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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제의 인지발달이론
인지발달이론은 발달과정에 있어서 개인의 능동적인 역할을 중시한다. 이러한 경해는 스위스의 심리학자인 피아제의 연구를 통해 가장 잘 표현된다. 철학자이며 생물학자로서 피아제는 이들 두 영역을 결합시켜 발달에 대한 포괄적이고 신선한 견해를 제시한다. 장 피아제(J. Piaget)는 1896년 스위스의 작은 대학촌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중세문학과 역사학을 전공한 학자였고 어머니는 지성적이고 부지런했다. 어머니는 어릴 때부터 피아제를 엄하게 교육시켰다고 한다. 중년기에 이르러 어머니는 신경증을 보이기 시작했고 피아제는 그 이유로 정신병리학에도 관심이 있었으나 연구를 통해 이런 가정사로부터 도피하고자했다. 피아제는 어릴 때부터 과학자적 자질을 보였으며 생물학적 탐구에 관심이 있었다. 15세에 쓴 연체동물에 관한 논문이 학술지에 실리기도 했다. 피아제는 청년기 이전에 몰두했던 생물학과 그 후에 전념하게 된 인식론을 결합함으로써, 인식에 대한 생물학적 해명이라는 그의 특유한 사상을 빚어냈다. 그가 관심을 둔 것은 ‘아동이란 어떤 존재인가’가 아니라 ‘인간의 지식은 어떻게 발달하는가’였다.
1920년 피아제는 비네(Binet)와 아동용 지능검사를 만들던 중 아동들의 오답유형에 관심을 갖고 그들의 오류가 일관성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피아제는 나이 어린 아동이 나이 먹은 아동보다 우둔한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사고한다고 보았다. 피아제는 자신의 생각을 알아보기 위해서 임상적 실험법을 고안했다. 이것은 아동에게 문제상황을 부고 문제해결방식을 관찰하여 자발성을 촉진하는 개방적인 면담 방법이다. 1925년 첫아이가 태어난 후로 자녀를 관찰하면서 연구를 진행했다. 이 연구들은 수학적, 과학적 개념에 대한 아동의 이해에 초점을 두고 있다.
1) 감각운동기(출생~2세)
제1단계: 반사기(출생~1개월)
신생아는 이 세상에 태어나서 환경의 자극에 그대로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자극을 받아들여 그것에 적응할 수 있는 반응을 만들어내는 내적인 체계(도식)를 형성한다. 이 시기에 신생아는 빨기반사를 통해 세상을 이해한다. 유아는 자신의 행동과 욕구를 분별할 수 없으므로 그들의 행동에는 의도성이 없다. 그러므로 신생아의 행동은 의식적인 내적 욕구에 의한 행동이라고 할 수 없으며 타고나는 반사행동이다.
제2단계: 1차 순환반응(1~4개월)
순환반응이란 우연히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어 빨기, 잡기, 보기와 같은 감각운동 행동이 의도적으로 반복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 유아의 관심이 외부의 대상보다는 자신의 신체에 있기 때문에 1차 순환반응이라고 한다. 우연히 손이 입에 닿게 되어 손을 빨게 된 신생아는 의도적으로 손을 빨려는 행동을 반복적으로 하게 된다. 이전 단계에서 손빨기는 의도적 행동이 아니었으나 이제는 배고프다는 욕구에 의한 행동으로 나타난다. 움직이는 물체를 보면서 그것을 잡으려고 손을 내미는 행동은 보기와 잡기를 연결시키는 해동이다. 이러한 행동은 많은 시행착오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제3단계: 2차 순환반응(4~10개월)
자신의 몸과 주변을 넘어서는 외부 대상에 관심을 기울이며 새로운 경험을 산출하고 그것을 유지하려고 한다. 유아는 덜 자기중심적으로 되며 외부세계에 대한 정보의 근원으로서 자기 자신 이외에 사물에 좀 더 의존한다. 우연히 모빌을 건드리게 된 유아는 그것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계속 치게 된다.
제4단계: 2차 도식의 협응(10~12개월)
이 단계에서는 인지발달상의 2 가지 획기적인 사건이 발생한다. 첫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미 학습된 행동양식과 도식들을 사용한다. 피아제가 어린 딸이 성냥갑을 잡으려 하자 손으로 가로 막았다. 처음에는 그것을 무시하거나 넘어서 돌아가려 애썼으나 며칠 후에는 손을 치우고 성냥갑을 잡았다. 치우는 것과 잡는 것이 협응 되었다. 원인과 결과의 관계에 대한 이해를 갖지 못한 3단계의 유아라면 손으로 막았을 때 울거나 떼를 썼을 것이다.
둘째, 유아는 대상들이 자신과 분리되어 있으며 그것들은 별개의 성질을 갖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러한 인식과 더불어 대상연속성이 발달한다. 이전에는 보이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이해되었으나 어떤 사물이 보이지 않게 되었더라도 반드시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이불 속에 공을 감추는 경우처럼)
제5단계: 3차순환반응(12~18개월)
전단계의 유아는 새로운 상황에 직면해서 기존의 도식들을 수단으로 사용한다. 이 단계의 유아는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새로운 수단을 사용한다. 여기서 유아는 다양한 실험을 통해 사건들의 인과관계를 검토하려고 하며 활발한 시행착오 행동을 보인다. 피아제의 어린 아들은 어느날 새 탁자에 관심을 가지고 탁자를 두들겨 보았는데 어떻게 두들기느냐에 따라 소리가 달라진다는 것을 알고 여러 가지 실험을 해보았다. 이제 걷기 시작하면서 실험행동과 시행착오 행동을 통한 새로운 경험의 기회는 증가한다.
제 6단계: 사고의 시작(18~24개월)
이 단계에서는 사고가 나타난다. 직접적인 경험이나 실험 없이도 어떤 대상과 관련된 결과를 이해하게 된다. 피아제의 딸은 상자 속에 사슬을 넣는 것을 보았다. 상자를 두드려보기도 하고 손가락을 상자 틈으로 넣어 보기도 하다가 잠시 생각하더니 상자를 열어 사슬을 꺼냈다. 이 단계에서는 지연된 모방이나 모델 없는 모방도 일어난다. 피아제의 딸이 친척집에 갔다가 그 집 아이가 울면서 장난감을 던지고 투정 부리는 것을 보았다. 딸아이는 다음달 놀다가 싫증이 나자 그와 같은 행동을 했다.
피아제는 세 자녀의 행동을 관찰한 결과, 개념발달과 언어발달 이전에도 유아가 지적인 행동을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피아제는 이러한 행동수준의 지능을 감각 지능이라고 부르고, 이것이 개념적 지능의 기초가 된다고 주장했다. 즉, 지능의 발달은 행동을 토대로 이루어지는 것이며 이것은 개체와 환경간의 상호작용에 의해서 진행되는 과정이다.
2) 전조작기(2~ 4, 5세)
이 시기에는 사고가 가능하기는 하지만 개념적 조작능력이 충분하지 못해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세계에 한해서 논리적인 사고를 할 수 있다. 전조작기의 특징은 상징적 황동의 증가, 직관적 판단, 자아중심성, 물활론적 사고, 도덕적 실재론, 꿈의 실재론 등이다.
① 상징적 활동의 증가
이 시기의 아동놀이에는 비언어적 상징행동이 많이 나타난다. 베개를 아기처럼 업고 다니기도 하고 베개를 안아 도닥거리면서 아기를 재우는 시늉을 하기도 한다. 막대기를 들고 총쏘는 시늉을 하기도 하고 돌멩이나 나뭇잎으로 소꿉놀이도 한다. 감각운동기의 마지막 단계에서 시작되는 가상놀이는 몇 동안 지속된다. 상징의 근원은 이 시기에 급속도로 발달하는 언어 때문이다. 언어는 아동의 시야를 넓혀준다. 아동은 언어를 통해서 과거의 경험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게 되며 사건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으나 논리성은 결여되어 있다.
② 직관적 판단
양의 보존개념에 대한 피아제의 실험은 유명하다. 두 개의 컵에 같은 양의 물을 넣은 다음 두 번째 컵의 물을 밑이 넓고 높이가 낮은 컵으로 옮겨 붓는다. 첫 번째 컵의 물과 두 번째 컵의 물의 양이 같은지를 물어보면 보존개념을 이해하지 못한다. 높이와 넓이라는 두 가지 차원을 고려하기 시작하지만 두 차원을 동시에 추리하지 못하며 한 차원에서의 변화가 다른 차원에서의 변화를 상쇄한다는 것을 모른다. 수의 보존개념에 관한 실험에서, 컵을 한 줄로 세워 놓고 한 무더기의 달걀을 쌓아 두고는 컵에 담을 수 있는 만큼의 달걀을 집어내라고 했다. 이 시기의 아동은 컵과 달걀을 일대일 대응하지 못하거나 하더라도 보존개념을 이해하지는 못했다. 유목화실험에서 갈색 구슬이 18개이고 흰색 구슬이 2개인 20개의 나무구슬을 아동에게 제시하였다. 갈색구슬이 더 많은지 나무구슬이 더 많은지를 물었을 때 유목개념을 이해하지 못했다.
③ 자아중심성
아동의 공간조망에 관한 새 가지 산모형 과제. 테이블에 앉은 곳에 따라서 다르게 보이는 입체 산 모형을 올려놓고 아동과 인형을 다른 자리에 앉게 한 다음, 아동에게 인형의 자리에서 어떻게 보일지를 묻는다. 전조작기 아동은 언제나 자기에게 보이는 조망만을 선택한다. 이 시기의 아동은 자신 이외의 다른 관점을 추측할 수 없다. 자아중심성은 자신의 조망과 타인의 조망을 구별하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 자아중심성은 언어사용에서도 나타난다. 이 시기의 아동은 의사소통을 위해 언어를 사용한다기 보다는 독백과 같은 자기말만 한다(영희:우리 엄마가 이 구두 사줬다. 이쁘지? 순희: 저게 뭐야? 왜 움직이지 않지?).
④ 물활론적 사고
전조작기 아동은 생물과 무생물의 구분을 성인과 같은 방식으로 하지 않는다. 이 시기의 아동은 활동하는 것은 살아있는 것으로 생각하며 생명이 없는 대상에게도 생명과 감정을 부여한다. 태양은 빛이 나니까 살아있고 산은 움직이지 않으니까 죽었다는 것이다. 6~8세에는 움직이는 것만이 살아있다고 생각하여, 탁자와 꽃은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죽었고 자전거나 돌멩이는 때때로 움직이기 때문에 살았다고 생각한다. 8세경에는 스스로 움직이는 것에 한해서 생명을 인정하며 그 이후에야 식물과 동물에 한해서 생명을 인정한다.
⑤ 도덕적 실재론
놀이규칙과 도덕적 문제에 대한 아동의 판단에 관한 연구. 규칙은 지키지 않으면 벌을 받기 때문에 꼭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며, 규칙은 원래 정해져 있기 때문에 변경할 수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그리고 의도에 상관없이 과실이 크면 클수록 더 나쁘다고 생각했다. 예컨대 엄마를 돕다가 컵을 세 개 깬 아이와 장난치다가 컵을 하나 깬 아이 중 누가 더 나쁘냐고 할 때, 결과만을 보고 판단한다. 타율적 도덕성.
⑥ 꿈의 실재론
처음에 아동은 꿈이 실재라고 믿는다. 나중에는 꿈이 실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지만, 자신의 꿈이 다른 사람에게도 보이며 밤이나 하늘 등 밖에서 들어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3) 구체적 조작기
초등학교 시기의 아동. 아동은 자아중심성을 탈피하여 사고의 진전을 나타낸다. 자신의 관점이외에도 여러 관점을 고려할 수 있게 되며, 상황의 두 가지 측면을 동시에 고려할 수 있게 된다. 또 구체적 사물을 다룰 때 한해서 그들 속성간의 관계성을 고려할 수 있게 된다.
① 보존개념의 획득
동일성의 원리: 물을 더 붓거나 덜지 않았으니까 물의 양이 같다
상보성의 논리: 한 쪽이 더 높기 때문에 다른 쪽이 더 넓기 때문에 같다.
가역성의 논리: 다시 부을 수 있기 때문에 같다
② 탈중심화
전조작기의 자아중심적인 아동들은 함께 있으면서도 사실은 따로 논다. 구체적 조작기의 아동은 또래들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자아중심성을 극복해간다. 어떤 규칙을 정하고 협동적으로 하는 놀이가 가능해진다.
③ 자율적 도덕성
또래들과 상호작용하면서 아동들은 규칙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협동을 위해서 사람들이 만든 것이며 서로 합의만 된다면 규칙을 바꿀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④ 관련성의 이해
대상을 크기, 무게, 밝기 등의 특징에 따라 나열하는 능력을 서열화라고 하는데 구체적 조작기가 되면 아동은 서열화의 능력을 갖추게 된다. 이것은 사물간의 관련성을 이해하고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는 유목화(분류) 능력도 획득된다.
4) 형식적 조작기
12세 이후를 형식적 조작기라고 하는데, 이 시기에는 현실적 시계를 넘어 추상적이고 가상적이며 미래지향적인 사고를 하게 된다. 이 시기에 비로소 가능해지는 사고 중 중요한 것이 조합적 사고(combinational thinking)이다. 이것은 문제에 직면했을 때 있을 수 있는 모든 해결책을 모색함으로써 문제해결에 이르게 되는 사고방식이다. 실험: 투명한 액체를 1,2,3,4 번호가 붙은 유리병에 넣고 다른 유리병에는 g라는 이름을 붙여 액체를 넣었다. 위의 액체를 마음대로 섞어서 노란액체가 되도록 해보라는 과제를 주었다. 전조작기 아동은 마음내키는 대로 아무렇게나 섞다가 안되면 포기했다. 구체적 조작기 아동은 g병을 1,2,3,4 병에 넣어도 노란액체가 안생기자 포기했다. 세가지를 섞어보라고 힌트를 주었더니 여기서부터는 체계적으로 섞지 못하고 이리저리 섞는 데 그쳤다. 형식적 조작기 청소년은 모든 가능성을 체계적으로 시도했다.
또한 연역적 사고도 가능해진다. 구체적인 경험이 없어도 일반적인 사실에서 출발하여 특정한 사실을 추론할 수 있다. ‘만일 ~라면, ~이다’같은 연역적 사고가 가능하다. 그리고 이 시기에는 인지능력의 향상으로 이상향의 개념도 생기게 된다. 현재 사회와는 다른 이상적인 사회를 꿈꾸기도 하고 자유나 정의 등과 같은 추상적인 이념에도 집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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