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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금정산(802m)을 가다.
글 쓴 이 都 寅 高 枓 永
12월25일, 묘시(卯時)에 일어나니 하늘에는 지다남은 별들이 촘촘히 빛나고, 날씨는 매섭게 차고 바람도 세차게 분다.
오늘 산행은 성탄절과 겹쳐서인지 동참인원이 그리 많지 않으시다.(34명) 차례 차례 인사를 드리니 남산님들보다 일반 회원님들이 훨씬 더 많으시다.
신묘년(辛卯年)도 이제 며칠남지 않았제... 올해로 꼭 16년이나 함께했던 산우(山友)들이 요즘따라 자꾸만 낯설게 느껴지시니... 세월탓인가, 내탓인가...! 아리송 합니다 그려!
용계동에서 55번 ‘부산대구고속도’를 타고 40여 분을 달려 청도 휴게소에서 간단히 조반을 들고는 줄곧 내달리니, 다가오는 山川들은 을씨년 스럽기도 하여서... 앙상한 나목(裸木)에 속살을 드러내어 대자연 본연의 모습이 선명하게 다가옵니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전방(前方)을 응시(凝視)하노라니...차는 어느덧 삼랑진 부근을 달리는데, 청도 부근의 동창천과 밀양강이 합수(合水)하여 다시 낙동강물에 합류(合流)하니... 수량(水量)도 풍부하고 부근의 평야도 예사롭지 않도다!
낙동강변에는 아직도 ‘4대강개발 준설사업’이 한창이며, 모래밭을 부지런히 오가는 덤프터럭은 성냥갑마냥 조그마하게 보인다! 강하구로 나려갈수록 평야는 넓어서 풍요롭게 느껴지며, 강나루 건너서 옹기종기 마을과 산천의 풍광들은 한폭의 그림같으다!
물금(勿禁)에서 다시 양산(梁山)을 지나 금정구(金井區) 출발기점(금강공원)에 이르니... 시계는 9시 30분을 조금 지나 있다. 공원입구는 깨끗하게 정돈되어 도심공원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출입문은 거대한 씨멘트로 지어져서 기와지붕으로 단장되어 있으며, 가운데 “금강공원(金剛公園)”이라고 대문짝만하게 새겨져 있다. 글씨는 획에 힘이 넘치고 활달하여 대장부의 기개가 넘쳐난다!
출발기점이 원래 계획했던 동문과는 상당한 거리차이가 있어, 금정산 북문에서 범어사로 하산하기로 하면서 그대로 진행을 계속한다. 공원내 등산로는 잘 정비되어 있어 진행이 순조롭다.
우거진 소나무 숲들이 일품이고, 그중에는 아람드리 거목들도 역사를 간직한채 자리매김하고 있다! 갈림길에는 황토방으로 지어진 두 세채의 집들이 정겹게 느껴지고, 어떤곳에는 소규모 놀이공원도 보인다.
동문 방향으로 10여 분을 오르니 좌측 숲속에는 “임진동래의총(壬辰東萊義塚)”이라는 입석비(立石碑)가 보인다.
선조 25년(1592) 음력 4월 13일 오후 5시 왜군들은 부산앞바다에 나타나 증산(甑山:지금의 동구 좌천동 금성고등학교 뒷산)아래 있던 ‘부산진성’을 공격해 왔으며, 이때 부산진첨사 정발장군이 죽기를 각오하고 대항했으나 성은 무너졌다.
이후 왜군들은 ‘동래읍성’으로 진격해 “싸우려거든 싸우고 그렇지 않으면 우리에게 길을 비켜달라”고 했으나, 동래부사 송상현은 “싸워 죽는 것은 쉬우나 길을 빌려 주기는 어렵다”며 휘하 군, 관, 민이 합동하여 항쟁하다 끝내 순절하셨으니... 당시에 희생하신 유해들을 발굴하여 이곳에 안장하였다고 하신다. 거룩한 님들이 잠드신곳을 향해 선채로 묵념하고, 앞서가는 남산님들을 뒤따라 오름니다.
다시 동문 방향의 이정표를 따라 30여 분을 오르니 여러곳에서 암자와 사찰들이 보이고, 초하루라 그런지 목탁소리와 독경(讀經)소리가 고요한 산중의 정적(靜寂)을 깨뜨림니다.
얼마를 올랐을까! 등산로에는 갈비(솔가리)가 자욱 자욱 깔려서 발밑에 촉감도 예사롭지 않다. 오를수록 시야는 넓어져서... 8부 능선쯤에서는 전망이 일시에 확트이고, 동편으로는 금정구(金井區) 일대의 도심마을이 아파트로 빽빽이 들어서 있어... 보기만 하여도 숨이 턱턱 막힌다!
오늘도 디카맨 황회장님, 김해진님, 취산님은 사진촬영에 여념이 없으시고, 그 밖에도 행복님, 공주님, 오랜지님, 바오로님, 벽송님 등의 번개팀에서도 기념촬영에 여념이 없으시다! 등산로 중간 중간에는 기이한 소나무가 있어 꼭 뫼산자(山) 모양이라! 하도 신기해서 번개팀 모두에게 기념촬영을 해드리고 다시 오름니다.
근 1시간 여를 올라 금강공원 케이블카 종점 부근에서 상계봉쪽과 동문쪽 방향으로 갈라서니... 바람은 한층더 거세게 불어친다! 모두들 마스크와 방한모 귀가리개 등으로 무장하시니... 얼굴을 식별하기조차 쉽지않다!
노익장 서부장님은 아휴~ 아휴~ 하시면서도 잘도 걸으시고, 후미에 황회장님은 상계봉쪽 남문으로 잘못들었다면서... 연방 연방 무전기로 연락이 온다! 박대장님과 상이하여서 선두와 후미의 간격을 좀더 좁히자면서 양지바른 적당한 곳에서 가져온 과일이며 떡을 나눠드시니... 한결 힘이솟는다.
추워도 먹어야제...! 그래야 산다카이~! 부산기온은 비교적 따뜻한 편인데도 바람이 세차게 불어서 체감온도가 많이도 낮게 느껴진다!
동문으로 가는 중간 중간에는 망루(望樓)가 있어 기념촬영을 하고 잠시 안내판을 보니... 부산에는 금정산성을 비롯해서 동래일대의 동래읍성, 기장읍 부근의 기장읍성, 수영구의 좌수영성, 동구 범일동의 부산진지성, 다대포의 다대진영성, 부산진구 당감동 일대의 동평현성, 연제구 연산동의 배산성, 강서구 천성동의 천성진성 등이 있는데 이 가운데 금정산성이 가장 규모가 커서 성곽의 길이가 17Km이며, 넓이는 8,213제곱미터나 되며, 오늘날의 축성 형태를 갖추게 된 것은 조선 숙종 29년(1703)때 동래부사 박태환이 둘레 9,011보, 높이 15척에 동서남북 사방에 성문이 있는 산성을 쌓게 되었다 한다.
동문부근에 이르니... 산성보수공사(山城補修工事)가 한창이다. 중무장을 한 석공(石工)들이 추운날씨에도 아랑곳없이 열심히 돌을 쪼는 모습을 뵈니... 그만 추위가 싹 가신다! 춥다고 호들갑을 떠는 것이 얼마나 사치(奢侈)스런 넉두리인가를 깨달으면서... 조용히 소리없이 진행한다!
얼마를 걸었을까? 시장끼도 더하여서, 의상봉 근처의 양지바른 곳에서 여러팀으로 삼삼오오 나누어 앉아서 가져온 도시락으로 점심을 들고는 서둘러 진행을 합니다!
오르락 내리락 여러고개를 넘고 넘어서 원효봉(元曉峰) 근처에 이르니, 산성 주위는 광활하게 확트여서 암봉(巖峰)과 도시마을이 함께 어우러지니... 또다른 풍광이 연출된다! 잠시 뒤돌아 보니... 저만큼 금성동(金城洞) 산성마을이 옹기종기 정겨웁게 다가온다!
성곽(城郭)은 거의가 보수를 마쳐서 말끔하게 단장되어 있고, 보호철책을 쳐놓아 접근 금지다!
황회장님과 취산님, 또다른 일반회원님, 진예영님과 그 친구분(부산서 합류함), 윤진석님 등 이 서로 번갈아 가면서 기념촬영을 해드리고 잠시 북문 방향을 바라보니, 저만큼 지근한 거리에 고당봉(姑堂峰 802m) 정상이 우뚝하고 장엄하도다!
1996년 1월 28일, 넷째 일요일에 고당봉 아래서 남산창립 시산제를 모신 기억이 아련히 떠 오름니다! 필자를 비롯하여 고(故) 임광하님, 고(故) 정명돌님, 염종우님, 최연식님 등 이 모여 축문을 읽고 제(祭)를 올렸던 일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벌써 16년이란 세월이 지났구료! 세월은 무정하여서 그 님들은 다 어디가시고 나만 홀로 남았는가!
올적에도 홀로요 갈 때 또한 혼자 이리라
어느 장사가 있어 오는 백발을 막을쏜가
만물은 생노병사 를 벗어날 수 없으니...
아~ 애닲다 어이하리 우리네 인생사여!
먼저가신 님들에게 묵념을 올리면서... 무거운 발걸음으로 북문쪽을 향합니다. 장대에 매달린 깃발을 보면서 잠시 주위를 조망합니다.
금정산은 낙동정맥의 거의 끝지점에 위치하는데... 강원도 태백산 부근의 매봉산에서 갈라져 나온 한 줄기가 응봉산, 백암산, 내연산, 영남의 알프스산 부근을 거쳐 천성산을 지나 이곳 금정산에 이르고, 다시 상계봉 방향으로 뻗어나려 구덕산을 지나 몰운대에서 그맥을 바다에 떨구고 있으니... 이름하여 낙동정맥이라 한다.
금정산은 부산의 진산(鎭山)이요, 그 정기(精氣) 또한 뛰어나서 오고간 인걸(人傑)들도 많으시다. 김영삼 전대통령, 고 노무현 대통령, 해운대의 진제스님(조계종 종정추대), 박태준 포철회장, 조용기 목사, 우장춘 박사(씨없는 수박),이원수선생 등 이루 다 말할 수 없슴니다 그려!
간단한 기념촬영을 마치고 다시 북문(北門)을 지나서 범어사(梵魚寺)방향으로 하산합니다. 하산길은 비교적 조용하여 진행이 훨씬 수월하고, 가끔씩은 가족단위로 등산하는 분들도 보인다.
등산로 왼쪽으로는 돌너덜이 끝없이 이어지고, 어떤 바위는 평평하기가 어찌나 큰지 4~50여명은 느끈히 앉을 수 있겠으며, 금강암(金剛菴) 근처에는 ‘디딜방아’ 모양의 거대한 바위가 누워있어 신비감 마져든다!
범어사(梵魚寺) 경내에 도착하니 초하루라 그런지 신도분들과 등산객이 함께 어울어져 온도량에 넘쳐남니다. 여러계단을 올라 대웅전에 들어서 참배를 마치고 잠시 안내판을 보니... 범어사 창건이 신라 흥덕왕 10년(835)에 의상대사가 창건하셨다고 기록되어 있다.
의상대사는 702년에 입적(入寂) 하였는데, 시차가 130여 년이나 있으니 기록에 오류인 듯 하고, 아마도 의상스님이 당나라에서 귀국한 뒤인 문무왕 18년(678)경에 창건된 것을 835년에 중창한 것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짐작컨대 범어사(梵魚寺)는 남방불교의 영향을 받아 창건되었다가, 가야(AD42~530)가 신라에 병합되면서 신라불교의 영향을 받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며, 수로왕릉 정문에는 쌍어(雙魚:물고기두마리) 문양이 새겨져 있는데... “가야”라는 말은 고대 인도어인 드라비아어로 그 뜻이 모두 물고기라는 뜻이라 한다.
그 예로서 김해 신어산(神魚山), 밀양 만어산(萬魚山)의 만어사(萬魚寺) 등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으며, 이는 모두가 가야문화권에 속해 있는곳이다.
주산은 금정산으로 웅장하고도 장엄하며, 백호보다는 청룡이 잘 발달하여 포근히 감싸주고, 안산(案山)과 조산(朝山)은 겹겹이 쌓여 있어 천하 명당이다!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도량내에는 문화재도 많아서... 대웅전은 정면 3칸, 측면3칸의 다포식 맞배지붕으로 보물 제434호로 지정돼 있고, 마당에 3층 석탑은 창건당시에 석탑으로 추정되며 보물 제250호로 지정돼있다.
그 밖에도 천왕문, 일주문, 불이문, 미륵전, 지장전, 산령각, 종각, 심검당, 명부전, 관음전 등 끝이 없는데... 보제루는 화재로 소실되어 지금 복원계획중에 있다. 경내를 한바퀴 휘~ 돌아 일주문밖으로 나려오니, 선찰대본산(禪刹大本山)과 금정산범어사(金井山梵魚寺)라는 현판이 일주문에 좌우로 걸려있다.
일주문은 여느곳에서 볼 수 없는 특별한 건축 구조이다! 굵은 돌기둥 넷에다가 배흘림으로 다듬어져서 편안하고 부드러운 감을 주고 있으며, 그 위로 짧은 나무기둥을 얹고, 다시 그위에 창방과 평방 그리고 공포를 짜올린뒤 맞배지붕의 양식이다.
간단한 기념촬영을 마치고 범어사 부도(浮屠)밭을 찾아보니 쉽지않다. 겨우 겨우 스님에게 여쭤봐서 우측 오솔길로 걸어드니... 고즈넉한 곳에 일렬로 늘어서서 천지(天地)의 기운을 머금은채 천년의 침묵(沈黙)속에 잠들어 계신다!
대부분 석종형(石鐘形)으로 모셔져 있고, 영겁(永劫)의 세월속에 푸른이끼가 서려있어 누구의 부도인지 짐작키 어렵슴니다. 주위는 나무숲이 너무도 많이 우거져서 햇볕이 잘들지 않는 것이 아쉽슴니다.
선채로 예(禮)를 드리고 오솔길로 나려오니... 주위는 잎떨어진 등(藤)나무 넝쿨이 아람드리 나무들을 휘~ 휘~ 감고있어, 5월에 등꽃이 필때면 참으로 장관(壯觀)이겠다는 생각이 든다!
안내판에 이곳 범어사 주변의 장관 가운데 하나로 “등운곡(藤雲谷)”에는 등나무가 약 450여 그루가 군락을 이루고 있으며, 수령(樹齡)이 100년 이상 되었다고 하는데... 천년기념물 제176호로 지정되어 있다.
등나무 군락지를 빠져나와 개울가를 지나오니 작은 폭포수에 얼음이 얼어붙어 또다른 풍광을 연출하고 있으며, 그 옆으로 마른풀밭에 남산님들이 술좌석을 벌여놓고 계시다. 백두(흰머리) 이태만님, 고장석님, 정상조님 내외분 등이 약주를 드시면서 귀한술이라고 “딱 한잔만 하시란다!” 정성이 고마워서 한모금을 들이키니... 목이 쏴~아~ 하다! 이 독한술을 우째 마시노!
신묘년의 한해는 저물어 붉음으로 물들었는데
바램은 다 이루지 못하고 또 이렇게 저무는구나
미련도 아쉬움도 오늘 금정산에 다 놓아뿌리자
다가오는 임진년에는 남산님들 더욱 건강하소서!
단기 4344년 12월 25일
부산 금정산(金井山 802m)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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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고선생님 산행후기는 역사책을 방불케 할정도로 잘 적어주신것 같습니다~금정산에는 학창시절 소풍 장소로도 알려져 있었던 곳이기도 합니다~고선생님의 따뜻한 마음까지 잘 읽고 갑니다~수고 하셨습니다^^* 임진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박회장님의 고향이 참으로 아름다운 곳입니다. 그 곳에는 역사와 문화재가 어울어져서... 어린시절의 아름다운 꿈을 키우기에는 너무나 좋은곳입니다! 부족한 글 읽으시느라 고생했심더! 앞으로 더 좋은글 쓰도록 노력하겠으며, 내내 건강하세요!
금정산에 다시 온듯한 느낌이 많이 남니다.
생생하고 활기차며 옛날 이야기를 듣고 있고
역사를 다시 알수가 있으니 더 없이 좋은 산행 후기라 생각이 듭니다.
너무 많은 수고에 감사 함을 전 합니다.
산행 당일의 추억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겠는지요! 장문의 글 읽으시느라 수고 많으셨슴다! 늘 산악회 일로 수고 많으십니다. 감사합니다. 내내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