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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성고등학교의 고등학교 3학년 오병헌군이 학내에서 청소년인권을 돌려달라면서 일인시위를 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믿었던 전교조 교사들에게 배신당했다고 생각하며, '전교조에게 외침!'이라는 글에서 전교조를 공개적으로 비판하였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멀리 경북 안동에 있는 한 전교조 교사가 교육과 학교, 전교조에 대해 말해보려고 합니다.
먼저, 오병헌군이 '전교조에게 외침!'에서 학교 측에 문제제기한 주장들을 살펴보겠습니다. 1. 교사들의 체벌과 폭언반대, 2. 강제 야자, 강제 보충반대, 3. 우열반 반대, 4. 말할 자유 보장, 5. 집회 결사할 자유 보장, 6. 한겨레21․한겨레신문 구독금지 등 사상검열반대, 7. 군사적 학교문화 반대, 8. 일방적 징계반대, 9. 두발제한반대, 10. 국가주의 반대(애국가, 국민의례, 차렷 경례) 등입니다.
이렇게 학교가 너무 잘못되어 왔다고 생각한 오군은 '학교가 이 지경인데, 전교조는 지금까지 뭐했냐? 참다못해 학생이 일인시위까지 하게 되었으면, 전교조가 적극적으로 도와주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하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전교조 동성고 조합원 중 몇몇은 오군 자신을 모욕했고, 정신이 이상한 놈으로 대했으며, 학교의 명예를 실추하지 말고 참으라고 했으며, 지금까지 전교조에서 노력해서 많이 좋아졌으니까 너무 극단적으로 가지 말라고 했다면서, 도와주지 못한다면 방해는 하지 말아 달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현재 학교체제에서 학생회는 어용이며, 전교조도 결과적으로는 학교 편이었다면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위의 학교에 대한 10가지 주장 전부에 동의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말로만, 마음속으로만 해왔던 이런 생각들을 오군의 문제제기를 계기로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생활지도하면서, 직원회의시간에 실천하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오병헌군의 문제제기와 일인시위를 적극 환영하며, 반기고 있습니다. 요즘 시대에 이렇게 용감하고 정의로운 학생이 있구나 하면서요.
또한 동성고 전교조 조합원 몇 분이 오군에게 했다는 발언들에 대해서도,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앞뒤에 어떤 일과 어떤 말이 오고갔는지는 모르지만 그러한 발언이 만약 있었다면, 교육자로서도 전교조 조합원으로서도 매우 잘못된 말과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는 동성고 교사가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사실관계를 알 지 못한 상태에서 이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한겨레 필진네트워크에 있는 오군의 글방에 남겨진 동성고 교사의 글이나 전교조 본부 담당 교사의 이야기 등을 들어볼 때 적어도 전교조 동성고 분회원 중 몇 분이 그런 발언들을 오군에게 했던 것은 사실인 것 같고, 전교조 동성고 분회는 오군이 일인 시위하는 것을 적극 지지하지 못하고 있으며 부담스러워한다는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청소년인권을 주장하는 학생이 일인시위라는 평화적인 방식으로 자신과 동료들의 인간답게 살 최소한의 권리를 주장했습니다. 간단하지요. 하지만, 전교조 동성고 분회는 침묵했습니다. 일부 조합원은 해서는 안 될 말을 했습니다. 오병헌군이 느꼈을 충격과 배신감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만약 제가 있는 학교에서 같은 일이 일어난다면? 저는 감히 '우리 학교 전교조는 당연히 그 학생을 지지하며, 성명서를 내고, 학교장을 설득해서 청소년인권을 보장하도록 학교를 바꿀 것입니다.'라고 말하지 못합니다. 다른 학교도 비슷할 것입니다. 대부분의 다른 고등학교들은 더 심하게 대할지도 모릅니다. 이것이 학교의 현실입니다. 그러한 현실 속에 전교조가 속해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글 마지막에 말씀드리겠습니다.
다시, 오군이 학교에 바로잡을 것을 요구한 10가지를 보겠습니다.
10가지 중에서 교사의 체벌과 폭언, 강제야자, 강제보충, 우열반 편성, 두발자유, 군사적 학교문화 등은 전교조 결성 때부터 반대해 오던 것입니다. 일정정도의 성과를 본 적도 있습니다. 물론 이것들을 전교조가 실질적으로 해결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되었느냐는 별개의 문제이지만요. 나머지 말할 자유 금지, 일방적 징계위원회, 집회 결사의 자유, 사상검열, 국가주의 등은 솔직히 전교조에서 심각한 문제의식을 가지지 못한 것들입니다. 오군의 문제제기로 전교조에서도 이제 이런 것들도 심각하게 받아들여, 고민해야 할 것들입니다.
따로, 요즘 학생들이 많이 요구하는 학생들의 두발자유문제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 12조 1항에서도 보장하는 신체의 자유는 학생도 예외는 아닙니다. 당연히 학생의 머리카락은 자유여야 합니다. 논란의 여지가 전혀 없는 문제입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 있는 거의 모든 학교는 학생들의 머리카락을 비롯해서 복장과 자세까지 제한합니다. 이것은 논리 이전의 문제입니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됩니다. 두발규제가 정당하려면 학교를 벗어난 곳에서 교사가 길가는 청소년의 머리를 단속하는 것이 정당해야 합니다.
교사가 학교든, 길거리든 폭력을 행사하는 청소년들에게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정당합니다. 그러므로 교내에서 청소년들의 폭행과 금품갈취 등을 규제하는 것은 정당한 학교교칙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교사가 퇴근 후에 자기 동네에서 지나가는 청소년이 머리가 길어서 보기 싫고, 공부에 방해된다면서 구레나룻을 잡아당기고, 모욕적인 발언을 하고, 가위로 자르고, 얼차려를 주고, 바리캉으로 민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경찰에 신고 되고, 대번 정신감정 들어가겠지요?
여기서 중요한 하나의 사실이 드러납니다. 현재 대한민국 학교는 일반사회와 너무나 다른 감옥이라는 것이. 인권의 사각지대이며, 그것이 다수의 반인권적, 노예적 사고를 가진 학생과 학부모, 교사에 의해 유지된다는 사실이…….
또 하나, 요즘 언론에서 많이 문제되는 체벌과 폭언입니다. 당연히 금지되어야 합니다. 그것도 법으로! 하지만 교육기본법에는 체벌을 할 수도 있다는 식으로 나와 있습니다. 교육부 자체로 이 법을 하루빨리 개정해야 합니다. 교육부가 하지 않으면 전교조가 나서서 해야 합니다.
이상으로, 오군이 요구한 것들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았습니다. 대부분 정당한 주장이며, 상당한 근거가 있습니다. 그러나 오군의 글을 읽어본 다른 교사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너무 독선적이고, 예의가 없다' 글에서 나타난 반말 투와 선택과 결정을 강요하는 주장에 대한 반응입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오병헌 군을 포함한 요즘 학생들이 예의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고요? 기성세대 전체가 먼저 학생들에게 예의를 지키지 않고, 폭력적이고 지독하게 대하기 때문입니다. 하루 18시간이나 강요하는 살인적 학습노동, 시도 때도 없는 폭언과 체벌, 덥고 춥고 더럽고 좁아터진 어두운 학교에 가두기 등등.
우리 교사들은, 부모는, 사회는 과연 학생들에게 예의를 지킬 상황을 만들어 주었는가? 기성세대는 학생들에게 예의를 지키고 있는가? 아침 8시 이전에 아침밥도 안 먹이고 학교로 보내서 하루 종일 수업을 받게 하고, 오후에는 보충수업, 특기적성교육, 잠시 집에 가서 저녁을 애들 입에 퍼 넣고 학원 수업으로 몰아가서 9시, 10시까지 수업……. 그리고 시험기간에는 특히 중학생들도 새벽 1시가 넘게까지 자습시키고……. 이것만 하면 다행. 학교 과목별 숙제에, 수행평가에, 학원 숙제에, 학원 빽빽이에……. 부모의 잔소리와 교사의 체벌, 상담을 빙자한 일방적 훈계…….
이 모든 상황에 대해 우리는 학생들에게 ‘예의’를 지키기를 강요하고 있습니다. 군대에서 얼차려 주면서 관등성명 빡세게 대게 하는 것과 같습니다. 힘들어 죽겠는데, 피곤해 미치겠는데, 그래서 조금의 여유라도 생기면 학생들은 자기의 존재를 알리려고 복도에서 소리 지르고, 조금이라도 죽어가는 감각을 살리려고 교실이건, 복도건, 교무실 앞이건 가리지 않고 공놀이를 하고 레슬링을 하는 것인데……. 우리는 이 모든 학생들의 살아보려는 발악을 ‘예의’라는 이름이로 짓밟아 버립니다. 최소한 혼자만의 세계로 도망가서 환상의 세계에 사는 인터넷 중독보다는 나은데도 말입니다. 아이들에게 소리 지르기, 공놀이, 레슬링, 수업시간에 낙서하기, 딴 짓하기, 잡담하기를 우리 교사들이 정말 바라는 대로, ‘예의’를 지켜서 애들이 스스로 금지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끔찍한 일들이 일어날 것입니다. 자살하는 학생들이 10배는 늘어날 것이고, 모두 자신만의 세계로 들어가 푸른 컴퓨터 화면만 보는 ‘조용한’ 애들만 남을 것입니다. 참교육을 하고 있는 전교조 선생님 여러분, 우리 먼저 학생들에게 예의를 지킵시다. 부모들도 자신의 자녀에 대해서 예의를 지키도록 가르쳐주고, 이끌어 줍시다.
저는 예의는 시와 때를 구분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반말 같은 걸 따지기보다……. 오병헌군은 제가 볼 때는 상당히 절박함을 느껴서, 일인시위를 하는 것인데…….몇몇 교사와 재단이 그 절박함을 '절박하지도 않는데, 이상한 것으로 학교와 교사에게 대드는 놈, 대한민국 모든 중고등학생이 받아들이는 현실을 지 혼자 아니라고 말하는 정신 나간 놈'으로 무시하고, 탄압하고, 징계하고, 인격적 모독을 하고, 수업권을 박탈하고, 왕따 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봅니다. 만약, 오군이 일인시위를 하면서 폭력을 사용하거나, 허위사실을 지어내거나, 남들에게 자기 생각을 강요했다면 모르지만....... 폭력을 사용하고, 없는 경위를 만들어 허위사실을 강요하고, 재단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오군에게 강요한 것은 오히려 재단과 교장 등……. 일부 전교조 소속 교사가 한 일이지 않습니까?
오군은 오히려, 최소한의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려고 행동하는 예의바른 학생입니다.
예의이야기가 나온 김에 덧붙입니다. 현재 우리 교육계와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노예의 예의입니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고, 대들지 않고 고분고분한 노예를 만들고 있습니다. 노예에게는 예의가 없습니다. 그래서 현재 노예 상태인 학생들은, 정말 인류사 전체를 보아도 말도 되지 않는 비열하고 난폭한 행동을 서슴없이 하는 것입니다. 아프고 힘없는 학생을 괴롭히고, 돈을 빼앗고, 집단폭행하고, 여학생들 집단 성폭행합니다. 물론, 이런 학생들은 질이 나쁜, 통제가 되지 않는 노예들이지요. 성적이 좋은(질이 좋은), 말 잘 듣는(통제가 되는) 노예들은 교사와 부모, 기성세대에 예의를 잘 지키며 자기 자신만 잘 먹고 잘 살 궁리를 합니다. 결론적으로, 노예에게 필요한 마지막 예의는 노예문서를 불태우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오병헌군이 그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오병헌군의 문제제기는 전교조에 대한 것이기 보다는 현재 대한민국 학교체제에 대한 비판입니다. 오군의 '학교와 싸워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서울 사립학교 민주화투쟁을 했던 교사 한분은 학교제도 자체보다는 인권을 탄압하는 소수 교사와 싸워야 한다고 대답합니다. 동성고 전교조 분회의 한 조합원 교사는 전교조 소속 일부 교사의 문제를 전체 전교조의 문제로 호도하지 말라고 주문합니다. 전교조교사들은 오군의 문제제기를 전교조 교사인 '나'를 포함한 교사와 교직사회, 교육청, 교육부, 대한민국에 대한 문제제기로 올바르게 받아들여서, 대꾸해주고 시정해야 합니다. 문구에만 매달려서 기분나빠해야 할 일이 아닙니다. 물론, 전교조를 포함하여 '공교육 정상화'운동을 하는 분들은 매우 기분이 나쁠 것입니다. '그럼, 지금까지 내가 한 일은 헛짓이었나?'
저는 제안합니다. 지금까지 공교육을, 학교를 즐거운 학교로 만들고, 참교육을 하려면, 이런 학교제도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에 대해 항상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래야 '헛짓'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탈학교 운동이나 대안교육운동이 일어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그에 대해 참교육을 기치로 내건 전교조는 대답할 의무가 있습니다. 교직사회는, 교육부는 대한민국 정부는 대답할 의무가 있습니다. 지금은 전교조를 포함해서, 대한민국에서 주류교육에 관계된 모든 사람들이 대안교육과 탈학교운동에 대해 무시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오군에 대해서도 무시하고 있는 것이지요.
제도교육을 하는 학교에서 교사로 일한다는 것은 오병헌군이 제시하는 모든 문제의식에 둔감해지는 과정을 매일 반복하는 것입니다. 학교제도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가 들어왔을 때, 교사와 대한민국 학교들의 무능과 대안 없음을 부끄러워해야지, 문제제기한 학생을 무시하거나, 탄압해서는 안 됩니다.
강제 야자, 보충, 두발규제, 복장통제, 애국조회, 차렷 경례 모든 것은 학생을 통제하는 수단입니다. 이런 '통제' 없는 자유로운 인간들의 자연스러운 '질서'를 만들어 나갈 능력이 지금의 교사들과 학교에는 없습니다. 교사들, 학부모들은 이런 '통제'를 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 너무나 마땅합니다. 그러나 이런 '통제'장치들을 대한민국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 학교, 교사들(전교조도 포함)이 자발적으로 '포기'했을 때, 억눌려 왔던 학생들이 발산해 낼 엄청난 에너지와 목소리들을 감당할 자신이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 전교조 교사들을 포함한, 전체 교사들과 학부모, 교육계 전체가 무의식적으로 그래도 최소한의 '통제'를 원하는 것입니다. 자발적이고, 자연스러운 '질서'를 만들어 나갈 능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통제와 금기가 조금이라도 남아있는 상태에서는 창의와 개성존중, 인간교육, 참교육은 너무나 멀리 달아나 버릴 것입니다.
결심했습니다. 제가 소속된 전교조 안동지회나 경북지부에서 먼저 청소년인권캠프나, 교사대상 인권교육을 해야 하겠습니다. 우리학교 전교조 분회에서 동료 교사들과 함께 체벌반대, 두발자유, 학생인권을 지지하는 선언을 하겠습니다. 제가 맡고 있는 학생들 수업을 인권적으로 하겠습니다.
이 글을 쓰기 위해 동성고 학교 홈페이지에 다시 들어가 봤습니다. 같은 동료학생과 학부모께서 글을 올렸더군요. 제 나름대로 요약하자면, 오병헌군 같은 소수 때문에 피해보는 선량한(?) 다수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두발규제와 보충수업, 강제 아침자율학습, 야간자율학습은 대학입시라는 지상명제를 달성하는 데 필수적인데, 하기 싫어하는 소수를 허용하면 선량한 다수 중에서도 동요하고 이탈하는 학생이 생기기 때문에 선량한 다수를 위해 '특이한' 소수의 불만은 무시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들은 두발규제가 있지만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고, 체벌을 당하는 학생들도 '맞을 짓'을 했기 때문에 맞았으며, 대학을 가야하는 현실에서 선생님들의 제자들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하는 어느 정도의 강제적인 보충수업과 각종 통제는 필요한데, 오병헌군이 나서서 소위(!) '인권'을 들먹여서 학교의 명예를 더럽혔으니 이제 제발 그만하고 학교를 떠나든지 하라.
이런 염치없는 말이 어디 있습니까? 어떤 학생은 오군을 '대다수 학생들이 느끼지 못하거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학생신분으로서의 제한을 특별히 못 견뎌하는 민감한 체질이거나 단체생활의 규칙을 밥 먹듯 어기는 체질적인 반항아'라고 합니다. 일제시대 생각이 납니다. 대한민국 학교는 아직도 박정희, 전두환시대입니다. 학교는 군대가 아니어야 합니다. 대한민국은 병영국가입니까?
학부모님께서 쓰신 글은 얼핏 보기에 오군을 이해하는 듯 하면서도 결론은 위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학생들이 쓴 글은 더욱 노골적이구요. 이 분들은 자신들의 이야기가 얼마나 잔인한 말인지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제가 이 분들의 이야기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얼마나 섬뜩한 말이지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내가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 가려고 하는데, 너희가 0교시, 보충수업을 강제로 하지 않고, 체벌을 반대하고, 두발자유 같은 인권에 관심을 가지고, 학교에 건의해서 안되니까 외부에 알려서, 학교분위기를 망치니까 나는 피해를 많이 본다. 제발 그만 하던지, 학교를 떠나라'
교육의 지상명제는 당연히 자아를 실현하는 학생을 기르는 것이어야겠지요. 물론 현재 대한민국 중고등학교의 '일부' 학생과 학부모들의 지상명제는 서울에 있는 이름난 대학 가서 의사, 판사, 변호사가 되고, 삼성, 현대, 에스케이에 입사해서 혼자 잘먹고 잘사는 것이지만요. 이 지상명제가 일부 소수가 아닌 대다수 학생과 학부모의 지상명제라고요? 아닙니다. 지금 대다수 학생과 학부모는 아무런 목표의식 없이, 어쩔 수 없이 학교에 적을 두고 있는 것입니다. 자신들이 대한민국 학교와 사회에서 들러리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은 학생들은 '습관적으로' 학교에 다닙니다. 혹시, 하다보면 어떻게 되겠지 생각하면서…. 아니면, 남들과 달라지는 것이 무서워서 학교에 그냥 다니는 것입니다. 정말 누가 소수이고 누가 다수입니까?
대학입시에만 소용되는 쓸데없는 죽은 지식만 달달 외우는 이런 공부를 하루 18시간 코피 쏟아가며, 친구 노트 찢어가며, 쌓인 스트레스를 가족들에게 마구 풀어대면서 죽어라고 하고 싶은 사람은 하게 두어야겠지요. 그것을 막을 수야 없겠지요. 하지만 그런 쓸데없는 공부 따위는 하기 싫고, 그런 게임에 들러리 서기 싫은 학생들에게는 다른 길을 제시해주어야 할 것입니다. 아니, 다른 길을 제시하지 못해도 좋으니까 하기 싫으면 안 할 자유라도 주어야 합니다.
머리는 삭발을 하든, 반삭을 하던, 귀두컷(요즘 아이들은 대한민국 중고생 공식 헤어스타일인 상고머리를 이렇게 부릅니다.ㅋㅋ)을 하든, 인간의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는 인정합시다. 함부로 남의 머리를 잡아당기거나, 바리캉으로 밀거나, 비아냥거리거나, 가위로 자르지도 말아야 합니다.
아침 자율학습시간에 '자율적으로!' 강제 학습을 하지 않고 농구를 하고 싶은 학생은 할 자유를 주어야 합니다. 오병헌 학생도 다른 학생들이 보충수업 하는 거 절대 반대 안 할 것입니다. “야자, 보충수업 하세요! 하지만 나는 싫습니다. 하고 싶은 사람은 열심히 하세요. 그렇지만 나한테는 제발 강요하지 마세요.” 오군이 하고 싶고, 대한민국의 수많은 오군이 하고 싶은 말일 것입니다.
제가 볼 때, '유별나고 특이한 소수' 때문에 피해 보는 선량한 다수는 절대 없습니다. 오히려 소수를 배척하고, 소수나마 다른 생각을 하는 인간이 있다는 것을 참아줄 줄 모르고, 소수를 무시하고 깔아뭉개는 다수가 있을 뿐입니다.
이런 일은 교직사회에서도 일어납니다. 조직의 문제를 고발한 내부고발자가 오히려 파면당하고, 뭔가 새롭게 해보려는 사람이 배척당하는 것은 군대 같은 이 사회의 조직풍토에서는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립니다. '다수'라는 이름의 뒤에 숨어서, 힘없고 평화적이며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소수'를 참아줄 줄 모르는 일부 '극소수' 힘세고 폭력적이며 남에게 피해를 주는 분들! 이제 염치를 알고, 정정당당하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고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수를 관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일을 계기로 저는 일개 조합원이지만 전교조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안팎으로 전교조와 교사, 학교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한 지금이 호기라고 생각합니다. 위기는 기회입니다. 지금 전교조는 교장선출보직제를 통한 학교자치(교사회, 학부모회, 학생회 법제화)운동을 하자는 쪽과 교원평가반대, 성과급 반납 등을 통한 교원구조조정 반대, 결국 신자유주의 분쇄운동을 해야 한다는 쪽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저도 이 사이에서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저는 외칩니다. 전교조가 살려면 체벌반대 , 두발자유 , 폭언금지 등 청소년 인권운동을 해야 합니다. 강제적 학습노동 금지, 과중한 학습노동 금지 등 학습노동기준법(근로기준법도 있는데…….) 입법운동을 해야 합니다. 건강한 급식, 가르치고 배울 교실의 적정온도를 위한 냉난방 등 청소년 건강권 운동을 해야 합니다. 정말 자기 스스로 앞가림하고, 남을 도울 줄 아는 사람을 만드는, 가르칠 만한 것을, 배울 가치가 있는 것을 가르치자고 하는 참교육운동을 해야 합니다.
물론, 범위가 너무나 크고, 학교체제 자체를 뒤흔들 수 있는 사안들이어서, 과연 전교조가 이것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가? 혹은, 전교조가 이런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가에 관한 이야기는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교육계를 봤을 때, 이런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단체는 교육계내부에서는 전교조가 대표적입니다. 이 말은 곧, 이런 운동을 전교조가 하지 않았을 때는 전교조가 비판받아야 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물론, 범위를 좀 더 넓힌다면, 참교육학부모회나,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나, 중고등학교 학생회 연합이나, 민주노동당도 있겠지만요.
오병헌군, 님의 일을 계기로 정말 많은 것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고맙고 자랑스럽습니다. 더운 날씨에 열 너무 많이 받지 마시고, 대한민국에서 공인된 노예라고도 볼 수 있는 학생신분을 벗어나면 함께 술 한 잔 했으면 좋겠네요.