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구민 대표에 대한 의전 소홀(?)
10월 종로의 가을 하늘은 온갖 축제로 출렁였다.
630년 역사와 전통이 담지된 종로의 정체성과 상징성에 따라 지역별 다양한 축제가 주민들을 흥겁게 했다. 종로구체육회 산하 생활체육연합회도 각 종목별 구정장기 또는 연합회장기 대회를 치루면서 동호인의 친목과 화합을 다졌다. 모처럼 좋은 날, 종로공동체의 뜻깊은 행사이기도 했다.
그러나 ‘호사다마’라고나 할까, 좋은 일에 불편한 일도 생기듯이 축제나 행사 뒤 끝에 터져 나오는 불협화음도 생기고 있는데, 이른바 구민 대표인 종로구 의원들에 대한 의전 문제다.
구의원들은 소위 지방자치 시대 구민의 선택으로 선출된 민주적 권력이다. 대의민주주의 체제에서 구민을 대표하여 종로구 지방자치를 이끌어 가는 선량들이기도 하다. 그래서 구의원들에 대한 의전이 소홀이 되면 구민을 무시하고 행태가 되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대접이 결코 가벼워서는 안된다.
그동안 종로구청이나 여러 단체 집행부가 구의원들에 대한 의전을 소홀히 하는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1991년 맨 처음 구의회가 부활되어 의정 활동이 시작될 때부터 구의원에 대한 의전 문제는 항상 논란이 됐다. 초창기 종로구 의원 수가 총 22명이나 되어 이들을 한 사람씩 챙기는 문제는 여러 행사에서 늘 상 곤란을 겪었는데, 이는 시간적으로도 그렇지만 행사 진행 과정에서의 번거로움으로 주최자 측이 매우 고민하는 부분이 됐다.
그 이후에도 구의원 의전 문제가 항상 말썽을 일으켰지만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주최 측과 구의원 간 상호 존중 및 이해 속에 원만한 의전 관계를 보여왔는데 최근에는 이에대한 문제가 더욱 시끄러워지는 양상이다.
사실, 구의원들에 대한 의전 소홀함이 최근들어 커진 경향은 구의원 스스로에게도 책임이 있음을 부인할 수가 없다. 지난 제8대 구의회 의원들이 과거 종로구의회의 전통(?)을 무시하면서 새롭게 권위를 찾는답시고 멋대로 운영하면서 의원 품위를 손상 시킨 탓도 있다. 자신들 입장에서는 구의회와 의원들의 위상과 권위를 보다 새롭게 구축하기 위함이라고 하지만 구청 집행부와 구민들 눈높이에서는 관점이 다른 평가를 받은 셈이다.
더군다나 이번 제9대 구의회에서는 초창기 의장단 구성에서부터 불거진 온갖 불협화음과 법정 재판 그리고 동료 의원을 형사 고발하여 형사소송까지 이르게 하는 행태는 결국 자승자박이 된 측면도 없지 않다. 존중받아야 할 구의원 위상과 권위가 자신들의 개인적 그리고 사심적 갈등으로 대립하면서 구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고, 더군다나 일부 의원은 종로구장학회로부터 장학금을 받아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이라는 형사적 의혹까지 받으면서 구민의 눈총을 사기도 했다. 아울러 자신의 개인적 인사 문제에 대해 구의회 본회의장에서 구정 질문을 빙자하여 구청장에게 따지는듯한 몰염치까지 드러내 구민 대표로서의 자존심마저 실추시키기도 했으며, 또한 구청 직원들에 대한 갑질적 태도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했다.
특히 후반기 원 구성에서 나타난 같은 정당 소속 의원들끼리의 이합집산으로 중앙당에 징계를 요청하는 반목과 대립의 분열상은 구의원들에 대한 일반 구민의 비판과 질시가 전례없이 드높은 상황이기도 하다.
그래서 구의원들이 자신들의 의전 문제에 대해 불평불만을 보이기 전에 스스로의 성찰과 자각으로 올바른 대접을 받을 수 있도록 솔선수범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으로 요구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민의 대표인 구의원들에 대한 의전 문제는 특별하게 다뤄져야 한다. 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이나 여러 직능 및 자생단체장들에 대한 의전에 앞서 이들 구의원들은 구민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우선시 되어야 한다. 민주주의 선거 절차에 의해서 민주적으로 선출된 구민 대표는 바로 구민을 대신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들 구의원에 대한 의전 소홀은 전적으로 구민을 무시하는 처사이기로 간주된다. 이것이 지방자치 사실이고, 시대적 가치이다.
지난 2일 종로구의회 개원 제33주년 기념식을 가졌다. 33살의 성숙한 구의회 의원으로서 보다 순수한 봉사적 마인드를 가지고 주민과 지역을 위해 사명을 다한다면 누구든지 구의원의 권위와 명예를 지켜줄 것이다.
이탈리아 사회학자 로베르토 미헬스는 「정당론」에서 ‘과두제의 철칙’을 제창한 바 있다. ‘과두제의 철칙’은 선출된 사람들이 유권자 위에 군림하는 법칙을 말한다. 미헬스는 정치 지도자들의 권력에 대한 본능적 허영심은 인간의 본성이라고 했다.
그래서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정치인은 너무나도 인간적인 세속적인 허영심을 극복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정치인의 허영심이 자신을 될 수 있는 대로 더욱 돋보이게 하는 욕망이기 떄문이다.
그러나 현실주의적 관점에서 보면 정치인의 허영심은 정치의 동력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