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단군혈통은 없다. 선사시대 한반도에는 북방계인과 남방계인이 공존했다.
●현대 한국인의 얼굴은 6~7세기 삼국통일 이후 남·북방계의 혼혈 작품.
●북방계는 우뇌 우세, 남방계는 좌뇌 우세. 현대 한국인의 70%는 우뇌형이어서 사회가 불안정하다.
●21세기에는 좌뇌 발달한 남방계가 주목받는다.
안영배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새 밀레니엄을 꼭 한 달 남겨둔 12월 초, ‘21세기에 한국인의 얼굴은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 것이며, 바람직한 얼굴상은 어떤 것인지?’라는 화두(話頭)를 들고 서울교육대 미술과 조용진(趙鏞珍) 교수를 찾아갔다. 한반도 신석기시대 및 청동기시대의 얼굴부터 현대 한국인의 얼굴까지 시대상을 반영한 듯한 얼굴 석고상들이 창가에 줄지어 전시된 방에 들어서니, 조교수가 반갑게 맞으며 의자를 권했다.
우리나라에서 독보적인 ‘얼굴 전문가’로 평가받는 조교수는 기자를 만나자마자 대뜸 의자에 앉히더니 그의 성실한 ‘직업관’을 발휘했다. 그는 기자의 얼굴을 이리저리 살펴보고 몸을 여러 각도에서 관찰한 뒤 이렇게 관상 평을 했다.
“전형적인 북방계 얼굴인데요. 전체적으로 얼굴이 긴 편이고, 머리카락이 가늘고 직모형인데다 가르마가 시계방향으로 나 있구요. 이마는 측면에서 볼 때 뒤로 경사진 삿갓이마형을 하고 있고, 헤어라인이 둥근 편입니다. 눈썹은 짧고 흐린 편에다가 쌍꺼풀이 없는 작은 눈이며, 코는 길면서 코끝이 뾰족하지만 콧방울이 발달되지 않았고요. 입술이 얇고 입은 작습니다. 귓불은 크지 않으나 귀문이 넓은 편입니다. 키에 비해 몸통이 긴 편이고, 다리 전체 길이에 비해 허벅지가 짧은 편입니다. 안기자는 북방계 중에서도 시베리아 서쪽 지역에서 주로 출현하는 ‘서부시베리아형(알타이형) 북방계’의 전형적인 얼굴이에요. 말하자면 유럽인적인 인자가 개입된 북방계라는 뜻이에요(조교수는 유럽인종적인 유전자가 섞여 있다는 말을 혹여 기자가 불쾌하게 생각할까봐 매우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런데 제 얼굴을 보세요. 얼굴의 기본 구성 형태는 안기자와 비슷하지만 중안(中顔)이 짧고 얼굴이 둥근 편입니다. 코는 약간 짧아진 대신 넓은 편이지요? 이런 얼굴은 ‘동부시베리아형 북방계’입니다. 기본은 북방계 얼굴인데 일찌감치 남방계적 영향을 다소 받은 결과지요.”
조교수는 북방계 얼굴과 반대되는 것이 남방계 얼굴이라고 설명한다. 즉 남방계는 동그랗거나 넓적한 얼굴, M자형 헤어라인, 짙은 눈썹과 많은 털, 쌍꺼풀이 있는 큰 눈, 높고 넓은 코, 두툼한 입술, 커다란 귀를 특징으로 한다는 것. 옷로비 사건으로 구속된 김태정 전법무장관이 바로 전형적인 남방계 얼굴 특징을 하고 있다 한다.
얼굴은 DNA 광고판
한반도라는 좁은 땅덩어리에 사는 사람들이 그나마 북방계와 남방계로 얼굴형이 나뉜다? 이는 우리 민족이 단군(檀君)의 자손으로 단일 혈통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일반의 정서와는 거리가 있는, 매우 충격적인 주장이다. 기자는 오늘의 인터뷰 화두(話頭)는 잠시 뒤로 미뤄두고, 조교수의 북방계·남방계 설부터 따져 물어보기로 했다.
―과연 사람의 얼굴만 가지고 북방계니 남방계니 하고 혈통을 가린다는 게 가능한 일입니까?
“얼굴은 그 사람의 체표에 드러난 ‘DNA 광고판’이라고 할 수 있어요. 8만 개를 헤아리는 사람의 유전자 중에 얼굴 등 외모의 특징을 결정하는 유전자 수는 극히 적은 데다가 의외로 복잡하거나 다양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눈썹이 진하거나 흐리거나, 쌍꺼풀이 있거나 없거나, 콧방울이 크거나 작거나 하는 등 서로 대립되는 유전 형질의 조합으로 단순하게 얼굴이 구성되지요.
우리 한국인들이 저마다 다른 생김새를 하고 있어도, 얼굴을 구성하는 요소는 이처럼 두 개의 대립되는 형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이 두 형태소가 한쪽으로만 강하게 치우친 양 극단형(전형적인 북방계와 남방계)과 그 사이에 존재하는 중간형이 있습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북방계와 남방계적 특징을 정확히 50대 50으로 섞어놓은 얼굴이에요. 재미있는 점은 중간형의 경우 유전 형질이 모자이크식으로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이를 테면 눈썹이 흐린 아버지와 눈썹이 진한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은 눈썹이 진하지도 흐리지도 않은 중간형이 아니라, 눈과 눈썹은 아버지를 닮고 입과 입술 등 다른 부위는 어머니를 닮는 식으로 유전된다는 거지요.”
조교수는 나아가 비교적 뚜렷하게 대립되는 유전 형질의 출현빈도를 조사하면 인구 집단과 집단 간의 유연(類緣) 관계에 대한 단서도 찾아낼 수 있다고 말한다.
이를테면 한국을 중심으로 세계 지도에 동심원을 그려 북방계의 특징인 흐린 눈썹의 분포 밀도를 표시해보면, 바이칼호에서 시작해 만주-평안도 내륙-충북-경북 내륙-김해-일본 규슈(九州) 북안까지 대각선으로 이어진다. 말하자면 이들 지역에서 흐린 눈썹을 가진 사람들은 유전적 유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 남방계의 특징인 진한 눈썹의 분포 밀도는 주로 한반도의 바닷가나 강가에 밀도가 높고, 중국의 산둥반도-양쯔강 남쪽-태국 쪽으로 이어지면서 유전적 유연성을 가진다. 결국 이런 사실에서 한민족의 이동과 형성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다는 게 조교수의 주장.
1400여년 전 백제 귀족부부는 알타이형 북방계
얼굴만 보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알아채는 사람, 그래서 “관상 선생이냐?”는 놀림도 자주 듣는 조교수는 한국인의 얼굴 특성을 찾기 위해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을 만나러 돌아다니기도 했다. 세계 각국인과 비교하면 한국인의 얼굴 특성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86년부터 중국, 일본, 태국, 중앙아시아를 비롯해 멀리 이집트, 영국, 이탈리아까지 세계 각곳의 20세 전후 남녀 3000여명의 얼굴 사진을 찍으면서 비교 연구해오고 있다. 이는 182cm 거리에서 105mm 망원렌즈를 장착한 카메라로 정면·측면·사면을 동시에 촬영한 뒤 한 얼굴의 70군데를 재서 실측치로 환산하는 일에다, 등고선 사진까지 곁들여 얼굴의 3차 곡면상을 기록해야 하는 고난도 작업이다. 그는 지금까지의 얼굴 연구 자료를 모아 얼마 전에 ‘얼굴, 한국인의 낯’(사계절)이란 책도 출간했다.
조교수의 본업은 화가다. 그런 그가 얼굴 연구에 매달리게 된 데는 사연이 있다. 어려서부터 화가가 되기를 꿈꾸어온 조교수는 초등학교 3학년 시절 “화가는 해부학도 알아야 한다”는 선생님 말씀이 가슴에 칼날처럼 와닿아 ‘그림과 해부학’을 공부해보겠다고 결심했다. 이후 홍익대 미대에 들어간 그는 틈나는 대로 해부학을 따로 공부했다. 미대를 졸업하던 72년에는 아예 가톨릭의대에 해부학 조교로 들어가 7년 동안 도제식 교육을 받기도 했다.
해부학에 대한 관심이 얼굴 연구로 이어진 것은 78년의 일.서울의 한 백화점에 들러 매장을 걸어가는데 한 점원이 일본어로 인사를 건네는 것이었다. 여점원은 300년 종가집의 토종 한국인인 자신을 왜 일본인으로 본 것일까? 그는 그때부터 얼굴로 국적을 식별하는 기준은 과연 무엇인지, 대체 한국인답다는 것은 무언지 등을 구명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이후 한국의 레오나르드 다빈치를 꿈꾸며 한국인의 얼굴을 찾는 일에 매달려온 조교수는 97년에 김대건신부의 두개골 측정자료를 바탕으로 김신부의 실제 얼굴을 최초로 복원해낸 데 이어, 99년에는 1400여년 전 백제 귀족 부부(부여 능산리 고분에서 발굴된 유골)를 완벽하게 재현해냈다. 백제 귀족 부부의 복원된 얼굴 모형은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부여 능산리 고분에서 발굴된 머리뼈·턱뼈·이 등 인골 자료와 체질인류학적 조사를 거쳐 MRI(자기공명영상촬영장치) 촬영을 통해 3차원으로 영상화한 뒤, 소실된 부분을 보충해 인골 모형을 복원하고, 이어 인골 모형을 석고상으로 만든 뒤 점토를 붙이는 과정을 거쳐 백제인의 얼굴을 재현했습니다. 그런데 복원시켜놓고 보니까 그 남편이나 부인 모두 현대 한국인의 얼굴보다 약간 긴 전형적인 알타이형 북방계예요. 안기자와 같은 얼굴형이었지요. 이런 얼굴 특징은 현재의 충남 천안 지역 사람들에게 많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말씀대로라면 백인과 흑인이 서로 다르듯이, 애초부터 북방계와 남방계 사람들이 따로 존재하고 있었다는 건가요?
빙하기가 북방계, 남방계 갈라
“그렇지는 않았다고 봐요. 지금으로부터 2만5000년 전 빙하기가 시작될 무렵까지는 동아시아인들은 북방계나 남방계나 같은 용모였을 거예요. 1만8000년 전쯤 동아시아에서 추위를 피해 얼어붙은 베링해를 건너 북미와 중미를 거쳐 남미 안데스 고원으로 찾아간 인디언의 조상에게서 동아시아인의 원래 얼굴을 찾아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들이 이른바 원 몽골로이드(Mongoloid)였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반면 동아시아에 남아 있던 사람들은 2만5000년 전에서 1만년 전까지 무려 1만5000년 동안 계속된 빙하기를 거치면서 빙하의 벌판에서 생존하기 위해 외모와 체질이 변하게 되지요. 일본 홋카이도대 ‘극저온 환경’ 연구팀의 실험에 의하면 영하 50도의 추위에서는 인체의 생리대사가 달라지고 체질변화가 일어난다는 거예요. 영하 30도도 춥기는 하지만 인체의 체질변화를 일으킬 정도로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결과도 나왔구요.
아무튼 영하 50도의 강추위에서 사람들은 열 손실을 줄이기 위해 표면적이 적은 납작한 얼굴에 흐린 눈썹, 쌍꺼풀이 없는 가늘고 작은 눈, 낮고 작은 코, 칼귀, 얇은 입술 등을 가집니다. 긴 속눈썹과 쌍꺼풀이 있는 큰 눈은 설원에 반사된 자외선에 눈을 손상시킬 수 있고, 오똑한 코와 두꺼운 입술은 동상에 걸리기 쉽기 때문입니다. 커다란 몸통에 짧은 팔다리도 이 시기 생존에 필수요건이지요. 얼어서 딱딱해진 고기를 씹으려고 크고 복잡한 구조의 어금니를 가진 사람이 많아진 것도 이때입니다. 바로 이들을 일러 북방계라고 합니다. 즉 신(新) 몽골로이드라고 할 수 있겠지요.
북방계는 시베리아에서 사냥으로 빙하기를 거친 후 1만년 전부터 녹아버린 흥안령과 몽골 고원 사이의 협곡을 따라 남하하기 시작합니다. 그들은 줄곧 수렵과 채취에 의존하는 생활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한반도에 들어와서도 주로 내륙지방에서 활동했습니다. 북방계는 지속적으로 한반도로 남하해왔는데, 3000∼4000년 전 에 청동기 문화를 가지고 한반도에 나타난 종족도 바로 북방계였습니다. 현대 한국인의 78%가 쌍꺼풀이 없는 눈인 것이 바로 북방계가 한반도로 남하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입니다.
우리 민족의 또 한갈래는 남방계입니다. 남방계는 빙하기를 심하게 겪지 않은 채 우리나라와 일본, 대만, 중국 남부, 동남아시아 등에 흩어져 살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바닷가와 강가에 모여 살며 신석기문화를 일군 주인공들이 바로 이 남방계입니다. 이들은 주로 물가에서 고기를 잡고 조개를 까먹는 등 패총문화를 이루며 살았습니다. 이들은 원 몽골로이드적 특징을 고스란히 갖고 있으면서도 자기들끼리의 유전적 조합에 의해 오늘날의 남방계 얼굴형을 만들어갔습니다. 실제로 집단 구성원들이 많이 가지고 있는 공통 유전자는 상승작용에 의해 점점 더 우세해지고, 집단 구성원 12% 이하가 갖고 있는 유전자는 300년 정도가 지나면 거의 도태되고 맙니다. 유전자 결합 확률이 저하되기 때문이지요.”
현대 한국인과 다른 이상한 유골들
조교수는 북방계 얼굴이나 남방계 얼굴 특징은 고고학적 유물에서도 확인해볼 수 있다고 말한다. 내륙지역인 충청북도 안터의 고인돌에서 얼굴을 돌에 새긴 조각품이 출토됐는데 가늘게 째진 눈에다 입이 가는 북방계 사람의 얼굴 특징을 보여주고 있고, 지금도 충북의 산간 내륙에는 눈이 가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한다. 또 낙동강변의 부산 동삼동 패총에서 발견된 유명한 가리비 얼굴 조각품은 크고 동그란 눈의 남방계 얼굴을 묘사하고 있는데, 지금도 경남지방에서는 눈이 큰 사람들의 분포가 아주 높다고 한다.
―그런 조각품들말고, 우리 조상의 인골에서 북방계와 남방계 얼굴을 찾아볼 수 있는 단서는 없습니까?
“우리나라는 토질이 산성을 강하게 띠고 있어서 매장 인골이 거의 남아 있지 않고 보존 상태도 좋지 않아요. 다행히도 충무 앞바다 연대도라는 조그만 섬에서 6000년 전 신석기 시대의 고인골(古人骨) 하나가 잘 보존된 채 발굴됐는데, 제가 복원해보니까 남방계형이었습니다. 이마가 좌우(측두선간폭)로 넓고, 두개골의 눈 구멍이 큰 걸로 보아 쌍꺼풀이 있는 큰 눈에다가, 코는 낮고 넓으며, 중안의 길이가 57mm 정도로 아주 짧고, 네모진 얼굴에 입술도 두꺼웠어요.(오른쪽 사진 참조)
그런데 이 얼굴을 측면에서 보니 아프리카 흑인 같아서 깜짝 놀랐습니다. 실제 해부학적으로 보더라도 연대도 사람은 머리의 두정융기(頭頂隆起)가 각져 있고, 광대뼈가 밑으로 붙어 있고, 입천장이 깊고 길며, 치아는 크지 않고, 상악골이 작은 점은 지금의 우리와 매우 다른 모습입니다. 결국 이 연대도인이 우리와 유전자가 다른 사람이 아니라면 우리가 한반도에서 변화했다는 말이 됩니다.
한편 연대도 사람과는 전혀 다른 모양의 인골이 또 있어요. 67년에 석회암지대인 충북 제천의 황석리 고인돌에서 2300년 전 인물로 여겨지는 인골이 발굴됐는데, 당시 고고학자들 사이에 유럽인 아니냐 할 정도로 논란을 일으켰던 인물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조선 임진왜란 때 조선 병사의 키가 평균 158cm에 지나지 않았는데 황석리 사람은 키가 174cm로 거인에다가, 체격이 건장하고, 이마가 좁고, 코는 높고, 위턱이 아주 크며, 치아도 매우 크고, 머리가 뒤짱구인 사람이었거든요. 이런 특징 역시 현대 한국인에서는 잘 찾아볼 수 없어요. 황석리 사람과 가장 유사한 사람을 든다면 유럽인적 특징을 보이는 서부시베리아형(알타이형) 북방계 정도일 것입니다. 같은 북방계라도 동부시베리아형은 위턱이 작고 뒤로 들어가 있는 등 황석리 사람과는 차이가 있고요.”
조교수는 이 두 유골을 살펴볼 때 빙하기를 거친 이후 한반도에 출현한 북방계와 남방계사람들은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으로 생김새가 달랐다고 추정한다. 현대 한국인들은 이미 북방계와 남방계가 섞여 있는 상태기 때문에 예전의 ‘순수한’ 남·북방계와는 차이가 있다는 것.
“북방계와 남방계는 한반도에서 한동안은 교류하지 않았던 것으로 봅니다. 서로 생김새가 워낙 다른 데다가 한쪽은 수렵, 한쪽은 어로 등으로 생활 방식이 달라 부딪칠 일도 없었을 것입니다. 게다가 고조선 이래로 부족 국가 개념이 뚜렷해지면서 한반도와 만주의 패권을 쥔 것은 북방계였는데, 이들은 우수한 무기를 바탕으로 지배집단을 이루면서 피지배계층인 남방계와는 통혼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1400여년 전 능산리 백제 귀족부부를 보면 남자는 전형적인 알타이형 북방계 특징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었어요. 즉 남자의 용모는 한반도에 적응하면서 뼈가 얇아진 정도 외에는 남방계적 요소를 볼 수 없었습니다. 여자 역시 단두화(短頭化)하는 두개골에서 약간의 남방계 인자를 찾아볼 수 있는 정도였으나, 현대 한국여성보다 큰 키(165cm) 등 역시 전형적인 알타이형 북방계였습니다. 이로 볼 때 백제를 세운 지배층은 수백년에 걸쳐 한반도에 거주하면서도 토착민인 남방계와는 결혼하지 않고 지내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때문에 조교수는 옛 고분 벽화나 그림에서 보이는 왕족이나 권력자들은 대개 북방계 얼굴이라고 말한다. 몇 점 안되는 조선의 어진(御眞)에 나타난 왕의 얼굴 역시 북방계적 특징이 강하다. 조교수는 북방계 지배층의 관상과 관련해 재미있는 해석을 한다.
“북방계형들이 모여서 나라를 만드니 자연 사회적으로 신분이 높은 사람들은 북방계에서 나오기 쉽고, 이런 상황을 남방계로서는 여간해서 뒤집기 힘들었을 겁니다. 이로 말미암아 관상도 북방계형 관상을 좋은 것으로 보게 됐지요. 이마가 높으면(북방계) 관운(官運)이 있다거나 이마가 좁으면(남방계) 부모 덕이 적다는 설도 따지고 보면 북방계가 권력을 쥐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 허리가 길면(북방계) 귀상(貴相)이요 짧으면(남방계) 천상(賤相), 눈이 쌍꺼풀(남방계)이 지거나 피부가 검으면(남방계) 천상이란 설도 이런 역사적 배경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6~7세기 이후 현대 한국인의 얼굴 나타나
―그렇다면 남·북방계간 혼혈은 역사적으로 언제부터 이루어졌다고 봅니까?
“이는 현대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얼굴 특징이 언제부터 나타났는가 하는 문제와도 결부되지요. 현대 한국인의 얼굴 특징은 전체적으로 납작해졌다는 점인데, 특히 코 밑 부분(비하부)이 납작해져서 오목한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또 한국 사람들은 코 밑 지점에서 귀까지의 투영적 직선 거리가 세계 어느나라 사람보다도 짧다는 특징이 있어요. 이런 점들은 주변의 여러 민족과 뚜렷이 구별됩니다.
그런데 이런 생김새의 인골들은 대략 6~7세기 이후부터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구체적으로 하나씩 짚어봅시다. 먼저 그 전 시기의 인골들은 남방계나 북방계 모두 윗니와 아랫니가 앞에서 볼 때 완전히 일치합니다. 그래서 이가 맷돌로 간 것처럼 나란히 닳게 됩니다. 그러나 7세기 이후의 인골과 현대 한국인은 아랫니가 들어가서 윗니에 덮인 상태예요. 두상에서도 남방계적 특징(정수리가 낮은 대신 양 옆이 볼록한 땅콩형)이 전체적으로 북방계의 특징(정수리가 높은 고구마형) 쪽으로 일반화합니다. 대신 광대뼈가 넓지 않은 고구마형 북방계에서도 광대뼈가 두드러지게 넓어지는 쪽으로 일반화합니다. 즉 정수리가 높고, 중안이 오목하고, 아래턱이 위턱에 덮이고, 광대뼈가 넓어진 현대 한국인의 특징들은 바로 이 시기에 형성된 겁니다.
―6~7세기가 어떤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저는 인골을 관찰하면서 왜 이 시기부터 변화가 생기는 걸까 하고 의문을 가졌어요. 음식 문화나 생활 양식이 바뀌었나 추측해보다가, 우리 역사책을 보니까 바로 신라가 삼국을 통일(676년)하던 시대였어요. 그래서 저는 6~7세기 이후에 갑자기 유전자 혼입 현상이 나타난 것은 아마도 신라의 삼국통일과 관련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통일 신라 이전에는 신분간 통혼이 극히 제한돼 있었는데, 삼국 통일과 더불어 기존 신분 계층이 붕괴됨으로써 남·북방계간 혼혈이 활발해졌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여기에 더해 과거 2000년 동안 중국 등지로부터 주로 서해를 통해 화남계 종족들이 계속 유입되고, 또 전쟁 등으로 한반도 내의 인구이동이 가속되면서 점차 복잡다기한 남·북방계간 혼혈이 일어나, 오늘의 북방계 및 남방계 그리고 중간형의 한국인이 탄생했을 것입니다.”
남·북방계간 혼혈과 관련해 조교수는 독특한 주장을 전개한다. 우리의 단군 신화와 고구려건국 신화 등이 바로 남·북방계의 혼혈 이야기를 다룬 것이라는 것. 북방계 환웅이 남방계 토착민의 딸이자 곰 토템족의 여인과 결혼해 단군을 낳았으며, 북방계 해모수가 강가의 남방계 토착민인 하백의 딸을 아내로 맞아 주몽을 낳았다는 사실이 신화로 윤색됐다는 풀이다.
또 이는 비단 지배층의 경우만 아니라 우리나라 각지에서 채집되는 ‘두꺼비 신랑’ 설화도 민간에서의 북방계와 남방계 융화과정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한다. 두꺼비 신랑설화의 배경은 항상 어촌인데, 남쪽으로 내려와 풍토에 맞지 않아 피부병이 생긴 북방계 인물(두꺼비)이 남방계인의 집에 사위로 들어와 적응하여 사는 과정을 말해준다는 것이다. 실제로 북방에 살던 사람들이 남방에 오면 가장 쉽게 걸리는 것이 피부병이다.
반대로 북방계는 남방계 사람들에게 폐결핵을 옮겨 남방계 인구가 많이 줄어들게 되고, 아마도 계속 밀려오는 북방계에 의해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떠나는 남방계도 많았을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신석기 패총 문화의 주인공인 남방계들과 일본의 오키나와 사람들이 혈연적으로 매우 가깝다는 사실도 밝혀졌다는 것.
어떻든 조교수는 북방계 및 남방계, 그리고 중국쪽의 화남계 귀화인들의 유입 경로와 배합 비율에 따라 한반도의 ‘유전자 풀’이 달라지고, 정착성 농경 생활 이후로 반경 4km 이내(남녀간 성 페로몬이 발산되는 거리)의 동네 결혼에 의해 지역적 얼굴 특징도 생겼다고 한다.
예를 들어 한반도 서북지방 출신 중에는 얼굴이 고구마형으로 길고 이마 발제선(헤어라인)이 둥근 형의 출현율이 높고, 동북지방에는 이마가 낮은 형이, 동남 지역에는 눈이 가늘고 작거나 반대로 쌍꺼풀에 큰 눈을 가진 얼굴이 많고, 서남 지역에서는 중안과 하안의 길이가 긴 얼굴의 출현 빈도가 높다고 한다. 이런 사실이 바로 지역 내에서 유전자 상승 작용을 했다는 증거라는 것.
얼굴 달라지면 문화도 달라진다
―우리나라에는 ‘지역 감정’이란 게 엄연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얼굴형과도 연계되는 문제라고 볼 수 있나요?
“전 지역에 남·북방계가 골고루 섞여 있는 상황이니 혈통을 따지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고 지역 감정 문제는 정치적 왜곡이겠지요. 다만 지역마다 얼굴이 조금씩 다른 특징이 문화적으로 개성미를 띠게 됩니다.
우리나라의 장승은 어디서나 동네 수호신이라는 동일한 기능을 갖지만 그 생김새는 지역마다 달라요. 경상도 장승은 눈이 동그랗고 크며, 주먹코에 진한 눈썹과 수염이 강조돼 있습니다. 전라남도 장승도 이와 비슷하긴 하나 눈·코·입의 크기가 약간씩 작습니다. 그러나 경기도 장승은 눈이 작고 코가 길며, 콧방울은 아예 표현되지 않았어요. 충청도 장승은 눈·코·입이 오밀조밀하고, 강원도 장승은 눈이 가로로 길게 찢어졌으며, 전라북도 장승은 이들 장승의 중간형으로 조각돼 있어요. 이들 장승은 정확히 그 지역인의 얼굴 특징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지요.
장승과 비슷한 것으로 제주의 돌하루방은 아예 남방계적 특징이 잘 드러납니다. 눈이 크고 동그란 데다 주먹코에, 이마에는 가로주름 하나가 뚜렷합니다. 보통 사람은 이마 주름이 세 개인데, 가로주름 하나가 뚜렷한 사람은 주로 제주도와 전남지역에서 나와요.”
조교수는 이런 지역적 특성은 우리나라의 음악에서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북방계형이 많은 평안도, 경기도(서북지방)에는 코허리가 높아서 비강이 넓은 사람이 많다. 이는 콧소리가 특징인 서도 민요(서도창)을 만들어낸다. 반면 남방계형이 많은 전남(서남지방)에는 중안과 하안이 큰 형, 즉 입천장이 깊은 사람이 많다. 이는 곡조에 고저 장단의 변화가 뚜렷하고 목을 눌러내는 소리와 목놓아 부르는 소리 등 창법의 기교가 많은 남도 민요(남도창)을 만들어낸다.
또 판소리가 호남에서 발달한 것도 이유가 있다. 판소리는 서양의 벨칸토와는 달리 주로 구강을 공명시켜 발성을 하는데, 호남사람들처럼 중·하안부가 크면 상악동(上顎洞)과 구강 특히 인후강이 넓어서 이런 안면 발성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유럽인 중에서는 이탈리아인에 이런 특징이 있기 때문에 이탈리아 성악은 ‘마스케라(안면 발성)’를 특징으로 삼는다.
북방계 미인에서 남방계 미인으로
그러나 조교수는 지역별로 북방계가 우세하거나 남방계가 우세한 편차는 있어도 한반도 전체로는 북방계가 단연 압도적인 것 역시 사실이라고 한다. 이는 고대 국가가 발생한 이후 조선까지 북방계가 주도하던 시대적 상황에서 벌어진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 재미있는 점은 북방계가 리드하던 시대에는 미인 역시 북방계적 인자가 많은 여성을 꼽았다는 것이다.
“미인의 얼굴형을 구분하는 데 가장 핵심적인 기준은 턱의 크기입니다. 한국 여성과 일본여성의 평균 턱 크기(코 밑에서 턱 밑까지의 투영적 수직 거리)를 비교해보면, 일본 여성은 65mm인데 반해 한국인은 67mm로 더 크고 좌우의 폭도 큽니다. 그래서 일본인들에게 한국인다운 얼굴을 고르라고 주문하면 주로 턱이 큰 특징을 단서로 삼습니다. 턱이 큰 것은 북방계적 인자가 많이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한국인은 큰 턱이 눈에 익숙하기 때문에, 즉 이와 같은 ‘시각적 평균상’이 미인관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턱이 둥글고 큰 형을 미인으로 여겼습니다. 이른바 ‘부잣집 맏며느리’처럼 큰 턱에 눈·코·입이 작은 북방계형이 한국인의 미인관으로 작용해 뇌에서 쾌감을 일으키는 겁니다. 지금도 70대 이상의 고령층에서는 이런 얼굴이 미인으로 지지받고 있어요. 그러나 지금의 10~20대는 이런 얼굴형을 미인으로 치지 않아요.”
―그러면 미인의 개념도 시대에 따라 바뀌는 겁니까?
“당연하지요. 미인관을 결정하는 것은 금방 말씀드린 것처럼 시각적인 평균상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광복 이후부터 미인관이 바뀌게 되는데, 물질적으로 우리보다 앞섰던 서양 사람들이 시각적으로 좋아 보였기 때문입니다. 한국인 중에서는 서양 사람들하고 닮은 형이 남방계 형인데, 이전까지 별로 인정받지 못하던 남방계 미인들이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게 됩니다.
특히 60~70년대 고도 성장기에는 활동적인 여성상도 새로운 미인으로 등장하는데, 이 역시 남방계 여성의 특징입니다. 남방계는 눈과 입이 크고, 얼굴도 가운데 부분이 넓기 때문에 시원시원하고 활동적인 인상을 줍니다. 30~50대 한국 남성들은 대개 이마와 코와 턱의 비율이 1:1:1로 같은, 남방계적 요소를 가진 서구형 여성을 미인으로 생각합니다.
이에 비해서 10~20대의 경우는 TV나 만화 주인공처럼 눈이 크고, 턱이 작고, 코는 오똑한 ‘광고형 미인관’이 시각적 평균상으로 작용하고 있어요. 요즘 아이들의 턱이 점점 작아지고 있는 것도 자신들의 미인관 형성에 영향을 끼쳤을 겁니다.”
요즘 텔레비전에 자주 등장하는 김희선 등 젊은 탤런트들은 한결같이 턱이 작고 눈·코·입이 큰 얼굴형이다. 채시라, 채림, 김혜수 등이 모두 남방계적 특질이 강한 탤런트들이다. 이에 비해 심은하는 남방계와 북방계의 중간형인데도 북방계적 고전미를 보이는 것은 턱이 발달했기 때문. 전형적인 북방계로는 신은경 정도를 꼽을 수 있다.
여하간 신세대형의 미적 감각을 가진 사람은 점점 많아지고 있는 대신 북방계형의 미인관을 가진 구세대 수가 줄고 있는 상황이다보니, 서구형과 남방계형 미인이 우리 사회를 주도하다시피 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미스코리아 역사에서도 눈에 띄게 드러난다. 조교수에 의하면 70~80년대만 해도 미스코리아 진·선·미 중에서 진은 대개 북방계 미인이 차지했는데, 점점 세월이 흐를수록 북방계 미인이 ‘진’ 자리에서 밀려나는 대신 남방계가 그 자리를 차지하는 양상이 벌어졌다.
“97년 미스코리아 진은 이마가 약간 좁고 턱이 다소 큰 북방계 특징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중안부에서 콧마루가 그렇게 높지 않고 얼굴이 약간 넓은 편으로 남방계적 특징을 보입니다. 즉 남방계와 북방계의 중간형 미인으로 볼 수 있어요. 그런데 98년에 이르면 진·선·미 모두 남방계형이에요. 또 99년 미스코리아 진은 서구형 얼굴이에요. 이마가 뾰족하고 코가 좁고 높고, 얼굴이 전체적으로 볼록한 유럽형 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이 여성을 굳이 따지자면 유럽인자가 강한 알타이형 북방계입니다. 바로 2300년전 황석리 고분의 인골과 비슷한 유전 형질을 갖고 있어요.”
충청도에 중간형이 많다
기자는 내친 김에 우리나라 정치인의 관상도 평해줄 것을 부탁했다. 먼저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과 정치 지도자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이승만 대통령은 얼굴 표면의 굴곡이 적고, 이목구비가 크지 않으나, 이마가 높고 긴 얼굴로 주로 평안도 지방에 많은 북방계다. 그런데 김일성도 같은 평안도형 얼굴이긴 하지만 눈썹이 진하고 이마가 가로로 넓으며 얼굴이 볼록한 것이 남방계로서, 이승만 대통령과는 대조된다. 또 김일성의 아들 김정일은 북방계와 남방계의 중간형인데 북방계에 가까운 얼굴이다.
북방계 대통령으로는 이승만 대통령 외에 김영삼 대통령을 꼽을 수 있다. 김영삼 대통령은 경남지역에 많은 북방계 얼굴. 북방계는 평안도 내륙에서 한반도를 내륙으로 종단해 김해까지 이어지는데, 위도상으로는 남쪽인 김해에 의외로 북방계형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경남형 북방계 얼굴은 박찬종씨에게서도 발견할 수 있다. 길고 평평한 얼굴, 수평이 흐린 눈썹, 세로로 넓은 이마 등이 특징이다.
반면에 남방계 대통령으로는 박정희, 전두환, 김대중 대통령을 꼽을 수 있다. 박정희 대통령은 경북 내륙형 얼굴인데, 인중이 길고 콧방울이 뚜렷한 점이 남방계적 특징을 띠고 있다. 전두환 대통령은 대머리(주로 남방계에서 대머리가 발생함)인 데다 큰 콧방울을 하고 있어 남방계다. 그리고 현직의 김대중 대통령은 머리카락이 가늘어 북방계적 요소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남방계적 특징이 더 우세하다. 참고로 이희호 여사는 알타이형 북방계로, 중안이 길고 코끝이 뾰족하고 콧방울이 작고 얼굴이 볼록한 특징이 있다. 자민련의 박태준 총재 역시 전형적인 남방계로 분류된다.
마지막으로 중간형 대통령으로는 노태우 대통령을 꼽을 수 있다. 경북 내륙에는 북쪽에서 이주해 내려온 북방계와 선주하던 남방계의 중간형이 아직도 많은데, 노태우 대통령은 실제로 정확히 중간형이다. 전형적인 남방계 얼굴과 전형적인 북방계 얼굴을 그려 평균을 내면 딱 노태우 대통령의 얼굴이 나온다.
한편 우리나라에서 중간형 얼굴이 가장 많은 곳은 충청도를 꼽을 수 있다. 옛날부터 충청권은 북방계와 남방계뿐만 아니라 중국에서 황해를 건너온 귀화인들이 지속적으로 몰려드는 바람에 중간형 얼굴이 많은 편이다. 김종필 총리와 김총리와 갈등을 빚고 있는 자민련 김용환의원,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를 꼽을 수 있다.
특히 한나라당 이회장 총재는 남방계와 북방계가 모자이크된 중간형이다. 이마가 높고, 모발이 가는 편이고, 눈썹 숱이 많지 않은 점은 북방계인데 이마에 M자로 난 발제선이나 흰 머리가 많고, 왼쪽 눈에 쌍꺼풀이 있는 점은 남방계적 특징이다.
북방계는 우뇌, 남방계는 좌뇌 발달
―한국인이 북방계와 남방계로 나뉜다는 것이 한국인의 기원을 밝혀주는 형질인류학적 의미 외에 다른 특별한 뜻이 있습니까?
“그것 참, 이제야 물어보는군요. 기자 양반이 21세기 한국인의 바람직한 얼굴을 알고 싶다고 했는데, 언제 그 말을 꺼낼지 기다렸거든요(웃음). 안기자 얼굴을 다시 한번 봅시다. 북방계인 안기자는 이마에서 오른쪽 부분이 발달해 있어요(실제로 이마를 만져보니 오른쪽 이마가 왼쪽보다 도드라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람의 이마를 자세히 보면 좌우가 바른 사람은 극히 드뭅니다. 대개 북방계는 오른쪽이 큽니다만 사실은 왼쪽이 작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거예요. 어떻든 오른쪽 이마가 크다는 것은 우뇌가 발달했다는 뜻이지요. 반대로 남방계 사람들은 대체로 좌뇌가 발달했어요.
그런데 이마의 좌우 불균형 정도는 곧 그 사람의 정보조합 기능의 좌우차로 볼 수 있어요. 1981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로저 스페리 교수의 ‘좌·우뇌의 기능 분화설’에 의하면 좌뇌는 언어뇌로 순차, 논리·수리를 담당하는 이성뇌이고, 우뇌는 감각뇌로 시각·청각의 직관적 정보 처리를 맡은 감성뇌입니다. 이것은 북방계와 남방계가 기질적으로 다르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조교수는 우리나라 재벌 회장들의 얼굴을 비교해가면서 북방계와 남방계의 특성을 이렇게 설명한다.
“먼저 현대그룹의 정주영명혜회장은 북방계 얼굴입니다. 북방계는 대개 경험적인 감각, 시각적인 사고를 하는 경향이 있어요. 현대그룹이 바다를 막아서 논을 만든 아산만 간척사업이나, 정회장이 북한에 소를 직접 몰고 가는 발상, 금강산 관광 사업 등은 매우 시각적인 발상입니다. 또 북방계는 예술적 감각이 있으나 합리성이 부족한 단점이 있습니다. 현대와 삼성그룹을 비교한 어느 책에서 ‘현대 기질’을 화끈하고 인간적이라고 묘사한 점도 이와 무관하지는 않을 겁니다.
반면에 지금은 실패한 경영자로 지목된 대우그룹의 김우중회장은 남방계의 전형적인 얼굴입니다. 남방계는 언어와 수리를 통한 추상적 사고를 하는 습성이 있어요. 그런데 김회장의 대우그룹은 본시 숫자와 문서에 의해 일이 이루어지는 추상적인 사업인 무역으로 성장했어요. 또 남방계형은 손재주가 없는 대신 논리적인 성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북방계와 남방계의 중간형이 바로 삼성그룹의 이건희회장입니다. 중간형에서는 유전자 조합상 우뇌와 좌뇌의 정보 연합이 잘 되는 형이 나올 가능성이 높지요. 중간형인 이건희회장의 이런 뇌쓰기가 삼성반도체의 추진력의 되었다고 볼 수도 있겠지요. 그리고 중간형에서는 손재주가 있는 사람이 많아요.”
우뇌형이 너무 많아 사회가 불안
―그렇게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우뇌형 북방계가 많다는 말이네요.
“그렇죠. 바로 그게 문제예요. 한국인의 대다수가 북방형인 데다가 우뇌가 발달한 사람이 70%나 된다는 사실입니다. 게다가 6~7세기 이후부터 형성된 한국인 얼굴에서 우뇌에 편중한 북방계적 요소가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더 심각한 점은 어릴 때는 좌우 뇌에 차이가 별로 없다가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차이가 커지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인데, 우리나라의 어린이들은 벌써 초등학생부터 좌우 차이가 나타나 우뇌가 편중해 발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국민 대다수가 우뇌, 즉 감성뇌가 발달했다는 것은 이성적, 합리적인 점이 모자란다는 것과 연관이 있습니다. 이는 우리의 생활 문화가 즉흥적이고 감각적이고 향락적인 환경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감각을 담당하고 있는 오른쪽 뇌가 활동할 기회가 많아지고 있다는 데서 원인을 찾아볼 수 있을 것입니다.”
조교수는 그간 조용조용 말하던 태도를 확 바꾸어 목소리의 톤을 높였다. 아마도 이 대목에서 할 말이 많은 듯싶었다.
“몇해 전에 서울의 모 고등학교 학생 300명을 대상으로 뇌쓰기 테스트를 한 뒤 이것을 아이큐 검사와 대조해본 적이 있어요. 아이큐가 140이 넘는 학생들은 비록 숫자가 적었지만 우뇌형이었고, 아이큐 80 정도의 학생들 역시 우뇌형이었습니다. 그런데 좌뇌형은 아이큐가 100~130점의 중간 점수대에 분포하는 경향이 있었어요.
우뇌의 처리 방식은 언어를 도구로 하여 개념을 연역적으로 처리하는 좌뇌와 달리, 개개의 사상(事象)을 일시에 종합하여 귀납적으로 결론에 도달합니다. 따라서 우뇌형에는 소위 두뇌 회전이 빠르고 직관력이 높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우뇌의 열등한 면인 개념 추상력이 낮은 유형의 사람도 나오게 됩니다. 저는 우리 조상들이 남긴 뛰어난 업적들, 즉 한글창제와 금속활자 발명 등은 바로 우뇌의 직관력과 창의력이 우수했기 때문이라고 보지만, 이것을 오늘날 잘 계승해서 발전시키지 못한 것은 창조된 문화를 간직하고 다듬어나가는 좌뇌적 인구가 부족했기 때문으로 봅니다. “
―우뇌형이 70% 이상을 차지하는 우리 실정에 조교수님은 좌뇌형과 우뇌형이 어떻게 조합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봅니까?
“왼쪽 뇌가 발달했으면서 오른쪽 뇌가 우세한 형이 지도층으로 나서는 게 좋겠지요. 우뇌형이 70% 이상인 우리 사회에서 왼쪽 뇌를 발달시켜 전 국민이 다 엘리트가 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객관적으로 볼 때 그 사회가 안정되게 발전하는 사회라면 인구의 70% 정도는 착실하게 왼쪽 뇌를 써서 잘 살아가고 한 30% 정도가 오른쪽 뇌가 발달돼 모험도 해가면서 살아가는 구조입니다. 우뇌적인 국민이 너무 많으면 그 사회가 역동적이기는 한데 불안정한 요소가 있어요. 우리 사회에서 신바람 운동이라든지 국민적 단합을 폭발적으로 일으키는 것은 우뇌형 장점이지만, 그것을 발전시키고 확장시키려면 좌뇌형의 힘을 받아야 합니다.
따라서 저는 이상적이고 안정된 사회란 소수의 우뇌적 지도층(창의적이고 종합적인 사고의 소유자)에 다수의 좌뇌적 대중(고지식하고 합리적이며 사려 깊은 사람)으로 구성된 피라미드 구조라고 주장합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우뇌적 상층이 많고 좌뇌적 중간층이 적으며 또한 우뇌적 하층이 많은 장구형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구조를 갖고 있다고 봅니다.”
좌뇌가 발달한 한국인은?
―그러면 이웃 일본을 비롯해 다른 나라는 우뇌형과 좌뇌형이 어떻게 구성돼 있는데요?
“일본 국민은 우리와 달리 인구의 70%가 왼쪽 뇌가 우세합니다. 중국도 우리에 비해서 왼쪽 뇌가 우세합니다. 주로 우리가 모자라는 면을 많이 가졌다고 생각되는 이스라엘, 독일, 네덜란드 등에서는 대체로 왼쪽 뇌가 우세합니다. 합리적으로 생각해 일을 잘 해결해가는 민족들이지요.”
―흔히 21세기를 창의력의 시대라고 예측합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우뇌형이 많은 한국이 더 유리하지 않습니까?
“흔히 우뇌는 직관뇌, 창조뇌, 미술뇌로 여겨져왔으나, 최근의 뇌 연구자들은 우뇌는 느낌의 뇌일 뿐 생각하는 기능은 거의 좌뇌의 것으로 여깁니다. 창의에도 즉흥적인 창의와 탐색적인 창의가 있어요. 즉흥적 창의는 구체적 유추를 거치지 않고 직관적, 피동적으로 ‘생각나는’ 창의입니다. 여기에 비해 탐색적 창의는 적극적으로 여러 자료를 참고하고 조합하여 ‘생각해내는’ 창의입니다. 과학적 연구업적이 많이 축적돼 있지 않았던 과거에는 주로 예술 분야에서 즉흥적 창의가 빛을 발했지만, 과학기술과 정보화시대인 현대와 미래에는 유추에 의하여 정확한 답을 내는 탐색적 창의(좌뇌적 창의)가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봐요.”
―우리 사회의 인구 집단에서 특히 좌뇌가 발달한 지역을 찾아볼 수 있나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남방계에 왼쪽 뇌가 큰 사람들이 많아요. 이것은 제주도 사람들에 대한 조사에서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제주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좌뇌형이 남자 43%, 여자 49%로 나타났습니다.
또 하나 희한하게도 알타이형 북방계인 황석리 사람이 발굴된 충북의 제천, 단양 출신 중에는 왼쪽이마가 큰 사람이 무려 46%로 나왔습니다. 같은 충북이라도 평지 출신 중에는 오른쪽 이마가 큰 형이 많고요. 이는 아마 유전적 요인인 것같습니다.”
―유전적 요인이라니요?
“보통 북방계는 오른쪽 뇌가 발달해 있는데, 황석리 사람처럼 알타이형 북방계는 왼쪽 뇌도 함께 발달해 있어요. (조교수가 황석리 사람의 뇌 두개를 기자에게 보여주면서) 이 사람의 뇌를 한번 정면에서 관찰해보세요. 생각하는 능력을 담당하는 왼쪽 전두엽(이마 부분)이 발달돼 있잖아요. 그러고 뇌 뒤쪽을 보세요. 오른쪽 후두엽이 왼쪽 후두엽보다 발달돼 있어요(실제로 뇌두개를 보니 오른쪽과 왼쪽이 확연하게 차이가 났다). 이렇게 뇌는 쓰면 쓸수록 커지는 법입니다. 그리고 이곳은 시각중추를 담당하는 곳인데, 아마도 시각이 발달해 사냥을 잘하는 사람이었을 것 같아요. 일반적인 한국인이 오른쪽 전두엽이 크고 왼쪽 후두엽이 발달된 것과는 정반대입니다.
충북 산간에 왼쪽 뇌가 발달한 사람이 많다는 사실은 황석리 사람의 유전자를 물려받았다고 풀이할 수 있는 거지요. 이런 형이 바로 우리 사회에서 필요한 모델이 될 수 있는데, 인구 60명당 1명 정도의 숫자라서 유전적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죠. 제가 그쪽 사람들을 조사해봤는데 동창회나 계 모임이 많고 사람들이 조직적 사회를 이루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어요.”
좌뇌 개발법
조교수는 신분이 높은 계층이 묻히는 고인돌의 주인공인 황석리 사람과 1400여년 전 백제의 귀족부부가 모두 알타이형 북방계인데, 이들은 사회의 지배층을 형성했던 것 같다고 풀이했다.
―좌뇌와 우뇌의 발달은 유전적인 요소가 크다고 했는데, 인위적으로 좌뇌를 개발할 수 있나요?
“제 경험과 실험에 의하면 뇌는 변화합니다. 뇌 쓰기 습관에 의해서 변화하는데, 자신이 마음먹고 노력하면 6개월 내에도 변화하고 2년 정도면 분명히 변합니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뇌 쓰기 훈련을 어떻게 하느냐, 왼쪽 뇌가 하는 일 즉 수리(數理)나 언어에 집중하는 훈련이 좋습니다. 수학적으로 머리를 쓰고 의사 전개를 논리적, 합리적으로 하는 겁니다. 논리적으로 의사를 전개한 논설문을 읽는다든지 칼럼을 쓰면 효과가 있고, 말도 운문형보다는 산문형이 좋습니다.
우리 한국어에는 관계대명사가 없기 때문에 말이 짧습니다. 대신 억양 즉 멜로디에 감정을 실어 표현하기 때문에 말을 짧게 해도 통합니다. 이런 습관을 자제해 말을 논리적으로 길게 하는 습관을 길러야 합니다. 될 수 있으면 글을 짓듯이 말을 하면 말이 길어지게 되고, 그런 습관에 의해서 왼쪽 뇌가 활성화하고 논리적인 사고를 하게 되리라고 봅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왼쪽 뇌가 발달해 외형적으로도 변화가 나타난다는 말인가요?
“그렇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오른쪽 뇌가 발달한 사람은 대부분 왼쪽으로 씹습니다. 그래서 왼쪽 턱이 짧아지고, 턱끝이 왼쪽으로 향하게 됩니다. 반면에 왼쪽 뇌를 자꾸 쓰게 되면 자기도 모르게 오른쪽으로 씹게 됩니다. 이런 현상을 이해해 우뇌형이 자꾸 오른쪽으로 씹는 습관을 만들다보면 왼쪽으로 얼굴 굽은 것도 바르게 펼 수 있고 이마에 좌우차가 나서 비뚤어졌던 이마도 반듯하게 돼서 용모도 바르게 되는 거죠. 또 한쪽 뇌만 쓰게 되면 눈도 짝짝이 눈이 되는데 양쪽 뇌를 바르게 쓸 때 눈도 바르게 됩니다.”
―요즘 아이들은 컴퓨터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좌뇌가 많이 발달하지 않을까요?
“그렇게 착각하기 쉽지요.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들은 왼쪽 뇌를 써서 만들겠지만, 프로그램을 가지고 게임을 하는 사람들은 순간적이고 시각적인 정보를 처리하는 능력을 이용하기 때문에 오른쪽 뇌를 많이 씁니다.
거기다가 컴퓨터 앞에 앉아 있으면 산소 소모량과 육체 운동이 적어져 폐가 커지지 않기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심호흡할 기회가 적어 등이 굽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목이 앞으로 나오고 기도가 직선을 유지하게 되는 특이한 자세가 됩니다. 그 자세가 되면 입으로 숨을 쉬게 됩니다. 그리고 뇌가 게임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턱이 떨어지는 줄도 모르고 입을 벌린 채 호흡을 합니다. 실제로 컴퓨터에 심취한 아이들을 보면 이런 자세들을 많이 하고 있어요. 이런 자세는 결국 얼굴까지 변형시킵니다. 턱이 뒤로 퇴축하게 돼 가운데 얼굴이 튀어 나오고 또 이마가 뒤로 넘어간 ‘신인종’이지요. 자칫 잘못하다간 한국인의 얼굴이 미래에 이렇게 변할까 걱정될 지경입니다.”
조교수는 최근 10년간 한국인의 얼굴변화 양상을 기준으로 100년 후 한국인 남녀의 얼굴을 만들었는데, 현재에 비해 이마가 좁아져 돌출하고, 코가 길어지며, 턱끝이 뾰족하게 변한 모습이라고 했다. 그런데 컴퓨터 사용이 또다른 얼굴변형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어떤 자세가 가장 바람직한 자세입니까?
“말탄 자세가 가장 바람직합니다. 척추를 곧추세우고, 말탄 자세로 일을 하고, 숨은 반드시 코로 쉬고요.”
―마지막으로 현대 한국인들의 뇌발달 문제에서 더 짚으실 부분은 없습니까?
“우리 한국인은 본래 오른쪽 뇌가 큰 형이어서 사실 시각적이고 공간적인 일은 잘 합니다. 그러니까 오른쪽 뇌가 큰 특질을 계속 신장시키고 발달시켜야 하는 건 분명합니다. 그러면서도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왼쪽 뇌를 함께 개발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조교수는 21세기에는 우리의 생래적인 ‘우뇌 우세’가 미래에 빛을 발할 수 있기 위해서는 어느 때보다도 과학적이고 분석적인 ‘좌뇌적 창의’를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자는 조용진교수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 안에 있는 사람들이 북방계인지, 남방계인지를 나도 모르게 따지고 있는 걸 깨닫고 스스로 놀랐다. ‘아름답구나’ ‘잘 생겼구나’하는 평소의 우뇌적 발상이 아니라 눈썹이 어떻고, 코 모양이 저러니까 무슨 형이구나 하고 따져보는 좌뇌적 발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