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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김삼순] 10
S#1. 제 10회 내 이름은 김희진
S#2. 보나뻬띠 테라스 (동 밤)
이영이 쇼핑백 들고 서성인다
안에서 현무가 나온다
이영 : (쇼핑백을 턱 안긴다) 아홉시 오분 전이에요. 됐죠? (가는데)
현무 : (붙잡으며) 도대체 삼순씨는 왜 갑자기 관둔거예요, 어머니는 왜 그러시고
이영 : (벌레를 내치듯 손을 확 쳐내며) 알려고 하지 마세요, 여러 사람 다치니까
현무 : 거 참 해파리도 아니고 톡톡 쏘기는... 잠깐만 기다려요 입어보고 나올테니까 (들어간다)
이영 : ? 입어보긴 뭘 입어봐요? ...이봐요! (그러나 현무는 벌써 들어갔다) !... 뭐 저딴 게 다 있냐?
S#3.거리 (동 밤)
그 청바지를 입은 현무가 앞서 성큼성큼 가고 이영이 뒤따라온다
이영 : 글쎄 어딜 가는건데 내가 따라가야 되냐구요
현무 : 아 그거참, 온 식구가 딱따구리를 삶아먹었나 되게 시끄럽네 정말
손해볼거 없으니까 그냥 따라와요
이영 : (기가 막혀 짝 째려보고는 팽 돌아서서 간다)
현무 : (돌아보고는 얼른 쫓아와 핸드백을 낚아챈다)
이영 : 어머? 왜 이래요 정말!
현무 : 청바지를 며칠씩이나 빌려입었으면 술이라도 한잔 사야되는거 아녜요?
이영 : (그런 거였어?) ..지금 저한테 수작 거는거예요?
현무 : 싯, 순진한 싱글한테 수작이라니! 난 수작 안걸어요 곧바로 작업 들어가지!
(핸드백을 든 채 도망치듯이 총총히 간다)
이영 : 뭐야 재? ...야! 핸드백 안내놔? 야! (아랑곳없이 가는 뒷모습을 보모) 허, 감히 어따대고..
(불불이 쫓아간다) 야 핸드백 내놔!
S#4.오뎅바
현무의 잔이 가만 있는 이영의 잔에 짠 부딪히고
술 마시는 현무, 어이없어하는 이영
이영 : 오늘 밤에 꼭 입어야 된다는 게 이거였어요?
현무 : 내가 말예요, 이 청바지만 입으면 백전백승이거든요
이영 : 오오 백번씩이나 작업 거셨어요? 그런데 왜 장갈 못갔을까?
현무 : 돌아온 싱글이에요
이영 : (좀 놀라서는) ..큼 ..저랑 똑같네요
현무 : (의외다) 정말이에요?
이영 : 그럼 이혼했다고 거짓말하는 처녀도 있어요?
현무 : (너무 좋아한다) 아 그럼 진작에 말할 것이지, 이렇게 반가울 수가 있나
왠지 뭔가 통할 것 같더라고
이영 : (삐죽삐죽) 통할게 따로 있지, 그게 뭐 자랑이라고
현무 : 아 적어도 왜 이혼했냐는 질문은 안할거 아녜요, 성격찬지 성의 격찬지 그게 그렇게 궁금해?
이영 : (피식 웃음) 그건 그러네요
S#5.베이커리실 (동 밤)
퇴근하던 진헌, 주방을 지나치다가 문득 멈추어 불을 켠다
텅 빈 베이커리실이 썰렁해 보인다
진헌, 안으로 들어가 괜히 둘러보고 작업대를 만져보고 하다가 구석에 놓여있는 공책을 발견한다
뭐지? 집어들고 본다
(인써트) 아주 오래되어 빛이 바란 공책 겉표지에 '김삼순'이라고 쓰여있다
넘겨보는 진헌
(인써트) 빽빽하게 그녀만의 TIP들(이수열 과장님께 부탁)이 담겨있다
오랜세월이 느껴지는.. 군데군데 재밌는 낙서와 만화들도 그려져 있다
진헌, 미소가 감돈다. 그녀가 참 미덥다. 몇 장을 더 넘기다가 일기같은 낙서를 유심히 본다
삼순 : (5년 전의 앳된 목소리) 밀가루 반죽에는 용도에 따라 두 가지가 있다
이스트를 넣은 것과 넣지 않은 것,
이스트를 넣으면 금방 발효하지만 그렇지 않을땐 밀가루가 자기 혼자 숨을 쉬며 부풀어 오른다.
난 그게 너무 귀엽다 (혼자 다짐하는 투) 이스트를 넣지 않은 사람이 되어야지?
진헌, 피식 웃는다. 네가 더 귀엽다는 듯이..
진헌, 공책을 덮어 제자리에 두고 핸드폰 꺼내들고 문자를 누른다
S#6.삼순네 뜰
운동하는 삼순, 핸드폰이 진동을 하자 주머니에서 꺼내어본다
<월급 10프로 인상>
삼순 :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지? 돈지랄을 해요 아주. (삭제해 버린다)
S#7.베이커리실
진헌, 문자를 다시 보낸다
S#8.뜰
삼순, 문자를 확인한다
<20프로 인상>
삼순, 또 삭제해버리고는 계속 운동하다가 멈칫, 뭔가 생각하다가 집으로 들어간다
S#9.삼순 방
옷장에서 인사 가느라 진헌이 사주었던 투피스를 꺼내는 삼순
나가다가 말고 돌아서서 벽에 걸어놓은 꽃다발을 본다, 잘 말려서 걸어놓았다.
고민하다가 꽃다발도 집어들고 나가는 삼순
S#10.베이커리실
진헌, 지루하게 서성이며 답장을 기다린다. 지난번에 삼순이 그랬던 것처럼..
잠시 후, 안되겟는지 통화버튼을 누른다.
S#11.삼순 방
핸드폰이 울린다. 발신자가 <삼식이>라고 뜬다
S#12.집 앞 골먹
삼순, 쇼핑백 안의 투피스를 보며 갈등하다가.. 재활용 수거함에 집어넣고 돌아선다
S#13.베이커리실
음성사서함으로 넘어가자 핸드폰을 닫는 진헌, 약이 오른다. 감히 내 전화를 안받어?
S#14.오뎅바
손님이 반쯤은 빠진 늦은 시간, 두 사람 앞에는 나무꼬치가 꽤 많이 쌓여있다
술도 꽤 취했다. 각자 오뎅꼬치 하나씩 들고있다
현무 : 그렇게 해서 마르세유에 도착했는데 돈은 없고 배는 고프고 어떡해
여기서 하던대로 시장엘 갔지, 가서 무작정 허드렛일 도와주고 밥이나 얻어먹자 그랬는데?
이영 : (시큰둥)...
현무 : 왜 있잖아요, 우리도 어시장 같은데 가면 시장사람들이 생선대가리랑 무랑
대충 텀벙텀벙 집어넣고 고추장 풀어서 얼큰하게 끓여먹는거. 글쎄 거기서도 그러더라니까요?
캬~ 그 냄새, 뱃속이 어찌나 환장하게 뒤집어지든지
이영 : 밤새네 밤새. 그래서요 얻어먹었어요?
현무 : 먹었죠, 먹다마다요! (웅변하듯이) 내 영혼을 울린 한 그릇의 생선스프, 부야베스!
이영 : (피식 웃는다)
현무 : 그리고는 그 어시장 구석탱이에 있는 오래된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 시작했는데
그 식당 메뉴판에 이런 문구가 있었어요
'네가 먹은 것이 무엇인지 말해주면 나는 네가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마'
이영 : 브리야 샤바랭?
현무 : (놀라서) 샤바랭을 알아요?
이영 : 동생이 파티쉔데 그 정돈 알고 있어야죠. 샤바랭이라는 과자가 그 사람 이름을 딴거라면서요?
현무 : (감탄 또 감탄 -꼬실려고) 역시 내가 보는 눈은 있다니까? 얼굴돼, 몸돼, 머리돼,
도대체 안되는 게 뭐가 있어요? 이런 경우를 두고 샤바랭이 한 말이 있죠
(손을 덥석 잡으며 대뜸) 우리 잡시다.
이영 : (마침 오뎅 씹다가 목에 켁 걸린다)
S#15.거리
좀 전보다 더 많이 취해 흐트러진 모습으로 마주 서 있는 이영과 현무
현무가 계속 자자고 조르는 모양이다
이영 : (혀도 꼬여서는) 글쎄 내가 왜 너랑 자야되냐구
현무 : (역시 혀 꼬인) 아니 본능에 충실하면 됐지, 꼭 이유를 붙여야 돼냐?
이영 : 명분은 있어야 될 거 아냐, 아무리 막가는 세상이래두 겨우 세번째 만났는데 끅...
현무 : 명분? 명분은 없고 저기 화분있네 화분. (버려진 조그만 화분을 주워든다) 자 화분...
이영 : 흐흐 짜식 썰렁하기는.. 그러지 말고 세가지만 대봐. 내가 왜 너랑 자야하는지.
현무 : 그까이꺼 끅... 첫째, 내 청바지를 입었으니까
이영 : 흥, 궁상덩어리 청바지?
현무 : 둘째, 손 주면 다 준거 아닌가?
이영 : 체, 니가 뺏었지 내가 줬냐?
현무 : 셋째, (대답이 궁하다) 셋째.. 셋째..
이영 : (흘긴다, 기껏 기회를 줬건만)
현무 : 아.. 미치겟네 이거? 셋째..
이영 : (안되겠다, 나선다) 셋째, (턱짓) 저게 있으니까
현무 : (돌아보면)
모텔이 떡 자리잡고 있다
이영 : (현무의 옷자락을 와락 잡아채며) 너 오늘 나한테 죽어봐! (끌고간다) 따라와!
S#16.보나뻬띠 주차장(동 밤)
차에 오르는 진헌, 키를 꽂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삼순이구나!
얼른 핸드폰을 꺼내 발신자를 확인할 것도 없이 받는다
진헌 : 네 김삼순씨 (대답없자) 김삼순씨
희진 : 김삼순씨 전화 기다렸어?
희진 : (아 당황!)
S#17.희진 거실 & 차 안
샐러리를 통째로 든 채 먹다말고 통화하는 희진
희진 : (썩 기분이 좋지 않다) 진헌아
진헌 : 어, 좀 통화할 일이 있어서...
희진 : 이렇게 늦게?
진헌 : 어? 어..
희진 : ...중요한 일인가보네
진헌 : 어 좀...
희진 : ...지금 어디야?
진헌 : 어 퇴근하는 중이야
희진 : 많이 늦었네?
진헌 : 응...
희진 : 내일 있잖아, 미주 놀이치료 가는 날이라며, 나도 같이 가면 안될까?
진헌 : (잠시 생각하다가) 좋지
희진 : 그럼 미주 데리고 우리 집으로 와, 출발할 때 전화하고
진헌 : 그래 알았어.
희진 : 조심해서 들어가
진헌 : 음
희진, 전화 끊고 갸웃.. 무언가 찜찜하다
S#18.차 안
진헌도 역시 찜찜하다, 털어버리고 시동을 켠다
차가 출발한다
S#19.삼순네 뜰
삼순이 말린 꽃다발을 들고 나온다. 울적한 얼굴로 텃밭으로 가 쭈구리고 앉는다.
그리고는 꽃들을 하나하나 떼어내어 부수듯이 하며 뿌린다. 마치 비료를 주듯이.
삼순 : (Na) 아버지는 뭐 하나 허투로 버리는 법이 없었다. 남은 음식은 당연히 텃밭 차지였다.
물기를 빼고 그늘진 곳에 잘 말려서 이렇게 골고루 뿌려주곤 했다. 잘 먹고 잘 크라며..
이 꽃을 먹고 자란 야채가 밥상에 오르면, 맛있게 먹고 깨끗이 잊어주겠다.
하지만 삼순의 표정은 그리 쉽게 잊을 것 같지가 않다
S#20.오피스텔(아침)
아침햇살이 쏟아져 들어온다. 한 켠에 삼순의 자전거가 생뚱맞게 자리잡고 있다
잠자는 진헌
삼순 : 삼식아
진헌 : (자는)
삼순 : 야 삼식아!
진헌 : (번쩍 눈 뜨는)
삼순 : 빨리 일어나, 밥 먹고 출근해야지
진헌 : (후다닥 일어나 앉아 두리번거리다)
삼순 : 뭘 그렇게 놀래. 빨리 인나 세수해
진헌 : (두리번거리다가 흠칫!)
꿀꿀이한테서 나오는 말이다
삼순 : 또또또 순진한 척 하긴. 나 처음 봐?
진헌 : (입이 딱 벌어진다!)
삼순 : 근데 어떻게 된게 오늘은 냉장고에 계란도 없냐
진헌 : (이럴수가!)
삼순 : 놀래긴 짜식, 믿어지지 않겟지만 그냥 받아들여, 니가 날 버리는 바람에 이렇게 되고 말았어
진헌, 얼른 침대에서 빠져나와 꿀꿀이를 집어들고 재빠르게 현관으로 간다
삼순 : 야, 너 뭐할려구? 설마 날 버리는건 아니지? 삼식아 삼식아
진헌, 현관문을 열어 꿀꿀이를 휙 던지고는 문을 쾅 닫는다
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안으로 들어오다가 자지러지게 놀란다
어딘가에 떠억 앉아있는 꿀꿀이. 손에는 감자깍이!
축 늘어져 있던 눈은 위로 쪽 째지고!
삼순 : 감히 니가 날 버려? 방앗간집 셋째딸 삼순이를 버린 죄가 얼마나 큰 건지 보여주겠어
(감자처럼 껍질을) 벗겨버릴거야!
꿀꿀이가 카메라를 향해 휘익 날아온다
S#21.오피스텔(아침)
잠 자던 진헌이 눈을 번쩍 뜬다. 아.. 꿈이구나.. 그럼 그렇지 안도하며 돌아눕다가 또 다시 허억 놀란다.
그의 품에 안긴 꿀꿀이. 밤새 끌어안고 잔게 틀림없다
진헌, 진저리를 치듯 꿀꿀이를 퍽 내친다
꿀꿀이가 침대 밑으로 떨어진다
아 재수없어! 머리를 흩트리는 진헌
S#22.삼순네 마루(아침)
삼순 : 우리나라에 예수가 몇 명인줄 알어?
아침 식사하던 봉숙과 이영이 생뚱맞은 질문에 삼순을 쳐다본다
삼순 : (사뭇 진지하다) 두명이야. 성인은 네 명, 허준은 삼백명, 노숙자는 백한명,
철수는 만이백사십팔명, 영희는 이만구천칠백이십칠명,
그 외에도 피해자, 안테나, 박치기, 주길년, 주기자, 장풍, 강아지, 고양이
이영 : 어머, 강아지 고양이도 있어?
삼순 : 강아지는 다섯 명, 고양이는 한명
이영 : 너무 무책임하다 걔네 부모님들
삼순 : 우리 앞에도 있어
봉숙 : (째려보며) 또 개명타령이니?
삼순 : 작년엔 창원사는 58년생 이삼순이가 이하늘로 개명했어,
58년생도 새인생 살겠다고 바꾸는데 난 이제 겨우 서른이야. 개명할거니까 말리지마
봉숙 : (덤덤하게) 안말려. 맘대로해
삼순 : (뜻밖이다) !!!...
이영 : (역시 놀라지만 곧 표정 바꾸며) 엄마 농담이지.
할아버지랑 아버지도 그렇게 반대했는데 왜 갑자기?
봉숙 : 30년을 김삼순이로 살았으니까 남은 인생은 니가 그렇게 좋아하는 김희진으로 살아봐
삼순 : (흥분했다) 엄마 정말이다? 딴말하기 없기다?
봉숙 : 이름이라도 바꿔야 남자들한테 안채일 거 같아서 그래.
이름바꾸고도 또 채일거면 그냥 호작 파가
삼순 : (감동해서) 엄마...
봉숙 : 법무산지 뭔지 거기다 맡길거야? 돈 있어?
삼순 : 아니, 이번엔 내가 직접 쓸려구, 선은 법원 들렀다가 갈거니까 걱정마
이영 : 너 오늘 선봐?
봉숙 : (불똥이 이영에게로 튄다) 너 새벽에 들어왔지 어디서 뭐 했어?
S#23.모텔방(동 아침)
시트를 뒤집어 쓴 현무가 욕실 문을 열어본다.
아무도 없자 갸웃하며 이리저리 둘러보는데 어딘가에 놓여진 메모지가 눈에 뜨인다
반으로 접혀진 그 종이를 접어들고 보면,
이영 : 어제 즐거웠어요. 서비스 좋던데요?
현무, 접혀진 종이를 편다. 십만원짜리 수표가 들어있다.
현무 : !! ...뭐 이딴 여자가 다 있어?
S#24.오피스텔 쓰레기장(동 오전)
쌓여있는 쓰레기봉지 더미 위로 꿀꿀이가 툭 던져진다
출근차림의 진헌이 그렇게 꿀꿀이를 버리고 가는데
수위 : 이봐 총각! 어이!
진헌 : (돌아본다)
수위 : (쓰레기장 정리하던 중이다) 아 이걸 이렇게 버리고 가면 어떡해?
(꿀꿀이를 집어들며) 쓰레기봉투에 담아서 버리든가, 재활용센터에 갖다주던가
진헌 : (뚜해서 다가와 꿀꿀이를 받아들고 간다)
S#25.나사장 집무실
나사장, 윤비서의 보고를 받고 놀란다
나사장 : 뭐? 삼순양이 그만뒀다고?
윤비서 : 네
나사장 : 왜?
윤비서 : 희진이 때문 아니겠어요? 헤어졌는데 계속 다니긴 뭐하잖아요
나사장 : 이런 망할 놈의 자식. 내가 그렇게 얘길 했는데
윤비서 : 근데요, 어제 삼순양 어미니가 레스토랑에서 난동을 부렸다는데요
나사장 : ? 난동? 삼순양 어머니가?
윤비서 : 네
나사장 :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이 놈이 무슨 실수 한거 아냐?
윤비서 : ?.. 혹시..
나사장 : 혹시 뭐
윤비서 : 임신시킨거 아닐까요?
나사장 : (뒤로 넘어갈 듯이) 아이구 머리야
S#26.거리
초등학교 저학년쯤 되보이는 여자아이가 가방을 메고 하드를 빨며온다
그 앞에 썩 나서는 진헌, 꿀꿀이를 안고있다
아이 : (놀라서 우뚝 멈추며 올려다본다)
진헌 : (꿀꿀이 들이밀며) 꼬마야. 너 이거 가질래?
아이 : 나 꼬마 아닌데요?
진헌 : (눈알 굴리다가) ...학생. 이거 너 가져.
아이 : 왜요?
진헌 : 왜? 음.. 그냥 니가 이뻐서
아이 : 싫어요
진헌 : ?.. 왜 싫은데?
아이 : 난 원래 인형 안좋아해요
진헌 : !...(약올라서 짐짓 험상궂게) 너 학교 안가고 뭐해. 땡땡이 치면 혼난다?
아이 : 오후반이에요 (인상쓰며) 이상한 아저씨야 (간다)
진헌 : (황당! 부어서 툴툴댄다) 씨.. 조그만게.. 커서 삼순이처럼 되라
진헌, 인형 든 채 길가로 나와 택시를 잡는다. 손님을 태운 택시가 한대 지나가고,
소리 : 삼식아~~~~
진헌 : (깜짝 놀라 돌아본다)
소리 : 아. 삼식아아~~~
진헌 : (두리번거린다)
소리 : 아 워디 갔다 이제 오는겨. 쟤 손좀봐요. 새까만게 까마귀가 보면 할아버지 허겼어.
빨리가 손 씻고 밥 먹어어.
진헌 : (정말로 때 꼇나 싶어서 자기도 모르게 손을 보고는 다시 두리번)
북소리에 이어 꽹과리 소리까지
이게 무슨 소리야, 소리를 찾아 두리번거리다가 멈칫하더니 어딘가로 다가간다
천막이 쳐진 과일행상트럭으로 다가가는 진헌, 유심히 보면,
트럭 기둥에 매달린 고물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다. 장사익의 <삼식이>
진헌 : (별 희안한 노래도 다 있군! 참 어이없다!)
S#27.베이커리실 (동 오전)
꿀꿀이를 들고 들어오는 진헌
진헌 : 김삼순씨, 이거 도로 가져가요, 그리고 자전거는 언제 가져갈 거에요?
등을 보이고 일하던 인혜가 돌아본다
인혜 : 삼순이 언니 그만뒀잖아요
진헌 : (당황) !... 아.. 미안해요 (나가다가 다시 돌아보며) 혼자 할 수 있겠어요?
인혜 : 지두 걱정이구만요
진헌 : 며칠만 참아요, 곧 해결할테니까 (나간다)
인혜 : (혼자 어떡하나 난감하면서도 위로의 말 한마디에 좋아죽는다)
S#28.미용실
머리 자르는(또는 퍼머)하는 삼순 이것저것 주문을 하고..
점차 변화해가는 삼순의 머리..
S#29.커피전문점
또박또박 걸어오는 삼순의 다리, 카운터 앞에서 멈춘다
달라진 헤어스타일에 화사한 옷을 입은 삼순이 메뉴판을 올려다본다
삼순 : (거침없이) 블랙커피 하나 주세요. 시럽은 필요 없어요
S#30.가정법원 앞
커피를 마시며 걸어오는 삼순. 멈추어 바라본다
가정법원 정면이 보인다
삼순, 벅차게 바라본다. 고단한 삼순이 인생은 끝이다! 힘차게 들어간다
S#31.법원 호작과
(인써트)개명허가신청서에 쓰여지는 인적사항.
본적 서울시 종로구 부암동 17/ 주소 상동/신청인 겸 사건본인 김삼순/생년월일 1976.7.7
삼순, 민원인 테이블에 앉아 또박또박 정성스럽게 기입하고 있다. 신청취지를 쓰며 읽는다
삼순 : 신청인 겸 사건본인의 이름 삼순으로 기재된 것을 희진으로 (하다가 멈칫) ...아~ 여기서 걸리네?
(골똘히 생각하며) 유희진.. 김희진... 유희진... (낭패스럽다) 왜 하필 희진이냐?
(볼펜으로 머리를 북북 긁는다. 정말 고민스럽다)
(시간경과) 삼순은 이제 신청원인사실(신청이유)를 쓰고 있다
오랫동안 생각하던 터라 막힘없이 술술 써내려간다
삼순 : (쓰면서 속으로 읽는, 차분하게) 왜 이름을 바꿔야하냐구요? 혹시 삼순이에 대한 슬픈 전설을
아시나요? 삼순이라는 이름을 가진 한 여대생이 엠티를 갔습니다. 술을 마시자 남학생들은
이름을 갖고 놀려댔고 상처를 받은 그 여학생은 울며 뛰쳐나와 택시를 잡아탔습니다.
S#32.교외도로, 택시 안
여대생 삼순이 뒷자리에서 훌쩍훌쩍 울고있다
기사가 힐끔힐끔 보다가 안되겠는지 물어본다
기사 : 학생, 복스럽게 생겨갖고 왜 그렇게 울어? 남자친구가 속 썩여?
삼순 : 흑.. 아뇨..
기사 : 근데 왜 그래 한창 좋은 나이에
삼순 : 흑... 친구들이 이름이 촌스럽다고 막 놀려요..
기사 : 허허 그런다고 울어? 애도 아니구
삼순 : 아저씨가 한번 당해보세요 흑...
기사 : 이름이 뭐 어때서, 삼순이만 아니면 됐지
삼순 : (헉 쳐다보는)
S#33.교외 덤불숲
시체가 된 삼순이 눈을 부릎 뜨고 있다
삼순 : 결국 삼순이는 택시에서 뛰어내려 자살을 하고 말았답니다.
S#34.호적과
창구에 서류뭉치를 내미는 삼순
직원이 서류를 받아 빠진게 없나 확인하고는 접수도장을 찍으려는데
삼순 : (내내 찌푸드드한 표정으로 보고 있다가) 잠깐만요! 저기.. 고칠게 있거든요? 잠깐 줘보세요
(건네는 걸 받아들고 볼펜 집어들고 신청서의 어딘가에 줄을 북북 긋는다)
(인써트)신청서의 <'호라'로 개명하는 것을 허가한다.라는 결정을 구합니다>라는 문구에서
호라를 북북지우고 그 위에 희진이라고 쓴다.
삼순, 그걸 받아들고 본다. 30년 역사가 이렇게 일단락 되는구나! 감회가 새삼스럽다
S#35.병원, 놀이치료실(동 낮)
상담사와 미주와 몇 명 아이들이 놀고있다. 모래놀이나 블록쌓기 등등..
미주, 아이들과 곧잘 어울려 논다
S#36.치료실 복도
유리 너머로 지켜보는 희진과 진헌
희진 : 여기 다닌지 얼마나 됐어?
진헌 : 한 2년쯤?
희진 : 맨날 니가 데리고 다녔어?
진헌 : 음. 거의
희진 : 힘들었겟다. 일주일에 두번씩이나 보통 일이 아닌데..
진헌 : 이젠 삼순이 니가 있잖아
희진 : (삼순이라는 말아 놀라 쳐다본다)
진헌 : (모르고, 계속 유리 너머 보며) 너랑 나랑 번갈아가면서 일주일에 한번씩 다니면 괜찮겠다
(하며 고개 돌리다가 놀란 희진의 얼굴과 마주치자) ?.. 왜
희진 : 어? 아, 아냐.. (얼른 유리 너머로 고개 돌리는)
진헌 : (무심히 유리 너머를 본다)
S#37.진헌의 차 안
동승석에 희진이, 뒤에 미주가 앉아있다
희진 : (힐긋 안색 살피고는) ..김삼순씨랑은 통화했어?
진헌 : ? 어?
희진 : 뭐 중요한 일 있다며
진헌 : 어어..
희진 : 무슨 일인데?
진헌 : ..그냥.. 레스토랑 일이야
희진 : 레스토랑일 뭐
진헌 : ...그만 뒀거든
희진 : ? 왜?
진헌 : (덤덤한 척) 그냥 사정이 좀 생겨서...
희진 : ...혹시 나 때문이야?
진헌 : ? ..왜 너때문이라고 생각해?
희진 : 그냥 뭐.. 아무리 계약연애라지만.. 나 땜에 혹시 불편해서 그런가 싶어서
진헌 : (거짓말 하기는 그렇고 할 말을 잃는)...
희진 : 혹시.. 둘이 무슨일 있었어?
진헌 : ...아냐. 신경쓰지마
희진 : 김삼순씨가 너 좋아하니?
진헌 : !...
희진 : 제주도에서 가짜로 연기하는 것 같진 않더라
진헌 : !...
희진 : (보며) 어?
진헌 : 글쎄.. 난 잘 모르겠는데 (무마하느라 피식 웃으며) 알고 싶은게 뭔데
희진 : ...아냐 됐어 (하지만 마음이 불편하다)
진헌 : (역시 불편한)
S#38.대형서점 (동)
서점 내 완구점에서 희진이 병원놀이세트를 고른다
희진 : 이거 어때?
미주 : (좋아라 끄덕인다)
희진 : 그래, 좋아할 줄 알았어, 나중에 언니랑 진짜 병원놀이하자?
미주 : (끄덕뜨덕하더니 옆에 있는 어떤 것을 가리킨다)
희진과 진헌이 쳐다본다
희진 : (꺼내든다) 주방놀이네? 이것도 사줘?
미주 : (끄덕뜨덕)
진헌 : (삼순이 때문에 저러나싶어서) !...
S#39.서점 통로
두 개의 놀이세트를 하나씩 들고 걸어오는 세사람
문득 미주가 뭔가를 보더니 진헌의 손을 잡아 이끈다
진헌 : (갸웃하며 끌려간다)
미주 : (진열되어 있는 어떤 책을 가리킨다)
진헌 : (보고 놀란다)
모모
희진 : 이걸 니가 볼라구? (진헌에게) 얘 한글뗏어?
진헌 : 글은 빨리 깨쳤어. 읽고 쓰고 다 해
희진 : 그래도 이건 어려울텐데
미주 : (한 권을 집어들고 사달라는 표정)
희진 : (웃음이 난다) 알았어, 사줄게, 어려우면 나중에 읽지 뭐 (책을 받아들고 미주를 데려가며) 가자
진헌도 따라가다가.. 멈칫... 돌아보더니.. 다가와 마치 도둑질하는 사람처럼 주위를 두리번거리고는
한권을 집어들고 간다
S#40.호텔 커피숍(동 오후)
실망 가득, 잔뜩 부은 얼굴의 삼순
마주앉은 맞선남. 8대 2가르마에 족히 40은 되어보인다
맞선남 : (커피를 후르륵 소리나게 마시고는, 무표정) 월수는 얼마에요?
삼순 : (허) ..그러는 댁은 연봉이 얼만데요?
맞선남 : 뭐.. 벌만큼 벌어요
삼순 : 저도 벌만큼 벌어요
맞선남 : 근데 어머님이 혼자시던데 혹시 결혼하면 아머님을 모셔야 되나요?
삼순 : 모시는게 아니라 같이 사는거죠
맞선남 : 셋째딸이라면서요. 언니들 있잖아요
삼순 : 언니들보단 저랑 궁합이 잘 맞거든요
맞선남 : (맘에 안든다)..
삼순 : (역시 맘에 안든다)...
맞선남 : 글래머 스타일이라고 들었는데 생각보다 통통하시네요
삼순 : !... 저도 핸섬하신 분이라고 들었는데 그머리. 울트라캡숑짱이네요
맞선남 : !.. 아니 나이가 몇인데 그런 교양머리 없는 말을 써요?
삼순 : (입을 톡톡치며) 어머 실수! 죄송해요, 제 주동이에 방망이가 달려서
S#41.로비
들어오는 현우와 채리. 커피숍을 지나치다가 채리가 먼저 문득 걸음을 멈추고 본다.
현우도 보다가 놀란다
멀리서 맞선 보는 삼순이 보인다
채리 : 허! 헤어진지 얼마나 됐다고
현우 : ? 그게 무슨 소리야?
채리 : 진헌오빠랑 헤어졌대. 희진언니라고 옛날에 사귀던 여자가 돌아왔거든
현우 : !...
채리 : 가자 (현우의 팔짱을 끼며간다!)
현우 : (헤어졌구나. 곱씹는)
S#42.호텔 헬스
현우, 웨이트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문득 승리의 미소가 스며나온다. 그럼 그렇지, 결국 헤어졌구나!
채리, 런닝머신에 오르며 핸드폰 버튼을 누른다. 잠시후.
채리 : 오빠? 나 채리
S#43.사장실 & 헬스
진헌, 책을 보던 중에 전화를 받은 듯 손에 모모가 들려있다
진헌 : 오랜만이다? 왠일이야?
채리 : 아주 재밌는 걸 봐서. 오빠 전애인 있잖아. 삼순이
진헌 : ?..
채리 : 운동하러 왔는데 지금 여기서 선 보고 있네?
진헌 : !...
채리 : 오빠랑 헤어진지 얼마나 됐다구 벌써 선 보러 다니구. 거봐, 내 말이 맞지?
오빠 조건보고 접근한거라구
진헌 : (쾅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채리 : ? ..오빠! ..오빠! ...뭐야아
진헌, 왠지 기분이 더럽다
S#44.호텔 커피숍
맞선남 : 어린 나이도 아니고 맞선 보러 나와서 이거 너무 하는 거 아녜요?
삼순 : (말투는 다소곳이) 어머 또 죄송하네. 예의를 국 끓여먹은지 오래 되서.
맞선남 : 지금 날 놀리는 거죠?
삼순 : 호호호 저 센스!
맞선남 : 이 여자가 정말!
삼순 : 어머나, 어린 나이도 아닌데 여자로 봐주시구, 몸둘바를 모르겠네
맞선남 : 아 재수 없어 정말! (일어나 팽 나간다)
삼순 : (인상 팍쓰는) 나도 재수없어. 지가 조인성이야 뭐야? 8대2 가르마는 아무나 하는 줄 알어?
2회남 : 김희진씨.
삼순 : ?! (휙 돌아본다)
2회에서 진헌 때문에 놓친 맞선남이 미소 짓고 있다.
2회남 : 여전히 터프하시네요.
삼순 : !... 아니 여길 어떻게...
2회남 : 저도 선보러 왔다가 퇴짜 맞았습니다.
삼순 : (얼떨떨) 아 예예...
2회남 : 좀 앉아도 되겠습니까?
삼순 : (방금전의 남자에게 하던 것과는 정반대의 싹싹함) 예? 아 예 그럼요.
의자는 앉으라고 있는건데...
2회남 : (자리에 앉는다)
삼순 : (창피하고 민망하고 얼떨떨한)...
2회남 : 그때 그 남자분이랑 잘 안됐나봐요.
삼순 : !... 아니 그게 사실은요...
S#45.홀
6시쯤의 아직은 한가한 시간...
세련된 30대 여자둘이 있는 테이블. 그 중 하나가 두리번 거리며 웨이츄리스를 찾는다
한쪽에서 손 모으고 서있던 진헌, 마침 마주오는 영자에게 가보라고 모션을 취한다.
영자가 그 테이블로 온다.
영자 : 필요한 거 있으세요 손님?
여자1 : 혹시 여기 파티쉐 바꼈어요?
영자 : !...(곤혹스런) 네 좀 사정이 생겨서...
여자1 : 어쩐지, 옛날 그 맛이 아니다 했지.
여자2 : (불평) 케익 먹을려고 일부러 여기까지 왔는데.
그소리를 다 듣고 있는 진헌. 잠시 생각하다가 주방쪽으로 간다.
S#46.베이커리실
진헌이 다가와 베이커리실을 들여다본다. 혼자서 분주한 인혜.
주문서를 보며 디저트로 나갈 케잌들을 잘라 접시에 담고 슈가파우더를 뿌리는 등의 마무리도 하고
즉석에서 해야할 일들도 해가며 곤혹스러움이 역력하다.
웨이터 : x번 테이블에 초콜릿 무스 안나와?
인혜 : 아참! 나가요.
인혜, 얼른 냉장고로 가 투명용기에 담아둔 초콜릿무스를 꺼내 건네고는
땡 소리나자 오븐으로 달려간다.
팬을 꺼내다가 앗뜨거! 데이면서 팬을 놓쳐 바닥에는 쿠키들이 흩어지고.
S#47.호텔 커피숍
삼순, 오늘도 2회남과 말이 잘통한다.
2회남 : (다 이해한다는 듯) 거 참 나쁜사장이네요.
나이도 어려보이던데 부하직원한테 그런 무례를 저지르고.
삼순 : 그러게 말예요. 그래서 조만간 관둘려구요.
2회남 : 생각 잘 하셨어요. 희진씨 실력이면 더 좋은데 취직 할 겁니다.
삼순 : 호홍.. 제 실력을 보지도 않구 어떻게...
2회남 : 나이들어 좋은 게 그런거 아닙니까? 척하면 삼천리.
삼순 : 오호호 그렇죠. 세월이 주는 선물이랄까...
2회남 : 근데 머리가 잘 어울리시네요. 혹시 금순이가 해준거 아녜요?
삼순 : (자지러진다) 어머, 호호호~
안그래도 부원장이 해준다는 걸 제가 우겨서 금순이한테 맡겼어요. 오호호...
(좋아죽는다. 마음의 소리) 그래! 지난번에 미끄러지다 만거 오늘 미끄러지는 거야!
개명신청도 했겠다, 김희진 화이팅!
진헌 : 삼순아.
삼순 : !!!... (너무나 진하게 밀려오는 이 기시감!)
2회남 : (본다. 어? 그때 그놈?)
삼순 : (휙 고개돌려본다)
진헌 : 누나 왜 자꾸 이래? 선 안보기로 했잖아. 어머니도 반쯤은 넘어오셨다구.
삼순 : (으미 씨 이 미친놈! 얼른 해명한다) 지금도 연극하는 거예요. 이사람 원래 제정신 아니거든요?
절대 믿지 마세요. 내 말만 믿으세요, 내 말만!
2회남 : (어리둥절한 채 끄떡 끄떡)
진헌 : 어후 또 커피 마셨네. 커피 마시지 말라 그랬지, 뱃속의 아기한테 해롭다구.
삼순 : (으헉!!!)
2회남 : (뭐? 아기?)
진헌 : (손 잡아끌며) 가자 누나.
삼순 : 야! 너 왜 또 그래 왜! 내손에 죽어볼래?!!!
진헌 : 인혜씨가 다쳤단 말야.
삼순 : (헉!)
S#48.베이커리실(이하 밤)
다다다 달려들어오는 삼순.
삼순 : 인혜야 많이 다쳤니? 어딜 데인거야. (몸을 두루두루 만지고 훑고 180도로 휙휙 돌리고-
인혜는 황당해하고) 많이 데였어? 몸을 온도계로 만들랬다고 화상을 입으면 어떡해.
어디야. 병원 안가도 돼?
인혜 : ? 그것 땀시 왔어요?
삼순 : 어디야 어디. 응?
인혜 : (팔뚝을 내민다)
삼순 : 팔 데였어?
인혜 : (더 내민다. 손묵에 달랑 대일밴드 하나가 붙어있다)
삼순 : ???
인혜 : 약 바르고 괜찮은데 뭐하러 오셨어요.
삼순 : !!!... (이 인간! 파르르)
인혜 : ?... 언니...
삼순 : (뛰쳐나간다)
S#49.사장실
무섭게 들이닥치는 삼순.
진헌, 서류 보고있다가 고개든다.
삼순 : (무섭게 노려본다)
진헌 : (맞받아 쳐다본다) 남자가 그렇게 좋아요? 선 본다고 머리 하고 옷 사입고.
삼순 : (말없이 노려본다)
진헌 : 계약서 조항 까먹었어요? 나 외의 다른 남자는 만나지 않는다.
삼순 : (파르르) 계약 파기했잖아.
진헌 : 오천만원 아직 안갚았잖아요. 갚을 때까진 지켜야죠.
삼순 : 집문서는 왜 받았어 그럼!
진헌 : 어머니한테 맞아죽을까봐.
삼순 :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무섭게 쏘아본다)
진헌 : (기가질려 슬쩍 시선 피하며) 오천만원 갚을때까진 근신하세요.
삼순 : (진헌의 손에 들린 서류를 확 뺏는다)
진헌 : (그 기세에 흠칫!)
삼순 : (진헌의 손에 들린 볼펜도 뺏는다)
진헌 : (역시 움찔!)
삼순 : (서류의 뒷면을 책상에 탕 놓고 뭔가를 쓴다)
진헌 : (보다가 황당해하는 표정)
삼순 : ( 그종이를 진헌 앞에 탁 놓는다)
(인써트) 자기앞수표 일금 50,000,000정
진헌 : 장난해요 지금?
삼순 : (심각하게 쏘아보며) 장난은 니가 하고 있잖아. 돈지랄! (쌩 돌아서서 나간다)
진헌, 잠시 생각하더니 일어나 쫓아간다.
S#50.현관 앞
나오는 삼순. 뒤도 안돌아보고 성큼성큼 온다.
뒤쫓아 나오는 진헌.
진헌 : 김삼순씨!
삼순 : (아랑곳 없이)
진헌 : (쫓아와 붙잡는다) 잠깐 얘기 좀 해요
삼순 : (무서운 기세로 뿌리치고 걷는다)
진헌 : (다시 달려와 잡는다)
삼순 : (휙 쏘아보는) ...이제 그만해!!
진헌 : (무섭다)...
삼순 : 놔라?
진헌 : ...(스르륵 놓는다)
미련없이 가는 삼순.
난감하게 바라보다가 쫓아가는 진헌.
S#51.버스 정거장
성큼성큼 오는 삼순.
잰걸음으로 따라오는 진헌.
버스가 달려와 멈춘다.
삼순, 걸음을 재촉해 버스에 오른다.
진헌, 놓칠세라 얼른 달려와 버스에 오른다.
달리는 버스
S#52.버스안
창밖만 보는 삼순.
역시 창밖을 무심히 보는 진헌.
S#53.게스트하우스 마루(동 밤)
희진, 마루에 걸터앉아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다.
S#54.커피숍(회상)
삼순 : 너무 뻔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3년동안 연락한번 없다가 불쑥 나타나서 내놓으라니,
이게 무슨경우에요?
희진 : 원랜 내 남자였어요!
삼순 : 이젠 내 남자예요!
희진 : 우린 헤어진 적이 없다구요!
삼순 : 어쨌든 나랑 사귀고 있잖아요!
희진 : 겨우 100일 됐다면서요. 우린 8년째예요!
삼순 : 아직 어려서 뭘 모르나본데, 추억은 추억일 뿐이예요. 아무힘도 없다구요!
S#55.게스트하우스
희진, 생각이 점점 깊어진다.
S#56.제주도, 호텔(회상)
삼순 : (진헌의 손목을 잡으며) 가지 마요.
진헌 : ?!...
희진 : !... 그거 놔요.
삼순 : 못놔. 니가 놔.
희진 : 놔!
삼순 : 니가 놔! (진헌 보며) 그리고 너!
진헌 : (그 기세에 움찔)
삼순 : 너도 딴 여자랑 눈 맞추지마. 내 말만 듣고 나한테만 귀 기울여!
S#57.게스트 하우스
희진, 의아해진다. 계약연애라는데 그날의 모습은 진짜 같았으니...
헨리가 방에서 나오며 툭친다.
헨리 :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희진 : 어? 아니... 다 됐어?
헨리 : 오케이. 가자. (신발을 신는다)
S#58.무교동 낙지집(동 밤)
아줌마가 매운 낙지볶음 접시를 서빙한다. (가능하면 우리말 섞어서)
희진 : (좋아서 괴성을 지르며 손뼉을 친다) 낙지볶음이다~~ (아줌마에게) 감사합니다.
헨리 : (피식 웃으며) 이게 그렇게 먹고싶었어?
희진 : 당연하지. 얼마나 맛있는데. (젓가락 가져가며) 너도 매운거 좋아하잖아. 먹어봐.
헨리 : (재빨리 막는다)
희진 : 왜.
헨리 : 기다려봐. (서툰 젓가락질로 하나를 입에 넣고는 매워서 죽을상을 쓴다)
희진 : (그 표정이 웃겨 까르르 웃고)
헨리 : (대충 삼키고 물 마시고 매운 혀를 헥헥거리고)
희진 : (더 가관이라 마구 웃어대고)
헨리 : 너무 매워. 김치나 떡볶이는 괜찮은데 이건 안돼. 먹지 마.
희진 : 싫어. 얼마나 먹고 싶었는데.
헨리 : 그럼 위가 힘들어.
희진 : (입이 쑥 나와서는 궁시렁 궁시렁) 한국사람들은 이정도는 상관없는데..
그때 아줌마가 산낙지 점시를 서빙한다.
희진 : (또 좋아라 박수를 친다) 와~ 산낙지다! 낙지야~ 낙지야~
헨리 : (이건 또 뭐야? 찌푸리며) 움직이잖아.
희진 : (젓가락 가져가며) 안움직이면 산낙지가 아니지. 이건 이렇게 먹는거야 원래.
(낙지가 접시에 붙어서 안떨어지자 기를 쓰고 떼어낸다)
헨리 : (오우 이런건 처음이야 하는 표정)
희진 : (간신히 떼어내 참기름장에 찍어 내민다) 먹어봐. 이게 바로 웰빙 식품이야.
헨리 : (손 내저으며) 됐어.
희진 : 어어? 내가 먹어도 되는지 안되는지 테스트 해봐야 될거 아냐.
헨리 : (그 말 한마디에 껌뻑 죽어 받아먹고는 씹다가 소소라치게 놀라며) 아 내 혀! 내 혀를 뜯어먹잖아!
희진 : (까르르 웃으며) 괜찮아. 씹든가 그냥 삼키든가.
헨리 : (꾹꺽 삼키고는 물을 벌컥벌컥 마신다)
희진 : (배꼽을 잡고 웃어댄다)
헨리 :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희진 : (남은 웃음을 머금은 채 낙지를 집어 입에 넣고 오물오물 씹는다)
흐흐 맛있다. 너무 맛있다. 맛있는 거 먹으면서 오래오래 살아야지!
헨리 : ...오늘 무슨일 있었구나?
희진 : 어? 어떻게 알았어?
헨리 : 안좋은 일 있으면 더 많이 웃잖아.
희진 : (서서히 웃음기 사라지는) ...어떻게 나보다 더 잘 아냐?
헨리 : 무슨 일인데.
희진 : 그냥... 쓸데없는 생각.
헨리 : 쓸데 없는 생각 뭐.
희진 : 음... (자기 생각에 빠져드는) 처음에 반짝반짝 빛이나던게
시간이 가고 비바람을 맞으면 퇴색하잖아.
헨리 : (경청하는)
희진 : 반짝반짝... 갑자기 그 말이 생각나서.
헨리 : 반짝반짝?
희진 : ...나도 옛날엔 반짝반짝 빛이 났는데... 치료 받으면서 윤기가 다 없어졌어.
헨리 : 지금도 충분히 반짝거려.
희진 :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고...
헨리 : ?..
희진 : (피식 웃으며) 아냐, 그냥 쓸데 없는 생각이야. 먹자. (낙지를 먹는다)
헨리 : (무슨 일일까 걱정스러운)
S#59.집 앞 버스정거장(동 밤)
버스가 달려와 멈춘다.
삼순이 내리고... 마지막으로 진헌도 내린다.
터덜터덜 걸어오는 삼순.
따라오는 진헌.
삼순, 구멍가게로 들어간다.
진헌, 멈춰 기다린다.
삼순 : 담배랑 라이터 좀 줘.
진헌, 놀란다.
청년 : 누나 담배 끊었잖아.
삼순 : 한가치만 피울려구.
청년 : 그럼 내 꺼 펴.
곧 삼순이 담배 한가치와 라이터를 들고 나와 야외용 테이블에 앉는다.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켜는 순간, 진헌의 손이 불쑥 담배를 채간다.
삼순, 띠껍게 쳐다본다.
진헌, 담배를 똑 부러뜨려 내버린다.
삼순 : (흘기고는) 야. 창수야! 담배 하나 더 줘!
곧 청년이 담뱃갑을 들고 나온다. 삼순에게 건네려는데 진헌이 그것도 채가 와락 뭉개버린다.
삼순, 기막힌 듯 쳐다보고.
청년, 의아하게 둘을 번갈아보다가 눈치 빠르게 들어간다.
진헌 : (삐딱하게, 막힘없이 읊어댄다) 담배에는 사천가지가 넘는 화학물질이 들어있어요.
타르, 일산화탄소, 니코틴, 비소, 암모니아, 카드뮴, 청산가리, 포름알데히드, 메탄돌...
삼순 : (말자르며) 공익광고 찍니?
진헌 : 담배 피지 마요. 나 담배 피는 사람 싫어요.
삼순 : 아주 희롱을 해라 희롱을... 담배 같은 놈... (일어나 간다)
진헌 : (담배 같은 놈? 찌푸린 채 따라간다)
S#60.집앞
삼순이 걸어온다.
여전히 진헌이 따라온다.
삼순, 멈춰 돌아본다.
진헌도 멈춘다.
삼순 : ...내가 오천만원을 왜 빌렸는지 아니?
진헌 : ...
삼순 : 이 집... 우리 아버지가 평생 뼈 빠지게 일해서 만든 이 집... 이거 지킬려구...
진헌 : (아)...
삼순 : 근데 넌 그걸 갖구 나를 희롱해?
진헌 : (좀 미안해진다)
삼순 : 그리고 아까 그 남자... 나한테 그게 무슨 뜻인지 아니?
진헌 : ...
삼순 : 선 보러 나가서 두 번씩이나 만나는게 보통 인연인줄 알어? 그날도, 오늘도, 우린 정말 잘
통했다구, 근데 너 뭐야. 내가 좋구, 날 좋아하구, 그런 남잘 또 만날수 있을 것 같애?...
너땜에 망쳤어. 내 인생에 마지막 기회였을지도 모를 남자를 니가 쫓아 냈다구! (눈물이 글썽하다)
진헌 : ...왜 자꾸 마지막이라고 생각해요.
삼순 : 아직도 희롱하고 싶니?
진헌 : 그 남자보다 더 나은 사람, 얼마든지 만날 수 있어요.
삼순 : (약 올라) 얼마든지? (꽥) 얼마든지?!
진헌 : ...응.
삼순 : (갑작스런 반말에 놀라는) !...
진헌 : 당신,... 매력있어.
삼순 : ?!
진헌 : 자기가 얼마나 매력있는지 모르는게 당신 매력이야.
삼순 : ???!!!
진헌 : (빤히 바라본다)
삼순 : (또 다시 가슴이 두근거린다) ...내, 내가 허튼 말 하지 말라 그랬지.
진헌 : 허튼 말, 아냐.
삼순 : (이럼 안되지, 얼른 정신 차리는) ...이, 이젠 안속아. 너 제주도에서도 사람 헷갈리게 해놓고 내뺐잖아.
진헌 : (빤히 본다)
삼순 : (그래도 가슴은 떨려서) 그, 그렇게 보면 어쩔건데.
진헌 : (단호하게) 다른남자, 만나지마, 선도 보지 말구.
삼순 : !!!...
10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