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승섭 저자는 현재 고려대학교 보건과학과 부교수
(서문) 협오, 차별, 고용불안, 재난, 사회적 상처는 우리 몸을 어떻게 병들게하고 있는가?
관점의 문제입니다. 근본적으로 인간의 몸과 건강을 어떻게 바라보고, 개개인의 삶에 대한 공동체의 책임은 어디까지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고민이지오. 질병의 사회적 원인은 모든 인간에게 동일하게 분포되어 있지 않습니다. 더 약한 사람들이 더 위험한 환경에서 살아가고 그래서 더 자주 아픔니다.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소득이 없는 노인이, 차별에 노출된 결혼이주여성과 성소수자가 더 일찍 죽습니다.
-사회적으로 폭력에 노출(직장내 차별, 학교폭력 등)된 약자들은 자신의 경험을 표현할 적절한 언어를 가지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차별을 경험해도 과연 자신의 경험이 차별이었는지 판단하는 일도 쉽지 않습니다. 특히 차별대우에 만성적으로 익숙해진 사람일수록 그런 판단을 하기가 더 어렵습니다(실험에서 여성노동자가 더 그랬고, 그런 노동자가 신체적 질병도 더 심했음)
-에어컨없이 지냈던 사람들이 일반 사람들에 비해 폭염으로 인해 사망할 위험이 3배이상 높았습니다. 그리고 폭염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증가시키는 또 다른 원인이 "사회적 고립"이었습니다.
-클린네버그 교수는 2002년폭염, 시카고 참사에 대한 사회적부담Hear wave a social autopsy of disaster in Chicago 연구
-폭염으로인한 사망을 자연재해로, 우연히 발생한 사고로,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지않고 사회적 원인을 찾고 그에 기반을 두고 대응 전략을 마련했던 행정기관과 그에 적극적으로 협조한 시민들의 성과로 시카고 폭염 사망률을 낮출 수 있었음(1995년 700명 폭염으로 사망-->1999년 110명으로 감소)
-그러나 한걸음 뒤에서 바라보면 이들을 아프게 했던 원인의 원인이 보입니다. 그 원인은 개인의 것이 아닙니다. 위험한 작업장을 방치했던 일터가 금연율을 낮추었고, HIV치료약 공급을 민간보험에 맡겨둔 지역사회가 AIDS'사망률을 높였고, 경제위기 속에서 공공보건의료 영역에 투자를 줄이기로 한 국가의 결정이 결핵 사망률을 증가시켰습니다.
-공동체는 그 구성원들이 건강하게 살아갈 수있도록 하는 책임을 지니고 있습니다.
-오늘날처럼 급변하는 사회에서, 그래서 과거를 근거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참 어려운 우리에게 어떤 과학적 근거가 필요할까요? 석면 노출이 폐암을 유발하고, 방사선 노출이 암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과정처럼 수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은 다음에 얻을 수 있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치들이 있습니다. 그러한 근거에 기초한 의사결정을 합리적인 것이라 부를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을 거예요. 더 나아가 과거에 발생했던 데이터에 전적으로 의지한 의사결정으로는 우리가 지구온난화와 같은 새로운 위험에 대처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국가가 아니라 새로운 화학물질 사용으로 인해 이득을 얻는 기업과 사람들이 그 물질이 유해하지 않다는 점을 사전에 증명해야 하는 ‘사전주의 원칙precaurionary principle’에 기초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실업률이 증가하면 그 사회의 자살률이 증가한다는 건 학계에서 인정받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스웨덴은 달랐습니다. 그 배경으로는 적극적 노동시장 프로그램 active labor market program’에 대한 국가의 투자에 주목하였습니다. 스웨덴은 노동자가 직장을 잃으면 그로부터 30일이내에 정부 고용지원센터에서 실업자를 위한 개인별 활동 계획을 작성하고 6주에 한번씩 직업 트레이너가 구직활동 방향을 상담합니다. 실업자가 구직활동을 꾸준히 하는 동안, 지원센터 프로그램의 매니저는 기업과 협력하며 최근에 해고된 이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 기회를 찾아냅니다. 직장을 잃은 이들이 좌절하지 않고 사회로부터 버림받았다고 느끼지 않도록, 그래서 그들이 건강하게 일터로 복귀하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한국과 같이 실업자의 재취업을 위한 실질적 지원이 없고 그들이 기댈 수 있는 공적 안전망이 취약한 사회에서 해고는 살인이 되기도 합니다. 정리해고는 노동자의 잘못이 아닌 사용자 측 사정으로 인한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를 뜻합니다.
-리처드 클랩 교수는 “데이터가 없다면 역학자는 링 위에 올라 갈 수 없다. 그러나 역학자가 적절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면 싸움이 진행되는 링 위에서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그의 이야기는 이후 제게 중요한 지침이었습니다. 한국에서 교수로 일하며, 콜센터 상담사, 소방공무원, 병원 인턴/레지던트, 해고노동자, 그리고 성소수자의 건강에 대해 말하기 위해서 항상 데이터를 먼저 수집했습니다. 그 데이터를 분석해 학술 논문을 쓰고, 그 근거에 기초해서 어떠한 사회적 변화가 필요한지 말했습니다. 그것은 학자인 제가 링 위에 올라가는 방법이었습니다.
-(읽고 요점을 정리)소방공무원, 의료진 등은 직무에 시달리면서 적절한 지원이나 지원책이 없어 우울증, 불면증, 수면장애, 전신피로 등의 신체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음. 아마도 사회복지사들도 같은 상황이라 생각되며 감정노동과 함께 육체적 노동도 격하게 하는 상황에서는 더욱 신체적 문제가 발생할 확률은 높아질 것임. 따라서 사회적 차원의 대안마련이 시급하게 이루어져야 함.
-다른 애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허우적대는 거예요. wp 발밑에서 애들이 손을 허우적대는 게 다 느껴졌어요. 저는 손을 쓸 수 없으니까 일단 제 발이라도 잡으라고 가만있었어요. 그러니까 애들이 발을 잡았어요. 계속 올라가고 있는데 애들이... 제 발을 놓쳤어요... 애들이 틈 사이로 와가지고 살려달라고 소리 지르면서 손 뻗는 걸 다 봤고 다 느꼈고.(다시 봄이 올거예요) 세월호 아이들 그리고 가만히 있으라는 선원들과 국가의 무책임한 모습들... 그리고 남은 아이들의 상처들, 참사 뒤에 그 사고에 대해 자세히 기록한 자료들이 남아 있지 않았다는 비극적인 사실이 우리에게 닥쳐올 수 있는 재난에 대한 대비가 전무함을 알 수 있었다. 기록되지 않은 역사는 기억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기억되지 않은 참사는 반복되기 마련입니다.
-고통은 근본적으로 개인적인 것입니다. 타인의 고통을 나눈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고통이 사회구조적 폭력에서 기인했을 때, 공동체는 그 고통의 원인을 해부하고 사회적 고통을 사회적으로 치유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트라우마에 대한 사회적 인식 공유를 통해, 명예회복-보상-처벌을 거쳐 사회관계 회복개선”으로 나아가는 사회적 치유작업이 함께 되어야 합니다.
-이 연구는 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발언이 그들을 물리적으로 폭행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점을 말해 줍니다. 그들이 일상적으로 모욕과 차별을 경험하고 부당하게 공동체에서 배제될 때, 피해자의 뇌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모욕과 차별은 사람을 아프게 합니다.
-리사 버크먼 교수는 사회적 관계망을 정량적으로 측정 할 수 있는 도구를 개발합니다. ‘버크먼-사임 사회적 관계망 지표’라고 이름 붙은 이 측정도구는 결혼 상태, 친구나 친척 관계를 나타내는 사회성, 교회에 다니는지. 지역사회에서 다른 조직 활동을 하는지 등을 측정해 ‘사회적 연결social connection’의 정도를 등급화하고 그에 따라 사망률의 차이를 비교합니다. 결론적으로 더 많이 연결되어 있을수록 더 오래 산다는 결과입니다.
-카네기멜론대학교 심리학과 셸던 코헨Sheldon Cohen교수는 사회적 관계망social ties이 어떻게 인간의 몸을 변화시키는지에 대한 실험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연구 결과는 1997년 미국의사협회지에 “사회적 관계와 감기의 취약성social ties and susceptibility to the common cold”이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출판됩니다. 같은 조건에서 바이러스에 노출되었을 때, 다양한 사회적 관계를 더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일수록 점액이 덜 만들어지고 코에 있는 섬모가 더 활발히 활동하고 바이러스를 외부에 덜 유포시킨다는 결과를, 즉 감기에 덜 걸린다는 실험연구가 출판되었습니다. Social Ties Reduce Risk of a Cold
-비만인 사람들이 주변에 많이 있으면 나도 비만될 확률이 높아진다. 결국 사회적 관계망속에서 비만에 대한 영향을 주고 받는다면 다른 것들, 예를 들어 금연이나 혹은 더 나아가 행복감도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전파될 수 있지 않겠냐는 의견도 존재합니다.
-어떤 공동체에서 우리가 건강할 수 있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집니다. 개인이 맞닥뜨린 위기에 함께 대응하는 공동체, 타인의 슬픔에 깊게 공감하고 행동하는 공동체의 힘이 얼마나 거대하고 또 중요한지에 대해서요. 당신에게도 그리고 저 자신에게도 묻고 싶습니다. 당신과 나, 우리의 공동체는 안녕하신지요?
-미국 펜실베이니아의 로세토Roseto마을의 심장병으로 사망하는 숫자가 적다는 이야기입니다. 아래의 문장은 공동체의 어떤 문화가 심장병 사망률을 낮춘다는 생각을 했는지를 알게 합니다.
“로세토 마을의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사람들이 삶을 즐기는 방식이었다. 그들의 삶은 즐거웠고, 활기가 넘쳤으며 꾸밈이 없었다. 부유한 사람들도 이웃의 가난한 사람들과 비슷하게 옷을 입고 비슷하게 행동했다. 로세토 마을을 방문한 사람들에게 공동체는 계층이 없는 소박한 사회였으며, 따뜻하고 아주 친절한 사람들이 있는 곳이었다. 그들은 서로 신뢰하였으며 서로를 도와주었다. 가난한 사람들은 있었지만 진정한 가난은 없었다. 이웃들이 빈곤한 사람들의 필요를 채워주었으며 특히 이탈리아에서 이주해 오는 소수 이민자들에게 그러했다.”
[읽고 난 소감 정리] 사회적 취약계층과 소외계층들을 위해 사회복지사인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더욱 고민이 되었고 이러한 기후위기 관련 연구처럼 현장의 실제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는 데이터 댐 data dam 관리의 필요성도 절감했던 것 같다. 취약계층은 이러한 기후위기나 사회적 문제에 더욱 노출되고 더욱 악영향을 받을 확률이 높다는 다양한 실험적 연구와 데이터를 분석하여 제시한 것을 거울삼아 우리도 사회복지 현장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정보와 데이터를 수집하고 실증적인 연구와 분석을 통해 근본적으로는 취약계층을 효과적으로 도울 수 있는 정책적 제안을 수립하고 보다 욕구 중심적이고 현장중심적인 서비스 제공을 하도록 하는데 노력을 더해야 할 것 같다. 이후에라도 인천시사회복지관협회 실천적 연구팀(가칭)으로 다양한 연구작업을 지속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