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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진균 / 경상대학교 사범대학 부설고등학교 교사 | |
지난 2003년은 형평운동이 일어난 지 꼭 80주년이 되는 해였다. 형평운동 80주년을 맞이하면서 진주의 몇몇 뜻있는 분들이 모여 형평정신을 실천적으로 계승하자는 취지로 형평운동기념사업회를 새롭게 발족시켰다. 80주년 기념행사로 국제 학술대회를 비롯하여 한국, 일본, 인도 등이 참가하는 국제 강연회, 일본의 부락민과 인도의 불가촉천민인 달리트 관련 사진전이 열렸고, 진주오광대 보존회에서는 창작탈춤 ‘백정’을 성황리에 공연하기도 하였다. 우연한 기회로 형평운동기념사업회의 이사가 되면서 나는 올해는 ‘형평’으로 살겠다는 각오를 다지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이 80주년 기념행사로 일회성에 그친 감이 없지 않다. 사실 진주사람 대부분은 형평운동을 잘 모른다. 진주성 앞에 서 있는 형평운동기념탑을 늘 지나치면서도 형평운동을 모르는 것이 현실이다. 형평운동과 그 정신을 널리 알리는데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교육의 장으로 끌어들여 우리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일이다. 흔히 21세기는 인권의 시대라고 한다. 형평의 정신은 인류 최고의 가치인 평등과 인권을 소중히 하는 정신이다. 21세기를 살아갈 우리의 청소년들이 형평정신을 통해서 인권의 의미를 되새기고 인간다움을 위한 노력에 동참하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교 역사교육을 통해서 형평의 정신을 가르쳐야 한다. 사실 그동안의 역사교육에서 형평운동은 거의 다루어지지 못했다. 7차 교육과정이 실시되고 있는 현재 고등학교 1학년 국사교과서에는 형평운동이라는 용어만이 나올 뿐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고등학교 2,3학년 학생들이 선택해서 배우는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에는 독립된 소항목으로 비교적 자세하게 서술되어 있다. 그러나 교육과정상 한국 근·현대사를 선택하는 학생은 극히 제한되어 있고, 대부분의 역사교사들은 교과서의 틀 속에서 형평운동을 가르칠 뿐이다. 진주에 터를 잡고 이 땅의 역사교사로 살고 있는 나도 1학년 국사를 가르치면서 전체 민족사와의 관련 속에서 진주의 역사, 형평의 역사를 부분적으로 소개하는데 그치고 있다. 그런데 2004년 진주역사교사모임에서 주관하는 한일역사교육교류회에서 경남의 한 교사는 “백정의 형평운동을 통해서 본 오늘날의 인권문제”라는 주제로 3차시에 걸친 수업실천을 보고한 적이 있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형평운동을 역사교육 현장으로 끌어들인 유일무이한 수업 실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형평운동기념사업회 이사로서, 이 땅의 역사교사로서 나는 가끔 시민, 학생, 교사, 외국인을 상대로 형평 관련 유적지를 안내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일본의 수평사 박물관처럼 우리 진주에도 형평사박물관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1000년의 역사도시 진주라고 호들갑을 떨면서도 정작 제대로 된 시립박물관 하나 없다. 진주는 임진왜란을 비롯하여 1862년 진주농민항쟁, 일제강점기 형평운동에 이르기까지 전체 민족사에서도 큰 족적을 남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0년의 역사라는 훌륭한 자산을 전혀 활용하고 있지 못하다. 위대한 유산을 되살리는 여러 가지 방안 중의 하나로 임진왜란(진주성 전투)박물관, 진주농민항쟁박물관과 함께 형평운동박물관을 만들 것을 제안한다. 크고 화려하지 않아도 된다. 진주의 시민과 학생들이 쉽게 다가가서 진주 정신, 형평의 정신을 되새길 수 있으면 충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