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본인이 소속한 로타리클럽에서 소백산 겨울둥산을 갔다온 산행기 를 이곳에 올립니다----
겨울 눈꽃이 뒤덮인 비로봉으로의 초대
--------------------------------------------- 선경섭
광교 로타리클럽에서의 등산동우회 창립이후 찾아간 소백산 겨울 산행이 올해로 벌써 여섯 번째를 맞았다.
그때나 지금이나 등산을 즐겨하지 않기는 마찬가지이나 한겨울 소백산으로의 산행길은 차마 거부할수 없는 강한 끌림을 가져다 준다. 겨울마다 찾았던 소백산은 온통 은빛 세상이었고 한걸음 디딜 때 마다 뽀드득 거리며 무너져 내리는 눈밭길과 앙상한 가지에 생명을 주듯 피어난 눈꽃들이 나를 맞아주었다.
눈내린 소백산은 겨울의 성지처럼 끊임없이 수많은 순례자들을 찾아오게 했고 우리역시 그 순례자들중 일부였다.
드디어 산행을 가는날 우리는 오후 2시경 이일우, 이성석, 성정경, 임인순, 양동현, 문성배, 김태억, 김진수 김동원회원등 모두 10명의 회원이 각각 2대의 차에 분승하여 오후5시경 목적지 단양에 도착했다. 아직 소백산에 도착하기 전이었으나 도로 옆으로 펼쳐진 너른들판과 산자락들 역시 모두 은빛 융단을 두른 듯 반짝여 눈을 즐겁게 했다.
목적지에 도착한후 우리는 단양을 찾을때마다 들렀던 남한강변의 군간나루 횟집으로 가서 겨울철의 진미라 할 수 있는 누치 민물고기회(눈치라고도 한다.)와 또다른 민물고기회의 최고봉 쏘가리회를 안주삼아 소주와 곁들여 먹었다.
누치는 겨울에야 비로소 제맛을 느낄수 있는 민물고기고 육질이 연하고 그 맛이 담백하고 고소해 인기가 좋다고 한다.이렇듯 공기좋은 곳에서 좋은 먹거리를 접하니 그야말로 무릉도원이 따로 없을 것이다.
간단히 요기를 한후 우리 일행은 미리 예약해 두었던 통나무집 황토방으로 향했다. 그곳은 나의 초등학교 친구이자 시인인 김보영여사가 운영하는곳으로 우리가 소백산등산을 갈때마다 찾았던 곳이다.
아침부터 그녀가 장작으로 군불을 지펴놓은 관계로 황토방은 뜨거운 열로 달구어져 있었고 우리는 마치 찜질방에 온듯한 기분으로 온몸의 피로를 풀수 있었다. 뜨거운 황토방에서 먹는 메밀묵과 토종밤 그리고 고구마의 맛을 어찌 표현하리오.
이튿날 날씨는 더없이 맑았다. 식사를 마치고 10시가 되어서야 늦은 소백산으로의 산행을 시작하게 되었다.
소백산은 우리나라 12대 명산중 하나로 비로봉(1439m), 국망봉(1421m), 연화봉(제1연화봉 1391m, 제2연화봉 1359m)등 여러 봉우리가 있고, 등산 코스는 무려 17개나 되는데 이중 우리가 택한 새밭계곡-어의곡리-비로봉 코스는 가장 짧은 거리인 것 같았다. 하지만 짧은 거리라고는 하나 가끔 산에 오르는 나에겐 왕복 5-6시간 걸리는 코스로 결코 가볍게 볼수만은 없는 거리였다.
우리가 최종목적지로 택한 비로봉은 소백산의 주봉으로 정상에는 나무하나 없이 너른 평야인 것이 특징이다. 그 곳의 바람이 어찌나 거칠고 매서운지 그 곳에 오르면 뼈속으로 날카로운 바람칼로 찌르는 듯 온몸이 시려온다. 이토록 바람이 차고 거치니 그곳에 나무가 자라지 못할 수밖에...
허나 그런 날카로운 추위속에서도 융단처럼 펼쳐진 은빛초원을 보고 있자니 속세의 모든 번뇌가 사라지는 듯 머릿속이 개운해졌다. 바로 이것이 내가 소백산에 발을 끊을수 없는 이유인가...
비로봉 정상밑에는 주목군락과 에델바이스가 펼쳐져 있어 그 빛을 더욱 발한다. 하지만 이번엔 너무나도 흐드러지게 핀 눈꽃들로 인해 그 흔적들만 볼 수 있어 아쉬운 감이 들었으나 8부능선에 펼쳐진 소나무, 등나무에 피어난 새하얀 눈꽃들자체로 아쉬움은 털어버릴수 있었다.
사실 비로봉으로의 길은 훈련되지 않은 나에겐 몹시 힘든 고행길이다. 하지만 힘들다고 포기하기엔 소백산은 너무도 아름다운 그림 그 자체였다. 오히려 일행에 뒤쳐져 산을 오르다보니 홀로 아름다운 얼음성을 구경하듯 여유가 있어 나름대로 운치있는 길이었다.
한사람도 빠짐없이 비로봉의 정상에 오른 우리 일행은 한참이나 비로봉의 아름다움에 취해 이리저리 눈을 돌렸고 이후 비로봉 표시석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아쉽지만 다시 하산길에 올랐다.
비로봉을 떠나 내려오는길에 우리는 마치 어린아이가 된 듯 엉덩이로 미끄러지며 눈썰매를 탔고 세상 모든일을 잊고 다시금 옛날 그 시절로 돌아간 듯 모두들 즐거워했다.
세상과 이어진 듯 하면서 분리된 그 곳에서 우리는 그 힘에 이끌려 세상속의 나를 잊고 본연의 순수함을 되찾곤 한다. 이렇듯 산이란, 자연이란 참으로 신비스러운 존재이다.
하산후 우리는 녹초가 되버린 몸을 이끌고 단양읍내의 한 식당으로 가서 쏘가리 매운탕과 소주를 곁들인 저녁식사를 하였다.
식사자리에서 우리는 서로의 무용담과 비로봉의 기막힌 설경에 대해서 얘기하기 시작했는데 김태억 회장의 달라진 등반실력이 가장 화제거리였고 모두들 탄성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모두들 이번산행에 대해 만족하는 눈치였다.
식사를 마친후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우리는 수원으로 향하는 차에 몸을 실었고 소백산의 눈부신 설경과도 이별을 고했다. 잠시나마 세상사를 잊고 순수하게 자연의 아름다움에 탄복하게해준 소백산 비로봉의 겨울을 잊지 못할 듯 싶다. (2005.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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