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제자리 잠실5단지 재건축…주민들 "뿔났다"
재건축 촉진대회에 조합원 1500여명 참석…"용도지역 변경, 원안대로 승인해 달라"
‘촉진하라 재건축! 주민은 못살겠다’ ‘국가안보까지 양보한 롯데허가 지역주민 참담하다’
잠실주공5단지 아파트 측면에 15층 높이를 다 가릴 정도로 긴 현수막이 걸렸다.
"잠실5단지 재건축 '지구단위계획'이 갑자기 준단된 이유는 무엇인가. 시장이 바뀔 때마다 오락가락하는 서울시의 재건축 행정 더 이상 못 참는다. 원안대로 빨리 결정해 줘야 한다"(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주민)
10년째 재건축 사업이 표류하고 있는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조합원들이 단체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서울시가 박원순 시장 취임이후 재건축 승인을 뚜렷한 이유없이 보류하고 있다며 조속한 사업추진을 위한 지구단위계획 확정을 요구하고 있다.
잠실5단지 재건축추진위원회는 27일 오전 잠실역 일대에서 조합원 1500여명(추진위 추산)이 모인 가운데 '재건축 촉진대회'를 열고 잠실5단지 재건축 정비계획안에 대한 서울시의 조속한 승인을 촉구했다.
권춘식 추진위원장은 이날 촉진대회에서 "막대한 예산을 들여 마련한 잠실5단지 지구단위계획을 서울시가 박 시장 취임이후 특별한 이유 없이 계속 보류하고 있다"며 "시장이 바뀌었다고 정책의 일관성까지 훼손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지하철 2호선 잠실역 일대에서 열린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촉진대회에 참석한 조합원 1500여명(추진위 추산)이 피켓을 들고 조속한 재건축 사업 추진을 요구하고 있다.
잠실5단지는 30개동 총 3930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준공한지 35년된 아파트다. 때문에 주민들은 단지내 주차면적이 좁아 주차난에 시달리는 데다 수도관에서 녹물이 나오는 등 노후가 상당부분 진행돼 주거환경이 열악한 상황인 만큼 재건축 추진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재 잠실5단지는 현재 최고 15층 아파트를 50층 높이의 초고층 주상복합 단지로 재건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경우 현행 3종 일반주거지(용적률 230%) 상태에서는 재건축이 불가능해 용도를 준주거지 이상으로 상향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대지면적이 34만㎡에 달해 한강르네상스 개발계획에 따른 기부채납 등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권 위원장은 "서울시가 다음달 심의하기로 했단 잠실5단지 지구단위계획(안)에는 준주거·상업지역으로 용도변경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공공임대주택, 사회적 기업육성 등 서울시가 요구하는 공공성을 계획에 충분히 포함시킨 만큼 원안대로 승인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용도지역 변경은 도시기본계획을 수정해야 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상반기 중 나오는 용역 결과에 주민들 의견을 반영해 추진 계획을 세울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촉진대회에는 진두생 서울시 의회 부의장과 박용모 송파구의원 등 기초단체 의원들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진 부의장은 "잠실 일대에서 25년 이상 거주했기 때문에 (잠실5단지) 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며 "조만간 박 시장과 만나 주민들의 의견을 전달하고 원안 이상으로 재건축이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잠실5단지 조합원들은 촉진대회 직후 잠실역에서 송파구청까지 가두행진을 벌인 후 송파구청 앞에서 조속한 재건축 사업추진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낭독하고 2시간여 만에 해산했다.
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지하철 2호선 잠실역 일대에서 열린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촉진대회에 참석한 조합원 1500여명(추진위 추산)이 송파구청까지 가두행진을 벌이며 조속한 재건축 추진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7일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추진위원회 주최로 열린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촉진 주민대회’는 추운 날씨에 눈까지 내렸지만, 1500여명의 주민이 참여해 열기가 뜨거웠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머리와 어깨에 ‘재건축 촉진 주민대회’라는 띠를 둘렀고 ‘지구단위계획 변경이 웬말이냐’‘박원순 재건축 행정으로 선량한 시민 다 죽는다’라고 쓰인 피켓이 여기저기 보였다.
권춘식 잠실주공5단지 추진위원장 단상에 올라 “잠실주공5단지의 지구단위계획을 뚜렷한 이유없이 보류하는 것은 주민을 농락하는 것”이라며 “세금은 많이 내는데 녹물로 세수하고 16도 이상 올라가지 않는 난방으로 추위에 고통받고 있다”며 빠른 재건축 추진을 촉구했다.
그는 또 “123층짜리 높이의 제2의 롯데월드를 허가하면서 주민들에게 한마디 말로 없었다”며 “교통과밀, 일조권 침해, 수면방해 등 해도 해도 너무한다”고 토로했다.
잠실주공5단지 530동 코너에서 열린 궐기대회에 참석한 주민들은 일제히 “서울시장이 바뀔 때마다 바뀌는 재건축 행정, 더는 못 참겠다”며 “피땀 흘린 우리재산, 더 이상 농락하지 마라”고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추진위가 주민들에게 배포한 결의문에는 ‘스웨덴식(제3섹터 방식) 복지타운’구상은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의 상생의 길이다. 공공임대주택, 사회적 기업육성 등 우리 안을 수용하라’, ‘5단지 계획은 원안대로 확정하고 송파구청장은 5단지 재건축에 앞장서라’고 쓰여있다.
잠실 주공5단지 주민들은 이미 서울시를 방문해 시의 한강변 개발을 조속히 추진하라는 뜻을 전달했다.
추진위 관계자는 “잠실 일대 주민들은 개발계획에 찬성하고 있다”며 “우리 단지의 경우 대지면적이 34만㎡에 달해 기부채납할 만한 충분한 요건을 갖추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