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41회 비행
- 2012년 하계 원정 비행 첫째날 -
평소 조금씩 약속시간보다 늦게 오던 종진이도 1분당 천원이란 벌금 때문인지 먼길 간다는 설레임인지
약속시간 보다 10분이나 일찍인 7시 40분경에 집앞에 도착한다.
종진이 차로 모임 장소에 도착 해보니 다들 벌금 내기 싫은지 약속을 잘 지켜서 왔다.
오늘 부터 같이 출발해서 1박 2일 하는 참석 팀원들은 회장님, 교택부회장, 총무님, 재덕형님, 태만형님, 자천형님, 승복씨,
종진, 용석, 나, 상안, 상득, 돈현 이렇게 이상 13명이다.
이번 주 기상예보는 심히 좋지 않지만 어차피 비행도 비행이지만 일년에 한번 회원들과 어울리는 시간을 가진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 하기로 했기에 비행을 하는 것은 덤이라 생각하니 오히려 맘이 편안하다.
지리산 형제봉은 올봄 부산 대회 참석 차 내려 왔을 때 이륙장 구경만 해본 적이 있어서 처음은 아니고 오늘이 두 번째지만
그때도 바람이 너무 세고 배풍이 들어와서 침만 삼키며 아쉬운 발길을 돌렸던 적이 있었는데 오늘도 형제봉쪽 능선위에는
구름이 잔뜩 끼어 있는 것을 보니 비행하기는 영 글렀지 싶다.
형제봉에서 착륙장까지 거리가 워낙에 길고 중간에 불시착할 장소가 마땅치 않기에 비상 착륙장을 살 펴보려고 가는 중에
비도 부슬 부슬 내리고 길도 잘 못들어서 몇번이나 후진하고 다시 전진하고 그러기를 서너차례 이젠 피곤하기도 하고
배도 슬슬 고프고…
점심부터 먹기로 하고 악양면사무소 부근 식당에서 제육뽁음으로 점심을 맛있게 먹었다.
어차피 형제봉쪽 구름이 금방 벗겨질 것도 아니고 해서 숙소에 짐을 풀어 놓고 좀 쉬다가 이륙장에 올라 가기로 하고
식당 근처에 있는 황토팬션으로 들어 갔다.
한동에 거실 겸 주방, 방 2, 화장실로 이루어진 팬션인데 넓직 하니 좋았다.
일단 개인 물품을 팬션에 풀어 놓고 잠시 쉬다가 비행은 못하더라도 이륙장 구경이라도 가보자 하고 그나마 구름이 끼인
형제봉 보다는 구름이 벗겨진 구제봉 쪽이 비행할 확률이 높을 것이라 판단하고 구제봉으로 향했다.
하지만 구제봉으로 가는 중에 마을 초입에서 배풍이 강하게 들어 오는 것을 확인하고 구제봉이 배풍이면 형제봉은 정풍?
다시 차를 돌려 형제봉으로 향했다.
형제봉은 심술쟁이다.
오늘도 기어이 우리를 허락하지 않는가 보다.
구름이 잔뜩 긴것도 모자라 이곳에는 예상과 달리 배풍이다.
도대체 이곳의 바람방향은 어떻게 되는 건지 종잡을 수가 없다.
아쉽지만 또다시 사진만 몇장 찍고 아쉬운 발길을 돌렸다.
그렇다면 형제봉이 배풍이면 구제봉은 정풍일터 아랫쪽 바람과 윗쪽 바람은 다를수 있으니 안되면 이륙장 구경한셈 친다고
구제봉으로 가기로 했다.
우리팀이 형제봉에서 철수할 즈음 서울쪽에서 내려 왔다는 다른 팀원은 구름이 걷히길 좀 기다려 본단다.
구제봉으로 가는 도중 도로에 접어 들었을 때 소나기가 한차례 내린다. 비가 계속 내렸다면 아예 비행을 포기 했을 터인데
비도 내렸다 안내렸다 풍향이 이리 저리 바뀌는 것 처럼 갈팡 질팡 하게 만든다.
어쨋던 구제봉도 구경이라도 해볼요량으로 그대로 올라갔다.
구제봉 오르는 길은 구베가 너무 심하다.
형제봉보다 훨씬 더 가파른 거 같다.
차가 깔딱 깔딱 넘어갈 정도로 가파른 길을 올라 말로만 듣던 구제봉 이륙장에 도착했다.
비계와 임시 발판으로 좁은 이륙장을 넓혀 놓았는데 섬진강이 내려다보이는 풍광이 정말 멋지다.
풍광은 형제봉 보다 구제봉이 더 멋있는 거 같다.
하지만 이곳도 배풍이다.
바람만 정풍이라면 참 좋을 텐데...
배풍이라서 기체를 길에서 완전히 세운 후 절벽 같은 뒷쪽으로 뛰어야 하는데 고급자 아니면 상당히 심적 부담을 느낄만하다.
게다가 바람도 초속 4미터 대로 세다.
교택부회장이 회원들에게 나갈 자신 있음 나가도 좋지만 일단 이륙 실패하면 남은 사람들도 오늘 비행은 땡이란다.
사실 부담스럽다. 나혼자 이륙 실패해서 혼자 비행 못하는 것은 괜찮지만 나땜에 다른 사람들까지 비행을 못하고
민폐를 끼치게 된다면…
상득이가 더미로 먼저 나가고 열도 바람도 좋지 못하니 바로 능선 우측으로 돌아 섬진강변 착륙장으로 들어 간다.
뒤이어 돈현이 이륙
바람이 좀더 세지자 짧은 릿지를 하면서 고도를 이륙장 높이 보다 더 높게 잡아 제법 오래 버티면서 논다.
바람도 점점 세지고 바로 앞 능선에서 낮은 먹구름이 몰려 오는 것이 곧 소나기가 내릴 듯 한 기상이다.
자천형님 이륙 후에 좀 놀더니만 비 맞는다면서 착륙장 들어 가시고 뒤이어 종진이가 우여곡절 끝에 이륙하고 꽤 놀다가
내려 간다.
이제 회장님이 이륙하시려고 기체를 셋팅하는 중에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거 같고 남은 회원들 중에 더 이상
이곳에서 이륙할 만한 사람도 없고 하니 운영진에서 논의 끝에 가까운 다른 활공장으로 이동해서 먼길 왔으니만큼
초중급자들도 한 비행할 수 있도록 하자고 결론이 났나 보다.
일단은 구제봉에서 철수하기로 하고 내려 오는 중에 빗방울이 떨어지는데 회장님 이륙 안하시길 잘 하신 거 같다.
평사리 강변공원에서 비행한 회원들 픽업한 후, 현지팀들과 전화로 조언을 받아 오후 늦게 구례 광의면 지초봉이란 곳으로 갔다.
늦은 시간인데도 현지팀에서 우리를 배려했음인지 고맙게도 기다리고 있었다.
눈으로 보기에는 별로 높아 보이지 않는 곳이었지만 이륙장과 착륙장 표고차는 400미터 이상 나는 곳이라 한다.
열 좋을 때 이곳에서 이륙해서 노고단 까지 올라 간다는데 오늘은 아니다.
단점은 추수 이전에는 착륙장이 마땅히 없고 논한가운데로 난 2차선 도로가 착륙장이라 하는데, 다행히 도로 2/3 정도는
착륙장으로 사용하려고 일부러 전신주를 옮겼는지 전신주가 없다.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좌우 물댄논에 빠질 우려가 높아 그리 좋은 착륙조건은 아닌 거 같다.
차량이 이륙장 까지 올라 가지 않아서 10여분 정도를 기체 메고 올라 가야 했는데 숨이 찰 정도로 만만찮다.
산안개가 옅게 끼어 있었지만 곧 걷히고 바람은 이륙하기 무리 없을 정도로 살살 잘 올라 온다.
우리팀 현지팀 다들 이륙해서 나가고 내가 후순위로 활주로에 들어 섰는데 산줄 확인하는데 산줄이 얽혀 있다.
집에서 혼자 로고 붙인다고 꺼내 놓았다가 결국 로고 붙이지도 못하고 말아 먹기만 하고 그때 재포장 하면서 얽혔나 보다.
산줄 얽힌거 푸는 동안 뒤로 빠져서 다른 회원들 다 먼저 보내고 다시 이륙준비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 씩 바람 방향이 돌아 가더니 이젠 제법 심하게 측풍이 들어 온다.
기체 방향을 돌리기도 어중간하고 미안하기도 해서 그냥 세우고 돌아서 뛰는데 역시 기체 한쪽이 접히면서 압이 차지 않는다.
급하게 풀브레이크로 이륙중지
기체 말아쥐고 다시 올라 와 보니 이 와중에 낙하산 손잡이가 빠져 있다.
다시 낙하산 손잡이 채우고 재 이륙. 내가 마지막 이륙이다.
이륙하면서 늦게까지 이륙보조 하느라 고생하신 현지팀에게 수고했다 인사 한마디 던지고 바뀐 바람 방향을 감안하여 능선 우측으로 붙여 보았다.
약하지만 하강 없이 상승이 되는 중인데 상득이가 그쪽으로 가지 말고 바로 착륙장 들어 오라고 한다.
할수 없이 착륙장으로 방향을 틀어서 상공위로 가니 고도가 많이 높다.
좌우로 8자 비행 두번 정도 해서 고도 갂은 후에 도로를 활주로 삼아 착륙
등산화를 숙소에 두고 안가져 와서 그나마 샌달 대신에 상안씨 아쿠아 슈즈를 빌려 신었지만 바닥이 하향경사진 아스팔트라서
두발 착지하기에는 순간 발목보호를 위해 망설여 진다.
하드랜딩해야 하나 뛰어야 하나 잠시 고민하다가 남들 다 지켜보는데 스타일 구길거 같아서 뛰기로 하고
발이 바닥에 닿자 마자 한번 움찔 했지만 그래도 무사히 두발 착지 하면서 앞으로 뛰어 나갔다.
기체를 개어 넣는데 늦은 시간임에도 습기가 많고 기온이 높아서 땀이 비 오듯 떨어진다.
현지팀원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숙소로 돌아 오는 길에
현지팀에서 음료수와 캔맥주를 사서 건네 주는데 너무 시원하고 맛있었다. 고맙습니다. 담에 대구오시면...
화개 장터를 지나가면서 잠시 구경하고 숙소로 돌아 왔는데 오늘 하루 여기 저기 옮겨 다니느라 그런지 배가 무척이나 고프다.
저녁은 아직 준비가 안되었는지 빨리 오지 않고 가죽이라도 씹어 먹을 기세인데
조금 늦은 시간에 경운기 소리가 탈탈탈 들리더니 이장님 사모께서 음식을 경운기에 싣고 오셨다.
부폐식으로 각자 접시에 들어 먹었는데 시장이 반찬인데다가 음식솜씨도 있어서 그런지 정말 맛있게 먹었다.
저녁 식사 후 돼지 고기 구워 먹을 준비를 하는데 배가 불러서인지 고기가 고기로 보이지 않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양보하고
샤워하고 좀 쉬려니 교택부회장과 자천형님 아주 멋진 선녀탕을 봐 놓고 왔으니 같이 가자 하는데 속는셈 치고 가봤지만 역시
선녀는 없다.
일찍 자려고 자리에 누웠는데 12시 넘은 시간에 회장님 호출 받고 잠시 불려 나가 벌어진 술판틈에 끼어 적당히 취한 채
1시 넘어 내일을 위해 잠을 청했다.
<< 비행요약 <<
1. 비행횟수 : 141회
2. 일자 : 2012년 08월 18일(토요일)
3. 글라이더종류 : Gin Sprint EVO S size
- Edel Confidence M size 16회
- Edel Live S size 106회
- Gin Bolero Plus M size 7회
- Gin Zulu M size 1회
- Gin Sprint EVO S size 11회
4. 기상
- 풍속 및 풍향 : 1.4/0.7~2.6m/s, 남풍
- 기온 및 습도 : 28도, 습도 81%
5. 이륙장, 및 고도 : 구례 광의 활공장, 약 593m(아센 755GPS 측정수치)
6. 착륙장, 및 고도 : 온당리 들판 도로, 125m (아센 755 GPS 측정수치)
- 이륙장과 착륙장 표고차 468m
7. 비행 중 기록
7-1. 최고고도 : m(이륙장 대비 m 상승)
7-2. 최고속도 : 43.2km/h
7-3. 최대상승 : 0.2m/sec
7-4. 최대하강 : -1.8m/sec
8. 비행시간 : 07분 27초(총누계 비행시간 : 42시간 16분 02초)
8-1. 이륙시간 : 18시 23분 24초
8-2. 착륙시간 : 18시 30분 51초
9. 비행거리
9-1. 총비행거리 : 약 3.62km
9-2. 직선거리 : 2.01km
10. 특기사항



용석이가 찍어준 사진


형제봉에서 단체 사진 촬영




구제봉에서 배풍방향으로 상득이 더미 이륙

돈현이 이륙


자천형님 이륙준비
자천형님 이륙
종진이 이륙




지초봉 이륙장에서의 제 141회 비행 트렉로그



구례군 광의면 지초봉 활공장의 착륙장 전경(네이버 지도 거리뷰 캡춰화면임)
멀리 보이는 산 정상이 지초봉이고 바로 옆 나무가 별로 없어 보이는 곳이 이륙장이다.
착륙장은 도로를 착륙장으로 사용하는데 일부러 전신주를 착륙장 용도로 사용하기 위하여 없앤거 같아 보인다.
도로 양옆으로는 전신주가 없다.




자다가 회장님 호출받고... 적당히 취한채 푹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