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라와 캐나다 로키의 가을 풍경을 만나기 위해 2015년 9월 25일 인천공항을 출발, 밴쿠버와 에드먼튼을 경유하는 긴 비행 끝에 옐로나이프 공항에 내렸다. 북극이 가까운 곳임을 알려주듯 박제된 북극곰이 처음 우리를 맞아준다. 3일간 시내 호텔에 머무르며 오로라 빌리지를 오가며 오로라 투어를 할 계획이다.
오로라는 태양에서 방출된 플라즈마가 지구 자기장에 이끌려 대기로 진입하면서 공기와 반응하여 빛을 내는 기상 현상이다. 주로 위도 65 내지 70 도 사이의 극지방에서 관측되는데, 녹색 또는 황록색이 가장 많이 보이지만 때때로 적색, 청색, 황색, 보라색을 띠기도 한다. 이누이트의 전설에 따르면 오로라가 횃불을 들고 방황하는 여행자들을 최종 목적지까지 안내하는 영혼이라고 믿는다.
오로라는 남극권에서도 관측되지만, 여행자들을 위한 인프라가 거의 갖추어지지 않아 접근하기 어렵다. 북극권에서도 노르웨이, 핀란드, 아이슬란드, 알래스카 등 여러 곳에서 오로라 관광이 이루어진다. 관광객을 위한 편의 시설이나 날씨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옐로나이프 지역이 가장 좋다고 한다. 북위 60도의 오로라 오발에 위치한 옐로나이프는 노스웨스트 준주의 주도로 NASA에서 세계 최고의 오로라 관측지로 선정할 만큼 오로라 관측 확률이 높아 3일 이상 머무를 경우 90% 이상의 관측 확률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또한 관광객을 위한 편의 시설들이 잘 갖추어져 있다.
반면에 유럽 지역은 겨울 날씨가 매우 변덕스럽고 흐린 날이 많아 좀 불리하다. 나도 전에 아이슬란드를 여행했었는데, 열흘 정도의 여행 기간 중 한번도 오로라를 만나지 못했다.
가장 좋은 시기는 9 – 10월 사이와 동절기인 12월 – 4월 사이라고 하는데, 동절기의 경우 밤에는 오로라 투어를, 낮에는 개썰매와 스노모빌, 얼음낚시 등의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어 좋다고 한다. 당연히 영하 20 내지 30도 정도의 북극권 추위에 잘 대비해야 한다.
노스웨스트 준주의 주도 옐로나이프는 유럽인 최초로 육로로 북극해까지 여행한 탐험가 사무엘 헌이 1770년 이곳에 왔을 때 마주친 원주민이 구리 성분이 많이 함유된 노란 칼을 허리에 차고 있었던 데서 유래된 지명이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시내의 숙소에서 차로 1 시간 거리쯤에 있는 오로라 빌리지를 오가며 오로라 투어를 한다. 시내의 오로라 빌리지 오피스에서 쉽게 예약을 할 수 있고, 시내 주요 호텔들을 순회하는 셔틀버스를 타고 이동한다. 어차피 시내의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오로라 빌리지에서의 저녁 식사가 포함된 투어를 예약하는 것도 좋다. 이른 저녁에 예고없이 오로라가 출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본인이 운영하고 있다는 오로라 빌리지 안에는 꽤 큰 호수가 하나 있고, 자작나무들이 늘어선 언덕들 사이로 식당 등 몇 개의 건물과 여기 저기 TP라고 부르는 원뿔형 천막들이 놓여 있다. 천막 안에 난롯불이 피워져 있어 기다리는 동안 추위를 피할 수 있다. 그러다가 오로라가 출현하면 모든 사람들이 뛰어나와 환호성을 발하며 경이로운 빛의 축제를 감상하는 것이다.
이곳은 특히 일본 신혼 부부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오로라를 보고서 아이를 잉태하면 천재를 낳는다는 속설이 있기 때문이란다. 단순한 자연 현상에 이런 주술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불합리한 일로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건강하고 총명한 아기를 낳기 위해 좋은 것만 보고 듣고, 깨끗하고 좋은 음식만 먹으라는 선조들로부터 이어지는 태교가 의미있는 것이라면, 그들의 이런 믿음을 그저 황당하다고만 치부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오로라의 황홀경을 보고 영혼이 한껏 고양되고 정화된 부모로부터 뛰어난 정기를 물려 받을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여러 모로 편리하긴 하지만 사진가들은 이곳을 그다지 선호하지는 않는다. 배경이 너무 상투적이라 희소성이 떨어지고, 많은 관광객들이 방해되어 깔끔한 작품을 담기 어렵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작품 사진을 얻기 위해서는 차량을 빌려 풍광이 좋은 새로운 장소를 찾아 개별적으로 움직이거나, 오로라 빌리지 이외의 호젓하고 경치 좋은 곳에 위치한 다른 시설을 이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수시로 운영되는 현지 여행사의 오로라 헌팅 상품을 이용할 수도 있다. 자세한 정보를 알고 싶으신 분은 권오철 사진작가가 쓴 ‘신의 영혼, 오로라’란 책을 찾아 읽어 보시면 된다.
나는 여기서 사흘 머무르는 동안 27일 밤에 오로라를 만났다. 밤 9시 경 하늘 한쪽에 푸르스름한 빛의 띠가 보이기 시작하더니 점점 굵고 짙어지면서, 춤추듯 너울거리며 온 하늘을 신비로운 빛으로 물들인다. 많은 관광객들이 환희와 행복에 겨워 감탄사를 연발한다. 생애 처음 우주적인 경이로움의 빛의 향연을 마주 하고 황홀한 저녁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28일 낮에는 오로라 빌리지에서 제공하는 시내 투어에 참가해 그레이트 슬레이브 호수, 주 의사당,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파일럿 모뉴먼트 언덕, 카메룬 계곡 등을 둘러 보았다. 그다지 특별한 것은 없고 하루의 무료함을 덜어주는 소일거리 정도였다.
사실 옐로나이프의 오로라 투어(2015년)와 나이아가라 관광(2017년) 사이에는 2년의 간격이 있다. 편의상 두 번의 여행에서 겹친 캐나다 로키 트레킹을 따로 다루고, 옐로나이프와 나이아가라 여행을 하나로 묶어 소개하는 것이다.
2017년 9월 26일, 로키 트레킹을 마치고 캘거리에서 국내선으로 토론토까지 약 4시간의 비행 후 나이아가라에 도착한다. 나이아가라는 원주민 말로 '천둥 소리를 내는 물기둥'이란 뜻으로, 강물이 고트 섬으로 두 갈래로 갈려 캐나다 쪽의 Horseshoe 폭포, 미국 쪽의 Bridal Veil(신부의 면사포) 폭포가 된다. 캐나다 폭포는 폭 약 700m, 높이 54m, 미국 폭포는 폭 300m, 높이 51m이다.
오로라를 ‘신의 영혼’이라 한다면, 나이아가라는 ‘물의 영혼’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규모 면에서는 이과수, 빅토리아 폭포에 비해 모자란다고들 하지만, 그래도 단일 폭포로서는 웅장하고 당당한 모습이 다른 것에 뒤지지 않는다.
여행사의 배려로 숙소가 업그레이드되어 힐튼 나이아가라 폴스 호텔 스위트룸에서 숙박한다. 조금 아쉬운 것이 있다면 호텔 객실에서 캐나다 쪽의 폭포는 앞의 건물에 약간 가려져 있다는 점이다. 미국 쪽의 폭포는 정면에서 제대로 조망된다. 환영 인사를 건네려는 듯이 때마침 미국 폭포 쪽에서는 불꽃까지 터져 준다. 밤의 나이아가라도 또 다른 낭만적인 분위기가 있어 강변을 한 바퀴 산책하며 사진을 담고 돌아와 쉰다.
27일, 나이아가라 폭포 및 나아아가라 파크웨이 주변 지역을 관광한다. 이리 호수와 온타리오 호수를 잇는 나이아가라 강을 따라 약 5억 년 전에 형성된 나이아가라 단층애를 감상하고, 오전에 Horn Blower호(구 안개 속의 숙녀호) 탑승해 다른 방향의 폭포를 감상한 후 스카이론 타워에 올라 뷔페에서 점심 식사를 하며 폭포를 조망한다. 나이아가라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창가에서의 식사로 갑자기 귀족으로 승격된 듯 한껏 호사를 누려 본다. 헬기 투어를 해볼까도 생각했었는데, 그럴 필요가 없을 듯하다.
오후에 토론토로 이동하여 하루를 쉰 후 다음 날 귀국한다.
옐로나이프 오로라 빌리지
이하 나이아가라 폭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