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4일
아침 8시 45분에 shark & ray feeding 투어에 합류했다.
(하루전에 리조트 액티비티 데스크에서 신청해야합니다. 1인당 8000프랑)
상어와 가오리에게 먹이를 준다니, 언뜻 듣기에 넘 혐오스러워서 안할 생각이었는데 리조트에서 만난 사람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이 투어는 꼭 해야된다고 강추하길래 신청했었다.
결과적으로 비싸지만 하나도 돈 아까운 선택이었다.
하얀 배에 8쌍의 커플들이 타고 (신기하게도 모두 커플이었다) 3명의 가이드들과 함께 바다로 출발. 가이드들이 모두 활발하고 재밌는 사람들이라 내내 즐거웠다. 대표 가이드가 비디오 카메라를 들고 우리를 계속 찍었는데, 모두 커플이니까 돌아가면서 억지로 뽀뽀하게 하질않나.. 그러면서 서먹하던 분위기가 다 풀어지고,
첫번째 포인트에 도착해서 배가 멈추자 가이드들이 먼저 물에 뛰어들어 안전줄을 치고 먹이를 물에 던져 가오리들을 유인한후 우리더러 들어오라고 했다. 내가 제일 먼저 물에 뛰어들어 줄을 잡고 헤엄쳐서 스노클링 마스크를 쓰고 물속을 들여다봤는데 이건 완전 별천지였다. 수십마리의 가오리와 상어, 열대어들이 떼를 지어 내 주변을 감싸 헤엄치는데 바닷물이 생수처럼 맑다는것도 믿기지가 않고 내 코앞에 이런 신기한 것들이 지나가고 있다는것도 믿기지가 않고 도무지가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다. 감탄의 연속.
(한국에서 사간 1회용 수중카메라로 찍은 사진입니다.
왼쪽에 있는사람이 신랑이고 오른쪽에 가이드가 비디오를 찍고 있지요.
이렇게 눈앞으로 상어와 가오리들이 마구 헤엄쳐다닙니다.)
얼마나 거기서 놀았는지 시간감각을 상실한채 다시 배에 올라타라는 가이드를 따라 배로 가는데 가이드가 문어를 한마리 잡아서 사람들 몸 여기저기에 붙였다. 내 차례가 되니까 내 배에다 문어를 붙였는데 어찌나 세게 달라붙던지 빨판 자국이 그대로 남았다. 내가 소리를 질러대니까 가이드가 엄청 웃는다.
다음 포인트로 이동. 이동중 심심하지 않게 현지인 가이드가 기타를 꺼내 자기네나라 말로 신나는 노래를 연주하며 불렀다.
두번째 포인트는 6m쯤 되는 바다인데 산호초가 많아서 스노클링하기 좋은 곳이었다. 가이드들이 먼저 들어가 헤엄치며 먹이로 고기들을 불러모으고 우리는 가이드 주변에서 헤엄치며 물고기와 노는데 고기들이 나도 먹이를 주는줄알고 내 손가락을 쪼아댄다. 찌릿찌릿한게 겁나면서도 기분 좋았다. 떼로 몰려드는 열대어들이 신기해서 이리저리 수영하며 다녔더니 가이드가 "where is your husband?"라고 묻는다. 그러고보니 다른 사람들은 커플끼리 손잡고 살살 다니는데 나는 신랑 버려놓고 나몰라라 여기저기 마구 헤엄쳐다녔다. 내가 수영을 좀 잘하니까 가이드가 날더러 따라오라고 손짓하며 더 먼 곳으로 데려가 더 신기한 것들도 손가락질해서 보여주고 바닥에서 주은 조개 껍질도 손에 쥐어주었다.
한참 또 거기서 놀다가 다시 배를 타고 이번에는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은 곳으로 갔다. 물이 깊어 새파랗고, 우리가 온걸 보고 미리 몰려든 상어떼의 지느러미가 배 주변을 멤도니까 사람들이 거의다 파랗게 질려서 물에 못들어가고 벌벌 떤다.
이 상황에서 용감한 나는 겁도 없이 혼자 풍덩 물에 뛰어들었다. 가이드가 날더러 "see you tomorrow~"하며 배를 돌리는척 장난을 쳤다. 물속을 들여다보니 내 몸집만한 상어 수십마리가 바로 코앞에서 마구 왔다갔다한다. 죠스의 한장면이 따로 없구나. 내가 스노클링 마스크 쓴채로 꺅꺅 소리를 질러댔더니 배에 남아있던 나머지 사람들이 더 못들어오고 망설이고 신랑은 나한테 조심하라고 난리가 났다. 그러다가 나머지 사람들도 한두명씩 용기를 내서 물에 들어왔고 우리는 잔뜩 겁먹고 배에 딱 붙어서 코앞에 몰려다니는 상어떼를 구경했다. 무섭긴했지만 상어들은 가이드가 던져주는 먹이에만 신경을 쓰지 사람들에게는 도무지가 관심조차 없어보였다. 어쨋거나 정말 스릴 넘치고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다시 배에 탔더니 과일쥬스를 한잔씩 나누어준다. 보라보라 섬을 한바퀴 돌아 다시 리조트로 돌아가는데, 가이드는 다른 리조트가 보일때마다 무슨 리조트인지 가르쳐주었다. 보라보라에는 10여개의 리조트가 있는데, 우리 리조트보다 더 시설이 좋은 리조트도 있지만 여기저기 둘러보니 주변경치는 우리 리조트가 최고인것 같았다. le meridien으로 선택하길 참 잘했다고 생각했다.
투어가 끝나고 다시 리조트로 돌아올때쯤 가이드가 오늘 찍은 비디오를 DVD로 제작할테니 사라고한다. 그런데 가격이 무려 13000프랑. 완전 어이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커플빼고 다 샀다. 물론 우리도 샀다. 너무너무 비싸지만 도저히 안살수가 없었다. 우리가 물속에서 상어랑 가오리랑 열대어랑 수영하는걸 꼼꼼히 찍은 DVD인데, 평생 다시 못할 이 경험의 기록을 안살수가 없지않은가.
리조트로 돌아왔더니 엄청 피곤했다. beach bar에서 대충 점심을 먹고 쉬다보니 뉴질랜드행 비행기에서 만났던 얄리님 커플이 도착했다.
(리조트에서 노는 거북이를 붙잡은 신랑. 거북이가 무진장 싫어합니다)
함께 리조트 해변에서 놀다가 저녁때는 같이 본섬에 있는 kaina hut 레스토랑에 가서 밥을 먹었다. 오랜만에 한국말을 할수있는 사람들이 생기니 할말도 많고 무척 반가웠다.
방으로 돌아와서 아까 구입한 DVD를 리셉션에서 찾아 방에 있는 DVD 플레이어로 봤는데 화질 짱! 비쌌지만 역시 사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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