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25.
천렵
끝나지 않는 더위로 모두가 지쳤다. 구례는 분지라서 더 덥다. 더군다나 올여름은 118년 기상 관측 이래 열대야 최장기간 기록을 세운 터라 더위가 지긋지긋하다. 처서가 지난 지 사나흘 정도다. 막바지 여름에 여전히 밤잠을 설치거나 바삭거리는 대지, 열대성 폭우, 숨 막힐 듯한 습한 공기 등으로 기진맥진하여 몸과 마음이 허하다.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시골에 살아본 사람들은 안다. 더운 여름밤에 마을 냇가에서 더위를 식히고 피라미 잡던 일을 말이다. 추운 겨울을 제외한 봄, 여름, 가을에 시골 시냇가는 아이들의 놀이터다. 동네 형들을 따라 자연 속에서 즐겁게 보냈던 시간이 엊그제 같은데, 그사이에 퇴직하고 귀농귀촌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니 세월이 참 빠르다.
족히 삼십 년 전이었다. 그날은 여름비 맞으며 미꾸라지를 잡으러 넓은 흥해 들판의 농로를 뒤적거렸다. 작은놈은 아내 등에 업혔고 큰애는 미꾸라지가 꿈틀거리는 양동이를 들고 다녔다. 아버지와 함께한 그해 여름의 경험은 나에게는 소중한 추억이고 아련한 그리움으로 남아있다. 내 아이들의 기억에도 추억으로 앉아 있을까.
천렵(川獵)하러 간다. 화엄사 계곡 바위틈에 숨어 사는 산메기를 잡으러 교육생 7명이나 모였다. 모두가 수십 마리 정도 잡아서 매운탕이나 어죽을 끓이겠다며 호기롭게 웃었지만 내 속마음은 ‘설마’였다.
산메기는 야행성 어종이라고 한다. 밤 8시 반부터 시작한 천렵은 11시가 넘어서 끝났다. 짧은 낚싯대에 지렁이 미끼를 사용한다. 산메기가 낚싯대를 잡아당기는 순간 느낀 짜릿함과 기쁨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 된다. 미세한 손맛을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아쉽다. 손으로 전해오는 산메기의 입질은 국궁장에서 화살 놓을 때 시위의 꿈틀거림 같았다. 세 시간 남짓 동안 고작 스무여 마리 잡았으나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허탕 쳤을 경우를 상상하기만 해도 전율이 인다. 자초지종 모두를 접어두고 여하튼 어죽에 수제비를 떠서 넣겠다는 말에 군침이 돈다.
솔직히 말이 너무 어렵다. 그냥 ‘물고기 잡기’라고 하면 너무 어정쩡한가. 우리 민족의 오래된 놀이로 동무들과 가까운 야산, 계곡, 마을 어귀 냇가 또는 강가에서 풍류를 즐기고 몸을 쉬게 하며 친구들과의 정을 나누는 활동을 천렵이라 한다. MZ세대들은 천렵을 어떻게 고쳐 말할까 궁금해진다. 아마 귀찮은 물놀이쯤으로 여겨지리라.
오늘 어땠는지 묻고 싶다. 야심한 밤 천렵의 경험이 과거 어떤 추억과 겹치는지. 또, 가슴 시린 그 옛날 친구들이 얼마나 그리운지.
첫댓글 참말로 20마리 잡은겨??
오빠한테 잡힐 메기가 있던가베
난, 산메기 3마리와 피리 1마리
ㅎㅎㅎ
뭐 해먹었노? 다같이 먹었나?
7명이서 매운탕 끓여서 수제비 넣어 먹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