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포수목원 수국 / 사진=천리포수목원
초여름의 문턱에서 서해 바람은 한결 부드러워진다. 태안반도 끝자락, 해안사구를 따라 조성된 이 숲에는 5월 말부터 초록이 짙어지며 곧 터질 듯한 수국 봉오리들이 가지마다 무게를 더해가는 중이다.
미국에서 건너온 이방인이 1960년대 초 천리포 해변의 땅을 사들이기 시작해, 1970년부터 본격적으로 숲을 일구었다.
훗날 민병갈이라는 이름으로 귀화한 그의 손에서 탄생한 이 공간은 이제 60개국에서 수집한 약 1만 6천여 분류군을 보유한 국내 최초 사립 수목원으로, 국제수목학회가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인증한 곳이 됐다.
지난봄 영국 RHS 무대에서 이 수목원의 이름이 국제 정원계에 다시 새겨졌다. 수국이 절정으로 치닫기 직전, 지금이 바로 천리포를 찾을 최적의 시간이다.
서해 해안사구 위에 펼쳐진 수목원의 입지와 역사
천리포수목원 / 사진=천리포수목원
천리포수목원(충청남도 태안군 소원면 천리포1길 187)은 태안반도 서쪽 끝 서해안 해안사구에 맞닿은 수목원이다.
약 59.2~59.5ha, 약 18만 평의 부지는 바다와 숲이 한 공간에서 공존하는 지형 위에 자리하며, 서해 낙조까지 바라볼 수 있는 위치적 조건을 함께 갖추고 있다.
수목원은 1996년 산림청 등록과 함께 재단법인 체제를 정비했으며, 이후 환경부 서식지외 보전기관으로 지정되어 매화마름·노랑붓꽃·미선나무 등 멸종위기식물을 보전하는 역할까지 이어오고 있다.
'천리포수목원 조성 관련 기록물'은 국가등록문화유산 심의까지 오른 이력이 있어, 이 숲이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역사적 축적의 공간임을 실감하게 한다.
수국 270여 분류군을 포함한 1만 6천 종 컬렉션의 깊이
서해안 해안사구 / 사진=천리포수목원
수목원의 핵심 자산은 목련·동백나무·호랑가시나무류·무궁화·단풍나무, 다섯 속을 중심으로 한 방대한 식물 컬렉션이다.
그 가운데 5월 말부터 6월에 걸쳐 가장 주목받는 것이 수국원이다. 약 270여 분류군의 수국이 식재된 이 공간은 6월 전후를 절정으로 빛깔을 바꾸며 관람객을 맞는다.
목련은 약 800여 종에서 최대 926 분류군에 이를 만큼 집중 수집되어 있으며, 국내 자생식물과 약 60개국에서 들여온 도입종이 한 공간에 나란히 자라고 있다.
가을 단풍과 겨울 상록까지 계절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주지만, 초여름의 수국원은 천리포수목원이 지닌 가장 화사한 표정이라 할 수 있다.
2026년 RHS 말번에서 은메달을 거머쥔 쇼가든
천리포수목원의 봄 / 사진=천리포수목원
올해 영국 RHS 말번 스프링 페스티벌에서 천리포수목원 명의로 출품된 쇼가든 'Blessings from the Sea'는 쇼가든 부문 Silver Medal과 Best Construction for a Show Garden을 동시에 수상했다.
정은경·강희혁·김재헌 세 디자이너가 설계하고 JG Landscaping Ltd가 시공한 이 정원은 태안 해안의 바다 환경을 모티프로 삼았으며, 지속가능성과 재료 재사용을 콘셉트 전면에 내세웠다.
영국 정원 전문 매체 ProLandscaper를 포함한 해외 언론도 이 수상 소식을 다루었고, 국내 최초 사립 수목원이 국제 정원계에서 독자적인 위상을 확인받는 계기가 됐다.
관람 구역 구성과 방문 실용 정보
천리포수목원 관람객 모습 / 사진=천리포수목원
수목원 전체 7개 관리 구역 중 일반에 공개된 대표 구역은 밀러가든이다. 바다 전망과 식물 컬렉션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이 구역은 약 1~2시간 내외 관람이 일반적이며, 동선에 따라 더 늘어날 수 있다.
입장료와 운영시간은 시즌·요일에 따라 변동되므로 방문 전 재단 공식 홈페이지(www.chollipo.org)에서 최신 정보를 확인하는 편이 좋다. 자차 방문 시 서해안고속도로에서 태안·안면도 방면 국도를 이용하고 수목원 주차장을 활용할 수 있다.
5월 말~6월은 해안 일사량이 강해지는 시기인 만큼 모자와 바람막이를 갖추는 것이 적합하며, 완만한 산책로를 걷는 코스이므로 편한 신발이 권장된다. 인근 만리포해수욕장, 태안해안국립공원과 묶은 해안 드라이브 코스도 자주 찾는 여정이다.
수국이 막 피어오르기 시작하는 5월 말은 천리포수목원이 가장 생동감 넘치는 계절의 시작점이다. 해안사구 너머 서해를 등지고 선 이 숲에서, 60년간 쌓인 식물 컬렉션의 깊이와 초여름의 싱그러움을 함께 느껴보길 권한다.
출처 : 아던트뉴스(https://www.arde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