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낱말의 어원을 살펴보면 몇 가지의 설이 있습니다.
첫째, 바윗돌을 부수는 데 쓰는 농기계에서 쇠로 만들어진 머리 부분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막대 부분이 나무로 되어 있기 때문에 돌을 부수다 보면 종종 부러질 때가 있는데 이럴 때마다 그 머리 부분을 잃어버려서 일을 못하게 되는 일이 흔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어처구니”를 잃어버리고 당황스러운 마음이 “어이없다”라는 뜻과 통하게 되어서 “어처구니없다”라는 관용어로까지 쓰이게 되었다는 설입니다.
둘째, 콩 가는 맷돌의 위쪽 돌에 붙은 나무막대가 바로 “어처구니”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콩을 갈기 위해서 맷돌을 돌리려고 하는데 맷돌을 돌리는 나무막대가 없다면 당황스럽고 황당할 것입니다. 바로 이 나무막대가 “어처구니”이고, 이것이 없으면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어처구니없다”라고 한답니다. 비슷한 관용어로 “어이없다”라고도 한다는 것입니다.
셋째, 궁궐의 전각이나 문루(성문)의 기와지붕 위에 있는 여러 가지 동물들의 모양을 한 토우(土偶, 흙으로 만든 인형)들을 “어처구니”라고 합니다. “어처구니없다”나 “어이없다”라는 말은 궁궐이나 성문을 짓는 와장(瓦匠)들이 지붕의 마무리로 “어처구니”를 올리는데 이것을 실수로 잊어버리는 경우에 이런 말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이런 여러 가지의 설이 각각 그 나름대로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것은 맞고 틀리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사람들이 “어처구니없다”고 하거나 “어이없다”고 하는 것은 일이 엄청나거나 전혀 뜻밖의 일을 당해서 기가 막힐 때에 사용합니다. 분명 “어처구니”를 만난 것인데 “어처구니(가) 없다”라고 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표현 같은 일종의 반어법인 것입니다.
아울러 이런 표현과 비슷한 것으로 “시치미를 뗀다.”에서의 “시치미”는 매사냥꾼들이 자기 매라는 것을 표시해 두기 위해서 매의 꽁지 부분에 달아주던 꼬리표가 바로 “시치미”인데, 이 시치미를 떼어버리면 그 매가 누구의 매인지 알 수 없게 됩니다. 그래서 “시치미를 뗀다.”라고 하면 “알고도 모르는 체한다.”라는 뜻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