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글은 춘천에서 열린 제 31회 무궁화컵 단체전을 다녀와서 9월 20일에 개인홈에 쓴 글이다.
테니스코리아에 써서 올린 기사까지 덧붙여 옮겨본다.
*
거의 탈진할 것 같은 날이다. 잔잔한 음악이 치료제처럼 파고든다.
쥐 실험에 의하면 접촉과 부드러운 애무가
마취 없이 수술 할 정도의 진통제 역할을 한다고 한다. 애무호르몬인
옥시토신 때문이라고 한다.
무척 힘든 오늘밤, 잔잔하게 흐르는 연주곡 몇 곡이 평안하게 했다.
반신욕 물을 받아놓고 우연히 듣기 시작한 리듬이 좋아서 기운을 얻어 몇 자 적기 시작했다.
어찌 꼭 애무만이 옥시토신이 흐르게 하겠는가?
때로는 문자하나, 메일 한통에서도 그런 효과는 생길 것이다.
내가 피곤하고 힘들 때는 누군가 그 힘듦을 엿보고 이렇게 부드러운 음악 같은
잔잔한 글하나, 메시지 하나 보내줬으면 좋겠다.
내가 누군가가 힘들 때 힐러가 될 수 없듯이 누군가도 내가 힘들고 어려울 때를
정확하게 알아서 힐러 역할을 하기란 쉽지 않겠지만 가끔은 꿈같은 기대도 해 본다.
요 몇 일간 나는 정신없었다.
주말엔 서울시각구대항전에 출전과 취재 겸해서 하고, 월요일과 화요일은
춘천에서 열리는 여자연맹 단체전대회에 출전하고 또 취재까지 겸해 1박2일 동안 보내고 그 다음달
꼭두새벽에 선수들을 이끌고 홍성한우배를 다녀오는데 사투를 벌이며 견디다가 왔다.
물론 화곡 A조는 우승을 했으나 나는 파트너에게 지극히 미안하고 부끄러웠다.
유럽여행이라는 개인적인 사유로 테니스를 소홀하게 해 내 역할을 제대로 못해줬다는 결론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작년 수준만큼의 기량은 유지하도록 테니스를 해야겠다는 작심을 하게 했다.
그 미안함과 부끄러움의 두께는 매우 크다.
단체전 경기는 비가 내려서 한게임을 하고 두 시간 이상을 기다리다가 실내코트에서
두 번째 게임을 시작했다. 시간관계상 2대2에서 시작해 안산과 경기를 시작했는데
제대로 샷 하나를 쳐보지 못하고 그대로 지고 말았다.
그러나 세 번째 게임은 내놓으라하는 상위랭커
고옥란팀을 만나 보기 좋게 하프게임으로 이겨서 많은 사람들을 대리만족 시켰다.
파트너 서명애가 그 게임에서는 매우 특별하게 집중했다. 나야 보조역할만 했으나
아무튼 우승하기까지 나는 내 몫을 그래도 조금은 했다는 평이어서 천만다행이었다.
C조 경기는 기가 막혔다.
4강까지 올라가고 나니 밤 12시 반이었다.
하루에 경기를 끝내준다는 연맹 측 이야기를 듣고 춘천까지 갔으나
비가 내렸으니 불가항력이겠으나 주부들을 밤 열두시가 넘도록
경기를 하게 하다니.. 기가막힐 일정이다.
원래 1박2일 예정하고 갔던 C조 선수들은 하루를 더 유해야 할 상황이 되었다.
저녁도 굶고 게임이 끝나고 나서 그때서야 순대국밥 집으로 가서 저녁을 먹고
숙소 잡아 들어가니 새벽 세시,
답답해서 잠을 잘 수가 없어 다섯 시에 눈을 떠서 아침에 한 시간정도 조깅을 했다.
그리고 사우나탕을 다녀왔으나 피곤한 아우들은 그때까지 출발할 채비를 하지 않고 있었다.
얼마나 피곤했겠는가!
북어국 한 그릇씩 먹이고 오후 두시부터 하는 4강 경기장에 도착,
상대방은 동그라미 팀이었느데 게임에 지고 말았다.
아니 기가 막히게 졌다. 어찌나 응원을 했는지 1대2로 지는 게임이 종료되자 다리가 후들거렸고
맥이 빠지는데 한 발도 걸을 수가 없었다.
2% 부족이라는것이 어떤것인지를 실감한 날이다.
될듯 될듯 하면서도 안되는것. 그것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2%의 부족이다.
멘탈이 되었든 체력이 되었든 기본기가 되었든 우리 C조 선수들은 그냥 운이없어 졌다고
말하기보다는 더도 덜도 아닌 딱,2%의 부족이었다.
스스로 부족하다는것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으니 작년 8강에서 올해 4강, 내년에는
우승해서 B조로 올라갈 수 있을 가능성에 기대여 보면서 아우들과 나 자신 모두
스스로를 위로한 날이었다.
2박3일간 가족들을 버리고 화곡의 명예를 위해 애쓴 아우들을 위해 저녁을 닭갈비집에서
모두 모였다. 그리고 건배도 하고 져서 풀이 죽은 아우들을 위해 나도 좀 얼근하게 몇 잔을 했다.
양 이틀간 김옥선 부회장이 인삼차를 끓여와 선수들에게 대접했다. 고맙기 그지없었다.
춘천서 출발해서 정랑이 차에 편승해서 집 도착하니 밤 10시 넘었으니
다음날 있을 홍성한우배에 참가할 선수들을 위해 먹을 찰 밥 지을 준비를 해 놓고서는
대충 자다 일어나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음날 홍성으로 또 출발
그리고 종일 취재하고 아우들 응원하고 돌아온 시간이 밤 열한시...
홍성회장이 직접 가져온 돼지고기 30근에 부담을 느껴 참가할 선수들 조달하느라고 무진장 힘든 시간을 보냈다.
화곡에서 네명, 동네식구들 세명에 한 사람 부족해서 유선생까지 결근시켜 8명을 채워 홍성대회에 갔으니
그마나 체면을 세울수 있었다.
어려울때 마음을 읽을 줄 알고 동조를 해 줄줄 알고 도움을 주는 사람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나는 이번 홍성한우배의 개나리부 참가를 권유하면서 또한번 깨닫게 되었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을 어쩌면 내 스스로 만들어 짐을 지는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홍성회장이 직접 찾아오겠다는데 그 성의를 거절할 수가 없었고
회원들 맛있는 돼지고기 먹이겠다는 생각에 그외에 벌어질 일에 대해서는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했던 것이다. 얼마나 혹독하게 마음고생을 했는지 앞으로는 소갈비가 30인분
온다해도 고개를 돌리지 않을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모든것은 흘러간다더니 지금은 또다시 잔잔한 일상이 되었다.
춘천에서 고생했던 아우들, 특히 2박3일을 보낸 아우들에게도 고마움을 보내고
밤 12시 반까지 아우들 응원한다고 저녁도 못 먹고 그냥 서울로 출발했던
A조 선수및 응원단들에게 심심한 감사를 보낸다.
춘천 단체전에 찬조해 준 내용
목영자형님 20만원
김지나형님 20만원
정재교형님 10만원
홍성돼지고기 남은것 판돈 24만원
블루베리판돈30만원 합계 104만원
그외
탁영란씨 아는분이 화곡선수들 점심 쏘가리매운탕 16인분 사주심
한광호소장님께서 중국출장중임에도 화곡 아우들 저녁사주심
김도윤님께서 닭갈비 8박스 찬조하여 C조 선수들에게 선물함
지출은 회계가 잘 알아서 정리할것으로 보고
도움주신 여러분들께 심심한 고마움을 기록해 놓는다.
A조 참가선수- 서명애 김하정 송선순 탁영란 이병숙 주연화
C조 선수- 박정랑 배슬아 서현숙 정홍림 방선정 김여희
한인경 김선영 문희 배진희 함수진 장금자
이번은 처음으로 상금으로 상품을 줘 일부 회에 기증하고 떡을 사고
일부는 각자 선수들에게 작은 돈이지만 배분을 했다.
우승-50만원, 3위는 20만원
아래는 테니스코리아에 올라간 기사
31년째 가을이면 열렸던 무궁화컵전국여자테니스대회가 올해는
정이 강물처럼 흐르는 도시, 춘천으로 옮겨 개최되었다.
의암호 앞에 있는 춘천송암국제 경기장 실내코트에서 열린 어머니부 개회식에는
이광재 춘천시장을 비롯하여 비중 있는 내빈들이 참석하였다.
배준영 여자연맹회장은 "공기 맑은 호반의 도시로 초청해 주신 춘천시 이광재 회장을
비롯한 관계자 여러분들께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가능하면 매 년 아름다운 춘천에서
이 대회를 개최하고 싶다"며 무궁화컵이 국내 여자대회로는 가장 규모가 큰 대회임을 시사했다.
이광재 춘천시장은 "테니스의 메카답게 2009년
송암국제 경기장이 건립된 이후 많은 경기들을 유치하고 있다. 특히 이번 제31회
무궁화컵대회를 유치할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하고
30만 춘천시민과 함께 진심으로 여러분들을 환영한다"며 경기장 주변의 청정 산림욕장과
숲속 연못에서 자라고 있는 물고기낚시를 언제든지 해도 좋다는 여담까지 곁들였다.
처음으로 지방원정경기를 한 이번 대회는 날씨가 도움을 주지 않아
많은 어려운 사연들을 낳게 되었다. 모두 흰 옷을 입고 소속된 클럽의 대표로 출전한
어머니 선수들은 갑작스럽게 기온이 떨어지자 자동차속에 있던 비상 장갑과
숄을 꺼내고 두터운 파카까지 무장하고 있는 모습들이 대부분이었다.
그칠 것 같은 비는 오후까지 계속 내려 대회본부측은 급기야 각 클럽 회장단 회의를 거쳐
2대2부터 예선경기를 진행했으나 게임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밤 열시를 넘어 A조와 B조는 당일로 경기가 종료되었으나 참가팀수가 많았던 C조의 경우는
밤 12시 넘어서야 8강 경기를 마쳐 다음날 오후 2시부터 열린다는 4강 경기에 참석하기 위해
집으로 귀가하지 못하고 2박 3일간을 춘천에서 보낸 팀들도 있었다.
개인전이라면 이미 포기하고 말았을 그런 상황임에도 단체,
소속된 클럽의 명예와 책임감 때문에 젊은 선수들은 잠시 가정도 잊고
단체전에 몰입해야 하는 그 상황에 울 수도 웃을 수도 없는 현실적인 문제점들이
숙제로 남았다.
여자연맹 단체전은 실력이 좋다해서 무작정 A조로 출전할 수가 없다.
C조에서 결승에 올라야 B조에 오르고 B조에서 우승을 해야만 다음해에 A조에
올라갈 수 있도록 엄격한 규제를 두고 있다.
이번 연맹 단체전에 처녀 출전해서 단번에 C조 우승을 한 팀이 있어 이목이 집중되었다.
춘천의 화목클럽이다. 서로 화목하게 잘 지내자는 뜻을 가진 화목 클럽은 총 34명의 회원으로
창단한지 10년째 되었다. 매일 춘천의 호반테니스장에서 모여 갈고 닦은 기량으로
주변을 깜짝 놀라게 했다. 춘천화목클럽의 김유정 회장은
"그간 이렇게 큰 대회가 있는 줄을 몰랐다. 마침 춘천에서 열려 총 세 팀이 C조에 출전했는데
16강, 8강,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팀 선수 6명은 회장 임의대로 선발했는데
비슷한 실력끼리 페어를 하여 수월하게 우승을 하니 더욱 만족스럽다.
중간 중간 B조 선수들과 A조 선수들의 경기를 지켜보다 깜짝 놀랐다. 프로 선수들 못지않은
대단한 실력들이었다"며 내년부터 꼭 단체전에 참석해서 한 수 지도를 받겠다는 뜻을 비췄다.
C조에서 우승한 화목클럽은 드디어 내년부터는 B조 단체전에 뛸 수 있다.
A조는 가장 실력이 뛰어난 팀인 만큼 어느 클럽에서 우승을 차지하는지
테니스 인이라면 누구나 초미의 관심을 갖는 부분이다. 36년의 오래된 역사만큼이나
숙성되고 다듬어진 실력을 갖춘 화곡어머니클럽에서 또다시 A조 우승을 차지했다.
화곡어머니클럽은 풀잎과 안산어머니클럽등 쟁쟁한 팀끼리
같은 예선박스 있어 예탈 위기에 놓여 있었다. 천신만고 끝에 강호 풀잎클럽을
제치고 어렵게 조2위로 본선에 올랐다. 결승에서 한 팀이 근육경련으로 쓰러졌으나
결국 위기를 잘 극복하여 영광의 자리에 서게 되었다.
모처럼 우승 상품을 두둑한 현금으로 시상한 이번 여자연맹 대회는
이동경비에 보탬을 주기 위해 참가비도 반만 받고 많은 특혜를 주었다.
그러나 거리상의 부담인지 서울근교에서 열었을 때보다는 참가자수는 적었으나
클럽의 우승을 향한 열기는 여전히 뜨거웠다.
밤늦도록 경기를 진행한 본부 측이나 참가한 어머니 선수 여러분들의 노고의 갈채를
보낼만한 대회였다.
대회결과
A조
우승-화곡어머니클럽 준우승-등마루 3위-안산어머니, 동그라미
B조
우승-용마 준우승-상계화목 3위-BJM, 분당다크호스
C조
우승-춘천화목 준우승-동그라미 3위-화곡, 여명
첫댓글 탁영란씨 옆에 있는 부부가 쏘가리탕 사주신분들이다. 그 뿐만이 아니라 이 분들은 마지막까지 우리를 가이드해주었다. 새벽1시가 되어 음식점까지 안내하고 대단히 친철하게 보살핀 분들이다.
그 아래 사진은 밤 열두시반까지 응원하고 있는 화곡의 아우들 표정이다.
위 사진 케잌놓고 찍은 단체사진은 방선정이 개나리부에서 우승하여 국화부에 올라가 파티를 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