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마다 여행에 이용하는 편리한 교통수단이 있겠지만 일본은 기차여행을 하면 참으로 편한 나라다. 1960년대에 고속전철 신칸센이 운행되기 시작했고, 지금은 동서남북 왠만한 도시에 고속철도가 연결되어 있고, 2020년 이후엔 시속 500km로 달리는 고속철도를 건설 중에 있다.
과거 우리는 일본을 왜국(작은 나라)으로 불렀다. 무엇을 근거로 그렇게 불렀는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우선 나라의 길이로 보면 우리는 두만에서 제주까지 1200km, 삼천리 금수강산이라 부르는데, 일본은 러시아와의 경계인 소야해협에서 남쪽 오키나와까지 3000km가 넘는 나라다. 그 속에서 큰 섬인 혼슈, 큐슈, 시코쿠, 혹카이도를 쉽게 오갈 수 있는 교통수단으로 일찌기 철도를 개발, 발전시켜 왔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왠만한 큰 도시는 고속철도로 연결되어 있고 도시마다 특급열차, 완행열차, 지하철이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는 나라라 할 수 있다.
1995년 처음으로 일본 여행을 했다.
그 사이 여러번의 여행 기회가 있었지만 우리에겐 한없이 미운 나라라는 이유로 피해왔다. 그러다가 마음을 바뀌어 먹었다.
'미운 건 미운 거고, 이웃나라 일본, 우리에게 오랜 역사에서 왜 그렇게 엄청난 폐해를 끼친 나라인지 알아보자.'
여름방학을 이용해서 과거 일본에서 오래 사셨던 장인어른을 가이드로 해서 일본여행을 시작했다.
부산에서 후쿠오카까지는 비행기로, 큰 도시로의 이동은 신칸센으로, 시내 관광은 국철, 사철, 지하철, 전차, 버스, 택시 등 모든 교통수단을 이용하기로 했다.
그래서 먼저 비행기표 예약, 다음으로 JR패스 구입, 환전, 각종 여행정보를 수집해서 10일간의 일본여행을 시작했다.
후쿠오카 공항에 내려 버스로 하카다역으로 이동해서 하카다역에서 JR패스를 승차권으로 교환해서 후쿠오카는 열차여행을 끝내고 돌아보기로 하고 본격적인 일본열도 여행을 시작했다.
바깥 기온이 30도를 넘는 더운 날씨인데 열차 안은 안온하고 시원했다.
열차가 역을 빠져 나오면서 차창 밖을 내어다보니 높낮은 건물들과 주택들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열차 안은 고요가 깃드는 것 같았다. 당시 우리의 새마을열차를 타면 나는 철로 이음새 소리, 철컥거리는 소리가 전혀 없었다. 신기했다. 자기부상, 철로 위를 기차가 떠서 달린다는 설명을 당시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 10여분 지났을까? 첫 역인 고쿠라에 정차했다. 순식간이란 생각밖에 다른 느낌이 들지 않았다. 지도 상으로 보면 하카다역에서 고쿠라역까지는 제법 거리가 있었다. 빠르구나! 과거 증기기관차를 타고 기차통학했던 시절에 디젤기관차가 나와 달리니 너무 좋다 싶었는데, 우리나라는 서울 부산 간을 몇 개 역만 정차하고 달리는 새마을열차가 최고였는데, 여기 일본은 우리와는 다르게 시속 270km로 달리는 기차가 있으니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기차 이름도 '히카리' 우리말로는 '빛'이라나.
하여튼 놀랐다.
히로시마역에 내려 평화공원, 원폭기념관을 둘러보고, 고베, 오사카, 교토, 토오쿄오, 모리오카, 아오모리, 삿뽀로까지 갔다가 다시 후쿠오카, 남쪽 가고시마까지 왕복하면서 들러고 싶은 곳엔 다시 내려 박물관, 민속박물관, 공원, 유적지 등을 둘러보았다. 잠자리는 역 근처 비지니스호텔, 24시사우나, 여관, 장인지인 일본인댁 등을 이용했다.
돌아와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다.
'손자병법'에 나오는 말 중 제일 가슴에 담고 생활하는 말 '지피지기 백전불태'를 되새기며 요즘도 공부 또 공부하고 있다.
그 뒤 두번을 더 같은 '수박겉핥기식' 여행을 하면서 일본이란 나라를 알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젠 몇 지역씩 구체적으로 돌아볼 계획을 하고 있다.
기차여행,
여유가 있어 참 좋다!
첫댓글 좋은 계획, 멋있는 여행 부럽습니다. 좋은 글 잘 읽고 있슴다.
반갑습니다. 잘 계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