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산행기(雲門山行記)
1. 일시: 2004년 4월 5일(식목일)
2. 장소: 경북 청도군 운문사 뒤산 운문산(해발 1188m)
3. 참가자: 朴鎭圭, 金道榮, 金永一, 羅相範, 權五極, 鄭喜福, 司空炳秀(이상7 명)
4. 주요일정: 09:00 김영일님 아파트 출발→ 10:30 운문사 도착(입산금지)→ 11:45 가지산 넘어 경남 밀양 석골사 계곡에서 등산시작→ 14:30 정상 도착(김도영, 사공병수 16:00 도착 등산로 잃어버림)→ 16:30 하산 시작→ 19:00 하산 완료→ 20:00 청도 용암 온천 도착→ 21:00 석식(온천 구내식당에서 추어탕)→ 21:40 온천 출발→ 22:15 김영일 아파트 도착→ 23:00 귀가 완료
5. 산행기
이번에는 내가 제일 먼저 김영일님의 아파트(시지 서한)에 도착 했어 조금 있으니 박진규 회장님의 차가 나타나고 김영일님도 내려 왔어, 내가 슈퍼에 가서 라면5개, 핫브레이크 9개, 막걸리 3병, 쥐약 4홉짜리 1병, 커피 1통, 가스 1통을 구입해서 김영일님의 카니발에 옮겨 타니 9시 10분경이 이었다.
차는 경산 시내를 경유해서 남산면 소재지를 통과해서 청도군 금천면(동곡)을 거쳐 운문댐을 돌고 돌아 운문사 입구 식당 근처에 세워서 주차 요원에게 입산 통제 여부를 확인하니, 운문사로는 입산이 통제 된다고 해서 다시 가지산을 넘어 석남사를 지나 경남 밀양 석골사 계곡으로 들어가서 그 옛날 “석골 계곡의 혈투” 현장의 추억을 되새기면서 차를 주차 시키고 오늘 등산의 막이 올랐다.(11:45)
각자 짐을 분배해서 복장을 가볍게 하고 등산화 끈을 당겨 메고 서서히 워밍업을 하고 석골사 입구에서 식수를 챙겨 넣고 본격적인 등산이 시작되니까, 오늘도 역시 우리의 이사장님과 회장님이 선두로 해서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와 김도영님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눠 가면서 보조를 맞춰가면서 여유를 즐겨 가면서 날씨 얘기며 온갖 세상만사를 논하면서 마지막 개울을 건너면서 너무 얘기에 열중 하다가 주등산로를 놓치고 엉뚱한 방향으로 접어들고 말았다. 오늘 산행의 목적지인 운문산은 우측 전방으로 제일 높은 봉우리인데 우리는 좌측으로 억산과 운문산의 중간에 있는 꽤나 높은 능선으로 오르게 되었다. 3부 능선쯤에 오르니까 눈앞에 암벽이 나타났다. 나는 예감이 이상해서 먼저 간 이사장님께 휴대폰을 쳤다. 암벽을 통과 했느냐고 하니까 그런 것 없었다고 한다. 나는 그제야 우리가 길을 잘 못 들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도로 내려가자니 올라 왔는 것이 아까워서 계속 가기로 작정하고 바위를 오르기로 했다. 약 10미터쯤 올라가니 이제는 더 이상 올라가는 것은 무리였다. 등산 리본은 보이는데 우리 실력으론 자신이 없었다. 만약 더 올라가서도 길이 없다면 그때는 진퇴양난(進退兩難)이다. 실족(失足)이라도 하는 날에는 우리 번개산악회의 존립 자체가 위협을 받게 된다고 생각하니 도저히 발걸음을 떼어 놓을 수가 없었다. 다시 후퇴를 했다. 능선 좌측 기슧으로 희미하게 길 같은 것이 보였다. 그래서 우리 둘은 그 길을 택했다. 막상 올라보니 길이 아니었다. 대나무 숲을 손으로 헤쳐 가며 낙엽이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길도 아닌 길을 20~30분가량 헤매며 무조건 능선으로 올라서니 우리는 아까 후퇴 했던 그 능선의 암벽을 우회해서 또 다른 암벽이 우리 앞에 가로 막았다. 이제는 무조건 암벽을 통과해야 만 한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지금 저 밑 발아래는 오른 쪽 계곡 즉 아까 우리가 건너지 않아서 이렇게 고생을 하는 게울 물이 보이고, 등산객 두세 명이 보여서 소리치며 손을 흔드니까, 뭐라고 소리치는데 거리가 멀어서 들리지 않았다. 우리가 지금이라도 오른쪽 계곡으로 내려간다면 먼저 간 우리 일행과 만나는데 그렇게 하기엔 우리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고 또 올라 온 것이 아깝다. 나와 김도 영님은 사생결단으로 암벽을 올라가기로 했다. 최대한 자세를 낮춰서 두 손과 두발을 암벽에 밀착해서 지팡이는 위로 던져 놓고, 손은 바위의 모서리나 돌출부를 잡고 발은 최대한 안전하게 오목한 부분을 찾아 굳건히 디뎌서 체중을 지탱하면서 천신만고 끝에 손에 땀을 쥐면서 겨우 문제의 암벽을 통과했다. 전문 등산 인이나 오르는 코스다. 암벽 타기를 본의 아니게 실습을 하였다. 한숨을 몰아쉬고 안도하면서 담배 한발 장전하고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회장님께 경과보고를 마치고 서서히 오르기로 했다. 이제는 완연한 등산로가 나타났다. 나와 도영님은 갖고 온 “불로동동주”를 한 병 처리했다. 기분이 적당히 좋아지고 마음의 여유도 생겨났다. 7~8부 능선쯤에 널찍한 바위에서 휴대폰으로 회장님께 통화를 다시 하고 우리가 보이는지 여부를 물으니 안 보인다고 한다. 건너편에서 사람 소리가 들리는데……. 다른 등산객인가 보다.
우린 산행을 계속했다. 드디어 우리가 올라왔는 능선의 정상에 왔다. 왼쪽으론 억산이 약 4키로 거리에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우리의 목표인 운문산이 육중하게 자리 잡고 우리를 내려 보고 있었다. 이미 시간은 14시15분이다. 우린 김밥 1인분과 쥐약을 개봉했다. 꿀맛이다. 전방 발아래는 운문사가 한 눈에 보이고 오른쪽으로 시선을 조금 돌리면 사리암이 산 중턱에 걸려있다. 절경이다. 우리가 앉아 있는 앞은 경북이고 뒤는 경남으로 분수령을 이루고 있는 능선이다. 우린 여기서 약 1시간 30분 정도 이 능선을 타고 오른 족으로 가야만 우리의 목적지인 운문산 정상이다. 일행을 생각하면 빨리 가야 되는데 몸이 따라 주지 않았다. 우리 일행은 지금 쯤 정상에 도착 했을 시간이다. 무거운 몸을 일으켜 능선으로 걸음을 옮겼다. 좌측으로는 가파른 절벽이다. 회색을 띤 무수한 산봉우리들이 머리를 조아리고 이었다. 도영님은 감탄사를 연발한다. 난 이제 웬만한 경치를 보고는 감탄을 못한다. 점점 내성(耐性)이 생겼나보다! 몇 번의 오르막을 거쳐 드디어 운문산 정상!(16:00)
해발(海拔) 1188미터!
사방팔방 둘러 봐도 산들만 보인다. 정말 깊은 산중이다. 멀리 동으로 “영남의 알프스”라고 하는 가지산(1240m)이 지척으로 보이고, 남으론 우리가 일전에 갔던 천황산(1189m)이 머리를 허옇게 드러내고 있다. 또 그사이로 울산 시가지가 희미하게 보인다. 이 모든 것이 날씨가 허락 하지 않으면 못 보는 경치다. 오늘도 역시 우리의 영원한 회장님이신 박진규 회장님의 평소 인품과 덕망을 얘기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지금까지 여러 번 등산을 했지만 날씨 때문에 고민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우연으로 돌리기에는 우리들의 신념이 허락 하지 않는다. 우린 굳게 믿고 있다. 이건 회장님의 평소 쌓아 놓은 인격과 덕망이 아니면 안 된다는 사실을…….
우리가 올 때까지 김밥과 라면도 먹지 않고 있었던 회장님이하, 김영일 이사장님, 우리의 영원한 꿈나무인 권오극장군님, 그리고 번개산악회의 고문으로 추대 된 존경하는 정여사님, 모두들 고맙고 미안하고 죄송합니다. 우리가 주책없이 길을 잘 못 들어서…….
신속하게 라면을 끓이고, 막걸리도 따고, 김밥도 개봉하고, 우리가 미리 개봉을 한 쥐약도 또 다시 개봉하고, 신속하게 해치웠다. 역시 정상에서 먹는 이 모든 것들이 등산의 또 다른 묘미(妙味)이다. 회장님의 디카가 재빠르게 작동되고 우린 하산을 서둘렀다.(16:40)
하산 길은 우리가 올라 온 길을 택했다.
아름다운 비경(秘境)을 우리만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오늘은 우리의 꿈나무인 권장군님이 하산 길에서 조금도 흩뜨리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지난 번 재약산, 천황산 코스 때는 다리에 근육이 풀려서 고생을 했는데, 오늘은 그날의 오명(汚名)을 완전히 씻었다. 만세다. 희망이 엿 보인다. 앞으로 번개산악회원의 일원으로 손색이 없다고 본다. 배드민턴을 잘 치기 위해서는 지구력(持久力)이 요구된다. 유산소 운동이라면 등산을 빼 놓고는 이야기가 안 된다.
한주간의 도회지 생활에서 휴일을 맞아 이렇게 맑은 공기로 우리의 폐(肺)를 청소를 해주면 얼마나 좋은가?
그럭저럭 하산을 무사히 했다.(19:00)
오늘 일행 중 라범님은 순수 산행을 포기하고 난(蘭)을 채취하기로 작정(?)을 하고 온 모양이다. 우리가 아무리 정상행을 권하여도 막무가내로 석골사 뒤로 사라져 버렸다. 그런데 우리가 하산을 하고나니 어느 주막집에서 한숨을 자고 서서히 나타났다. 난도 구경하고, 표고버섯도 따 먹고, 두릅도 따 먹고, 좋은 것은 혼자 다 먹었다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자랑이 꽤 심하다.
우린 순수 산악인으로 표지석만 보고 정상에만 도전하는데, 라범님은 산도 타고 몸에 좋은 것도 먹고, 뽕도 따고 임도 보고, 도랑도 치고 가재도 잡고, 등산을 실생활에 접목(응용)시켜 실리(實利)를 추구한다고 결론을 내려본다.
어느새 차는 청도 용암 온천장에 들어섰다.(20:00) 뜨거운 온천수에 몸을 담가 오늘의 피로와 땀을 깨끗이 씻고, 구내식당에서 씨원한 맥주 한잔과 국물 맛이 유난히도 시원한 추어탕 한 그릇으로 허기 진 배를 채우고 나니 세상만사가 모두가 내 눈 아래로 보이는 것 같았다.(21:40)
오늘은 시지 김영일님의 아파트 주차장에서 그 누구도 2차를 얘기 하는 사람이 없었다.
번개산악회의 이미지를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다.
“기사님 수고 많았습니다.”
“모두들 오늘 하루 즐거웠습니다.”
“다음에 또 모시겠습니다.”
“그럼 조심 하십시오”
“내일 봅시다.〃등등 인사가 난무 하였다.(10:15) ------
2004. 4. 5.
영신중학교 번개산악회 총무 효강(曉江) 사공병수. 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