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혼식
여보.
오늘은 우리가 결혼 한지 30주년 되는 날입니다.
세월 참 많이 흘렀지요?
결혼 30주년이면‘진주혼식’이라는데 진주혼식에 대하여는 잘 모르지만 당신에게 러브레터 한번 써 볼까합니다.
여보. 사람들이 흔히 말하기를 눈물이 ‘진주’라고 하지요.
그렇다면 30년 동안 내가당신을 위하여 흘린 눈물을 모아두었다 해도 당신을 위하여 진주반지하나 만들 수 있었을까요?
어느 날 당신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저음식이 그렇게도 맛있을까’하고 짠~하여 흘린 눈물 한 방울모아 두었습니다.
물에 적시면 한줌짜리도 못되는 화사한 비단옷 대여해 입은 당신을 본 날은 마음이 어찌나 아팠는지 그 흘린 눈물에 양이 많아 가지런한 손끝 목련꽃 같이 뽀오얀 당신 손에 잘~어울리는 진주 반지 하나 만들려고 모아 두었습니다.
항상 고운 말 바른말을 하는 당신......나는 그때마다 착한당신만 못해 벌컥 했지만 그 소리는 내게 좋은 보약이었으니 그 눈물도 모아 두었습니다.
나는 당신이 잠든 모습이 사랑스러워 눈물이 나기도 했습니다.
더 깊은 속마음을 말하자면 나는 당신에게 세상 모든 걱정을 선물했는데 당신은 불평도 없이 평안~히 잠든 모습을 볼 때 미안하고, 고맙고, 행복해서 흘린 눈물이었습니다.
여보, 이젠 진주반지 하나 만들면 되겠지요?
그런데 30년 동안 모아 반지하나 만들려고 했는데 그만 물거품이 되었네요.
나는 급한 성격 때문에 분을 잘 참지 못하고 약속을 잘 지키지 못해 그동안 모아둔 눈물 그릇이 빈 그릇이 되어버렸네요.
하지만 이제라도 결혼기념을 위하여 나를 잘~ 다스려 내가 당신 손가락에 끼면 꼬옥~ 맞는
‘진주 반지’가 되고 싶습니다.
사랑합니다.
2007년 5월5일 결혼 30주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