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곧 유치원을 나올 예비 초딩부터 6학년까지 과연 한자리에 모여서 무얼 할 수 있을까?
새해들어 하나님이 내게 내주신 어려운 숙제 중 하나이다.
해결책 없이 숙제를 내주시겠나? 우선 부딪혀보자는 게 1단계 전략이다.
1학년-현서, 아영 2학년-상민, 현민 3학년-성욱, 재민 4학년-상휘 5학년-재혁, 성혁 그리고 오늘 합류한 6학년 은혜 이름 그대로 하나님의 은혜로 전학년이 다 채워졌다.
어찌 그리 골고루인지... 외관상으론 완벽한 분포도를 자랑하지만 실상은 교육하기 참 애매하다. 타킷을 잃었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은 팀별 활동. 머릴 맞대고 과제를 수행해가면서 어린 가족 공동체 의식을 기르고자 하는 데 가장 큰 목적을 두자.
1시 20분 아이들 긁어모아 앉히기
사방팔방 흩어져 있는 아이들을 말 그대로 긁어모았다. 이 와중에 성혁이는 아직 1분 남았다고 우긴다.
말씀의 청사진 설교에 맞춰 오늘은 '말씀 가까이하기'가 활동 주제다.
이 율법책을 네 입에서 떠나지 말게 하며 주야로 그것을 묵상하여 그 안에 기록된 대로 다 지켜 행하라 그리하면 네 길이 평탄하게 될 것이며 네가 형통하리라 (여호수아 1:5-8)
나와 말씀의 관계를 엄마의 심부름이란 예를 들어 말씀을 지켜야 할 이유와 그 대가를 설명했다.
초반 집중도는 만족. 역시 아이들은 초반에 강하다.
도토리 설명에 눈이 빛난다. 주일학교 달란트시장과 비슷하다. 열심히 모아서 시장이 열리면 사용하는 거다. 이 때 도토리는 화폐가 된다. 대신 10%는 기부해야 한다. 도토리가 적은 아이에게 구제비로 내놓기로 약속했다.
설명이 끝나고 아영이가 조용히 다가와 묻는다. "아빠 진짜 도토리 줄거야? " "응" "어디서 가져올거야?" "산에 가서" "나도 같이 갈래."
얜 시장보다 도토리에 더 관심이 많은가 보다.
예배실 : 한 판 승부를 위한 준비
이제 팀을 정할 때가 되었다. 방법은 복불복. 한컵엔 사과즙, 다른 한 컵엔 배즙. 먼저 1학년 현서와 아영이가 붙었다. 가위바위보에서 이긴 현서가 먼저 컵을 고른다. 원샷! 아영이가 먼저 마셨다. "무슨 맛?" "배" "현서는 무슨 맛?" "....사과" 둘로 갈라 앉는다, 의심스러워 내가 남은 방울을 빨아 마셨다. 이게 웬걸. 결과는 반대였다. 아무려면 어떤가. 둘이 사이좋게 갈라섰으면 된 거지. 그러니까 애들이지.
2학년 상민이와 현민이가 붙는다. 이때 현민이의 성격 제대로 나온다. 입가리며 절대 못먹는다고 난리다. 마음 약하신 박목사님 "그래" 하지만 내가 그냥 넘어갈소냐. "맛이나 봐" "NO" "그럼 입만 대" 상민이는 그새 원샷!.
이렇게 통합팀 2팀으로 갈렸다. 주장 뽑고, 팀 이름 정하고, 구호 외치며 화이팅!.... 남자들이 많아 이럴땐 참 편하다.
괄호 안에 들어갈 낱말을 맞춰라!
오늘 미션은 제시된 성경구절 빈 칸에 들어갈 낱말을 팀이 회의를 해 맞추는 과제다. 총 10문제. 각각 5개의 문제를 번갈아 맞추면서 합산 점수가 높은 팀은 도토리 2개, 나머지 팀은 1개를 지급한다.
요한팀과 여호수아팀이 번갈아 앞으로 나와 상대팀 힌트를 준다. 문제 보자마자 힌트 없이 맞추면 20점, 1차 힌트 받고 맞추면 15점, 2차 힌트 받고 맞추면 10점이다.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팀의 분위기가 고조된다. 너희는 세상의 ( )이라. "이게 없으면 깜깜해요." 착한 상민이의 결정적 힌트로 15점을 여호수아팀이 가져간다. 문제를 풀수록 답이 참 가관이다. ' 너희는 세상의 ( 땅 )이라.' '쉬지 말고 (기뻐)하라.' '예수님께서 말씀하시길 내가 곧 생명의 ( 맛 )이니라.' 틀릴 때의 실망감이 클수록 맞힐 때의 짜릿함이 더 크다. 이때 주향기 마스코트 3인방(하진, 채연, 한결)이 등장하면서 무대를 휩쓴다. 채연이는 정답 쓰는 색연필을 걷기 시작하더니 케이스에 넣고, 한결이는 무대 의자에 함께 나와 앉는다. 하진이는 색연필로 정답용지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동참 욕구가 발동한 것이다.
사고뭉치들, 마침내 사고 내다.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승부욕이 고조될 무렵 진행을 거들어주시던 박목사님의 정답 유출이 시발점이 되었다. 요한팀 문제를 읽어주다가 ....."주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얻으리라." 하며 무심코 답을 말하신 거다. 이미 업질러진 물. 단번에 맞추진 못했지만 순수한 아이들이 답이 나왔다고 자랑스럽게 떠벌인 것이 여호수아팀을 자극했다. 주장인 재혁이가 눈물을 훔친다. 팀의 분위기가 급격히 다운되었다. 그래도 아이들은 그 다음 문제를 맞추면 바로 싹 잊어버려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왠걸. "예수님께서 말씀하시길 나는 ( )이고 너희는 가지니라." 네 글자다. 단번에 맞출 희망이 없자 더 침울해진다. 힌트가 들어갔다. "나무 이름" "맛이 시다" "여름에 열린다." 토라진 재혁이가 토의도 안하고 답을 쓴다. "래몬나무"
웃겨 죽는 줄 알았다. 집안 망신을 시켜도 유분수지. 상휘가 재빠르게 고친다. "레몬나무" 2차 힌트 가까스로 맞춰 결과는 10점. 망신까지 당한 여호수아팀은 거의 붕괴직전이다. 현서와 현민이는 통 영문을 모른다. 이 와중에 형에게 건넨 성욱이의 욕설이 담긴 쪽지 공개 사건. 안되겠다 싶어 여호수아팀을 불러 세웠다. "엎드려 뻗쳐" 현민이가 갑자기 "아~" 일어나더니 딱정이가 붙은 손을 내보이며 "전 손 때문에 못해요" 하며 얼굴 연기를 시작한다. 그 옆으로 한결이가 무심하게 지나가다 스친다. 이 때 갑자기 성욱이 고질병 발동. 삐져서 문을 쾅 닫고 나가버린다. 놀란 목사님 성욱이 따라 나선다. 같은 팀 현서는 그림을 그린다. 리모콘을 가져가셔서 PPT를 넘길수도 없다. 재혁이를 불러 세워 질책하기 시작했다. 주장의 자격이 없다느니 축구하다가 심판이 실수했다고 경기 포기할거냐느니..... 목사님 올 때까지 재혁이 혼내면서 시간을 벌었다.
가까스로 분위기가 수습되면서 마지막 문제까지 푼 결과 75대 75 동점이다. 그러나 요한팀의 승리. 여호수아팀은 페어플레이 정신을 버렸으니까. 목사님 설득에 성욱이가 들어왔다. 하지만 "박성욱 나가" 이번엔 내가 퇴장명령을 내렸다. 성욱이의 뒤를 따라 목사님이 또 따라나가신다. 목사님과 성욱이에겐 미안하지만 이유 없는 삐침을 그냥 넘길 수는 없었다. 목사님 쏘리~
오늘 푼 10문제의 말씀 종이를 1장씩 나눠주고 다음 시간까지 암송이다. 말씀종이 가져오고 외워오면 도토리 2개.
피드백
끝나고 재혁이를 따로 불러 못다한 이야기를 나눴다. 성욱이는 박목사님과 계속 대화하는 관계로 다음 주로 미루기로 했다. 학년의 차이보다 성향의 차이에 더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다만 아이들이 지녀야 할 기본소양 중의 기본은 사회성과 의사소통이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다름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건강한 공동체가 될 수 있음을 아이들이 갈등과 해결을 통해 단계적으로 배워가도록 노력해야겠다. 물론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말이다. 때론 기다려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지.
앞으로의 과제
1. 공동체의 기본 규칙을 정한다. - 규칙이 없는 공동체는 없으니까.
2. 5,6학년의 역할을 멘토링한다. - 아동부의 리더는 아동이 되어야 한다. 조직엔 리더가 필요하고, 리더는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 동생들이 따를만한 좋은 모델 만들기.
첫댓글 정말 멋진 활동이었네요... 역쉬..
임집사님 만큼 할수 있는 사람 흔치 않을 걸요..^^나한테 하라고 하면....JM....절망!
와우~~~짝짝짝,,, 수고하셨어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