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안 스님의 승만경 강화] 38. 누구나 성불할 수 있음을 설한 것
38. 일승(一乘)
〈원문〉
“또 교시가여, 이 경에서 설한 것은 온갖 의심을 끊고 올바른 뜻을 결정하여 일승(一乘)의 도에 들어가게 하는 것이니라. 교시가여, 지금 이 승만 부인이 사자후한 경을 너에게 부촉하노니, 불법이 머물러 있을 때까지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고 자세히 분별하여 설하도록 하라.”
제석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감사합니다, 세존이시여, 거룩한 가르침을 받들겠습니다.”
이때 제석천과 장로 아난과 모임 가운데 있던 천인, 인간, 아수라(阿修羅)와 건달바(乾?婆)들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즐겁게 받들어 행하였다.
〈강설〉
부처님이 교시가에게 이어 말씀하신다. 승만 부인이 설한 법이 일승(一乘)의 도에 들어가는 법이라 하였다. 일승이란 일불승(一佛乘)을 말한다. 쉽게 말해 누구나 성불할 수 있음을 설한 것이 일승이다. 성문(聲聞)이나 연각(緣覺)들인 이승(二乘)들의 수행이 비록 이타 원력이 결핍된 수행이기는 하지만 그들도 대승심을 발하여 성불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초기 불교에서는 아라한과(阿羅漢果)를 얻으면 수행이 완성되어 해탈한다고 하였다. 부파불교에서도 일승이니 일불승이니 하는 말은 잘 쓰지 않았다. 대승경전 특히 〈법화경〉이 설해지고부터 일승이 강조되었다. 〈법화경〉의 대의를 ‘회삼승귀일승(會三乘歸一僧)’이라 하듯이 〈법화경〉 이전에 성문승, 연각승, 보살승의 삼승(三乘)을 설하여 각 승(乘)을 구별한 것은 중생들의 근기에 맞추어 설한 권교(權敎)의 가르침인데 실제로 중생을 부처가 되도록 인도하는 일승의 가르침이 부처님 본래의 가르침이요, 이를 실교(實敎)라고 하였다. 이미 아라한과를 얻었던 사리불, 마하가섭, 수보리 등이 〈법화경〉에서는 모두 수기(授記)를 받는다. 수기란 부처가 될 것이라는 것을 미리 예언하여 성불을 보장해 준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아라한과를 얻은 것이 성불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리불아 부처님은 오직 일불승으로서 중생을 위해 법을 설한다.” 〈법화경〉 경문의 한 구절이다. 부처님 실제 법문에 있어서는 이승이나 삼승은 없다고도 하였다.
〈승만경〉의 일승이 〈법화경〉의 일승과 같은 것이다. 일승을 설한 것이 사자후 법문이다. 그런데 이 일승을 〈법화경〉을 소의로 한 천태종과 〈화엄경〉을 소의로 한 화엄종에서 교상판석(敎相判釋)을 달리하여 일승을 동교일승(同敎一乘)과 별교일승(別敎一乘)으로 달리 말했다. 동교일승은 천태종 설로 삼승과 일승의 관계에서 일승이 삼승과 다르지 않아 다 같이 일승으로 회통(會通) 된다는 뜻이고, 별교일승은 일승원교(一乘圓敎)라고도 하는데 삼승법을 뛰어넘어 삼승과 일승을 별개의 것으로 보는 관점에서 한 말이다. 승(乘)은 수레를 뜻하는 말로 중생을 해탈로 인도하는 가르침을 탈것인 수레에 비유하여 하는 말이다. 이 승에는 모두 오승(五乘)있다. 인천승(人天乘), 성문승(聲聞乘), 연각승(緣覺乘), 보살승(菩薩乘), 불승(佛乘)이다. 종파에 따라 불승을 제외하고 인천승을 인간승 천상승으로 나누어 둘로 보고 거기다 삼승을 합하여 오승이라 하는 경우도 있다. 보살승을 빼고 인승, 천승, 성문승, 연각승, 불승 이렇게 오승을 말하는 경우도 있다. 천태의 〈법화문구〉에 인승은 오계(五戒)의 수레를 타고 삼악도의 고통을 벗어나고, 천승은 십선(十善)의 수레를 타고 인간의 팔고(八苦)를 벗어나고, 성문승은 삼계(三界)의 무상(無常)이라는 것을 벗어난다고 하였다. 연각승은 남으로부터 듣는 괴로움을 벗어나고 안으로 지혜가 없는 고통과 밖으로 상호(相好)가 없는 고통을 벗어난다 하였다.
또 〈화엄경소초〉에는 5승을 방향에 맞추어 설해 놓은 이야기가 나온다. 중앙이 불승이고 동쪽이 보살승이며, 남쪽은 연각승, 서쪽은 성문승, 북쪽은 인천승이라 하였다.
부처님 설법을 들을 수 있는 세계를 육도 가운데 천상과 인간, 아수라 삼도(三道)라고 한다. 그래서 보통 경전 말미에 이 삼도 중생이 부처님 설법을 듣고 기뻐하며 신수 봉행했다고 말하는데 〈승만경〉에는 건달바가 추가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