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수도씨의 꾐에 빠져 10여 년 동안 그의 내연녀로 살아오면서 노모의 임종까지 해주었지만 끝내 버림받았다고 주장하는 한 중년 여성이 통한의 수기를 작성했다. 이 여성은 그간 주씨에게 수십억 원의 돈을 갈취당했다고도 주장했다. 그녀는 아직도 주씨의 정체를 모르는 수많은 여성 사업자들을 미몽에서 깨어나게 하기 위해 수치심을 무릅쓰고 <시사저널>에 그를 고발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편집자주).
부끄러워서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떨리고 망설여지지만 참회하는 심정으로 용기를 내어 세상에 고백한다. 나는 주수도씨를 만나 가정도 잃고 주변 친․인척들에게 씻을 수 없는 짓을 저지른 죄인이다. 나는 오랫동안 세칭 그의 내연녀였다.
1994년 주수도씨를 알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남편, 자녀와 함께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 없이 다복하게 살던 평범한 주부였다. 자녀가 성장하고 나서 노후 대비와 재테크를 생각하던 중에 친구가 중소기업 어음을 할인하는 데 투자하면 위험 부담도 없고 기업에도 좋은 일이라고 권해서 사채업에 막 손을 댈 무렵이었다. 당시 친구는 나에게 학원을 운영하는 성실한 사람이라면서 천호동에서 어음 할인업을 하던 38세의 주수도라는 사람을 고객으로 소개해주었다. 나보다 아홉 살 아래인 주씨의 첫인상은 무척 성실해 보였다. 고생을 너무 많이 하고 있는데 나더러 조금만 도와주면 금방이라도 일어서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때까지 불쌍하고 가슴 아픈 일만 보면 어떻게든 돕고 싶어하는 순진한 가정주부였던 나는 너무나 어리석게도 일생일대의 잘못된 판단과 결정을 하고 말았다.
재테크로 돈도 벌고 불쌍한 젊은 사업가를 돕자는 생각에 나는 두 차례에 걸쳐 4천만원과 5천만원을 빌려주었다. 원금을 다 갚을 때까지 매달 이자를 주겠다던 주씨는 처음 3개월 동안은 약속을 잘 지켰다. 그러나 석 달이 지나자 회사가 자본 잠식으로 어려워졌다며 이자를 못 주겠다고 사정했다. 그는 원금을 회수하려면 내가 회사를 살리는 데 도와야 한다고 설득했다. 원금을 날릴까 겁이 덜컥 난 나는 그가 부탁하는 대로 5천만원, 3천만원, 1억5천만 원을 차례로 빌려주었다. 그러나 그 후 감감무소식이었다. 이렇게 주씨를 만나면서부터 내 인생은 엉뚱한 방향으로 흘렀다. 남편과 함께 20년 동안 모아온 현금 3억원가량이 주수도의 손에 들어간 후 묶여 1년 동안 아들 등록금도 내지 못할 곤궁한 지경에 빠졌다. 살던 집을 저당잡혀 남편은 이후 몇 년 동안 심한 고생을 하며 1억원 정도의 은행 빚을 갚아야만 했다.
시댁과 친정 식구들에게 큰 고통 안겨줘
주씨에게 돈을 돌려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했지만 회사의 자금난이 갈수록 심각하다며 차일피일 미루던 어느 날 그는 자신에게 차가 없다며 사업자들 미팅 장소에 데려다달라고 부탁했다. 미팅이 있다는 경기도 장흥까지 그를 데려다주고 돌아가려 하자 그는 약속 시간이 남았다며 식사나 하고 가라고 권했다. 이 한 번의 식사가 내 운명을 바꿔놓는 덫이 될 줄이야.
그때까지 아홉살 차이가 나는 막내 동생뻘도 안 되는 사업 파트너를 남자로 생각해본 적은 없었는데 식사를 마친 후 그는 한적한 곳에서 이야기를 하자고 했다. 그날 나는 하늘같이 여기던 남편에게, 그리고 엄마로서 최선을 다하던 자식들에게 평생 씻지 못할 죄를 짓고 말았다. 한 번 그의 사슬에 걸려든 이후부터는 자연스럽게 남녀 간의 행위가 이루어졌고 나는 나만을 사랑하겠다는 이 남자의 약속에 빠져들어갔다. 이후 나는 그가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다고 굳게 믿으며 그가 원하는 일이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모든 걸 다 바쳤다.
이 수기의 필자는, 이번에는 엄정한 조처가 내려져 주수도씨에게 피해를 입고 가정도 잃은 채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게 된 수많은 피해자들이 구원받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내 주변 사람을 통해 그가 필요하다는 돈을 빌려주었다. 그는 내 시댁 재산을 물은 뒤 시댁 종중 땅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면 단시간 내에 땅을 원상 복구해주고 보답으로 그 땅 위에 원하는 층까지 건물을 지어주겠다고 했다. 나는 시동생 명의로 되어 있던 시가 60억원대 종중 땅을 담보로 잡고 43억원을 빌려 주었다. 그는 좀더 원활한 자금 회전을 하려면 회사에서 어음과 당좌를 개설해야 한다며 ‘서로컴퓨터’라는 컴퓨터 제조 회사를 인수했다. 그는 또 컴퓨터 유통을 위하여 일영인터내쇼날(주)이라는 다단계 유통 회사를 설립했다.
한동안은 그의 회사가 잘되었기에 약속대로 땅을 돌려주고 그 땅에 건물까지 지어줄 수도 있었지만 주수도씨는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원망과 배신감이 수시로 들었으나 둘 사이가 잘못되면 지금껏 빌려준 모든 원금마저 날릴까 봐 그의 사슬에서 빠져나오기도 힘들었다. 이 땅이 경매에 들어가면서 시댁 식구들은 4억원 정도의 경매 세금 때문에 큰 고통을 받게 되었으며 일부는 신용불량자가 되기도 했다. 1995년 주수도씨는 내 친정 조카의 가계수표를 이용해 8억원을 빌려 썼다. 그러나 그 가 돈을 결제해주지 않아 조카 회사는 부도가 났다. 내가 안절부절못하자 주수도씨는 부도로 발생하는 모든 부채를 책임지겠다고 호언했지만 또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그 여파로 내 조카는 신용불량자가 되어 변변한 직장 하나 구하지 못하고 지금까지 가정 불화에 시달리고 있다.
노모 임종까지 했지만 버림받아
1996년께에는 일영인터내쇼날(주)의 원활한 자금 운용에 필요하다고 부탁해 천호동에 있는 친정 부모 집을 담보로 활용하게 해주었다. 회사가 잘되자 나는 주씨에게 담보를 되돌려달라고 수십 차례 독촉했지만 그는 끝내 돌려주지 않았고, 이후 일영인터내쇼날(주)이 부도가 났다. 이 때문에 다세대 주택이던 친정 집은 경매 처리될 위기에 처했고, 세입자들이 전세금 반환 청구 소송을 내자 친정 오빠는 이 일로 자살 소동까지 벌였다. 친정 식구들과 조카들 볼 면목이 없어 나는 지금도 친정과 발을 끊고 산다.
그 뒤 사업이 어려워져 신용불량자가 된 주수도씨는 내 명의를 활용해 어음 및 당좌를 개설해야 한다며 나를 대표이사로 등재한 후 일영CNC라는 제조 무역 회사를 설립했다. 그러나 일영인터내쇼날(주)이 부도날 때 이 회사도 연쇄 부도 처리되면서 나는 졸지에 부정수표법 위반 범죄자가 되고 말았다. 그 후유증으로 신용불량자가 된 것은 물론 회사의 각종 세금 및 부도수표 금액, (서울)신용보증기금의 보증변제액 등과 관련해 민․형사상의 멍에를 지고 있고 아직도 2억3천만원 정도의 부채를 짊어진 채 밑바닥 인생을 살고 있다. 친구와 친지들에게 차용해준 금액은 2억원 정도 된다. 이 돈 역시 아직도 대부분 해결되지 않아 고통을 받고 있다.
나는 그래도 주수도씨가 사업이 잘 안 풀려서 그렇지 나를 사랑하는 마음만은 있다고 철석같이 믿었다. 그에게는 고령의 노모가 있었다. 그의 본처가 1994년 미국으로 간 후 노모를 돌볼 사람이 없어서 고민스럽다고 했다. 나는 그의 사업이 성공하면 그동안 빌려간 모든 돈을 되돌려 받게 되려니 믿고서 그를 위해 성심껏 내조하리라 결심했다. 홀로 지내는 노모를 찾아가보니 행색이 말이 아니었다. 나는 친어머니처럼 정성을 다해 주수도씨의 노모를 모셨다. 식사와 목욕, 병간호는 물론 옷, 약, 건강식품 등을 챙겨드렸고 여행이나 나들이도 시켜드렸다. 그러다가 주수도씨가 1998년 교도소에 들어가 있는 동안 노모는 돌아가셨다. 늙은 분이 무슨 죄가 있겠냐는 딱한 생각에서 나 혼자 정성껏 임종 수발까지 해드렸다.
어리석게도 나는 이때까지 주수도씨가 나에게 사랑만은 사기를 치지 않을 것으로 믿고 있었다. 나를 사랑하는 척하며 실은 돈과 몸과 마음을 빼앗아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 때는 주씨가 교도소에 수감된 이후였다. 그전에도 나를 멀리할 때가 자주 있었지만 순전히 일 때문이겠거니 생각했다. 그러나 일영인터내쇼날(주)의 부도로 주수도씨가 교도소에 수감되면서 나와 처지가 같은 여성이 둘이나 더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녀들도 모두 나와 똑같이 주수도씨에게 몸과 마음을 겁탈당하고 재산까지 빼앗긴 후 버림받은 상태였다. 나는 그를 용서할 수 없었다. 망설이고 망설이다 주수도씨를 강남경찰서에 고소했다. 이미 2003년 이후 이미 재벌급으로 커버린 그 앞에 나 혼자 힘으로는 해결할 방법이 없어서 절망했는데 사연을 알게 된 몇몇 시민단체와 뜻있는 명망가들이 적극 도와준다고 하여 용기를 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으로 넘어간 수사는 제자리걸음이었다. 2005년 12월 주수도씨는 제이유 간부 한○○씨를 내게 보내 합의해달라고 사정했다. 그는 나에게 그동안 빌려 쓴 돈이라며 35억원이 적힌 어음을 건네주었고 나는 소를 취하해주었다. 이번만은 주수도씨가 나를 속이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그는 나를 또 속였다. 내가 받은 어음은 주수도씨의 또 다른 내연녀로 계열사 간부로 있던 김모씨가 발행한 부도 어음이었다. 참을 수 없는 모욕감에 주수도씨를 다시 고소하려는데 그의 심복 박○○씨가 찾아와 “2006년 4월까지만 기다려주면 꼭 결제를 해주겠다”라고 사정했다. 어리석게도 그 말을 다시 한 번 믿기로 했다. 그러나 결국 주수도씨는 수많은 회원 피해자에게 기다려달라고 했다가 속인 것처럼 이번에도 나를 속인 채 구속되었다. 나는 최근 나와 똑같은 처지로 주씨에게 몸과 마음과 돈을 빼앗긴 다른 여성 세 명을 만났다. 우리는 주씨를 함께 고소하기로 했다.
이 글을 통해 한 번의 잘못된 생각과 행동으로 삶의 의미조차 느낄 수 없는 신세로 전락한 죄 많은 이 여자에게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께 엎드려 사죄드린다. 이번만은 부디 엄정한 조처가 내려져 주수도씨에게 피해를 입고 가정도 잃은 채 정상적인 사회 생활을 할 수 없게 된 수많은 피해자들이 구원받음은 물론 제이유 사업을 하는 많은 여성들에게 제2, 제3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