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이비드 바치는 북유럽 출신의 등반가이자 탐험가로, 전 세계에서 가장 험난한 산악지대와 오지를 찾아 떠나는 전문 산악인입니다. 지난 1월 그는 PFC없는 아웃도어 장비만으로도 충분히 대자연을 탐험하고 등반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탐험 후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제가 처음 그린피스에 유해화학물질 PFC(과불화화합물)가 전혀 들어있지 않은 의복과 장비만을 착용하고 험준한 지형과 척박한 기후로 유명한 파타고니아를 등반하겠다고(그것도 가장 힘든 경로를 따라) 제안했을 때, 사실 저 스스로도 의심을 품고 있었습니다.(참고: “파타고니아”는 안데스 산맥을 경계로 아르헨티나와 칠레에 걸쳐있는 남아메리카 대륙 최남단의 영토로, 전 세계의 등반가들이 선망의 대상으로 삼으며 찾는 곳입니다. 이 곳은 영국의 탐험가 에릭 십턴(Eric Shipton)이 ‘폭풍우의 대지’라 불렀을 정도로 고원의 거센 바람으로 유명합니다.)
“과연 이 장비들이 고어텍스만큼 기능이 좋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원정 내내 제가 착용했던 PFC-Free 장비들은 굉장히 만족스러운 기능을 발휘했습니다.
그럼 이번 원정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부터 이야기해 볼까요?
저와 제 등반 파트너는 지난 3주 동안 수시로 일기예보를 확인했습니다. 12월 내내 등반하기엔 너무도 척박한 날씨가 이어졌고, 1월 3일부터 7일, 4일간 잠시 좋아진 날씨를 틈타 마침내 등반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강한 바람을 맞으며 라구나 토레(Laguna Torre)와 니포니노(Niponino) 베이스캠프를 향해 떠났습니다. 하지만 빙하를 뚫고 6시간을 하이킹한 후 결국 휴식을 취하기 위해 잠시 멈춰야 했습니다. 이곳 파타고니아에서는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까지의 이동거리가 매우 멀고, 산의 초입에 다다르기 까지만 무려 20km 이상을 걸어야 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따라서 사나운 날씨에도 버틸 수 있는 튼튼한 하이킹 장비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니포니노 베이스캠프에 도착한 우리는 다시 장비를 단단히 챙긴 후, 자정이 되어서야 세로 토레(Cerro Torre; 해발 3,102m) 서쪽 면 기슭에서 등반을 시작했습니다. 거대한 빙하의 골을 따라 힘겹게 발걸음을 옮겨 콜 스탠드하트(Col Standhart)를 지났고, 그곳으로부터 1,200 미터를 더 가, 이번 세로 토레 원정을 위해 선택한 등반로의 시작점 씨르코 데 로스 알타레스(Circo De los Altares)에 도달했습니다. 등반 15시간이 지난 후 도착한 콜 데 라 스페란자(Col de La Speranza)에서는 눈동굴을 만들어 얼어 있던 몸과 마실 물을 녹이며 안전하게 휴식을 취했습니다.
“그린피스로부터 빌린 PFC-Free 장비(영국 브랜드 제품)는
전혀 문제없이 훌륭한 방한, 방수 기능을 발휘해주었고,
이 때문에 따뜻하게 체온을 유지한 채로
즐겁게 등반을 지속할 수 있었습니다.”
1월 5일 아침이 시작됐을 때 우리는 세로 토레 서쪽 면에서850m 가량을 올라갔습니다. 엄청난 눈더미와 얼음덩이는 등반을 어렵게 하는 큰 장애물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1974년, 이탈리아의 한 원정대가 이미 이 장애물을 뚫고 등반에 성공했고, 우리도 같은 등반로를 따라 얼음과 눈으로 굴곡진 길을 따라간 결과 마침내 세로 토레의 마지막 50 미터를 남겨둔 지점에 도달했습니다. 엄청나게 가파른 지형과 뒤덮인 눈서리로 유명한 바로 그 지점에 말이죠. 이곳은 불규칙 적인 눈 상태와 거의 수직에 가까운 경사로 인해 50미터를 오르는데만 무려 5시간이 걸릴 수 있는 험난한 지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는 얼음용 장비를 이용해 한 시간 동안 강풍을 뚫고 드디어 정상에 올랐습니다. 모든 등반가들의 꿈인 파타고니아 세로 토레의 정상에 말입니다! 저와 제 등반 파트너는 정상에서 기쁨을 한껏 만끽하고 휴식처로 마련해 두었던 눈동굴로 다시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20시간 가량이 걸려 돌아온 눈동굴에서 하룻밤의 휴식을 가졌습니다. 1월 6일, 우리는 14시간을 걸어 전세계에서 세번째로 큰 얼음 덩어리인 히엘로 콘티넨탈 (Hielo Continental)에 도착했고 그 근방에서 다시 밤을 보냈습니다. 1월7일에는 마침내 이번 원정의 마지막 목적지였던 엘 찰텐(El Chalten)에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이번 원정 내내 유해물질 PFC가 전혀 포함되지 않은 의복과 장비만을 착용한 채 완벽하게 등반에 성공한 사실에 매우 큰 기쁨을 느낍니다. 대자연은 모든 인류의 고향이며, 우리의 삶의 터전이자 놀이터입니다. 저는 등반가로서 자연을 보존하고 지켜야 할 의무를 느낍니다.”
이번 등반을 가능하게 한 그린피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아웃도어 의류와 장비에서 유해물질 PFC가 사라지는 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글: 데이비드 바치(David Bacci) / 전문 산악인 davidbacci.exposure.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