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스트 박정수의 미술품 수집과 감상법 51 - 누가 미술품을 사는가.
우리나라에는 미술애호가들이 참 많다. 오늘사서 내일 비싸게 팔고자 하는 사람도 있고, 팔 생각 없이 미술품 수집 중독에 걸려 안사고는 못 배기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각양의 분들이 많다. 100억 밖에 안 되는 가격의 자랑스럽고 유명한 ‘행복한 눈물’에서부터 신규 아파트 입주 시 정문 양쪽 벽에 길게 늘어선 10만원씩이나 나가는 미술품에 이르기까지 보이지 않는 돈들이 날아다닌다. 미술품 가격이 요동치던 2007년 가을에 미술품을 구매하여 시세 차익을 남기려 했던 몇몇 화랑들은 2008년 현재 몇 십억 손해를 보았다고 말들이 많다. 소위 말하는 전문가들도 손해를 보는데 시세차익을 생각했던 수많은 미술품 투자 군단의 손해는 얼마나 막심할까. 몇 해 전 국내에 들어와 판매된 작품에 대해서 ‘원가보상’을 해주겠다던 외국계 갤러리도 요즘 불황에 허덕인다고 한다. 때문에 현재 미술품을 구매하는 많은 분들에게 묻고 싶다.
“혹, 아는 사람이 전시해서 반강제로 구매한 것 아닌가요?”
“유산 상속을 위해 사신 것은 아닌가요?”
“되 팔아준다는 말을 믿고 사신 것은 아닌가요?”
“비싼 작품인데 싸다고 하니까 싼 맛에 구입하신 것은 아닌지...”
“혹, 콜렉터인 척 하면서 시세차익을 생각한 것은...”
매년, 매일, 매시간 미술품은 팔리고 있다. 비싸거나 싸거나 상관없이 언제나 한결같다. 10년이나 20년 전에 인기품목의 미술품으로 팔렸던 그림도 있다. 그때는 유명하여 거래가 있었지만 지금은 거래가 없는 것들도 많다. 유명 한 것으로만 따지자면 그때나 지금이나 이름 석자만큼은 여전히 유명하다. 10년 전에는 유명하면서 미술품도 인기가 있었는데 지금은 왜 유명만 하고 미술품 거래가 없는 것일까.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미술품을 판매하는 곳 어디에서도 가격 반드시 오른다는 보장을 하지 않는다. 가격이 떨어졌다면 그동안 감상한 가치를 가지고 손해부분을 메우라고 이야기 한다. 가격이 상승한 미술품을 제외하고 구매하였던 미술품을 무조건 재 매입해 주는 곳은 없다. 다만 판매를 위한 장소를 제공하는 것이 전부이다. 안 팔려도 판매자는 상관없다. 오늘 미술품을 구매하고 마음먹었더라도 최소한 세 번은 고민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사 갈 때 버리고 갈 장식용 미술품이 아니라면 말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미술품 수입이 2005년 9900만 달러에서 2007년에는 7억1000만 달러로 급증했다고 한다. 사는 사람이 있으니까 수입을 하지 않겠는가. 물론, 아트페어나 기타 전시를 위해 잠시 다녀간 미술품까지 포함되어 있겠지만 돌아가지 않은 미술품만 하더라도 족히 몇백억은 넘어 갈 것이다. 여하튼 미술시장에서의 미술품은 매매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자신의 구매능력과 미술품에 대한 안목을 생각하지 않은 ‘사기(fraud)’에 현혹당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때가 되었다. 미술품은 사회적 산물이기 때문에 ‘사기(buying)’를 잘 하여야 한다. 산다는 것은 미술품을 구입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미술품을 감상하는 따위의 이미지 유통도 포함된다. 전시장에서 그림을 관람하는 것도 미술품 ‘사기(buying)’에 해당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