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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사건의 언론 지형>
어제 하루 동안 무엇을 얻었나 복기해봤다.
1) 피해호소인 주장의 신뢰성이 허물어졌다.
2) 약자 편에 선다는 여성시민단체, 인권 증진 목적의 정부 기구도 편견에 사로잡힐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3) 인간 박원순에 대한 신뢰를 놓지 않던 사람들에게 '그렇지, 그 정도는 아니지'라는 안도감을 줬다.
그러나 언론 지형만 보면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많은 사람들이 텔레그램의 존재를 알고 생각을 달리하게 됐지만, 조중동과 한경, KBS와 MBC는 보도하지 않았다(더는 놀랍지 않게도 내가 다니는 공장도 포함된다). SBS는 제목에 '2차가해 논란'을 달았다. 그래야 안심이 되는 모양이다.
조중동은 원래부터 박원순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가 '민주당 시장'이 된 후에는 더욱 그랬다. 성추행 누명이 씌어졌을 때 그를 '내로남불'로 낙인찍어야 서울시장도 먹고, 정권도 먹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들은 뜻을 이뤘다.
진보언론은 어떨까? 불편한 진실이지만, 그들에게는 사람보다는 이념(페미니즘)이 중요했던 것같다. 이념의 수호자인줄 알았던 박 시장이 뒤로는 엉뚱한 짓을 한다는 의심이 들자 가차없이 그를 버렸다. "피해자님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사는 게 마치 '박원순이라는 십자가를 밟고가야 네가 산다'는 주문처럼 들렸다. 피해호소인의 텔레그램은 그를 찾아가 "제발 좀 살려달라"고 굽신굽신했던 사람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태세 전환'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어제 이후의 여론은 '뭐가 더 나오든 내 맘 안 바뀌어'파와 '희대의 사기극 응징해야 한다'파, 그리고 '뭐가 뭔지 모르겠다' 파로 나뉠 것이다. '사기극 응징파'의 사기가 높지만, 궁극적으로는 '모르겠다'파를 설득하는 게 앞으로의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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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없었다면 '완전범죄' 됐을텐데...>
올해 초 '나는 피해호소인이 아닙니다' 책이 나왔다. 출간 당일 책을 구해서 읽었다. 그 책은 나로 하여금 그 동안 유보했던 결론을 내리게 했다.
그리고 '피해호소인의 거짓말'이라는 글을 연달아 3편 썼다. 누군가를 거짓말쟁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당사자가 명예훼손 소송으로 가서 내가 거짓말의 근거를 제시하지 않으면 재판에 질 수도 있다.
그런 리스크를 감안해도 나는 확신했다.
텔레그램 대화를 처음 봤을 때는 나도 놀랐다. 그러나 그 내용에 놀란 게 아니라 국가인권위의 무신경 또는 부주의로 그것이 이리도 빨리 드러났다는 것에 놀랐다.
"진실은 이렇지 않았겠냐"는 추측조차 '2차 가해'라면서 금기시하는 분위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말하지 못했을 뿐, 내가 취재를 통해 재구성한 피해호소인은 시장실 비서로 있을 때 박원순에게 능히 그런 말을 할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연초에 썼던 글을 하나로 모아서 다시 올린다. 텔레그램 대화 공개 이후 팔로어도 많이 늘었으니 더 많이 보고 약자(?)라고 항상 정의롭진 않다는 걸 알게 되길 바란다.
이제는 박원순 사건이 누군가의 거짓말에 온 사회가 홀라당 넘어간 '희대의 사기극'이라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그리고 생전의 박원순에게 하다못해 사무실 임대료까지 도움 받고도 죽어서 그의 무덤에 칼을 꽂은 여성단체 사람들은 싸그리 '역사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박원순을 파묻으려는 음모가 실패한 이상 음모자들의 죄상이 역사에 기록돼 후손들이 교훈으로 삼길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구천을 떠도는 박원순의 영혼이 너무 억울해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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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호소인의 거짓말(1)
'나는 피해호소인이 아닙니다' 51페이지에는 이렇게 써 있다.
<<2018년 9월에 명백한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다. 나는 일상적인 업무차 집무실에 들어갔고 그 안에 시장님과 나, 둘만 있는 상황이었다. 직원들 생일에 시장님이 간혹 써주는 친필 카드를 받으러 들어갔던 것인지, 어떤 일 때문에 집무실에 들어갔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는다. 그런데, 갑자기 시장님께서 “여기 왜 그래? 내가 호 해줄까?”라고 말하며 상체를 내 무릎 쪽으로 기울이면서 급기야 무릎에 입술을 갖다 댄 것이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놀란 내가 뒤로 조금 물러나자 시장님이 균형을 잃고 휘청거려서 내가 부축하며 “괜찮으세요?”라고 물었다... 이게 세간에는 어느 정도 알려진 성추행 사건이다.>>
'안아달라', '끔찍한 문자' 등 온갖 제목을 단 서평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이 책에서 가장 구체적인 성추행 묘사는 바로 이 '무릎 호' 사건이다.
2020년 12월 4일 나는 오성규 전 비서실장의 의견서를 빌어 "집무실에 박원순 시장, 고소인, 3명의 시장실 직원들이 있었고, 고소인이 '시장님 저 무릎 다쳤어요, 호해 주세요'라고 말함. 직접 상황을 목격한 동료가 인권위 조사에서 진술했다"고 기사를 썼다.
지금에서야 밝히지만, 나는 이미 무릎 호 사건 당시 현장에 있던 직원을 만나 그의 증언을 확보해놓은 상태였다. 해당 직원이 증언 공개에 난색을 표해서 보도를 못하고 있었는데 오성규가 그 내용을 공개하는 바람에 기사화가 가능했다.
나는 피해호소인 반응이 궁금해서 김재련 변호사에게 물었다. 나와 김변의 통화는 2020년 12월 4일 오후에 약 13분간 이어졌다. 김변의 얘기는 이랬다.
"그 사람들이 누구인지 (오성규가) 밝혀야겠죠. 그런 내용이 나온다면 피해자는 법적 조치를 취해야할 것이다...(중략) 그걸 밝히면 우리는 사실무근 주장을 하는 것에 대해서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 그 사람이 본 게 사실인지, 그런 행위가 없었다는 피해자 주장이 사실인지는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면 수사기관에서 판단이 가능할 거다."
그래서 나는 일단 국가기관들의 판단을 기다렸다. 경찰 조사에서는 증거라고 할 만한 게 나오지 않았고, 피해호소인 편을 들어주었다고 평가되는 국가인권위도 이 부분은 인정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인권위 결정을 한껏 부풀려서 아전인수 해석하는 피해호소 단체들의 행태가 너무도 어이 없어서 나는 이 얘기를 책에 썼다.
그럼에도 피해자는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무릎에 입술을 갖다대는' 성추행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이유가 뭘까?
인권위가 인정한 네일아트는 김봉수 기자의 증언으로 정반대의 상황이라는 게 드러나버렸고, 다른 증거들은 없는 상황에서 그나마 '뭔가 있음직하게 보이는' 사건이 이거였던 게 아닐까?
나는 피해호소인이 경찰에 처음 한 진술 내용을 일관성 있게 책에도 서술했다고 판단한다. 김재련이 "증인을 대라"고 반문한 것도 피해자로부터 들은 정황과 달랐기 때문에 그걸 확인하려고 했던 거다. 그럼에도 김변은 이미 피해자와 한 배를 탄 상태였기 때문에 그 순간 자신이 느낀 당혹스러움을 내색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사건의 진위를 확인하는 것은 의외로 간단하다.
김변이 처음 공언한대로 피해자 진술의 신뢰성 문제를 제기한 나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거다. 피해자가 그런 일이 있었다는 증거를, 나는 "사실은 전혀 다르다"는 증인을 법정에 나란히 세우면 끝난다.
이 사건이 복잡해보이는 분?
내 눈에는 '있는 것'과 '없는 것'으로 명확히 보이는데?
피해호소인 책 읽고 감동했다는 Jungkwon Chin은 솔로몬왕의 지혜를 보여줄 지 모르겠다. 사실 그분은 내용을 모르고도 답을 내놓는 '척척 석사'니까.
진중권님이 고정 출연하는 CBS 한판승부 게시판에 즉문즉답해달라고 누군가 요청해주면 더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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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호소인의 거짓말(2)
<<밤늦은 시간에 뭐하고 있냐고, 혼자 있냐고 물으면서 “내가 지금 갈까.” 같은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이밖에도 “나 혼자 있어.” “나 별거해.” “셀카 사진 보내줘.” “오늘 너무 예쁘더라.” “오늘 안고 싶었어.” “오늘 몸매 멋지더라.” “내일 안마해줘.” “내일 손잡아줘.” 같은 누가 봐도 끔찍하고 역겨운 문자를 수도 없이 보냈다.>>
피해호소인 에세이 52페이지를 그대로 옮겼다.
박원순 사건은 안희정 사건과 같은 성범죄라고 퉁칠 수가 없는 범주의 사건이다. 이건 마치 상어와 고래 모두 바다에 사니 바닷동물이라고 우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분명히 말한다. 피해자가 당했다는 겁탈은 모두 꿈 속에서 일어났다. 그가 경찰에 낸 진술서에 그렇게 썼다.
나머지가 셀카 사진, 네일아트 접촉, 무릎 호다. 그러나 피해자가 제출한 셀카 사진에서 경찰과 인권위 모두 '과도한 신체 접촉'은 찾아내지 못했고, 나머지 둘은 "그걸 성희롱으로 볼 수 없다"는 증인들이 있다.
남은 것은 음란 문자와 사진 전송인데, 지금 피해호소인이 떠들고 언론이 충실히 받아적어주는 얘기들은 모두 4월 사건 이후에 표면화된 것이다.
대화는 명령이나 지시가 아니다. 일방향으로 흐르지 않고 쌍방향으로 주고받아야 성립된다. 박 시장이 피해호소인의 어떠한 말에 반응해서 음란 문자를 보냈는지 알아야 시비를 가릴 수 있지 않을까? 이 당연한 언술에도 파블로프의 개마냥 '2차가해' 반응 일으킬 분은 더 이상 읽지말고 '피해자중심주의 교회'에 계속 다니라고 권한다.
'카더라'만 무성할 뿐 피해자는 1년 6개월이 되도록 그 얘기는 꺼내지 않는다.
피해호소인은 책에 언급하지 않았지만, 나는 피해자가 보여준 문자와 사진을 봤다는 목격자를 2020년 10월에 만났다.
그는 러닝셔츠 입은 사진말고는 '냄새 좋아, 킁킁' 메시지가 마음에 걸릴 뿐 나머지는 친근감을 표현하는 메시지들이라고 말했다. (나는 박원순이 미치지 않고서야 불쑥 이런 말을 '먼저' 던지지는 않았을 것으로 판단한다)
피해호소인은 목격자에게 "안희정 사건으로 시끄러운데 다른 사람들이 보면 오해할까봐 걱정된다. 시장이 나를 손녀딸처럼 예쁘게 생각하는 걸 나는 아니까 괜찮은데"라고 말했다.
피해호소인은 책에서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는 자신이 페미니스트가 아니었다고 썼다. 맞다. 오히려 그 대척점에 있는 인물이었다는 것이 시장실 동료들의 평가였다.
그렇기 때문에 피해호소인은 시장이 보낸 문자를 동료에게 보여주면서도 "시장이 나를 손녀딸처럼 예쁘게 생각한다"고 이해하고 넘어갔던 거다. 피해호소인이 시장의 지근거리에 보좌하는 일을 했기에 시장이 업무상 지시를 문자로 내리는 일도 잦았다. 그런 류의 문자를 보여주는 피해호소인을 보며 "시장과의 관계를 뻐긴다"고 느낀 동료들이 한둘이 아니다.
당사자가 아무 일 없었다고 둘러대거나 심지어 으스대기까지 했으니 동료들이 "잘 지내는구나", "역시 잔디는 시장실의 비타민이야"라고 넘어갔던 거다.
다른 사람들은 그대로인데 바뀐 것은 피해호소인의 '기분'이다. 그는 총선날 동료에게 봉변을 당한 후 이 사태의 책임을 박 시장에게 묻기로 했다.
그는 사설업체에만 세 차례나 휴대폰 포렌식을 맡겼다고 책에 썼다. 시장실에 있을 때는 '할아버지와 손녀딸'처럼 지내던 시장에 대한 응징을 결심하고나니 막상 손에 쥔 것은 없었던 거다.
그에게는 두 대의 휴대폰이 있었는데, 1차 포렌식 과정에서 비번을 잘못 입력해서 한 대가 초기화되는 불상사를 겪는다.
하여튼 김재련 변호사는 포렌식 자료를 받아보고는 최대한 증거를 확보하라는 숙제를 내줬다고 썼다. 책에는 포렌식 자료 복원에 성공했는지 여부도 불분명하게 기술되어 있다. 그러나 만약 포렌식에 성공했다면 "관련자 대화 내용을 최대한 녹취하라"는 숙제를 김변이 내줬을까 의문이다.
국가인권위 행정소송을 맡은 판사도 오죽 답답했으면 정기 인사를 앞두고 "내가 재판을 계속 맡을 수 없지만 다음 재판부에는 증거 자료를 제출하라"는 명령을 인권위에 내렸을까?
이런 상황에서 근거의 빈약함을 드러낼 책을 펴낸 피해호소인의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 박원순 사건이 안희정 사건과 다르다는 인식이 분명했던 사람이 고소를 맘 먹은 뒤 김지은을 만나 '서로의 아픔을 공유했다'는 얘기를 천연덕스럽게 썼다.
사람을 관찰하는 게 업인 기자의 눈에는 어지간한 사안이든 자기 중심적으로 재구성하고 해석하는 데 능한 캐릭터라고 짐작할 따름이다.
덧붙일 것은 '무릎 호' 사건의 증인과 피해호소인 문자를 본 사람 모두 여성이다. 누구처럼 "시장이 대통령되면 나도 늘공 때려치고 청와대 갈래"라고 설레발친 사람들도 아니다.
이 상황에서 피해호소인 입장에서 아주 손쉬운 설명이 하나 있다.
"남자고 여자고 모두 한통속이고 악마들입니다. 이들은 여전히 죽은 시장의 악령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Jungkwon Chin가 페미니스트는 아닐 지 몰라도 '피해자중심주의 신자'인 것은 분명하다. 바로 피해호소인의 이런 세계관을 공유한다는 것을 숨기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피해자를 반박하는 어떠한 증언이 나와도 "늘 듣던 개소리들뿐이라서. 특별한 게 있나요? 성추행 가해자들이 늘 하는 전형적이고 상투적인 얘기들"이라는 말로 신앙을 지킬 수 있는 거다.
그의 눈에는 피해호소인의 거짓말을 증언해줄 여성들도 가부장적 사고방식에 찌들어있는 '명예남성들'이다. 그렇게라도 둘러대지 않으면 자신이 그나마 소중히 간직해온 토템을 불사르는 '멘붕'이 올 테니까.
진씨의 희망과는 달리 "박원순에게 죄를 물을 증거가 없다"는 나의 세계관을 안희정, 오거돈으로 확장할 생각은 전혀 없다. 나는 오히려 비현실적인 페미니즘을 구현하려고 한 민주당 정권이 이번 대선에서 심판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진중권은 피디수첩의 조국 표창장 보도를 보며 "황우석 사건의 미디어영웅이 어떻게 이리 됐냐"고 탄식했다.
그의 진짜 욕망이 '자신의 정치적 올바름을 대중에게 전시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나로서는 똑같은 탄식을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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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호소인의 거짓말(3)
예스24 홈피에 출판사의 서면 인터뷰가 실렸다.
"책을 보니 글쓰기가 유려하고 문학적인 감수성까지 엿보입니다. 향후 작가로서 다른 책을 집필하실 계획 같은 건 없으냐"는 질문은 낯 간지럽다.
요즘은 이런 류의 '달달한' 글도 기사로 쳐주는 시대가 됐지만, 사람들이 기자에게 요구하는 것은 따로 있지 않을까?
내 기준에서 '좋은 기자'는 사기꾼을 고발하는 사람이다. 특히 혹세무민과 선전선동이 잘 통하는 나라에서는 기자들이 바쁠 수밖에 없다.
김잔디 인터뷰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이 하나 있었다.
"4년간의 성적 괴롭힘뿐만 아니라 잔인했던 2차 가해도 주로 정치인, 학자, 고위공무원, 시민운동가와 같은 권력자에 의해 자행되었습니다."
이중에서 어떤 집단이 빠졌는지 맞춰보시라.
맞다. '그들'이다.
사기꾼을 분별해달라는 대중들의 요구에는 아랑곳없이 "무슨 근거로 박원순을 고소했냐"는 물음을 남은 평생 달고살아야 하는, 가련한 인생을 지켜주겠다는 그분들말이다.
나로서는 이런 분들과 같은 반열에 서 있지않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르겠다.
그래서 차별화를 위해서 피해호소인의 거짓말을 계속 짚어내겠다.
'나는 피해호소인이 아닙니다' 118페이지에서 김주명 전 비서실장 얘기를 썼다.
김주명은 2020년 7월 박원순의 발인식날 여성단체 기자회견 소식을 듣고 기자회견을 만류하는 문자를 보냈다.
피해호소인은 이렇게 썼다.
"어쩌면 그분은 이미 계획하고, 나를 협박한 것이 분명하다. 여기서 멈추지 않으면, 나의 인생을 끝없는 소용돌이로 휘말리게 할 사람들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자신들이라는 것을 그 악마 같은 사람들은 이미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시장실에 같이 근무할 때만 해도 둘의 사이가 이렇진 않았다.
그가 비서실장으로 재직했던 2017년 잔디가 보낸 편지와 메시지 일부를 소개한다. 전문은 내 책 '비극의 탄생'에 있다.
"훌륭하고 준비된 이 시대의 리더 원순씨와 실장님의 콤비는 정말 환상적이었어요."
"비서실의 아버지로서, 때로는 어머니 같은 모습으로 저희 모두를 아끼시고..."
"올 한해 돌아보면 실장님처럼 훌륭한 분을 만나고 모시게 된 게 얼마나 큰 행운인지 몰라요!"
피해호소인의 편지를 읽고 북한 인민들이 김일성 김정일 생일 때마다 쓴다는 '충성의 편지'라는 게 이렇겠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김잔디와 북한 민중의 차이점은, 박원순 서울시장실에서는 어느 누구도 그런 류의 '충성의 편지'를 강요하지도 않았고, 실제로 쓴 사람도 없었다는 점이다. 오직 한 사람만 썼는데, 그걸 통해 뭘 얻으려고 했는 지는 당사자 머리 속에 들어갈 수 없으니 알 턱이 없다.
피해호소인은 2019년 7월 시장실을 떠난 뒤에도 비슷한 시기 시장실을 떠난 김주명을 비롯한 전직 직원들과 술자리 밥자리를 하며 관계를 이어갔다.
그런데 '4월 사건' 이후 모든 관계가 뚝 끊어졌고, 시장 사망 이후에는 그들 중 20여 명을 성추행의 은폐 방조 묵인범으로 몰아세웠다.
‘피해호소인' p.272에는 자신이 시청으로 복귀를 준비하면서 2차 가해를 했던 직원들, 즉 '악마들에' 대한 조사와 관련한 논의를 하게 되었다는 얘기를 한다.
"나를 괴롭게 했던 대부분의 직원들은 별정직이라 이미 퇴직한 이후였지만 몇몇 직원들이 남아 있는 터였다. ‘복귀’라는 이벤트 자체에 집중하기에도 숨이 막히고 초조한 마음인데, 내가 돌아가야 할 조직의 상급자들에 대한 조사와 징계에 대한 생각을 하는 것은 너무나 괴로운 일이었다. 더 이상 트러블메이커가 되고 싶지 않았다.
..(중략) 나는 결정할 수 없었다. 나와의 대화를 악의적으로 편집하여 언론에 유포했던 사람을 어떻게 용서할 수 있을까. 하지만 나는 용서해야 한다. 내가 평생 다녀야할 직장에서 더 이상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다."
세상에 이런 대인배도 없다. 숱한 2차 가해를 당하고도 악마들을 용서하는 이 담대함이란!
보궐선거 전후로 시청 내부에서 사건 관련 재조사 얘기가 나왔던 것은 사실이다. 박원순 사건의 진상규명은 이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했던 야당 후보들의 공통 공약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일은 없었다. 만약 조사가 이뤄졌다면 늘공이든 어공이든 시장실 방문객이든 진실을 얘기하려는 사람들은 한 트럭이었다.
그 모든 것이 오세훈 시장의 사과 하나로 갈음됐다.
서울시청에 수만 명의 공무원이 있지만, 연공서열로 얽힌 사회에서는 한 다리 건너서 다들 연결된다.
서울시청 다니는 사람 있으면 이번 설 명절에 사돈의 팔촌이라도 아무나 붙잡고 한번 물어보라. 수도 서울의 시장실에서 김잔디가 묘사하는 것과 같은 조직적인 성추행 은폐와 비호가 가능하냐고.
피해호소인은 책에서 2차가해에 대해 "피해자가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위협을 느끼게 하는 모든 것"이라고 정의 내린다.
피해자의 해석 외에는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얘기다.
그런 면에서 그는 이 책이 '승자의 기록'으로 읽히길 바랬던 것같다.
미안하다.
나만 없었다면 '완전범죄'가 됐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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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생각해봐도 피해호소인 간도 크다.
인권위 발표 앞두고는 가족 명의 입장문이 나왔는데 아버지와 어머니, 남동생이 따로따로 글을 썼다. 아무리 가재는 게 편이라지만 오버였다.
피해호소인이 총력전 펼치는 데 반해 박 시장 쪽은 설마 하고 상대적으로 느긋했다.
민주당이 당원 투표로 서울시장 보선 공천을 발표했을 때는 이낙연 대표에게 공개사과를 요구하는 편지를 썼다. 사과를 받고도 "어떤 것에 대한 사과인지 명확하게 짚어주지 않았다"며 선거를 앞둔 당을 계속 다그쳤다.
결국 민주당 페미 의원들 등쌀에 박영선 후보가 사과했고, 고민정 남인순 진선미는 선대위에서 물러났다. 박원순 두둔하다 잘렸으면 말을 안 한다. '피해호소인'이라며 죄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역정 냈다.
이 난리통에 선거 끝나고도 윤호중 원내대표, 송영길 대표가 사과하고 대선 마지막 토론에서는 급기야 이재명 후보도 사과했다.
개뿔딱지가 난 나는 대선 투표를 접었고, 이재명은 0.7% 차이로 졌다.
민주당 의원들아, 비극의 탄생 많이 사준 것은 고마운데 선거 이후라도 아웃풋이 있어야 했던 거 아니냐?
나 때문에 서울시장 선거 졌다고 원망하고 전화도 안 받던 의원님들아, 좀 부끄러운 줄 알아라.
그 소갈딱지로 국회의원 장관 대통령은 하고싶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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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거짓말'>
진중권이 오늘 CBS 한판승부에서 '피해호소인 텔레그램'에 대해 언급했다.
"매우 부적절한 2차 가해다.
특정한 발언을, 전체 맥락에서 딱 떼어내가지고 부각시킴으로써 전체 맥락 자체를 왜곡시키는 수법이거든요. 이건 정치적 선전 선동의 기본기에 속합니다.
이미 인권위에서 그다음에 경찰 조사에서 다 성추행 사실을 인정한 바 있거든요. 이 공식 발표를 따르면 될 것 같습니다.
불쾌합니다. 이런 것들 보면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이 사람들, 무슨 강박증이 있나 이런 생각들이 들거든요. 문제는 이런 분들이 권력형 성비위를 가능하게 하는 조건이 되어 준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고요 그래서 그분들을 비난합니다."
1) 경찰은 박원순의 성추행을 인정한 적이 없다. 오히려 서울시경 관계자가 수사 발표할 때 “직접적인 증거로 쓸만한 것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가 '부실수사', '면죄부수사'라는 언론의 비난을 받았다.
지금 인권위 조사의 신뢰성 논란이 있는데, 진씨는 이걸 "인권위는 물론, 경찰도 성추행 인정했다"며 상황을 왜곡하고 있다.
2) 특정 발언을, 전체 맥락에서 떼어내 부각시킴으로써 전체 맥락을 왜곡시키는 수법을 쓴 것은 여성단체다. 이런 수법의 명수가 인권위도 확인 못한 '무릎 호'가 있었다고 기자회견에서 사자의 '범죄사실 개요'를 낭독한 김재련 변호사 같은 사람이다.
3) '사자 명예훼손'에 대한 울나라 재판의 잣대가 하도 엿 같아서 진중권 같은 사람이 무슨 말을 해도 무사한 거다.
말을 처벌하는 것에는 나 역시 반대한다. 그러나 거짓말을 지적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의도된 거짓말이라기보다는, 아는 게 없는데 아무 말이나 하다보니 나온 실수로 받아들인다. 문제는 "어지간히 잘 아는 전문가이니 방송에도 나온다"고 착각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거다.
마지막에 '비난한다'는 말을 썼는데 그런 식으로 남을 평가하려면 제대로나 알고 떠들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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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픽스라는 유튜브 채널에서 하는 '김종대의 시사탱크'라는 프로그램 보다가 꺼버렸다.
내 입장에서 박원순 사건 다뤄주는 것만으로도 고맙지만 수준이 참혹하다.
사건에 대해 아는 게 없는 사회자(김종대)가 사건에 대해 주워들은 패널 3명 데리고 토론한다.
패널 중 한 명인 오현주(전 정의당 대변인) "국가기관이 이런 것 하나 제대로 살피지 않고 그런 결정을 내렸다고 보지 않는다."
정말 이렇게 생각하나? 집권 경험이 한번도 없는 정당 출신이라서 국가기관환상론에 사로잡혔나?
그리고 박원순 유족도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문자란다.
여보세요!!
인권위가 이거 공개하면 2차가해라고 계속 거부하는 걸 정철승 변호사가 재판부 설득해서 어렵게 나온 자료예요.
이 자료 안 나왔으면 '완전범죄'로 끝날 뻔한 사건이었어.
좀 알고나 떠드세요.
이런 거 알아보기 귀찮으면 정치권 언저리에 붙어서 개싸움이나 하든가.
무슨 말 해야할 지 몰라서 어쩔 줄 모르는 김종대도 안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