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장에 오기 전, 수영 박태환의 자유형 200m 준결승 경기를 보았습니다. 뒤로 조금 처지는가 싶더니, 역시 막판 스퍼트가 대단하더군요.
자유형400m에서 우승한 박태환이 돈방석에 앉게 된다는 기사들이 나온 것을 인터넷을 통해 보았습니다. 후원사 SK텔레콤에서 1억원, 대한체육회 금메달 포상금 5만달러(약 5100만원), 국민체육진흥공단으로부터 `일시금 3000만원' `평생 매월 100만원 연금', 거기에 앞으로 CF대박까지 있을 것이다, 뭐 이런 기사입니다. 벌써부터 금메달을 돈으로 환산하느냐, 이런 댓글도 보이더군요.
그냥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하나 설명을 해드릴까 합니다. 박태환은 어떻게 `매월 연금 100만원'에, `일시금 3천만원'을 받는 것일까요? 혹시 수학 싫어하셨나요? 시간도 바쁘고, 머리도 복잡한데, 여기까지만 읽고 다른 곳을 클릭하실 생각이시죠? 뭐, 계산방식이 그렇게 복잡하지 않습니다. 인내를 가지십시오.
박태환은 도하아시안게임과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우승 등을 통해 이미 체육진흥공단 연금점수 77점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이번에 딴 올림픽 금메달포인트 90점을 더하게 되는데, 육상과 수영은 한국이 따기 힘든 기초종목이어서 가산점 10%가 더 붙는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금메달 90점+수영 가산점 10%(9점)=99점을 이번 올림픽을 통해 추가하게 된 겁니다. 그러면 기존 77점+99점=176점이 되지요? 아직까지 복잡하진 않지요?
그런데 연금 최고 점수 110점이 되면 매월 연금 100만원을 받게 되는데, 110점을 넘겨도 매월 연금은 그대로 100만원이랍니다. `110점-100만원'이 상한선인 것이지요. 따라서 박태환은 110점을 다 채웠기 때문에 연금으로 매월 100만원을 받게 되는 겁니다.(연금대신 한 번에 다 받겠다고 하면 7천여만원을 주는데, 박태환은 매월 지급받는 방법을 택했다고 합니다.)
아니, 그럼 박태환의 176점 중 110점을 뺀 나머지 66점이 아깝지 않은가. 이걸 그냥 버리게 놔둘 수는 없지요. 초과된 66점은 장려금이란 이름으로 일시금으로 주는데, 초과점수 10점당 500만원으로 계산합니다. 박태환의 초과점수가 66점이니(10점당 계산하니 6점은 버린답니다) 500만원X6=3000만원, 그래서 일시금이 3천만원이 되는 겁니다.
자, 박태환이 2관왕일 경우는 어떻게 될까요? 거기까지 하면 복잡해지니 여기까지 하는 게 좋겠지요?
그러나 박태환은 이번에 도저히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감동과 즐거움을 우리에게 주었습니다. 수영장에 들어설 때 헤드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며, 긴장을 푸는 19살 박태환의 모습이 특히 인상적입니다. 물론 펠프스도, 해켓도, 한때 훈련할 수영장이 없어 찜질방에 있는 냉탕 수영장에서 어르신들을 헤쳐 가며 훈련했던 코리안 소년의 과거를 지금의 박태환 얼굴에서 도저히 찾을 순 없겠지요. 바로 이 얼굴에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