까지 김포공항으로 출근하기 시작했다. 이유인즉 아침 시간은 모두가 기피하기에 시간당 천원이 많은 삼천 백 원이란다. 녀석은 천원의 무게를 저울질하다 아르바이트 시간을 바꾼 것이다. 새벽 5시 반이면 아들의 핸드폰은 활기찬 리듬으로 정작 깨워야할 아들은 깨우지를 못하고 애꿎은 나와 댄디(애견)를 깨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보름정도 일한 소득이 23만원 인 것이다.
그렇다고 녀석이 절약 정신이 강한 것은 절대 아니다. 하도 활동량이 많다 보니 형보다 두 배의 돈을 쓰면서도 모자란다고 항상 투덜대곤 했다. 하고 싶은 일은 돈의 액수를 따지지 않고 하고야 만다. 중2 겨울 방학 때 유럽 배낭여행을 가겠다는걸 간신히 꼬드겨 국내 여행으로 돌린 적이 있다. 7박 8일 동안 배를 타고 제주도까지 혼자 국토 일주를 한 녀석이다. 작년 겨울엔 처음 본 바바리가 있어 자금 출처를 캐물었더니 모아둔 용돈 8만원과 홍대 앞에서 아르바이트해서 번 10만원을 합해서 샀다는 얘기다. 녀석은 일찌감치 몸으로 경제논리를 체험하고 있었던 거다.
강한 호기심과 욕심으로 뭉친 녀석에겐 두둑한 배짱과 엉뚱한 구석도 많다. 중3때 자기는 일요일마다 친구들과 뷔페를 먹는다고 했다. 사연인즉. 어느 지역(밝히지 못함을 죄송하게 생각한다)노총 회관에 주일마다 간단다. 인당 천 원씩 거출한 사오천 원은 ‘축 결혼’이라 쓴 봉투와 “축하합니다!는 인사와 함께 녀석들의 뷔페 값으로 계산이 된 것이다. 그것도 다섯 번씩이나.
2008년 주한 미군 창립 기념일 카투사 대표로 초청된 남산 하야트 호텔 만찬장에서
이런 아들 때문에 무던히도 속이 상했던 적이 많다. 때려보고 꼬집기도 해봤다. 힘이 장사인 녀석을 당하지 못해 부끄럽지만 개처럼 문적도 있었다. 엄마에게 물린 얘기를 친정 식구들에게 녀석이 떠벌린 통에 계모 같은 엄마가 되어 한동안 놀림감이 된 적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나의 경직된 사고가 자유분방한 아들의 생각과 행동을 따라가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도 무엇을 하든 늘 최선을 다하며 살고 있는 것 같아서 걱정은 덜 된다.
아들의 용돈 만원으로 잠시 상념에 빠졌던 나는 갑자기 장롱 바닥을 뒤지기 시작했다. 결혼했던 해에 시어머니가 주신 만원 한 장이 생각나서다. 남편의 첫 월급중 시어머니께서 한 장을 빼서 보관하시다 내게 주신 것이다.
육 남매 중 신앙 같은 장남의 돈을 받은 시어머니는 아마 눈물을 흘리며 목이 메셨을 게다. 나는 꽤 오랜 시간을 시댁 일로 몹시 힘든 적이 있었다. 그땐 단돈 천원도 아쉽던 참이라 몇 번을 장롱 속의 그 돈을 쓰고 싶은 충동을 받은 적이 있었다. 허나 부적처럼 간직해온 그 돈을 쓰면 안 될 것 같아 애써 충동을 누르고 장롱 깊은 곳에 가직해 두고는 잊고 있었다. 너무 바빠 그런 돈이 있었다는 사실마저 잊고 있었다. 그런데 아들이 준 용돈 만원이 장롱 속의 만원을 상기 시킨 셈이다.
아들아! 너의 꿈이 물리학자에서 유능한 CEO(최고경영자)로 바뀌었듯이 또 어떤 계기로, 언제 너의 꿈이 바뀔지는 아무도 모른다. 너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바로 너 자신이란다. 그 동안의 경험과 앞으로 수 없이 겪게 될 경험이 도덕성을 잃지 않는 원칙 속에서 너의 좋은 길잡이가 되었으면 하는 게 솔직한 엄마의 심정이다. 네가 준 만원은 할머니께서 보관하셨던 아빠의 만원처럼 엄마도 소중히 간직해두마. 그리고 네가 일하는 분야에서 너의 몫을 단단히 해 낸다는 판단이 설 때 네게 다시 돌려주마. 언제나 건강하고 당당하게 자라라. 사랑하는 내 아들아!
2002년 9월
첫댓글 둘째가 2년의 군 복무를 끝내고 어젯밤 12시를 기해 일반 시민으로 돌아왔습니다. 이틀만 놀고 이제 다시 꿈을 향해 계획된 길로 걸어가겠다고 했습니다. 자신의 꿈을 향한 발걸음이 늘 쉽고 가볍지만은 않겠지만 대체적으로 아들은 즐겁게 그리고 정열적으로 마치 허들경기처럼 자신앞에 놓여진 많은 난관을 뛰어넘으며 잘 전진해 가리라고 믿습니다. 너무나 다양한 경험이 많은 아이이기에.........
장하다~`대한의 아들~~~~~~`야심찬 꿈이 있을때만이 영광된 미래가 있다. 아들아! 한손엔 꿈괴야망 다른손엔 사랑과 용기를 가지고 화이팅이다~~~~~~`
바다물개님! 벌거벗은 우리 아들을 칭찬해줘서 고마버요. ㅎㅎㅎㅎㅎ 근데 저 누드 사진을 아들몰래 올려놔서 .... 알면 망신살 뻗힌다고 방방 뛸것 같아요. ㅋㅋㅋㅋ
아들래미 재대축하한다..사진본께 인물도 아주 잘생겼네 ..지아부지 닮아가지고~~앞으로 큰인물되겟다...
춘상아! 지 엄마 닮은게 아이고? 그라모 내는 몬생겼다 말이가? ㅎㅎㅎㅎㅎ
언니 니는 사실 인물은 별루지 머리가 좀 뛰어나니까 봐 줄만혀 ㅎㅎㅎㅎ
크게 될 녀석은 어릴적부터 떡잎이 틀리다고 하던데. 녀석은 어릴적에 모든것을 훨훨 벗어 던지고 배짱좋게 하늘를 우르르 부끄럼 없이 벌렁 누워 왼손으로 오른손을 가린체 최고의 으뜸인 엄지를 입안에 넣는 것을 보니 비젼이 있는 영식군입니다.ㅎㅎㅎ 전역을 진심으로 축하 합니다.
아이구야! 누드사진을 가꾸 품평하는 성환후배의 평이 더 웃낀다. ㅎㅎㅎㅎㅎ
언니야 우경인 어릴때 부터 남랐었어.참 많이도 뛰어난 놈이였었지......벌써 제대를 다하고
태경이도 보름 후면 제대한다. 안그래도 바쁜데 밥상 하루에 몇번씩 차리느라 더 바쁘게 생겼다.
ㅎㅎㅎ 고마재 하고 많이 닮았다 성깔도 아마 비슷할거같네 어구 언니 니는 꼬추 밭에서 사네 ㅋㅋ 바쁘겄시유 힘든일은 막 부려 먹어라 든든해서 좋겄다 ㅎㅎ
우리 댄디꺼정 고추다. 그래서 내 성질이 안그래도 남자같은데.... 완죤 남자다 되어삐렸다. 보통 놈 아니다. 10년 정도 지나보면 아마 알게 될끼다. ㅎ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