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 창작을 하다시피 했건 제대로 번역을 했건, 영어로 번역한 사람에게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트루를의 전자 시인’에서도 그랬는데, 이번 작품도 그렇군요. 정말 미친 것 같은 말장난입니다. =.=;; (‘용’으로 번역할까도 생각했는데, ‘드래곤’이 연상시키는 것은 아무래도 ‘용’과는 다른 것 같아서 ‘드래곤’으로 옮겼습니다. 더구나 픽세이션, 엘피니티, 코볼딩!)
이 말장난으로 렘이 이야기하려고 하는 것―그것은 ‘어차피 과학도 신화 아니냐?’는 물음이 아닐까요. 고양이 생각입니다.
트루를과 클라포셔스는 47년 동안 고등 네안티칼 닐리티(Higher Neantical Nillity : 사전에 안 나오는 단어들인데, 어원으로 추측하자면 ‘고등 네안데르탈적 허무’ 정도의 조어인 듯) 학교에서 ‘드래곤의 일반 이론’을 설명한 위대한 엄프터의 세레브론(Cerebron of Umptor : 역시 사전에 나오지 않음. ‘고만고만한 두뇌’ 정도의 조어일 듯)에게 수학한 적이 있었다. 드래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다. 그러나 이 아주 단순한 공식은 문외한들을 만족시킬지는 모르지만, 과학적 마인드를 만족시키지는 못한다. 고등 네안티칼 닐리티 학교는 사실 무엇이 존재하는가에는 완전히 무관심했다. 존재의 진부함은 정말이지 충분히 증명되었기 때문에, 우리는 여기서 더 이상 그것을 논의할 필요는 없다. 훌륭하신 세레브론은 문제를 분석적으로 공략하면서, 신화적, 키메라적, 순수가설적 드래곤이라는 세 가지 서로 구별되는 종류의 드래곤을 발견했다. 사람들은 그것들이 모두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각각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상상적 드래곤이 있었고, a-, anti, 마이너스 드래곤이 있었다.(전문가들은 반(反), 무(無), 영(零)이라고 말했다) 마이너스 드래곤들은 잘 알려진 드래곤 논리학 역설이라는 면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이었다. 두 마이너스 드래곤들이 하이퍼 근접(드래곤 대수에서는 대충 간단한 곱셈에 해당하는 연산)을 하면, 그 결과는 실 비플러스 기호(real nonplusser) 0.6 드래곤이 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치열한 논쟁이 일어났는데, 그들 중 반은 이 분수 짐승이 머리부터 내려오는 것이라고 주장했고, 다른 반은 꼬리부터 올라간다고 주장했다. 트루를과 클라포셔스는 양쪽 다 입장의 오류가 있다는 것을 보임으로써 지대한 공헌을 했다. 그들은 이 분야에 확률 이론을 적용한 첫 번째 인물들이었고, 그 과정에서, 드래곤들은 엘프, 페어리, 노움, 마녀, 픽시 등등과 마찬가지로 확률적 의미에서만 열역학적으로 존재가 불가능하다는 통계적 드래곤학 분야를 창조했다. 두 창조자들은 불가능성(improbability)의 일반 방정식을 사용하여 픽세이션, 엘피니티, 코볼딩(pixation, elfinity, kobolding) 등등의 계수를 얻어냈다. 그들은 하나의 평균 드래곤이 임의로 나타나려면 16 * 5 * 10^24 * 10^42년을 족히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다른 말로 하면, 비현상(nonphenomenon)을 경험적으로 조사하기로 한 그 유명한 트루를의 서툰 DIY 열정이 아니었다면, 이 문제 전체는 수학적 희귀품으로 남아 있었을 것이다. 첫째, 고도 불가능을 다루면서 그는 확률 증폭기를 발명해 내어 지하실에서 실험에 들어갔다―그리고 나중에는 학술원이 설립하고 기금을 댄 드래곤유전학적 증명장(Dracogenic Proving Grounds)에서 실험을 했다. 이때까지 (슬프게도) 불가능성의 일반이론을 몰랐던 사람들은 왜 트루를이 엘프나 고블린이 아니라 드래곤을 확률화하려고 했는지 물어보았다. 해답은, 드래곤이 처음 시작하기에는 엘프나 고블린보다 더 확률이 높다는 것 뿐이었다. 정말이지, 첫 실험이 그렇게 기를 꺾는 것이 아니었다면 트루를은 증폭 실험을 더 해보았을지도 모른다―물질화된 드래곤이 그를 잡아먹으려고 했다는 점에서 기를 꺾는 것이 아니었다면. 다행히, 클라포셔스가 근처에 있어서 확률을 낮추었기 때문에, 그 몬스터는 사라졌다. 그 뒤에 수많은 학자들이 환상 입자 가속 장치로 그 실험을 되풀이했지만, 그들에게는 필수적인 노하우와 침착성이 없었기 때문에, 상당한 수의 드래곤 새끼들이 지독한 혼란을 일으키며 도망쳤다. 이 가증스러운 짐승들이 보통의 찬장이나 탁자, 의자와는 아주 다른 존재 양식을 즐긴다는 것이 그때에야 분명해졌다. 왜냐하면 드래곤들은 현실성보다는 확률로 식별되는 존재이기 때문에, 당연하게도 일단 그들이 현실화되면 확률은 압도적이 되었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이런 드래곤 사냥을 조직해서, 그놈을 둘러싸고 포위해서, 구석으로 몰아갔다 치자. 무기를 장전한 사냥꾼들은 땅이 불탄 자국과 놓칠 수 없는 냄새를 맡게 될 뿐이었다. 스스로가 구석에 몰린 것을 안 드래곤은 실제 공간에서 원자 배열 공간(configurational space)으로 미끄러져 들어간 것이다. 물론, 극도로 우둔하고 난폭한 동물인 그놈은 본능적으로 그것을 행한다. 이제, 무지하고 반동적인 사람들은 때때로 이 원자 배열 공간을 보여달라고 요구할지도 모르는데, 이 사람들은 제정신인 사람이라면 존재를 문제시할 수 없는 전자 또한 한정적으로 원자 배열 공간에서 움직이고, 전자들의 움직임은 완전히 확률 곡선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전자보다 드래곤이 더 믿을 만 하지만 말이다. 최소한 단독으로 볼 때 전자는 당신을 잡아먹으려고 들지는 않지 않는가.
하버리지안 사이브르라는 트루를의 동료는 드래곤을 수량화하여 드래코트론으로 알려진 분자를 찾아낸 최초의 인물이었다. 드래코트론의 에너지는―당연하게도― 드래코미터 당 드래콘의 단위로 계량하는 것이었고, 그는 심지어 그 꼬리의 좌표까지 측정했는데, 그러느라 그는 자기 생명을 내놓을 뻔했다. 하지만 이 과학적 성취가 이제 시골까지 세력을 뻗은 드래곤들에게 몹시 시달리고 있는 일반인들에게 무슨 상관이 있었겠는가? 드래곤들은 울음소리와 화염과 쿵쿵거리는 걸음소리로 공중을 채웠고, 심지어 여기저기에서 처녀 공양까지 요구하고 있었는데? 불쌍한 마을 사람들에게, 비결정적이고 따라서 휴리스틱한 트루를의 드래곤들이 모든 예절 관념에는 반대되지만 정확히 이론에 따라 행동한다는 사실이나 창고를 박살내고 농작물을 뒤엎어버리는 드래곤들의 꼬리 곡선을 그의 이론이 예측할 수 있다는 사실이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따라서, 공중(公衆)이 트루를의 혁명적 발명의 가치를 음미하는 대신 그에 맞서 일어났다는 것은 놀랍지 않다. 과학적인 것에 완전히 미개한 일단(一團)의 사람들은 이 유명한 창조자를 기다려 매복했다가 그에게 늘씬하게 매타작을 해주었다. 그렇다고 이것이 그와 그의 친구 클라포셔스가 실험을 더욱 밀고 나가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그 실험은 드래곤의 존재 정도가 포만감 정도에도 좌우되지만 주로 놈의 변덕에 좌우된다는 것, 그리고 놈을 취소하는 확실한 유일한 방법은 확률을 0이나 그보다 더 낮추는 것임을 밝혀냈다.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이 모든 연구에는 대단한 에너지와 시간이 들었다. 그동안 풀려난 드래곤들은 광포하게 굴며 여러 행성과 달들을 황폐하게 만들었다. 더 나쁜 것은, 그들은 증식했다. 그래서 클라포셔스는 “드래곤에서 새끼 드래곤으로의 공변 변형, 물리 법칙으로 금지된 상태에서 지역 당국이 금지한 상태로 변천하는 특이 사례”라는 훌륭한 논문을 출판할 수 있었다. 이 논문은 여전히 대담무쌍한 창조자들이 동료들의 죽음에 복수하기 위해서 크룰 왕에게 사용했던 놀라운 다(多)경찰 짐승 이야기를 하고 있던 과학계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은하를 여행하는 고르고나이트 바실리스쿠스라는 어떤 창조자가 분명 자기가 나타나는 곳마다―그리고 아무도 전에 드래곤을 본 적이 없는 곳 여기저기에도 드래곤들을 나타나게 하고 있다는 소식이 훨씬 더 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상황이 금방 절망적인 재앙으로 변해갈 것 같은 때마다, 이 바실리스쿠스가 나타나서 그 특정 지역의 통치자에게 접근해 오랫동안 거래를 해서 엄청난 요금에 합의한 다음, 그 짐승들을 박멸하는 일을 떠맡는 것이다. 혼자 비밀스럽게 일하기 때문에 아무도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지만, 그는 대체로 성공했다. 정말이지, 그가 드래곤 제거에 요구한 금액은 통계학에서밖에 나올 수 없는 액수였다. 어떤 지배자가 그에게 비슷한 화폐를, 즉, 통계학적으로만 유효한 듀카트 화폐를 지불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 후, 이 무례한 바실리스쿠스는 왕으로부터 받는 대가의 금속적 확실성을 시험하기 위하여 언제나 염산과 질산 혼합액을 사용해 보았다. 어떤 화창한 오후 트루를과 클라포셔스는 만나서 다음과 같은 대화를 나누었다. :
“이 바실리스쿠스라는 자에 대해 들어 보았나?”
트루를이 물었다.
“응.”
“음, 어떻게 생각해?”
“난 그자를 좋아하지 않아.”
“나도 그래. 그자가 어떻게 하는 것 같아?”
“증폭기로.”
“확률 증폭기?”
“그거든지, 아니면 진동 장(oscillating field)이든지.”
“아니면 중(重)자기드래곤 생성기든지.”
“드래큘레이터 말인가?”
“응.”
“아.”
“하지만 정말이지, 그건 범죄인데!”
트루를이 외쳤다.
“그건 그가 드래곤을 확률이 0에 가까운 잠재 상태로 데리고 다니고 있다는 말이잖아. 그리고, 착륙해서 그곳에서 일을 잡은 후에, 거의 확실성에 가까워지도록 기회를 증가시키고 잠재력을 높이고 확률을 강화시키는 거지. 그러면, 물론 현실화, 물질화, 완전한 현시가 되는 거고.”
“물론이지. 그리고 그는 아마 매트릭스의 글자들 패를 섞어서 드래곤들을 부풀렸을(grand) 거야.”
“그래, 그리고 불쌍한 사람들은 유혈(gore)과 고통(agony) 속에서 신음(groan)하고 있는 거지.(옮긴이 : 두운을 맞춘 말장난) 끔찍해!”
“어떻게 생각해? 그 다음에는 그가 비가역성 반(反) 드래곤적 역추진 엑토플라즘 가속 장치를 쓰는 걸까, 아니면 그냥 확률을 낮추고 금을 들고 나가버리는 걸까?”
“뭐라 말하긴 곤란한걸. 하지만 만약 그놈이 그냥 확률을 낮추는 거라면, 그건 더 나쁜 악당 짓이야. 조만간 소수 변동(fractional fluctuation)이 드래곤 동위 진동을 증가시킬 테니 말이야―그럼 모두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고.”
“하지만 그때쯤에는 그놈과 돈은 사라졌겠지.”
클라포셔스가 한 마디 했다.
“주 관청에 놈을 고발해야 하지 않을까?”
“아직은 안돼. 그놈이 그렇게 하지 않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 우리에겐 실제 증거가 없어. 통계적 변동은 증폭기 없이도 일어날 수 있어. 알다시피, 한때 증폭기도 환상 입자 가속 장치도 없을 때에도 드래곤들이 나타났다고. 완전히 무작위적 기준으로.”
“그건 맞지만……이 드래곤들은 놈이 행성에 도착하자마자 나타나잖아!”
트루를이 반격했다.
“나도 알아. 하지만, 동료 창조자를 고발하는 건―그건 안 돼. 우리가 스스로 조치를 취하지 못할 이유는 없지만 말이야.”
“전혀 없지.”
“자네가 찬성하니 기쁘네. 하지만 우리가 도대체 뭘 해야 하는 거지?”
이 문제에 대해서 두 저명한 드래곤 학자들은 아주 기술적인 토론에 들어갔기 때문에, 그것을 듣는 사람들은 아무도 뭐가 뭔지 알 수 없었다. “불연속 직(直) 드래곤성(orthodragonality)”이라든지, “대 드래곤적 총체”, “고주파 이항 파브너레이션(fafneration : Fafnir는 동굴 속의 보물을 지키다가 Sigurd에게 살해된 용)”, “불규칙 도마뱀 분포”, “이산 드래곤”, “연속 드래곤”, “맹렬드래곤추측통계학적 제어”, “단순 그렌델(Grendel : 베오울프가 퇴치하는 괴물) 우위”, “약(弱) 상호작용 드래곤 회절”, “이상형 저항”, “정보적 형상화”, 등등의 신비로운 단어들이 오갔다.
이 모든 예리한 분석의 결론은 세 번째 외출이었다. 창조자들은 매우 복잡한 장비들 한 아름을 배에 실어야 했기 때문에, 가장 주의깊게 이 외출을 준비했다.
특히 그들은 산개 주파수대 변환기와 음(陰) 머리를 발사하는 특수 총을 가져갔다. 이니카에 착륙했다가 그 다음에는 미니카, 그리고 마침내 미나모아카에 착륙해서, 그들은 감염 지역 전체를 이런 식으로 훑고 다니는 것은 불가능하다, 서로 분담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분리만 하면 되므로 분명 이것은 가장 쉬웠다. 그래서 짧은 전략 회의 후에 그들은 각자 자기 길을 떠났다. 클라포셔스는 막시밀리온 황제를 위해 프레스토폰도라에서 잠시 일했는데, 그 황제는 그가 이 사악한 짐승들을 없애 주기만 한다면 결혼식에서 자기 딸의 손을 클라포셔스에게 쥐어줄 용의가 있었다. 최고도 확률의 드래곤들이 어디에나, 심지어 수도 길거리에도 있었고, 그곳은 문자 그대로 실재형들로 넘쳐났다. 교육받지 못하고 단순한 사람들이라면 실재 드래곤이 “실제로 그곳에 없었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실재 드래곤은 관측할 수 있는 실체도 없고 그 실체를 얻으려는 의도도 전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이브르-트루를-클라포셔스-리치 계산은(드라첸드랭잉어 파동 방정식은 말할 필요도 없고) 드래곤이 벼랑에서 뛰어내리는 것만큼이나 쉽사리 원자 배열 공간에서 실제 공간으로 뛰어오를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었다. 따라서, 지하창고든 다락방이든, 확률만 높으면 드래곤이나 심지어는 메타드래곤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짐승의 뒤를 쫓아서는 별로 얻는 것이 없거나 아예 없을 것이기 때문에, 진정한 이론가인 클라포셔스는 방법론적으로 이 문제에 접근했다. 광장과 소로에, 창고와 여관들에 그는 통계적 전지 구동 드래곤 제동기를 설치하자, 즉시 그 짐승들이 아주 드물어졌다. 자기 보수에다가 명예직과 애정을 표시하는 조각된 우승컵을 받고, 클라포셔스는 친구와 다시 합류하기 위해 요란하게 이륙했다. 도중에 그는 한 행성에서 누군가가 그에게 미친 듯이 손을 흔들고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무슨 곤란한 지경에 빠진 트루를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그는 착륙했다. 그러나 그 사람은 그저 손짓으로 이야기하는 프티우스 왕의 신민인 트루플란드리아의 주민일 뿐이었다. 트루플란드리안들은 여러 가지 미신과 원시적 신앙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들의 종교인 영적 드래곤 숭배는 드래곤들이 죄에 대한 신의 징벌로 나타나 모든 부정한 영혼을 갖게 될 것이라고 가르쳤다. 이 충실한 드래곤 숭배자와 토론에 들어가는 것은 소용없으리라는 것을 재빨리 깨닫고―그들의 방법은 주로 흔들 향로를 흔들고 신성한 유골을 뿌리는 것이었다― 대신 클라포셔스는 외딴 지역을 조사했다. 그러자 이 행성에는 오직 하나의 드래곤만 있다는 것, 그러나 그 짐승은 바늘두더지공룡 하이퍼독사라는 끔찍한 속(屬)에 속해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그는 왕에게 자신이 섬겨주겠노라고 제안했다. 그러나 왕은 모호하고 에둘러 말하는 방식으로 대답했다. 이는 명백히 드래곤들의 기원이 아무래도 초자연적인 것이라는 그 우스꽝스러운 교리의 영향을 받은 것이었다. 그 지역 신문을 숙독하면서 클라포셔스는 몇몇 사람들은 그 행성을 공포에 떨게 하는 드래곤이 한 놈이라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은 동시에 여러 곳에서 움직일 수 있는 다중 송신 생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것은 그를 잠시 주저하게 만들었다―그러나 이 혐오스러운 현상의 지역화가, 어떤 표본은(특히 추상화되었을 때는) 실제로는 간단한 비동기적 양자 적률의 동위원소 회전 가속에 지나지 않는 “희미해지는” 효과를 겪는다는, 이른바 드래곤-이상에 달렸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사실 그것은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손이 손가락을 앞으로 해서 물에서 나타날 때 마치 다섯 개의 형태가 서로 떨어진 독립적인 물건인 것처럼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드래곤도 그들의 원자 배열 공간에 있는 소굴에서 나타날 때 사실의 관점에서는 바로 하나일지라도 때때로 여러 개로 보일 수 있는 것이다. 왕과의 두 번째 접견이 끝나갈 때쯤, 클라포셔스는 트루를이 그 행성에 있었는지를 물으며 자기 동료를 상세히 묘사했다. 그렇다는 말을 듣자 그는 너무나 놀랐다. 그의 동료는 바로 최근에 그 왕국을 방문해서 그 괴물을 내쫓는 일을 맡고는, 의뢰료를 받고 그 짐승이 가장 자주 출몰한 인접한 산맥으로 떠났다는 것이었다. 그러더니 다음날 돌아와서, 나머지 보수를 요구하고 자기가 성공한 증거로 24개의 드래곤 이빨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뭔가 오해가 생겨서, 일이 확실히 끝날 때까지 지불을 미루기로 결정되었다. 여기에 트루를은 펄펄 화를 내며 커다란 소리로 위험할 정도로 불경죄나 대역죄에 가까운 무슨 말을 해대더니, 앞으로 어디로 가겠다고 주소도 남겨놓지 않고 맹렬하게 나갔다는 것이다. 바로 그날 그 괴물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나타나더니, 맙소사, 전보다 더 맹렬하게 농장과 마을을 유린했던 것이다.
이 선량한 왕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믿기는 힘들었지만 이 이야기는 상당히 의심스러워 보였기에, 클라포셔스는 모든 종류의 강력한 드래곤 근절 도구로 자기 배낭을 채워서 산맥으로 출발했다. 동쪽으로 눈으로 정상이 뒤덮인 산봉우리들이 장엄하게 솟아 있었다.
그가 드래곤의 발자국을 보고 틀림없는 유황 냄새를 맡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는 드래곤 카운터의 바늘에 눈을 고정시킨 채 언제라도 쏠 수 있게 무기를 잡고 계속 담대하게 나아갔다. 드래곤 카운터 바늘은 한참 동안 0에 머물러 있다가, 소심하게 조금씩 씰룩거리기 시작하더니, 마치 자기 자신과 싸우는 것처럼 천천히 숫자 1로 기어올랐다. 이제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바늘두더지공룡이 막 나타나려 하고 있었다. 이것은 클라포셔스를 깜짝 놀라게 했다. 어떻게 자신의 믿음직한 친구이자 유명한 이론가인 트루를이 그 드래곤을 영원히 쓸어내지 못할 정도로 계산을 못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또 그는 트루를이 왕궁에 돌아가 자신이 성취하지 못한 일에 대해 보수를 요구했다는 것도 상상할 수 없었다.
그때 클라포셔스는 일단의 원주민들과 마주쳤다.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똘똘 뭉쳐 있으려고 하는 것으로 보아 그들은 분명히 겁에 질려 있었다. 등과 머리 위에서 균형을 잡고 있는 무거운 짐 때문에 몸을 구부리고, 그들은 산허리를 한 줄로 기어오르고 있었다. 클라포셔스는 그 행렬에 가까이 가서 말을 걸며, 첫 번째 원주민에게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물어보았다.
“전하!”
누더기 옷을 입고 허리띠를 한 하급 궁정 관리인 그 원주민이 대답했다.
“이것은 드래곤에게 가져가는 공물입니다유.”
“공물? 아 그래, 공물! 그럼 그 공물은 뭔가?”
“드래곤이 우리에게 가져오라는 그저 그런 것들이쥬, 전하. 금화, 귀석(貴石), 수입 향수, 다른 귀중품 한 보따리유.”
이건 정말로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왜냐하면 드래곤은 절대 그런 공물을 요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절대로 향수나―어떤 향수도 드래곤들 자체의 강한 악취를 가릴 수 없었다― 자기들에게는 소용 없는 화폐를 요구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놈은 젊은 처녀를 요구하나, 선량한 백성이여?”
클라포셔스가 물었다.
“처녀유? 아녀유, 전하. 그런 때가 있기는 했지만……아가씨들을 수레로 실어날라야 했던 때가 있었쥬, 그렇게 하기도 했구……그 이방인이 오기 전에만 그랬습쥬, 그 낯선 이방인이, 전하, 상자와 이상한 장치를 갖고 바위 근처를 도니까, 저절로…….”
여기서 그 훌륭한 원주민은 갑자기 말을 멈추더니 클라포셔스가 나르고 있는 도구와 무기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특히 그동안 붉은 지침이 흰 다이얼을 지나 왔다갔다하면서 계속 부드럽게 똑딱거리고 있었던 커다란 드래곤 카운터를.
“에, 그분도 이런 거 하나……꼭 전하 것 같은 거유.”
그는 쉰 목소리로 말했다.
“예, 꼭……똑같이 조그만 마술 지팡이랑 나머지…….”
“이것들 세일을 하더군.”
원주민의 의심을 달래려고 클라포셔스가 말했다.
“하지만 말해 보게, 선량한 백성. 그 이방인이 어떻게 되었는지 아나?”
“어떻게 되었냐고 물으시나유? 우리는 모르는디유, 전하, 확실히유. 그건, 지가 실수하지 않는다믄, 2주 전이지유―그건, 마스터 가일즈, 2주 전이지 더 이상은 아니지유?”
“그려, 그려. 자네가 야그한 것두 사실이구, 사실이여. 확실히 2주 전이여, 아니면 4주 전이든가.”
“그려유! 그래 그분이 우리한테 와서, 전하, 우리 시시한 음식들을 같이 먹었서유. 말하자믄 예의발랐구유, 거짓말 아니구, 절대, 완전 진짜 신사시구, 값두 잘 쳐주시구, 마나님들 안부두 물어주시구, 아시쥬? 그리구 앉아서 요상한 장치를 펼치시군 시계 같은 게 든 얇은 걸 끄내서, 아시지유, 뭔가 숫자를 하나하나 맹렬하게 갈겨 쓰시드니, 가슴 포켓에 넣어두는 이 작은 책에, 그러더니 음―뭐라구 하시나―온도기 으짜구…….”
“온도계?”
“네, 그거유! 온도계……그게 드래곤 용이라구 하시더라구유. 그러더니 그걸루다 여기저기 쿡쿡 찔러보시구, 전하, 그 책에 다시 막 갈겨쓰시구, 그 요상한 장치랑 딴 것들을 거둬서 꾸려가지군 등에 지시더니 작별하시고 즐겁게 떠나셨어유. 그 담엔 그분을 못봤시유, 전하. 바로 그날 밤에 천둥소리랑 덜걱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아, 엄청 멀리서, 아마 머디그라스 산만큼 멀리서―그건 쩌어기 옆에 험한 봉우리구만유, 전하. 쩌어기 매 같이 보이는 봉우리유, 우리는 저 봉우리를 우리 사랑하는 폐하 이름을 따서 프티우스 봉이라구 합쥬. 그리고 쩌어쪽 저놈은, 그 궁둥이를 둘러싸듯이 구부려 있는 건, 돌리모그 되겠슴다. 전설에 따르면―”
“산 얘기는 그만하게, 훌륭한 주민이여. 자네는 밤에 천둥소리가 났다는 데까지 얘기했네. 그런 후 무슨 일이 일어났나?”
클라포셔스가 말했다.
“그런 후유, 전하? 뭐 아무 것도 안 일어났지유, 확실히. 오두막집이 들썩하구 저는 침대에서 굴러떨어졌시유. 근디 저는 그거에 익숙해져 있었던 것이, 아시겠슈? 꼭 그 사악한 짐승이 꼬리루다 집을 후려치구 나는 놈을 보내는 거랑 비슷하니께―꼭 놈이 지붕 구석탱이에다 몸을 문지르는 바람에 마스터 가일즈 형이 변소에 굴러떨어진 것 같이…….”
“이봐, 요점을 말하게, 요점을! 천둥이 치고, 자네가 굴러떨어지고, 그리고 어쨌다고?”
클라포셔스가 외쳤다.
“그리구는 아무 일도 없었다니께유. 이미 똑바루다 말하지 않았남유. 암것두유, 그리고 뭔가 있었으믄 뭔가 있었다구 말했쥬. 하지만 아무 것도 없었구 그것뿐이라니께유, 안 그래유, 마스터 가일즈?”
“그려, 자네가 말한 게 맞지, 그려.”
클라포셔스는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 뒤로 물러났다. 행렬은 계속 산을 올랐고, 주민들은 드래곤의 공물 아래에서 낑낑거렸다. 그는 그 짐승이 만든 동굴 같은 곳에 그들이 그 공물을 갖다놓으리라 생각했지만, 자세한 것은 묻고 싶지 않았다. 그의 머리는 이미 그 지방 관리와 마스터 가일즈에게 들은 것을 토대로 핑핑 돌고 있었다. 그리고 하여간에, 그는 한 원주민이 다른 주민에게 드래곤이 “가능한 한 우리랑도 그놈이랑도 가까운 장소”를 골랐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던 것이다.
클라포셔스는 목에 목걸이로 걸어놓은 드래고노미터의 바늘을 따라 길을 정해 서둘러 계속 갔다. 계수기에 따르면, 지침은 정확히 드래곤의 10분의 8에 이르러 있었다.
“비결정적 드래곤이라니 도대체 뭐야?”
그는 전진하면서 생각했다. 태양이 맹렬히 내리쬐고 공기가 너무 뜨거워 모든 것이 가물거렸기 때문에 그는 때때로 휴식을 취하기 위해 쉬기도 했다. 식물이라고는 아무 곳에도, 조금도 없었고 눈이 닿는 곳에는 바싹 마른 진흙과 바위, 둥근 돌만 보였다.
한 시간이 지나자 태양은 기울어졌고, 클라포셔스는 여전히 자갈과 돌더미만 보이는 들판의 울퉁불퉁한 길을 걸어 건너다가, 마침내 한기와 어둠이 가득한 좁은 계곡과 협곡에 들어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붉은 지침은 10분의 9로 올라가 약간 떨리더니, 고정되어 버렸다.
클라포셔스가 바위 위에 배낭을 올려놓고 안티드래곤 벨트를 막 꺼냈을 때 계수기가 미친 듯이 움직였다. 그래서 그는 확률 절멸기를 움켜잡고 두리번거렸다. 높은 절벽 위에 있었기 때문에 그는 골짜기 아래에서 무엇인가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년일 거다!”
바늘두더지공룡은 항상 암컷이기 때문에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그 드래곤이 젊은 처녀를 요구하지 않은 것일까? 하지만 그것도 아니다. 원주민은 그전에는 드래곤이 처녀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상하다, 정말 이상해. 하지만 중요한 것은 똑바로 쏘는 거다, 그럼 다 잘 될 거야, 하고 클라포셔스는 혼잣말을 했다. 그러나 만일을 대비하여 그는 자기 배낭을 다시 내려 드래곤 퇴치약 한 캔과 분무기를 꺼냈다. 그리고 그는 바위 가장자리에서 자세히 바라보았다. 말라붙은 계곡 밑바닥을 따라 골짜기 아래쪽에서 거대한 덩치의 회색빛이 도는 갈색 드래곤 암컷이 마치 굶주려 죽어가는 듯이 홀쭉한 배를 하고 걸어가고 있었다. 클라포셔스의 머리 속에 온갖 생각이 달음질쳤다. 펜타펜드래곤(penta- : 5, pendragon : 왕후, 왕, 수령의 뜻) 계수의 부호를 양에서 음으로 바꿔서 비존재의 통계적 확률을 존재의 확률보다 올려버려서 저놈을 절멸시켜 버려? 아, 하지만 최소한의 편차도 재앙으로 변할 수 있는데, 그것은 얼마나 위험한가. 드래곤의 결여(lack)를 생산해내려다가 대신 드래곤의 등(back : lack과 back의 말장난)을―한 짐승에 두 개의 등을 만들어낸―으로 끝나고 당황해서 거의 죽을 뻔한 불쌍한 영혼들이 한둘인가! 게다가, 완전 비확률화란 바늘두더지공룡의 행동을 연구할 가능성을 없앨 것이다. 클라포셔스는 주저했다. 그는 휘황한 드래곤 껍질이 자기 서재, 바로 벽난로 위 벽에 못박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백일몽에 빠질 때가 아니었다. 드래곤 동물학자라면 아마 그런 이상한 상태에 있는 동물을 받으면 기뻐하겠지만. 마침내, 클라포셔스가 행동에 들어갔을 때, 잘 보존된 표본의 힘에 대해 얼마나 괜찮은 소논문이 씌어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갑자기 났다. 그래서 그는 절멸기를 내려놓고 음(陰) 머리를 발사하는 총을 들고 조심스럽게 겨냥해서 방아쇠를 당겼다.
으르렁거리는 소리에 귀가 멀 것 같았다. 하얀 연기구름이 클라포셔스를 삼켜서 그는 잠시 그 짐승을 볼 수 없었다. 그러더니 안개가 걷혔다.
드래곤에 대한 할머니들의 이야기가 굉장히 많다. 예를 들자면, 드래곤은 때때로 일곱 개의 머리를 가질 수도 있다고 한다. 이건 순전히 넌센스다. 두 개의 머리를 가지면 불화가 일어나고 폭력적인 싸움이 생긴다는 간단한 이유 때문에, 한 드래곤은 하나의 머리만 가질 수 있다. 학자들이 부르는 대로 하면 다(多) 히드로충인 것들은, 내부 분쟁의 결과로 죽는다. 천성상 고집세고 완고한 드래곤들은 반대를 참아낼 수 없기 때문에, 한 몸에 두 개의 머리는 언제나 요절을 불러온다. 각 머리는 순전히 다른 놈에 대한 심술 때문에 먹기를 거부하고, 악의적으로 숨을 멈춘다―일반적인 결과가 따른다. 유포리우스 클로이(‘행복에 물린’이라는 뜻으로 해석 가능)가 반자본 대포를 발명할 때 이용한 것이 바로 이 현상이다. 작은 보조 전자 머리가 드래곤의 몸에 발사된다. 이것은 즉각 의견의 타협 불가능한 차이를 일으키고 드래곤은 잇달아 일어나는 교착 상태 때문에 움직일 수 없게 된다. 그놈이 널빤지처럼 뻣뻣해져서 하루고 일주일이고, 심지어 한 달 동안 서 있는 일도 자주 있다. 때때로 그 짐승이 지쳐 쓰러질 때까지 1년이 걸리기도 한다. 그러면 그놈을 마음대로 다룰 수 있다.
그러나 클라포셔스가 쏜 드래곤은 최소한으로 말해도 이상한 반응을 보였다. 정말이지, 그놈은 산사태 한두 개를 야기시킨 소리를 지르며 뒷발로 서서, 협곡에 온통 불꽃이 튈 때까지 꼬리로 바위를 후려갈겼다. 그러나 그러더니 그놈은 귀를 긁고 헛기침을 하더니 침착하게 자기 길을 갔다. 약간 더 빠른 걸음으로 달리기는 했지만. 자기 눈을 믿지 못하며 클라포셔스는 산마루를 따라 달려 마른 계곡의 입구에서 그 생물의 머리를 날려버리려고 했다―더이상 드래곤학 학회지의 소논문 한두개에서 자기 이름을 보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드래곤과 저자의 유사성이 표지에 씌어진, 우아하게 장정된 논문 하나가 눈앞에 왔다갔다 했다.
처음 당기면서 그는 둥근 돌 뒤에 웅크리고, 비확률 자동 권총을 뽑아 겨누고 확률탄도 동요기를 작동시켰다. 개머리판이 손에서 떨렸고, 붉게 달아오른 총신이 김을 뿜었다. 드래곤은 나쁜 날씨를 예고할 때의 달처럼 후광으로 둘러싸였다―그러나 사라지지 않았다! 다시 한번 클라포셔스는 최대한도의 비확률을 그 짐승에게 먹였다. 비핍진성의 강도가 너무 강해서, 근처를 우연히 날아 지나가던 나방이 그 작은 날개로 『제 2 정글 북』을 모르스 부호로(moth와 Morse의 말장난) 똑똑 두드려 보내기 시작했고, 절벽과 바위산 여기저기서 마녀와 마술사, 하피들의 그림자가 춤추었고, 발굽 소리가 근처 어딘가에 비확률 투사기의 무시무시한 힘으로 소환되어 존재하게 된 켄타우르스들이 깡충거리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러나 드래곤은 그저 그곳에 앉아서 하품을 하고 개처럼 게으르게 털이 북실북실한 목을 뒷발로 긁었다. 클라포셔스는 지글거리는 무기를 움켜잡고 필사적으로 방아쇠를 계속 잡아당겼다―그는 그렇게 무력하다고 느껴본 적이 없었다― 그러자 드래곤은 흩어지기는커녕 드래곤이 차올린 먼지들이 공중에 떠서 또렷이 ‘봉사하는 정부’라는 표지판 모양을 만들었고, 가까운 돌들이 천천히 공중으로 떠올랐다. 날은 흐릿해지기 시작했고―낮은 밤이 되고 밤은 낮이 되고, 추워졌다―지옥이 얼어붙었다. 돌 두어 개가 산책을 나가서 조용히 이 얘기 저 얘기를 했다. 간단히 말해, 기적들이 이곳저곳에서 일어났지만, 클라포셔스에게서 30 발자국도 안 떨어진 곳에 앉아 있는 그 끔찍한 괴물은 사라질 기미가 없었다. 클라포셔스는 총을 떨어뜨리고 조끼 주머니에서 안티드래곤 수류탄을 꺼내어, 초한(超限) 변형 전칭 매트릭스에 자기 영혼을 맡기고, 그 수류탄을 온 힘을 다해 던졌다. 커다란 콰쾅 소리가 나더니 드래곤의 꼬리가 날린 돌비가 공중에 쏟아졌고, 드래곤은 “으엑!”하고―사람과 똑같이― 외치더니 클라포셔스를 향해 똑바로 뛰어왔다. 종말이 가까워온다는 것을 느낀 클라포셔스는 자기가 숨어 있던 둥근 돌에서 뛰어나와 반물질 사브르를 무턱대고 휘둘렀다. 그러나 그때 그는 다른 외침소리를 들었다.
“그만! 그만! 날 죽이지 말게!”
‘이게 뭐야, 드래곤이 말을 해? 난 미치려나 봐…….’
클라포셔스는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물어보았다.
“말을 한 게 누구야? 드래곤?”
“무슨 드래곤? 날세!”
먼지구름이 걷히면서 트루를이 그 짐승에서 걸어나오면서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그 드래곤은 무릎을 꿇고 길게 씩씩거리는 소리를 짜내더니 죽어버렸다.
“트루를, 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왜 이런 분장을? 자네는 그런 옷을 어디서 찾았나? 그리고 진짜 드래곤은 어떻게 된 거야?”
클라포셔스는 친구에게 질문 폭격을 했다. 트루를은 솔질을 끝내더니 손을 들어올렸다.
“잠깐만, 내게 말할 기회를 주게! 나는 드래곤을 파괴했지만 왕은 돈을 주지 않았어…….”
“왜?”
“인색해서일 가능성이 제일 높지. 그는 물론 관료주의 탓을 했지. 공증된 사망 증명서가 있어야 하고, 공식적인 검시가 있어야 하고, 모든 서류는 세 벌로 작성해야 하고, 왕실 지출 위원회의 허가 등등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말이야. 재무장관은 그 돈이 급료도 아니고 유지비로 들어가지도 않기 때문에 돈을 건네주는 절차를 모르겠다고 주장했어. 나는 왕에게서 회계원에게로, 회계원에게서 위원회로 왔다갔다했지만, 아무도 아무 것도 하지 않았어. 마침내 그들이 내게 사진과 신원 보증이 붙은 이력서를 내라고 했을 때, 나는 걸어나갔네―그러나 그때쯤에는 드래곤을 다시 불러올 수는 없었지. 그래서 나는 저 껍질을 벗겨내서 약간의 나뭇가지를 잘라내고 옛날 전신주를 찾아냈네. 난 그거면 충분했네. 껍질을 유지하기 위한 틀과, 도르래 몇 개―자네도 알겠지― 그리고 준비를…….”
“자네, 트루를이? 그런 수치스러운 책략에 기댔단 말인가? 불가능해! 그렇게 해서 뭘 얻으려고 했나? 내 말은, 만약 그들이 처음에 자네에게 돈을 주지 않았다면…….”
“이해 못하겠나?”
트루를이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이런 방식으로 나는 공물을 얻었어! 이미 내가 뭘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많이…….”
“아! 물론이지!”
클라포셔스는 이제 모든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덧붙였다.
“하지만, 그들에게 강제한 건 옳지 않아…….”
“누가 강제를 해? 나는 그저 산에서 걸어다니고, 저녁에 약간 울부짖은 것 뿐이야. 하지만 정말이지, 완전히 지쳤네.”
그는 클라포셔스 옆에 앉았다.
“왜? 울부짖느라고?”
“울부짖어?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매일 밤 나는 금자루를 정해놓은 동굴로 끌고 가야 했단 말이야―저 위쪽 길 내내!”
그는 먼 봉우리를 가리켜 보였다.
“난 혼자 이륙대를 만들었다네―바로 저기. 해질 때부터 해뜰 때까지 몇백 파운드의 금괴를 운반해 보게나. 그럼 무슨 소린지 알 테니! 그리고 그 드래곤은 보통 드래곤이 아니었어―가죽만 해도 2톤쯤 나가는데, 그걸 하루 종일 내 주위에 두르고 끌고 다니면서 외치고 쿵쿵 발을 구르고― 그리고 밤새 운반하고 들어올리고. 나는 자네가 나타나서 기쁘네. 더 이상은 갖고 갈 수 없었거든…….”
“하지만……왜 그 드래곤은―가짜 말이야― 왜 그놈은 내가 기적 수준으로 확률을 낮추었는데도 사라지지 않은 거지?”
클라포셔스가 물었다. 트루를이 미소지으며 설명했다.
“나는 절대로 위험을 무릅쓰고 싶지 않았다네. 어떤 바보 사냥꾼과, 심지어는 바실리스쿠스 자신과 마주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라서, 나는 드래곤 껍질 아래 확률 방지 방패를 넣었지. 하지만 이보게, 플라티늄 몇 자루가 남았어―그놈들이 제일 무거워서 맨 마지막으로 남겨놓았지. 아주 잘된 일이야. 이제 자네가 손좀 빌려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