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도, 특히 너, 정필이 학교생활 잘해야 한다. 여러분들도 모두들 건강하게 다시 만납시다. 먼저 들어갑니다.” “자기, 잘 다녀와요. 거기는 음식이 싱겁고 조금씩 먹는다니, 재일교포가 운영하는 호텔이나 여관에 드세요. 옷은 매일 갈아입고, 양말도 매일 갈아 신어야 해요. 호호호 자식을 유학 보내는 것 같다, 알았어요? 난 자기가 늘 깨끗하게 지내기 원하거든요.” “어휴! 또, 잔소리 뭐, 진짜 숙이 말대로 엄마가 아이 수학여행 보내는 줄 알겠다. 알았습니다. 네 네, 마님 그렇게 하지요, 아주 일기를 써서 나중에 보고 할게요. 하하하하. 다른 사람들은 벌써 다 들어갔군. 타는 비행기가 틀리니 시간도 틀리네.”
“내 측 57번이라 여기군, 어? 김 과장님 여기 어쩐 일이세요? 어째 안 보이셔서 이상 하다 했더니, 비행기 안에서 기다리시다니, 하하하하 이거 한 방 먹었네요. 나와 같이 간다고요? 어허! 그럼 다른 사람들도? 아, 나만 이라고요? 뭐, 중요한 일을 내가 해야 하는 겁니까? 그렇다? 하하하 이거 기대 됩니다, 이게 뭡니까? 녹음기요? 나중에 들어 보라고요? 무슨 중요한 자료입니까? 들어보면 안다고요? 알았습니다.” “놀랐지? 그나저나 형제 같이 지내기로 해 놓고, 무슨 존대 말이야? 형처럼 편하게 대해라. 시급히 해야 할 일인데, 마침, 시기가 적절해서 이번 참에 결행하기로 했다. 그렇게만 알고, 호텔에 든 다음에 녹음기를 듣고, 그 테 잎을 화장실에 들어가서 소각 해야 해. 없애야 한다는 말이다. 자, 그래 석별의 정은 잘들 나누었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해 주려고 노력을 했다. 이제는 그 걸 얼마나 참고하고, 활용하고, 발전시켜서 성과를 올리느냐가 큰 관건이다. 어때? 겁먹거나 그런 건 아니지? 천하에 이 정길이 설마, 그럴 리 없지. 하하하하.” “형님, 무슨 제임스 본드 같다. 분위기가 꼭 그래, 후후후, 무엇이든 자신만만하니까 염려 말고 시켜요. 될 수 있으면 배운 것을 써 먹을 수 있는 일이면 좋겠는데 말이지, 그렇다고? 이거 신나네, 멋있게 성사 시키겠어. 나라에 유익이 되는 일이란 말이지요? 그럼, 계속 나와 동행하는 거 맞아? 때에 따라서만? 아, 알았어요. 내가 세운 계획은 무엇이냐고요? 음! 우선 대사관부터 찾아가 인사하고, 형님에게 부탁한 통역을 할 교포를 소개받아 그 사람을 내 사람으로 만드는 일과, 우리 회사에 입사시키는 절차를 밟은 후, 그 다음이야 말할 것 없이 시장조사를 착수하려고 합니다.”
“이륙했으니 스튜어디스에게 뭘 좀 달래야겠다. 저기 오는군, 무얼 마실래? 포도주? 그거 좋다. 나도 같이 레드로 두 잔 부탁해요. 안주는 땅콩으로 주세요. 자, 받아, 기내를 다 돌고 돌아올 때, 한잔 더 받자.” “처음 타서인지 귀가 먹먹한 것이 영 불편한 데요. 형은 괜찮아? 몇 번째라 괜찮다고? 하하하 이거 촌놈이라 태를 내네요. 자,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 성공을 위하여, 짠.”
“정길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일본과의 관계가 좋아질 수도 나빠질 수도 있으니, 항시 심사숙고해서 일을 처리해야 해. 네가 일종에 유령인간처럼 표시가 전혀 안 나게 움직여야만 된다는 말이다. 그런데, 네가 처음부터 큰일을 맡았으니 축하를 해야 할지 염려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 “형, 일부러 이런 자릴 만들었지? 앞뒤의 좌석에 사람이 없는 게 이상하다 했더니, 그래도 형님이 얼굴이 팔린 사람이라면, 그 왜 007 영화에서 보듯이 우리말을 엿들을 수 있는 장치를 우리 주변에 미리 해 놓은 거 아니야? 하하하하 그건 영화라 그렇고, 아직은 그런 정도가 아니라 괜찮다고요?” “자세한 이야기는 대사관에 가서 하기로 하고, 도착하자마자 우선 호텔을 잡아라, 짐 정리는 차차 하고, 먼저 테 잎을 듣도록 해라. 그 테 잎을 들은 후, 바로 소각하고, 내가 일이 끝나는 대로 너에게 전화할 때, 그 때 나와서 같이 대사관에 가도록 하자. 그 전에 호텔 방에서 나올 때, 침입예방 안전장치를 교육받은 대로 해 놓고 나와야 하는 거 알지? 지금부터는 누가 네 뒤를 캐고 있다고 생각해라, 움직일 때는 신중해야 한다. 눈에 계속 띄는 사람을 조심하고, 호텔은 어디로 정할거지? 생각해둔 곳 있어? 교포가 하는 경성호텔? 그래 좋은 생각이다.”
호텔에 들어가자, 바로 화장실에 들어가서 녹음기를 틀었다. 작지만 성능이 꽤 좋아, 리시버에서 들리는 소리가 옆에 서서 말하는 것 같다. 말을 하는 사람이 앞에 있는 누군가 한 사람에게 평상시 말 하듯 이야기를 끌어간다. 정보부서의 누구와 대화하는 것을 녹음을 한 것이다. 즉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사람의 목소리인 것이다.
“아들 녀석이 평소에 잔기침을 심하게 하기에 검사를 했더니, 결핵초기라서 병원에 입원을 시켰지요. 그 애가 일을 시작하면 나를 닮아서인지, 끝 날 때까지 쉬지를 않아 그런 모양입니다. 그런데, 그 아이가 입원한지 한 열흘 지나서, 나와 친하게 지내던 대학교 때 친구, 박 흥선이라는 사람이 같은 병실에 입원을 하게 되었어요. 무척이나 반가웠지요. 무려 이십 오년이 지나서 만났습니다. 이런 저런 지나간 날의 말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친구가 내가 알기로는, 대학을 다닐 때에, 이미 프로 바둑 2 단이어서 프로 기사로 살아가는 줄 알았지요. 신문에 통 그의 기보가 실리지를 않아서 웬일인가 했다가 그만 잊고 말았는데, 대학을 졸업한 후에, 자동차 산업에 뛰어들어, 차 엔진 분야에서 유명한 사람이 되었더군요. 물론, 그도 교포입니다. 어려서 아버지가 그의 장래를 위해서 귀화했어요. 승승장구 하는데, 왜 병이 들었느냐고 했더니, 요즘에
젊은 사람들이 치고 올라오는 바람에, 정신적으로 피곤해서, 병에 노출되었나 보라고 하면서 웃더군요. 그 친구도 어려서는 한국에 살았기에 만나면 서로 고향을 말하고는 했는데, 나는 부산이고. 그는 마산이라 같은 경상도에다 가까운 곳이어서, 고등학교 때에 만나자 마자 친하게 지냈어요. 나에 대해 묻기에, 일한 무역회사의 공동창업주 이자, 부 사장 이라하고 요즘, 한국 구로공단 건설에 자본을 출자하고, 생산 공장을 하려 계획하고 있으며, 차츰 한국으로 이주할 계획이라고 했더니, 그가 몹시 부러워 하며, 태어 난 조국을 위하여 훌륭한 일을 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자네도 조국을 위해서 그 기술을 쓰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을 하는 중간에, 그들 회사에서 위문을 왔기에, 말을 미처 끝내지를 못했지요. 그 후에, 한국의 현장에서 급하게 오라고 하는 통에, 먼저 구로공단에서 급한 일을 마치고 생각하니, 이 사실을 나라에 알리는 것이 좋겠다 싶어서 찾아온 겁니다. 첨단기계 산업의 꽃이 자동차 아닙니까? 우리나라도 경제발전을 이루자면 반듯이 자동차 산업이 육성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이 정보를 알려드리는 겁니다. 그를 조국에서 청하여 그에게 조국에 충성하고,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기 바랍니다. 그도 물론 찬성할 겁니다.”
‘일한 무역의 남 부사장님이셨군. 그렇지 않아도 일본에서 협조를 구하려던 참에, 그 분이 먼저 우리에게 공을 세우시네. 그러니까 자동차계의 엔진 박사님을 그 회사 에서 눈치 채지 못하게 우리나라로 모셔 가라는 주문이구나. 그 임무를 나에게 맡긴 것이고, 후후후 인력수입이라, 그것도 나라에서 경제발전에 크게 비중을 두고 있는 자동차 산업을 이끌어 갈 인재를 말이야. 아주 좋았어, 해보자. 그럼, 김 형에게 전화 오기 전에, 이걸 불살라서 없애 버리고, 다음, 내 손수건에 바셀린을 살짝 묻혀서, 문고리마다 문질러 놓으면, 누구든 문고리를 만지기만 해도 지문이 묻는다 이 말이지. 나중에, 지문 뜨는 용지에 입히면 되고, 자! 나갈 준비는 되었고.”
프런트에서 자신을 찾는다는 연락을 받고, 전화를 드니, 항상 듣던 목소리가, 이름을 못 듣던 가명을 대어 처음에는 어리둥절했으나, 곧 아하! 하고는 바꾸어 달라 했더니 김 과장이다. 정길이 픽 웃는다. 자신이 스파이 세계에 서 있다는 실감이 난다.
“예? 친구 고 동훈 이라고요? 예, 바꿔 주십시오. 여보세요, 난 또, 누구시라고, 하하하하 네, 지금 내려갑니다.” “뒤처리는 잘했지? 그럼, 내가 먼저 나가서 차를 잡을게, 정문으로 나와 있어라. 주일 대사관으로 갈 거다. 지금부터는 항시 이렇게 조심하며 일을 해 나가야 하는 거야. 내가 먼저 습관을 들여야 위험에 노출되자 않는 거다. 매사에 신중하게 알았지?”
다른 사람의 이름을 팔아 연락을 취하고, 만날 때도 신중하게 남의 이목을 끌지 않으면서 만나는 게 생활화되어야 한다는 것을 실행하며, 정길은 자신이 마치 제임스 본드가 된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어깨를 쭉 펴 본다. 자신감으로 마음이 뿌듯하다.
“어서 오시게. 내가 일본주재 대사 일세. 자네에 대해서는 신문에서 이미 여러 번 보았고, 여기 김 과장을 통해 잘 알고 있었지, 이리 와서 앉으시게. 하하하 인물이 출중하군. 장가를 안 갔다면 내 둘째 사위 삼고 싶어. 앞으로 잘 협조하라는 정부의 지시도 있었지만, 첫 눈에 호감이 가서 돕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드는군. 하하하하 여기 경제 참사관과, 무역 진흥공사와 법무관과 공보관이네. 이 사람들과 언제라도 소통이 가능하도록 허락하겠네. 상의 할 일이나 협조를 해야 할 일, 혹은 어려운 문제에 처했을 때, 도움을 청하면 되 네. 그리고 음, 경무관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가? 아, 저 기 오는군, 경찰이나, 혹은 어떤 불온 조직과 문제가 있을 때는 이 사람에게 연락 하도록 하게. 자, 그 외에 부탁할 일이 있다면 얘기 해 보게.”
“우선적으로 먼저 처리해야할 일이 있습니다. 여기 계신 분들만 아시고, 계셔야 하는 비밀입니다. 제가 무역업으로 인해 일본에 온 것은 이미 알고 계실 겁니다. 그런데, 정부에서 큰 무역에 관한 업무를 맡기셨습니다. 일본의 자동차 회사인 도혼다의, 엔진 부문에서 현재 일하고 있는, 현역의 박사님 한 분을 한국으로 비밀스럽게 수출하는 업무입니다. 하하하하 한마디로 아무런 말썽 없이, 자동차 엔진제작 분야의 유명한 박사 한분을 모시고, 한국으로 가는 길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죠. 만약, 일본 측에서 알게 된다면, 절대 보낼 리가 없지요. 그러니 전혀 눈치 채지 못하게 추진해야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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